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 식당 입점의 비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7: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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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보다 맛있는 밥이 우선?"

[일요시사=정치팀]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상생과 중소기업 살리기를 외치던 여야가 정작 자신들이 이용하는 국회식당 만큼은 대기업이 운영해야 한다고 손을 들어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중소기업 살리기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내 구내식당에 대기업의 입점을 배제하라고 권고했지만 무소불위 국회에는 들리지 않는 외침이었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 신관 '작은식당' 위탁운영업체에 대기업인 신세계푸드가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상생과 중소기업 살리기를 외치던 여야가 정작 자신들이 이용하는 국회식당 만큼은 대기업이 운영해야 한다고 손을 들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홀 규모가 450㎡인 신관 작은식당은 지난 8일 운영을 시작했으며, 하루 약 250여명의 국회의원들과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한 끼 식사 가격은 조식 3000원, 중·석식 6000원이다.

식당에 들어서자 직원이 자리를 안내하고 곧이어 고급스런 식기에 음식이 담겨 나왔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구내식당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맛과 서비스의 질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기적인 국회

하지만 이 식당을 운영하게 된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운영업체에서 배제를 권고한 6개 대기업 중 하나다. 당시 86개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던 181개 식당 중 41%인 74개에 대기업 업체가 입점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비판이 일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급거 시행한 조치였다.


국회 사무처 측은 "재정부의 대기업 배제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다. 지키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가 공공기관 내 구내식당에 대기업의 입점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권고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영업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들의 사정은 달랐다. 정부 정책 협조는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중요한 평가항목이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사장 연임이나 임직원 성과급을 좌우하는 중요한 항목이라 1점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혈안인데 권고사항을 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직원인 A씨는 최근 국회에 신세계푸드가 입점한 것에 대해 "대기업 급식업체가 아무래도 맛과 품질이 더 뛰어난 것은 누가 모르겠는가? 그래도 다른 공공기관들은 상생의 취지로 중소업체를 선정해 이용하고 있는데 정작 국회는 대기업 식당을 입점시켰다고 하니 이기적으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권고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재정부의 간섭도 엄청나다. 지난 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측은 상주직원이 2000명이 넘어 중소기업에 식당 운영을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기업을 급식업체로 선정했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즉각 KIST 관계자를 불러 권고를 따르지 않는 이유를 캐물으며 강하게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KIST와 달리 현재 국회 작은식당을 이용하는 하루 평균 인원은 250여명 정도로 중소업체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규모다. 그러나 재정부는 이번 국회식당의 대기업 선정이 큰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고 있다. 국회는 매년 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힘 있는' 기관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3월 식당 운영업체 선정 시 신세계푸드를 포함한 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2개 업체는 중소업체였고 나머지 3개 업체는 이번에 선정된 신세계푸드를 비롯해 CJ, 현대 등 대기업이었다.

국회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을 선정심의위원장으로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과 국회사무처장 등 10여 명이 참여하는 선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업체들을 평가했다. 그런데 중소업체인 2개사는 각각 1차 서류심사와 2차 프레젠테이션 심사에서 탈락했다.


최종 심사에는 당시 심의위원장을 맡았던 손인춘 의원과 야당 쪽 심사위원인 서영교 의원이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았지만 회의는 강행됐다. 절차상의 문제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대기업 식당 국회 입점에 비난 쇄도
최대 화두 '상생'인데 국회만 '역주행'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입찰에 참여했던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심의위원장이 참석 안했는데 회의를 진행하는 게 말이 되냐"며 "미리 회의시간도 조율하지 않고 회의를 강행한 것은 분명한 문제다. 중소업체는 이 같은 계약하나를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정작 의원들은 이렇게 허술하게 심사를 진행했다니 국회가 중소업체의 눈물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문제가 불거지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위원으로서 참석하라는 것을 심사 직전에야 연락을 받았다"며 "당시 다른 일이 겹쳐서 참석을 못했고, 다만 심사위에 연락을 해서 직영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또 심의위원장을 맡았던 손 의원은 당초 "다른 식당 심사에는 모두 참여했는데, 당시에만 다른 회의가 있어서 참여를 못했다"며 "그 때 본회의 때문에 그랬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본지 기자가 손 의원 측에 '본회의는 이미 일정이 정해져 있는 사안인데 미리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자 다시 말을 바꿔 "당시 지역구에 시급한 일이 있어 양해를 구하고 참석하지 못한 것이었다. 잠시 착각을 했다"고 해명했다.

손 의원 측은 또 "심사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중소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는 최근에도 중소기업 관련 행사를 개최하는 등 중소업체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국회사무처 측은 "중소업체는 아무래도 프레젠테이션이나 제안서 내용이 일반 대기업보다는 부족했다"며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국회에는 현재 신세계푸드 뿐 아니라 급식시장에서는 대기업으로 통하는 이씨엠디(ECMD)가 운영하는 식당도 들어와 있다.

무소불위 권력

한 전문가는 "중소기업을 살리자며 온갖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국회가 정작 본인들은 좀 더 맛있는 밥을 먹겠다며 중소업체를 배제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국회가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먼저 모범이 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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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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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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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