박근혜 발목 잡을 '시한폭탄 인사' 3인방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22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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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윤창중 비스무리' 수두룩하다

[일요시사=정치팀] 방미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금의환국(錦衣還國)을 꿈꿨던 박근혜 대통령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윤창중 폭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윤창중 전 대변인이 언젠간 사고를 칠 '폭탄인사'라며 임명 자체를 만류했었다. 박 대통령 본인만 몰랐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박근혜정부 요소요소에 폭탄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앞으로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시한폭탄 인사들은 누굴까? <일요시사>가 작심하고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4박6일간의 방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방미 기간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악’ 소리 나는 스케줄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쳤다.

방미 기간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연일 상승세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미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며 금의환국의 꿈에 부풀어 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터졌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성공적인 방미
윤창중 악재에 도루묵

성공적인 방미 일정을 보내며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던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윤창중 사건 이후 순식간에 15%나 급락했다. (지난 14일 기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p)

물론 사안의 심각성도 심각성이지만 윤창중 전 대변인이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인사였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 만약 박 대통령이 모르고 쓴 인사였다면 '한 개인의 문제 때문에 박 대통령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오히려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작용할 여지도 있었지만 윤 전 대변인만큼은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던 인사였기 때문에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끊임없이 지적받아온 불통인사가 드디어 부작용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 박근혜정부에 박 대통령이 스스로 심어놓은 '폭탄인사'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는 지적이다.

시작된 불통인사 부작용, 책임은 모두 대통령 몫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는데 대통령 본인만 몰랐다

가장 우려스러운 인사는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요직 중의 요직이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게 돼 권력의 실세로 불린다. 특히 비서실장은 중앙인사위원장을 맡아 장차관급 고위직 인사도 주무르는 자리다. 허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의 과거 행적 때문이다.

허 실장은 지난 2000년 총선 때 부산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내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지난 2009년엔 이념적으로 심각하게 편향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허 실장은 부산에서 열린 한나라당 부산시당 국정보고대회에서 "민주당은 빨갱이의 꼭두각시다. 요즘은 좌파라고 하지만 좌파는 곧 빨갱이"라고 주장했었다. 대선기간 국민대통합을 외쳤던 박 대통령의 행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였던 것이다.

예견된 사고
터질게 터진 것

뿐만 아니라 허 실장은 부적절한 정책을 추진하다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허 실장은 지난 2010년 "'섹스 프리'하고 '카지노 프리'한 금기 없는 특수지역을 만들어 중국과 일본 등 15억 인구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민주당이 "'기생 관광' 을 부활시키자는 소리냐"며 강력히 반발하자 결국 뜻을 접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란 자리는 국정전반을 살피며 동시에 전체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단속해야 하는 자리다. 때문에 그 누구보다 진중하고 모범적인 인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허 실장은 그동안의 행보가 너무나 튄다는 평가다.

일례로 허 실장은 지난 3월 군 장성 골프파문이 벌어졌을 때 청와대 전 직원에 대한 골프 자제령을 내렸었는데, 정작 허 실장 자신은 지난 2008년 광복절에 일본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른 전력이 있다.


허 실장은 또 동생 허모씨가 지난해 3월 새누리당 공천 대가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해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 실장은 "동생이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나를 이용해 저지른 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친인척이 공천비리에 휘말린 인사를 장차관급 고위직 인사를 주도하는 비서실장 자리에 임명한 것은 박 대통령 스스로 폭탄을 떠안은 꼴이라는 지적이 많다.

두 번째로 거론되는 폭탄인사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윤 장관은 사실 그다지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윤 장관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을 지내다 해수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됐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전혀 없었지만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해양수산부의 존치가 필요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 그의 모습을 눈여겨본 박 대통령이 그를 기억해뒀다가 이번에 발탁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미혼으로 치매를 앓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윤 장관은 가진 재산도 장관 후보자 치곤 많지 않아 당초 별 문제없이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던 인물이었다.

남은 폭탄인사 누구?
이제라도 관리해야

박 대통령도 윤 장관에 대해 "모래 속에서 찾은 진주"라며 한껏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의외의 복병이었다. 장관 인사청문회 이후 윤 장관은 박 대통령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됐다. 청문회에서 윤 장관은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고, 진지한 청문회 자리에서 내내 장난스런 웃음을 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결국 윤 장관의 임명을 놓고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언론은 윤 장관에 대해 '몰라요장관' '인턴장관' 등의 신조어를 생산해 내며 연신 조롱했고, 야권도 "해녀만도 못한 해양지식을 가진 인물을 해수부장관에 앉히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여론악화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현재 해양자원, 영토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심각한 갈등과 어민들의 열악한 경제상황 등을 감안하면 해수부 장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과연 윤 장관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장관이 임기 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화살은 당연히 박 대통령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청문회 이후 윤 장관은 기자들 사이에서 폭탄으로 불린다.

현재는 청와대의 권유로 이미지메이킹 기법까지 교육 받은 덕에 윤 장관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지만 언행이나 행동이 짧은 시간 안에 바뀔 수 없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다시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트러블메이커'다.

실제로 윤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이례적으로 취재기자들이 대거 몰렸다. 장관급 인사의 현장방문은 별다른 뉴스거리가 생산될 것이 없기 때문에 이토록 기자들이 몰리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결국 윤 장관이 또 폭탄을 터뜨릴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기자들을 몰리게 한 것이다.


윤창중은 시작일 뿐 정부 곳곳 폭탄인사 '수두룩'
스스로 심은 폭탄인사, 잘 피해갈 수 있을까?

윤 장관은 일단 이날 현장방문을 무난하게 마쳤지만 당분간 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대한 언론의 관심 속에서 윤 장관이 폭탄인사로 돌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박 대통령 스스로 심어놓은 '시한폭탄'이다. 이 위원장은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다. 이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주류로 칩거하던 2009~2011년에는 친박계 중진으로 무게중심 역할을 했고, 개헌론, 세종시 수정론 등을 놓고 당내 친이계와 친박계가 충돌할 당시에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당초 박 대통령은 방송통신융합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정작 방통위원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엔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를 임명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방통위원장에 측근인 최시중 전 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임기 내내 언론중립성 논란에 시달려왔다.

박 대통령이 실제로 이 위원장을 통해 방송장악을 할 의도가 아니라면 스스로 야권에 빌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 위원장은 현재 자신은 박 대통령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있으며, 독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한 방송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 위원장은 비전문가라는 한계 때문에 박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장담했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제대로 키워 낼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불통인사 양면성
'잘하면 산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은 이른바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보안만을 강조하는 '불통인사'로 수많은 논란을 겪었다. 박근혜정부에서 야권과 국민여론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한 인사는 이들 말고도 여기저기 수두룩하다.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이번 윤창중 사건처럼 곳곳에 내재된 폭탄인사들이 발목을 잡는다면 박 대통령이 거둔 성과는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인사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당연히 책임론이 불거지겠지만 반대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박 대통령이 뚝심 있게 인선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양면성이 있다"며 "하지만 언론의 특성상 잘한 일보다는 못한 일이 쉽게 부각되기 때문에 박 대통령으로서는 그동안 강행했던 불통인사들이 국정운영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불통인사의 부작용"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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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