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안철수 '정계개편 뇌관' 급부상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29 17: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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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포기하더니 금배지 달고 여의도 회오리 중심에 서다

[일요시사=정치팀] '풍운아' 안철수가 돌아왔다. 가슴에 금배지를 달고서 말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 아닌 양보’를 하고 미국으로 떠났던 그는 80여 일 만에 돌아와 다시 대한민국 정계개편의 핵뇌관으로 급부상했다. 대권을 꿈꾸다 국회의원의 길을 선택한 안철수 의원은 지난 24일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60.46%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안 의원의 승리는 민주당의 재보선 전패 속에 이뤄낸 성과라 더욱 빛났다. 때문에 정치권의 눈과 귀는 모두 안 의원에게 쏠렸고, 야권은 향후 안 의원의 행보에 따라 커다란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과연 안 의원은 앞으로 어떠한 행보를 걷게 될까? 또 안 의원의 선택에 따라 야권은 어떠한 지각변동을 겪게 될까? <일요시사>가 예측해봤다.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60.46%의 지지를 얻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32.8%)를 누르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당초 노원병 선거는 안철수 의원의 승리가 예상되기는 했었지만 새누리당이 비교적 거물급인 허 후보를 공천한데다 허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모두 야권후보라는 점, 또 역대 재보선이 대체로 낮은 투표율을 보여 새누리당의 조직표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판세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다.

압도적 승리
화려한 복귀

하지만 안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화려하게 정치권으로 복귀하게 됐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참담한 패배를 맛봤다. 민주당은 이번 4·24재보선 12곳에서 전패했다. 국회의원 3곳과 군수 2곳, 광역의원 4곳, 기초의원 3곳 중 어느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재보선 선거는 집권여당의 무덤이라고 불려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전패하면서 민주당은 정치역사를 아예 새로 쓰게 됐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난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자치단체장ㆍ기초의원 후보 무공천' 약속까지 스스로 파기해가며 전력을 쏟아 부었다.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새누리당이 대선공약대로 재보선 무공천을 결정하자 "깨져봐야 정신을 차린다"며 비웃기까지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들과의 약속까지 어겨가며 전력투구하고도 이번 선거에서 전패했고,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 됐다.

안철수의 부활…급변하는 정치지형에 관심집중
"적인가 동지인가?" 민주당 관계설정 애매모호

이제 야권의 무게 중심은 안 의원에게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안 의원에 대해 "국회에 입성한다고 해도 국회의원 300명 중의 1명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던 민주당은 어느새 안 의원 1명의 입만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향후 안 의원의 선택에 따라 야권의 커다란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안 의원의 민주당 입당 또는 신당창당 여부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안 의원을 상대로 끊임없이 단일화를 요구했던 민주당은 이젠 끊임없이 안 의원의 입당을 구걸(?)하는 신세가 됐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못해도 원내 제2당의 위치는 지켜왔던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지인가?
적군인가?

특히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을 놓고 당내 위기감이 팽배하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당장 10월에 있을 재보선에서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안철수 신당이 10월 재보선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야권은 안 의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10월 재보선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번 4월 재보선은 3곳에 불과했지만 10월 재보선의 경우는 10곳이 훨씬 넘는 곳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칫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져 여소야대의 정국이 될 수도 있다. 이번 4월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낀 야권은 오는 10월 안 의원에게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10월 재보선은 어디까지나 '몸 풀기'에 불과하다. 진짜 야권 정계개편의 신호탄은 내년에 치러질 6.4지방선거가 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치러질 6.4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의 후보가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는 '이변(?)'이 벌어진다면 민주당은 그야말로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민주당에 있어 호남은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자 뿌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호남에서조차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 민주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물론 안철수 신당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많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 해도 원내 제3당에 불과해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렇다면 안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전문가들은 안 의원의 신당창당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면서도 다가오는 민주당의 5.4전당대회의 결과에 따라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5.4전대에서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번 전대에서 주류 측이 승리하게 된다면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했을 때 비주류 진영의 의원들이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와 엄청난 정계개편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안 의원도 신당창당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반대로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게 되면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민주당을 탈당할 인사는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비주류가 당권을 쥐면 안 의원은 당장 신당창당을 서두르기 보단 민주당과의 관계설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한길 의원은 평소 당을 혁신해 안철수 세력을 끌어안겠다는 등 안 의원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온 인물이다. 물론 비주류 측이 당권을 잡는다 해도 '새정치'를 외쳐온 안 의원이 곧바로 민주당에 입당할 리는 없지만 최소한 그 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신당 창당?
민주당 입당?

특히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리더십으로는 당장 신당을 창당하고 운영하기에는 벅차 보인다"며 "차라리 민주당에 입당해 정당의 시스템과 생리를 직접 보고 겪으며 정치수업을 쌓는 게 안 의원 본인에게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안 의원은 당분간 민주당의 상황을 지켜보며 독자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의원 측은 싱크탱크 성격의 '새정치연구소(가칭)'를 설립할 예정인데, 전문가들은 새정치연구소가 사실상 신당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당장 신당을 창당하게 되면 민주당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돼 부담스럽다. 따라서 일단 싱크탱크 성격의 조직을 설립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안 의원이 설립하고자 하는 새정치연구소는 사실상 신당 조직과 다를 게 없다. 이를 통해 10월 재보선까지 세력을 규합하다 민주당의 상황에 따라 연구소 조직을 얼마든지 신당 조직으로 변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안 의원이 민주당 입당을 결정한다고 해도 민주당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장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 측 인사들을 공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치열한 내부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 세력을 넓혀가며 다음 대권을 준비하고 있는 대권주자들과 안 의원과의 갈등도 필연적이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 중엔 박원순 서울시장도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011년 50%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당시 5%의 지지율을 얻고 있던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전격 양보해 당선을 도운 인연이 있다.

민주당 참패에 더욱 힘 실린 안철수
'새정치' 실험 성공할까? 실패할까?

안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박 시장과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얄궂은 운명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중앙정치에 입성한 안 의원이 그동안 부르짖어 왔던 새정치 실험에 성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 불어닥친 안풍은 태풍이 될 수도, 미풍으로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지금까지 새정치를 끊임없이 부르짖어 왔지만 그 실체는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제 안 의원은 현실정치에 뛰어든 이상 추상적인 구호보다는 확실한 성과를 내야만 한다. 만약 정치권에 입문하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새정치가 구호로 그친다면 안 의원을 향해 모아졌던 기대는 빠르게 식어갈 수도 있다.

때문에 안 의원에 대해 평가절하 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적지 않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경우는 "안 의원이 제2의 문국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전 의원은 안 의원처럼 정치권 밖의 인물이었음에도 지난 17대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뒤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다 잊혀져 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문재인 의원도 대선 때 엄청난 지지를 얻었지만 막상 국회의원으로 돌아오니 역할이 거의 없지 않나? 국회에 입성했다고 해서 안 의원이 당장 새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꿈이다.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혀 큰 두각을 나타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정치 성공할까?
구호로 끝날까?

민주당은 안 의원의 당선에 대해 "안 의원의 당선으로 전개될 야권의 정계개편이 분열이 아닌 야권의 확대와 연대로 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 의원의 새정치 실험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국회에 당당히 입성한 안 의원이 새정치를 구현하고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메시아가 될지  현실정치에 벽에 부딪혀 그저 그런 정치인으로 잊혀지고 말지는 전적으로 안철수 본인에게 달렸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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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