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율 가파른 '급상승세' 비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09 09: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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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오른다고요? "거 참 희한하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진 잇따른 인사실패로 내각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했던 박 대통령이었다. 몇 달째 이어진 대북 안보위기로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국면에 돌입했고, 대선기간 약속했던 공약들은 줄줄이 후퇴 논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커져가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으로 정권의 정당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갑작스런 지지도 상승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60%를 돌파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4월30일~5월1일에 걸쳐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RDD 유선전화로 진행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p)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평가 지지도는 전월 대비 18%p나 상승한 61.4%p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35.3%p로 전월 대비 16.6%p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려 5주간이나 연속으로 상승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평균 70%대를 상회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지지율이지만 분명 무서운 상승세임에 틀림없다.

무서운 상승세
정가 이목 집중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만 하더라도 국정지지도가 40%대를 맴돌며 취임 1년차 1분기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 기록을 잇달아 갱신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함께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크게 상승했다.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48.5%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뒤를 이은 민주당은 17.5%로 지지율이 10% 대로 떨어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30%를 넘어섰다. 뒤를 이어 통합진보당 2.1%, 진보정의당이 1.3%였고, 무당층은 30.5%였다.

특별한 호재 없는데 당선 후 최고 지지율
"박근혜 지지율 왜 올랐을까?" 관심집중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처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정치권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박 대통령은 불과 지난달 민주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일련의 인사 논란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직접 사과까지 했었다. 잇따른 인사실패로 정부 출범 이후 두 달이 다 되어 가도록 내각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두 손 두 발을 든 것이었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이어진 안보위기는 벌써 3달째다. 국민들의 안보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 국면이다.

대선기간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각종 공약들은 줄줄이 후퇴논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일파만파 커져 가면서 정권의 정당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큰 폭으로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재보선 효과
선거의 여왕

첫 번째 이유는 4·24재보선 효과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가장 대표적인 별명은 '선거의 여왕'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뒤 자신이나 당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선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냈었다. 물론 이번 4·24재보선은 비록 박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한 선거는 아니었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선거의 여왕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집권 초반 연이은 인사 실패로 몸살을 앓았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단위의 선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선거 후보자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과감한 정치실험을 시도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의 공통된 공약이었지만 민주당이 공천강행을 결정한 상황에서 새누리당만 일방적으로 무공천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무척 큰 모험이었다. 자칫 선거결과가 좋지 못했다면 비록 명분은 지킬 수 있었겠지만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고집을 피우다 선거를 망쳤다"며 책임론에 휩싸여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새누리당이 이같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엔 박 대통령의 뚝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실리와 명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다.

반면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는 대선공약까지 어겨가며 총력전을 펼쳤던 민주당은 스스로 자멸하는 꼴이 됐고, 원내 제1야당으로서 박 대통령을 견제할 명분과 동력은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박 대통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안보위기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군 통수권자다. 대선기간부터 과연 여성이 군 통수권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의 시각들이 많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취임도 하기 전에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란 악재를 만나면서 취임과 동시에 대북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박 대통령 취임 후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미사일 발사 위협 등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도발 위협을 이어갔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 속에서 박 대통령은 첫 여성 군 통수권자에 대한 우려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차분하고 단호한 대응 기조를 유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안보는 보수세력을 집결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이슈다. 평소 진보진영의 대북정책을 '대화만 중요시하다 북한에게 끌려다니기만 했다'며 비판해왔던 보수진영은 박 대통령의 단호한 대북기조를 환영했고, 보수 대결집을 불러 일으켰다.

또 역대 정권에서도 안보위기가 닥치게 되면 대통령이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지지도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었는데 이는 위기가 닥치게 되면 온 국민이 똘똘 뭉치는 결집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 대통령도 이 같은 결집 효과의 수혜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인사 실패 논란과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 등으로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됐는데, 대북 이슈가 크게 부각되면서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이슈들이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게 됐다.

모 보수 일간지는 "안보위기에 국정원이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하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는데 안보위기가 국내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또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의 안보위기 대응도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비교적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조차 박 대통령이 대북 위기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실제로 안보위기가 닥친다고 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무조건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응이 미숙하면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 때 대응이 미숙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얻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G20개최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던 시기였다. 그 중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격 철수 조치에 대해서는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많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의 허를 찌르는 결정이었다며 환영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화위복 안보위기
여성 군 통수권자의 힘

세 번째 이유는 민주당의 자중지란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해 지금까지도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지리멸렬의 격랑 속에 빠져있다.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대선 패배의 책임이 친노에게 있다는 책임론 때문이다. 대선 패배 이후 친노 진영에서는 제대로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비노 진영에서는 대선 패배를 이용해 친노 진영을 밀어내려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를 힘을 모아 극복하기는커녕 서로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겠다며 이전투구를 벌인 것이다. 새누리당이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훨훨 나는' 새누리 '박박 기는' 민주
'안철수 신당' 창당하면 둘 다 찬밥

민주당 지도부의 미숙한 당 운영도 자중지란을 부추겼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대선평가보고서를 제작했는데, 이 보고서는 당내 설문조사를 통해 지난해 4·11 총선부터 18대 대선까지 민주당을 이끌었던 지도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점수화해 논란을 부추겼다. 보고서에 의하면 4·11총선 당시의 한명숙 대표가 76.3점으로 가장 큰 책임이 있고, 대선 당시의 이해찬 대표가 72.3점,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67.2점, 문재인 전 후보가 66.9점, 문성근 전 대표대행이 64.6점 등으로 책임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보고서는 대선 패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보다는 당내 갈등만 더 부추겼다. 게다가 이러한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민주당을 이끌어가야 할 당 대표를 선출하는 5ㆍ4 전당대회는 낯 뜨거운 비방전으로 변질돼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한길, 이용섭 후보가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과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에는 민주당의 이런 모습들을 보며 실망한 국민들의 반발심리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의 3분의 1 수준이다.

민주당 자중지란
반사이익 '톡톡'

한 정치전문가는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크게 상승한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지지도 상승의 동력이 대체로 외부요인에 있는 만큼 마냥 기뻐하기엔 이르다"며 "실제로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민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보다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기존 정치권이 뼈저리게 반성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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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