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방미 선물보따리'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13 11: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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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얻은 것들 윤창중 때문에 다 날렸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4박6일간의 방미일정을 모두 끝마치고 귀국했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이었다. 박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일정부분 큰 성과가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가져온 선물보따리 속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4박6일간의 방미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 5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한 박 대통령은 엿새 동안 뉴욕과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LA)를 연달아 방문했다. 비행거리만 약 2만5000㎞에 달했던 4박6일 간의 강행군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기간 긴 이동시간을 제외하고도 거의 매일 3~5건의 공식ㆍ비공식 일정들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의 방미일정을 지켜본 여권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악' 소리 나는 스케줄"이라며 경악했다.

살인적 스케줄
박근혜의 힘

박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오후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뉴욕지역 동포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6일엔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유엔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을 격려한 뒤 곧바로 워싱턴으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엔 워싱턴 알링턴국립묘지와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ㆍ참배와 동포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방미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7일이었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백악관에서 회담을 한 뒤 오찬을 함께 하고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백악관을 나온 뒤에도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면담하고 한미 동행 6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방미 수행 경제인들과 조찬을 함께 했다. 이어 미국 의회를 방문해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는데, 한 나라의 정상이 연속해서 합동연설을 하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이 처음이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공감대 형성
구체적 대북메시지 없는 점은 아쉬워

또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국빈방문'이 아닌 '공식실무방문' 형식인데도 상·하원 합동연설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파격적 예우라는 평가다. 이밖에도 이날 박 대통령은 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 경제인들 간 라운드테이블 및 오찬 간담회와 워싱턴 동포 간담회 등에 잇따라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에는 LA에서 미국 기업가 등 창조경제 리더들과 간담회를 갖고 창조경제와 관련한 구상을 밝힌 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과 오찬을 함께 하고 바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그야말로 숨 막히는 일정이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놓고는 여야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성과는 있었다는 평가다.

엇갈린 평가
분명한 성과

우선 첫 번째 성과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재확인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안보위기 속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대북 억제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긴밀한 대북정책 공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가운데 동북아 국가들이 비정치적 문제에서부터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도 설명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동맹의 외연을 넓힐 '포괄적 동맹' 강화 의지를 피력한데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면서도 전시작전권 전환, 한미원자력 협정 등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향한 구체적이고 '통 큰'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국 원론적인 한미동맹 확인 차원에서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 성과는 대북리스크로 위축된 해외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일정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ㆍ정몽구 현대차 회장ㆍ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이외에도 중견ㆍ중소기업인 20명도 방미에 동참했으며, 이례적으로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까지 동행했다.

경제수행단 규모는 52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 같은 대규모 경제수행단의 동행은 한반도 안보위기로 불거진 외국기업들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들과 함께 한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북한 도발로 외국인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동행하셔서 한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보여줘 자연스러운 기업설명회(IR)가 되고 있다"고 치하했다.

실제로 미국 GM사의 댄 애커슨 회장은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한국에 80억 달러 어치를 투자하겠다는 기존 투자 계획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위기 극복
해외투자자 안심

앞서 6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한국투자신고식에서는 보잉과 커티스 라이트, 올모스트 히어로스 등 7개 미국 기업이 3억8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의사를 밝혔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눈에 보이는 실적을 홍보하기 위해 투자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닌데도 단순히 투자의사를 보인 것을 서둘러 투자가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는 이번 방미를 통해 직접적으로 얻게 된 '실리'들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전문직 비자쿼터 부여 문제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주저 없이 전면에 끌어냈다. 이는 비록 원론적이지만 의미있는 접근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오마바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을 언급하며 "한국은 확고한 비확산 원칙하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은 세계 원자력시장에 공동진출하고 있고 앞으로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된다면 양국의 원자력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저농축 우라늄 자체 생산 등이 '세계 비핵화'라는 미국의 정책에도 반하지 않는다는 메지시를 확실히 전달했다.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긴 방미 '성공적'
윤창중 스캔들에 성과 모두 '먹칠'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문직 비자쿼터 1만5천개 신설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서도 직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박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현재 미의회에 계류 중인 한국에 대한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양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고, FTA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는다는 것을 체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회를 상대로 직접 관련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이밖에도 양국 정부는 미국의 셰일가스(진흙 퇴적암층에 함유된 가스) 개발 등과 관련해 '포괄적 에너지협력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양국 간 ICT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차관급 연례정책협의체인 ICT정책협의회를 신설했다.

이번 방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구성이 늦어지는 등 회담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이 같은 성과를 얻어 낸 것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방미에서는 결정적인 오점도 있었다. 방미 일정에 동행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여성에 대한 성추행 스캔들에 휘말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현지에서 곧바로 윤 대변인을 경질하고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피해여성은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이며, 이번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행사를 위해 채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에서 윤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졌다(grab)"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창중 쇼크
망연자실 청와대

윤 전 대변인은 언론인을 거친 우파논객 출신으로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새 정부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윤 전 대변인은 극우적 색채 때문에 인수위 대변인 시절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으나 박 대통령이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임명을 강행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이번 윤 전 대변인의 낙마는 박 대통령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가 대체로 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박 대통령 스스로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던 상황에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성과를 토대로 내심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통령의 공식 방미 일정 중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고위공직자가 현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스캔들은 국제적인 망신일 뿐만 아니라 향후 외교적 문제로까지 불거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통해 100을 얻었어도 윤창중 사건 하나로 잃은 게 더 많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4박6일간의 숨가빴던 방미일정은 모두 끝났다.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향후 국내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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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