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방미 선물보따리'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13 11: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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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얻은 것들 윤창중 때문에 다 날렸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4박6일간의 방미일정을 모두 끝마치고 귀국했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이었다. 박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일정부분 큰 성과가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가져온 선물보따리 속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4박6일간의 방미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 5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한 박 대통령은 엿새 동안 뉴욕과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LA)를 연달아 방문했다. 비행거리만 약 2만5000㎞에 달했던 4박6일 간의 강행군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기간 긴 이동시간을 제외하고도 거의 매일 3~5건의 공식ㆍ비공식 일정들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의 방미일정을 지켜본 여권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악' 소리 나는 스케줄"이라며 경악했다.

살인적 스케줄
박근혜의 힘

박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오후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뉴욕지역 동포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6일엔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유엔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을 격려한 뒤 곧바로 워싱턴으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엔 워싱턴 알링턴국립묘지와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ㆍ참배와 동포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방미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7일이었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백악관에서 회담을 한 뒤 오찬을 함께 하고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백악관을 나온 뒤에도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면담하고 한미 동행 6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방미 수행 경제인들과 조찬을 함께 했다. 이어 미국 의회를 방문해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는데, 한 나라의 정상이 연속해서 합동연설을 하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이 처음이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공감대 형성
구체적 대북메시지 없는 점은 아쉬워

또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국빈방문'이 아닌 '공식실무방문' 형식인데도 상·하원 합동연설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파격적 예우라는 평가다. 이밖에도 이날 박 대통령은 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 경제인들 간 라운드테이블 및 오찬 간담회와 워싱턴 동포 간담회 등에 잇따라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에는 LA에서 미국 기업가 등 창조경제 리더들과 간담회를 갖고 창조경제와 관련한 구상을 밝힌 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과 오찬을 함께 하고 바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그야말로 숨 막히는 일정이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놓고는 여야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성과는 있었다는 평가다.

엇갈린 평가
분명한 성과

우선 첫 번째 성과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재확인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안보위기 속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대북 억제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긴밀한 대북정책 공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가운데 동북아 국가들이 비정치적 문제에서부터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도 설명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동맹의 외연을 넓힐 '포괄적 동맹' 강화 의지를 피력한데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면서도 전시작전권 전환, 한미원자력 협정 등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향한 구체적이고 '통 큰'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국 원론적인 한미동맹 확인 차원에서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 성과는 대북리스크로 위축된 해외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일정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ㆍ정몽구 현대차 회장ㆍ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이외에도 중견ㆍ중소기업인 20명도 방미에 동참했으며, 이례적으로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까지 동행했다.

경제수행단 규모는 52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 같은 대규모 경제수행단의 동행은 한반도 안보위기로 불거진 외국기업들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들과 함께 한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북한 도발로 외국인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동행하셔서 한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보여줘 자연스러운 기업설명회(IR)가 되고 있다"고 치하했다.

실제로 미국 GM사의 댄 애커슨 회장은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한국에 80억 달러 어치를 투자하겠다는 기존 투자 계획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위기 극복
해외투자자 안심

앞서 6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한국투자신고식에서는 보잉과 커티스 라이트, 올모스트 히어로스 등 7개 미국 기업이 3억8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의사를 밝혔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눈에 보이는 실적을 홍보하기 위해 투자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닌데도 단순히 투자의사를 보인 것을 서둘러 투자가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는 이번 방미를 통해 직접적으로 얻게 된 '실리'들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전문직 비자쿼터 부여 문제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주저 없이 전면에 끌어냈다. 이는 비록 원론적이지만 의미있는 접근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오마바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을 언급하며 "한국은 확고한 비확산 원칙하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은 세계 원자력시장에 공동진출하고 있고 앞으로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된다면 양국의 원자력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저농축 우라늄 자체 생산 등이 '세계 비핵화'라는 미국의 정책에도 반하지 않는다는 메지시를 확실히 전달했다.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긴 방미 '성공적'
윤창중 스캔들에 성과 모두 '먹칠'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문직 비자쿼터 1만5천개 신설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서도 직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박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현재 미의회에 계류 중인 한국에 대한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양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고, FTA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는다는 것을 체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회를 상대로 직접 관련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이밖에도 양국 정부는 미국의 셰일가스(진흙 퇴적암층에 함유된 가스) 개발 등과 관련해 '포괄적 에너지협력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양국 간 ICT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차관급 연례정책협의체인 ICT정책협의회를 신설했다.

이번 방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구성이 늦어지는 등 회담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이 같은 성과를 얻어 낸 것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방미에서는 결정적인 오점도 있었다. 방미 일정에 동행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여성에 대한 성추행 스캔들에 휘말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현지에서 곧바로 윤 대변인을 경질하고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피해여성은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이며, 이번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행사를 위해 채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에서 윤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졌다(grab)"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창중 쇼크
망연자실 청와대

윤 전 대변인은 언론인을 거친 우파논객 출신으로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새 정부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윤 전 대변인은 극우적 색채 때문에 인수위 대변인 시절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으나 박 대통령이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임명을 강행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이번 윤 전 대변인의 낙마는 박 대통령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가 대체로 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박 대통령 스스로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던 상황에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성과를 토대로 내심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통령의 공식 방미 일정 중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고위공직자가 현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스캔들은 국제적인 망신일 뿐만 아니라 향후 외교적 문제로까지 불거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통해 100을 얻었어도 윤창중 사건 하나로 잃은 게 더 많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4박6일간의 숨가빴던 방미일정은 모두 끝났다.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향후 국내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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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