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팬클럽' 골칫덩이 전락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15 13: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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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 회장이 국회의원보다 낫다고?"

[일요시사=정치팀]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예외 없이 임기 말 친인척 및 측근비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무엇보다도 친인척 및 측근비리의 근절을 역설했던 이유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는 하나 더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있다. 바로 30여개에 달하는 그의 팬클럽들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측근들보다 이들을 향한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노사모'는 우리나라 정치인 팬덤의 시초로 꼽힌다. 여느 정치인들도 지지모임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당시만 해도 노사모만큼 순수하고 열광적인 지지모임은 유례를 찾기 힘들었다.

일반적인 정치인들의 지지모임은 대부분 해당 후보에 대한 줄서기 성격이거나 지역주의 또는 해당 정당과 결합된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정치인이 선거에서 패하거나 정당을 옮길 경우엔 지지모임도 쉽게 와해되곤 했다. 이와 비교할 때 노사모는 달랐다. 노사모는 순수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팬클럽 성격이 강했다.

노사모 명과 암
박사모는 어떨까?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고집하다 낙마했을 때도,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민주당을 배신했다는 비판을 받을 때도 끝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를 맞이할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돼줬던 조직이다. 노사모가 팬덤이라고까지 불린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노사모를 성공적인 지지모임의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노사모는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지난 해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가 민주당 공천비리와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단순 팬클럽으로 출발한 단체였음에도 규모가 커지다보니 일부 간부진이 비리와 연루되고 말았던 것이다. 정치인 팬덤의 양면성을 잘 나타내주는 사건이었다.


팬클럽 회장이라고 무시했다간 큰 코 다쳐
웬만한 중진급 실세, 선거 때마다 큰 힘

이 같은 사례와 비교할 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현재 박 대통령의 팬클럽은 대략 30여개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호박가족, 박사모, 근혜동산, 근혜사랑, 뉴박사모 등 이른바 5대 메이저 팬클럽과 청산회, 대박산악회, 각 지역별 희망포럼, 박지모(대한민국박근혜지지모임), 박근혜써포터즈, 근혜울타리모임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팬클럽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들은 워낙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또 쉽게 통합되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 현재로선 정확한 숫자 파악조차 어렵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팬클럽은 역대 정치인들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메이저급 팬클럽들은 조직력 또한 무척 끈끈하다. 회원들 간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것은 기본이고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매년 창립행사도 연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한 팬클럽은 창립대회를 위해 대전의 한 체육관을 통째로 빌렸을 정도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온갖 악재를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팬덤의 영향이 컸다.

엄청난 규모
양날의 검

하지만 박근혜 팬클럽들의 엄청난 규모와 조직력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양날의 검이다. 이 같은 규모와 조직력 때문에 정치권에선 박근혜 팬클럽들이 노사모보다 비리에 연루될 개연성이 훨씬 더 크다며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는 자원봉사성격의 외곽조직인 '한강포럼' 홍 모 대표가 수억원의 돈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돼 박 대통령을 난감하게 만든 일도 있었다.

가장 규모가 큰 팬클럽인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을 둘러싸고 온갖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아 눈총을 받았다. 결국 정 회장은 한 박사모 회원으로부터 사기와 횡령 혐의로 고소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사태를 계기로 박사모에서 분화되어 나온 단체가 뉴박사모다.


비리 연루가 아니더라도 일부 팬클럽 회원들의 돌발행동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박 대통령의 팬클럽 회원들은 '박근혜교 신자'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열성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대선 경선 기간 박 대통령의 한 열성지지자는 박 대통령을 비난했던 김문수 경기지사의 멱살을 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4·11 총선 기간에는 충남 옥천군에서 '행복플러스 희망포럼'이라는 단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돼 지역 주민들이 역대 최고액인 2억2400여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팬클럽 관련자들이 비리와 연루되거나 사고(?)를 친다면 직접 연관성은 적다고 해도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의 팬클럽들을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인 만큼 박 대통령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을 관리하는 민정수석실은 박 대통령의 팬클럽까지는 관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팬클럽 현황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의 팬클럽 중 가장 대표적인 단체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다. 박사모는 지난 2004년 정광용 회장이 인터넷 카페로 시작해 현재 온라인회원 7만여명, 오프라인회원 18만명에 달하는 박 대통령의 최대 팬클럽이다.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유세장 곳곳을 찾아다니며 박 대통령에게 큰 힘을 보탰다.

때문에 일반인들은 박사모가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은 호박가족(회장 임산)이다. 이 두 단체와 함께 근혜동산, 근혜사랑, 뉴박사모 등이 박 대통령의 5대 팬클럽으로 꼽힌다.

단체 난립
통합 어려워

호박가족이 박사모를 제치고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으로 지정된 것에는 사연이 있다. 박사모는 명실상부 박 대통령의 팬클럽 중 가장 많은 회원수를 자랑한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전국적인 조직망도 탄탄하다. 하지만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의 경선 대결에서 패배한 후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유세에 나서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해 당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경선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한 박 대통령이 팬클럽 때문에 오히려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정 회장의 행보가 박 대통령에게 오히려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판단한 타 팬클럽 회원들은 정 회장에게 맞섰고, 박사모에 대응하기 위해 호박가족을 탄생시켰다. 이후 박 대통령도 호박가족에 힘을 실어줬다. 이로 인해 호박가족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인증을 받은 유일한 공식 팬클럽이 됐지만 회원수는 여전히 박사모가 앞서고 있다.

한편 박근혜 팬클럽 회원들은 팬클럽이 난립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절감하고 팬클럽의 통합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후 주요 5개 단체는 매달 대표자회의 및 실무자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을 도울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하며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통합은 쉽진 않아 보인다.

단체 난립, 잡음도 많은데 "뾰족한 수 없네"
박사모는 노사모와 다를까? 건전한 비판 기대

표면적인 이유는 팬클럽마다 개성이 너무 뚜렷해 섣부른 통합이 역효과만 부른다는 것이다. 아직까진 박 대통령의 팬클럽 단체들은 통합보다는 연대에 초점을 맞춘 협조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대외적 행사가 있을 때 서로 연합해 치르거나 측면지원을 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각 단체들이 통합하지 못하는 것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각 단체들이 통합하면 대부분의 현직 회장들이 직을 내려놔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팬클럽 지도부는 아무래도 박 대통령과 소통할 기회가 많고, 팬클럽 운영과정에서 다양한 기득권을 가지게 된다. 일부 팬클럽 운영진이 선거 때마다 엄청난 영향력을 휘둘러 왔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각 팬클럽의 지도부는 마음만 먹는다면 관광차 대절비, 현수막 제작비, 식비 등 다양한 곳에서 착복도 가능하다. 돈이 도는 곳이다 보니 잡음이 생길 여지도 많아 박 대통령을 긴장시키는 이유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박사모는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박사모의 존폐 여부를 놓고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박사모의 정 회장은 "당초 박사모는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해체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다했으니 박사모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박 대통령의 5년을 지켜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회원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회원들의 투표결과 박사모는 압도적인 표차이로 존립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정치사 기록 될까?
정치사 오점 될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은 순수한 팬클럽이지만 일부 팬클럽의 경우는 적절치 않은 사람들이 입신양명을 위해 모이고 있다"며 "일부 팬클럽에서는 지도부가 돈 문제를 일으키고 공천욕심을 은연중에 드러내 잡음이 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친박계 의원들이 이들을 자신들의 정치행보에 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크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박 대통령의 팬클럽이 저지르는 사고는 박 대통령에게도 도의적 책임이 지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관리해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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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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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