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의 귀환' 새누리 떠는 속사정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10 18: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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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좌장 김무성·충청맹주 이완구 '미친 존재감'…권력싸움은 '지금부터'

[일요시사=정치팀] 4·24 재보선의 후폭풍이 새누리당을 집어삼킬 태세다. 지난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완벽한 승리를 거뒀지만 기쁨도 잠시, 당내에선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김무성, 이완구라는 두 거물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의 중앙정치 복귀는 곧 여권 권력구조의 일대변화를 뜻한다. 두 사람의 복귀와 함께 치열한 눈치싸움에 들어간 새누리당의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야당 의원들과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지난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중앙정치무대를 떠났다가 1년여 만에 다시 국회로 돌아온 김무성 의원의 첫 일성이다. 4·24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새로 들어온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김무성·이완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신고식을 치렀다.

돌아온 거물들
깊은 정치 내공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질렀을 정도의 거물 정치인임에도 초선인 안철수 의원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반면 3선의 이완구 의원은 차분했고, 5선 고지를 밟은 김무성 의원은 "야당 의원들과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두 여권 거물의 정치 내공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일단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재보선의 완벽한 승리와 부산과 충청을 대표하는 두 인사의 화려한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두 사람의 복귀와 함께 당내 계파 간 경쟁이 본격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24 재보선을 통해 나란히 컴백한 두 사람도 일단은 의정활동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의 복귀로 향후 여권의 권력지형 변화는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고, 당내 인사들 간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두 사람이 4·24 재보선의 후폭풍이 된 이유다.


재보선 이후 새누리당 내부 눈치싸움 치열
대권 공신도 삐끗하면 끝 "어디에 줄 설까?"

우선 김 의원의 등장이 새누리당 인사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김 의원은 차기 당권 도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주변에선 이미 김 의원의 차기 당권 획득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분위기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새누리당은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 대거 공천한 이른바 '박근혜 키드'들은 자신들의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샌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의 초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과반수 의석을 가진 거대여당이라는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야당에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이렇듯 새누리당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지난 대선 기간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준 김 의원의 등장은 당장 새누리당의 권력지형을 크게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권력지형
궁지 몰린 새누리

현재 김 의원의 당내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는 지난 재보선 기간에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며 중앙당 인사는 부산 영도다리를 넘지 말아달라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선거 당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형환, 정옥임, 이종혁 전 의원, 홍인길 전 대통령 총무수석비서관, 정운천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이주영·최경환 의원까지도 김 의원의 선거사무실을 다녀갔다.

후보가 직접 선거현장을 찾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음에도 고작 재보선에 나서는 한명의 후보를 만나러 유력정치인들이 대거 부산까지 찾아왔던 것이다. 이는 김 의원의 선거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앞으로 잘 봐달라는 '눈도장' 찍기에 가까운 방문이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에는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난데없는 실랑이가 벌어져 김 의원의 당내 영향력을 새삼 느끼게 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병석 국회 부의장과 김 의원이 서로 상석에 앉을 것을 권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황우여 대표의 왼쪽으로 선수에 따라 자리 배치가 이뤄진다. 이날 회의에서도 황 대표 바로 옆자리엔 6선의 이인제 의원이 앉은 상황에서 기존 관행대로라면 5선의 김 의원이 그 옆 자리에 앉아야 했지만, 김 의원은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4선의 이병석 의원을 배려해 이 자리를 양보했던 것이었다.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이 부의장이 김 의원에게 옆자리로 이동할 것을 권하며 실랑이를 벌였지만, 김 의원은 이를 끝내 마다했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조차 받지 못하고 당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김 의원이 이토록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지난 대선에서의 활약이 크게 작용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박근혜 대선캠프에 합류했고,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게다가 '무대(무성 대장)'라는 별명답게 리더십도 강해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그를 따르는 의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복귀에 대해 새누리당을 통째로 집어삼킬 엄청난 후폭풍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김 의원이 당권을 거머쥔다면 당내 의원들은 김 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이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가진 실세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의 연명을 위해서는 현재 힘을 가진 자보다 앞으로 힘을 가질 자에게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은 정치권의 자명한 이치다.

힘을 가진 자
힘을 가질 자

김 의원의 급부상에 대해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우여 대표 등 기존 친박계 지도부가 견제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 의원은 친박 뿐만 아니라 비박 의원들과도 두루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기존 친박계 의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의원은 당선사례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친박계, 상실감을 느끼는 비박, 친이계의 역량을 결집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의 화합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실제로 김 의원이 당권을 잡고나면 기존 친박계가 기득권을 대거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김 의원의 당내 세력화를 경계하고 있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현 지도부와 비교해 결코 순종적인 성격이 아닌 김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고 나면 박 대통령과의 마찰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김 의원은 과거 박 대통령과 세종시 수정안 건을 두고 이견을 보이다 서로 등을 돌렸던 전력이 있다.

거물 복귀에 일단 환영, 속내는 복잡
무기력한 새누리, 통째로 먹힐까?

아직 정권 초이기는 하지만 새누리당 내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이번 기회를 통해 차기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부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당내 잠룡들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예상되는 이유다.

김 의원이 얼마 남지 않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중진 최경환 의원의 당선을 막거나 방해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친박계가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독식한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 때문에 김 의원이 최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최 의원 역시 김 의원의 당권론을 탐탁찮게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최 의원은 과거 김무성 당권론에 비판적인 말을 했다가 김 의원이 이에 반발하자 급거 김 의원을 찾아가 해명을 하기도 했다. 

대권까지 직행?
당내 세력 다툼

김 의원과 함께 국회에 재입성한 이완구 의원 역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새누리당을 긴장시키기는 마찬가지다. 충남지사를 역임한 이 의원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득표율도 77.3%로 16.9%를 얻은 민주당의 황인석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이 의원은 재보선 당시부터 자신이 '충청 홀대론'을 극복할 수 있는 '큰 인물'이란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미 그를 '포스트 JP(김종필)'라 부를 정도다.

이 의원은 충남도지사 재직시절인 지난 2009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면서 도지사직을 전격 사퇴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후 정계복귀를 저울질하던 이 의원은 지난해 4·11 총선에서 출마를 준비해오다 혈액암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 의원은 병마를 극복하고 이번 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함으로써 김 의원 못지않은 거물 정치인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특히 이 의원은 김 의원과 반대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다 충남도지사직을 던진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 역시 3선 의원으로 당권 도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두 사람의 국회 입성으로 새누리당 내의 역학구도가 복잡해지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아무리 대권 공신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삐끗하면 순식간에 당 중심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거물 정치인들의 복귀가 당 전체로서는 환영할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당장 그들과 권력다툼을 벌여야 하는 중진의원들과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는 초재선 의원들로서는 난감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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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