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17주년 특별대담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20 15: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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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라면 개성공단 안 버려! 김정은은 경험부족"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때도 멈추지 않았던 개성공단의 기계소리가 벌써 두 달째 들리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개성공단 사태를 지켜보며 가장 애가 타는 사람은 바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다.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 설립의 주역이다. 개성공단에 깃들어 있는 정 전 장관의 땀과 노력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17대 대선후보 시절 그는 자신을 ‘개성동영’으로 지칭하며 남북화해의 길을 넓혀 한국의 유라시아 대륙진출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 정 전 장관은 작금의 개성공단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 전 장관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자신의 심경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과거 북한 땅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세인들의 비웃음을 샀다. 실제로 개성공단을 추진함에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였고, 드디어 지난 2004년 꿈만 같던 일을 현실로 이뤄내는데 성공한다.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개성공단은 이후 남북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 됐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 때도 멈추지 않았고, 당시 남북을 잇는 마지막 연결고리로서 제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그런 개성공단이 최근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북한이 지난 4월 개성공단의 잠정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 측 역시 근로자 전원철수라는 강경책으로 맞불을 놨다. 벌써 두 달 넘게 남북이 평행선을 달리며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개성공단 사태에 해결책은 없을까? <일요시사>가 개성공단 설립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정 전 장관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정 전 장관께선 통일부 장관 재임 당시 개성공단의 태동을 일궈내신 장본인이십니다. 지금껏 장기화 되고 있는 개성공단 사태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 허탈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남과 북이 모두 역사에 죄를 짓고 있는 것이지요. 개성공단은 후손들을 위한 사업입니다. 이를 중단하는 것은 후손들의 앞길을 막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또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남과 북이 원수로 살 것이 아니라면 개성공단을 하루속히 정상화 시켜야 할 것입니다.

-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위협을 계속해도 외화공급원인 개성공단만큼은 손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해왔습니다. 북한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또 개성공단 중단을 통해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 아직 외교술에 미숙한 김정은의 실수였다고 봅니다. 북한은 북미 간 긴장을 고조시켜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경제적 지원을 받고자 하는데 개성공단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남북 근로자들이 평화롭게 일을 하고 있으니 이게 잘 안된 것이지요. 마침 남측에서 개성공단이 북한의 돈줄이기 때문에 폐쇄를 못할 것이라느니, 인질구출작전을 준비해야한다느니 개성공단 흠집내기를 시작하자 이를 빌미로 폐쇄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김정일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아마추어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를 동결하거나 단계적 철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오히려 투자를 늘려야합니다. 이는 대만과 중국의 경우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만은 당초 중국의 흡수통일 전략을 차단하기 위해 불접촉, 불담판, 불간섭의 3불 정책을 고수하며 중국과의 대화를 거부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취임한 대만의 마잉주 총통은 정치군사적 현안과 경제문화적 현안을 명확히 구분하는 소위 '정경분리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후 대만과 중국은 불과 5년 만에 경제적 통합단계로 들어섰고 안보 위험도는 크게 낮아졌습니다. 지난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남북 간의 관계가 대만과 중국 간의 관계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관계가 완전히 역전된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성공단 사태 지켜보니 "허탈하고 가슴 아프다"
반대하던 미국도 개성공단 이점 살펴보곤 찬성

- 보수진영에선 개성공단이 북한의 외화공급원이 됨으로써 북한의 체제를 공고하게 떠받쳐 오히려 통일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전형적인 붕괴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북을 도와주면 연명시키는 거니까 더 압박해야 한다. 더 압박하면 북이 곧 무너질 것이다. 그래야 통일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과거에도 '김일성이 죽으면 통일된다. 김정일이 죽으면 통일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은 여전히 견고하지요. 그들의 주장은 이처럼 매우 비현실적입니다.

- 여러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과거 독일 유학시절 독일통일의 설계자로 불리는 에곤 바르 박사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에게 개성공단 구상에 대해 설명하자 자신은 동독에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다며 '놀라운 상상력'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어떤 통일모델로 가야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베트남은 무력으로 통일을 이뤄냈고, 독일은 흡수통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두 가지 모델 모두 불가능합니다. 한국의 통일모델은 개성공단 모델이 돼야 합니다. 개성공단을 확대하다보면 언젠가 경제통일에 이를 것이고, 그 끝엔 완전한 통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당장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당초 미국은 "남과 북이 대치상태인데 북에다 공장을 짓냐, 속도조절 하라"며 개성공단 개발을 반대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우리나라는 휴전선으로부터 수도 서울이 너무 가까워 방어가 어렵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건립되면 개성에 있던 북한 군부대 2개 사단과 포병여단 등이 송악산 뒤쪽으로 이전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때서야 개성공단 건립에 찬성했지요. 그때 당시만 해도 한미연합사는 북한이 사전에 특이한 동향을 보이는지 파악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인적자원과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었는데, 개성공단을 건립하면서 북한에서 특이동향이 있을 경우 최소한 하루정도 이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칸 박사가 지난 11일 "북한은 이미 핵미사일을 완성했을 것"이라고 언급해 우리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북한이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핵에 매달리는 이유는 체제유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지요. 지난 2005년 내가 특사로 평양에 방문했을 때 김정일은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면, 즉 체제에 대한 위협이 사라진다면 핵무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북핵 문제에 대응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군사적 조치, 두 번째는 무시와 방치, 세 번째는 대화와 협상이지요. 첫 번째 군사적 조치는 수백만 명 이상이 죽게 됩니다. 두 번째 무시와 방치는 그간 북한의 핵능력만 키워왔습니다. 그나마 대북관계에서 작동해 왔던 것은 세 번째 대화와 협상입니다. 우리는 다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박근혜, 북한실정 잘 아는 과거정부 인재들 활용해야"
"개성공단 확대하면 통일 가까워져, 포기해선 안 돼"

- 우리가 아무리 대화와 협상에 나선다 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정치권에선 우리나라의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입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남북평화와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한다면 남북한 모두 핵무기를 가질 이유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지켜보며 국민들은 과연 북한이 믿을 수 있는 존재인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조성된 '반북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겠습니까?
▲ 언론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언론이 지난 4월 초부터 대북관련 이슈들을 거의 매일 생중계하다시피 했습니다. 때문에 공연히 국민들의 안보불안감만 높였지요. 사안 하나하나에 너무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보다 큰 틀에서 대북관계를 바라봐야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이 보기엔 북의 행태가 못마땅하고 반북감정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북정책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개성공단이 닫히면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한 한반도 프로세스는 시작도 못해보고 좌초하고 말 겁니다. 5년 동안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임기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북한이 성급했지만 박 대통령도 좀 더 인내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성공단이 어떻게 해서든지 안 닫히도록 사려 깊고 냉철하게 접근했어야 하는데 너무 국내 정치적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만약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상태로 닫히게 되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박 대통령에게는 한 가지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북한에 가보고, 북한과 대화해본 사람이 없습니다. 북한을 아는 사람들이 없는 것이지요. 박 대통령이 대북관계를 잘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과거 정부 인사들이라도 북한과 여러 사업을 진행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대북정책에 접목시켜야 할 것입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프로필>

▲ MBC 정치부 기자
▲ 제15대 국회의원
▲ 제16대 국회의원
▲ 제31대 통일부 장관
▲ 열린우리당 당의장
▲ 제17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
▲ 민주당 상임고문
▲ 제18대 국회의원
▲ 민주당 최고위원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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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