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박근혜 때리기' 전격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26 17: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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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미워도 국가원수인데…"해도 너무 한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난과 비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인터넷상에는 '공주'(박 대통령을 지칭)의 인육을 먹고 싶다거나 박 대통령을 암살하자는 내용의 글까지 심심치 않게 눈에 띌 정도다. 일부 대중들의 박 대통령을 향한 섬뜩한 증오는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도를 넘어선 '박근혜 때리기' 실태와 그 원인을 살펴봤다.



"만약 내 부모가 박근혜나 이명박이었으면 난 벌써 죽였다. 오늘 경찰조사(후보 비방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받은 것을 알고 새누리당 편 들어준 엄마를 보니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돼 한번만 내 성질 건드리면 바로 살해해 돼지사료 분쇄기에 쳐넣어 버릴 것이다."

"공주(박근혜 대통령을 지칭) 인육은 얼마나 맛있을까요. 인육 먹고 싶네요. 누가 가져다주세요."

"(박근혜를) 암살 시켰으면 참 좋겠다. 내가 암살 시켰으면 좋겠다."

한 네티즌이 지난 총선과 대선을 전후해 남긴 글들이다. 이 네티즌은 이 같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하하고 위협하는 글들을 무려 900여차례나 인터넷에 남겼다. 결국 그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인물로 분류돼 경호상의 문제로 국정원으로부터 경고까지 받았지만 오히려 민간인 사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
정당한 경호?


또 지난 14일엔 방송인 낸시랭이 개최한 '박정희와 팝아트투어'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 한 참가자가 고 박 전 대통령 내외의 사진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손가락 욕'을 하는 사진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참가자는 사진과 함께 '우리는 순수하다. 그러나 무지는 계몽해야 하고 죄이자, 폭력이다'라는 글을 함께 올렸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사진을 공개한 SNS에 '1980. 5. 18 대량살인을 정당화한 유신정권. 당연한 권익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살해했다'고 적어 눈총을 받았다.

"박근혜를 죽여버리자" 섬뜩한 망언
도 넘은 망언 늘어나는 진짜 이유는?

유신정권은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서거하면서 끝이 났고, 5·18민주화운동의 진압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도한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난과 비방이 최근 도를 넘어서고 있다. 요즘 인터넷상에선 원색적인 욕설과 함께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들을 너무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 시간이 지날수록 일방적인 비방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비난과 비방은 얼핏 비슷한 말처럼 들리지만 굉장히 큰 차이를 가진 단어다. 비난은 '잘못'이나 '흠'을 전제로 나쁘게 말하는 것이라면, 비방은 '이유 없이' 남을 헐뜯어 나쁘게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난과 비방
현격한 차이


실제로 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을 조금만 살펴보면 그 심각한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미친X 박근혜를 때려잡자' '군대도 안가. 시집도 안가. 완전 사회부적응자' '박근혜는 미친X인 게 분명' 등의 박 대통령을 향한 밑도 끝도 없는 비방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위에서 언급된 한 네티즌의 경우는 '비방 중독증'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그동안 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데에 매달려 왔다. 대학 휴학생인 그는 SNS를 통해 지난해에만 박 대통령과 여당 인사를 비방하는 글 4000여개를 직접 쓰거나 재인용했다.

박 대통령을 향한 무분별한 비방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파장력이 큰 유명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팔로워 50만명을 거느린 소설가 공지영은 대선이 끝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나치 치하의 독일 지식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유신 치하의 지식인들은?"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공지영은 "절망은 독재자에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웃에게서 온다"며 "한반도, 이 폐허를 바라보고 서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분명히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 공식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도대체 박 대통령이 왜 독재자인지, 또 박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이 왜 나치 치하의 독일과 비교되어야 하는지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는 비약적인 비방이었다.



또 일부는 황당한 허위사실을 꾸며내 박 대통령을 비방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박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동침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다 구속된 조웅 목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무척 황당무계한 주장이었지만 네티즌들은 조 목사의 주장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고, 조 목사는 이에 힘입어 추가 폭로를 계획하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조 목사는 당시 "박 대통령이 북한에 방북했을 때 마약이 섞인 백두산 삼독주를 마시고 김정일 위원장과 동침했다" "박 대통령이 평양 방문시 정부에 허가 받지 않은 돈 500억원을 들고 갔으며 김일성 동상에 참배했다" 등의 내용을 주장했다. 조 목사는 이미 이전에도 허위사실 유포라는 동종전과로 3차례나 실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대통령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방이 주류를 이루자 일각에선 ‘국가원수모독죄’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원수모독죄는 독재정권과 군사정권 등을 거치며 정치적으로 정적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지난 1988년 결국 폐지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비방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일각에서는 국가원수모독죄가 사실상 이미 부활했다는 반발도 거세다. 실제로 박 대통령 취임 후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반인들이 줄줄이 처벌을 받고 있다.

박근혜 비방
줄줄이 처벌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제18대 대통령선거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예비후보를 비방한 혐의(공직선거법위반)로 부동산임대업자 김모씨(60)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9월 인터넷사이트 팍스넷 토론실 자유게시판에 접속한 뒤 '아니 칠푼이가 대통령후보깜이 되냐'는 제목으로 "아버지는 독재자이며 색광 어머니는 첩, 동생은 마약 뽕쟁이" 등의 글을 올린 혐의다. 김씨는 지난 해 11월까지 7회에 걸쳐 박 대통령과 직계존속 및 형제자매를 비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50대 김모씨 역시 대선기간 모두 7차례에 걸쳐 증권정보사이트 토론게시판에 당시 박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등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심지어 한 40대 남성은 지난해 대선기간 박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부 대중들이 도를 넘어 박 대통령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가장 먼저 이념적·지역적으로 자기편이 아니라고 여겨질 경우 무조건적인 증오를 퍼붓고 보는 극단적 역사관이 사회에 만연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대통령을 향한 비난과 비방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등 보수성향의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대한민국 자체의 삐뚤어진 문화 탓이 더 크다는 것이다.

비판의 자유? 명예훼손? 논란 점화
박 대통령, 고소고발 남발하며 난타전

물론 다른 의견들도 있다. 박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독재자의 딸'이라는 분명한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대중들은 지난 대선을 선과 악의 대결로 규정지으면서 대선 패배에 대한 반발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발심은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에 대한 온갖 비방으로 이어졌다. 


또 일부에선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과정에서 보여준 미흡함과 일방적 리더십에 대한 반감도 대중들의 '박근혜 때리기'를 더욱 부채질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불통'으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이 주위의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뜻만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논리적인 비판을 할 가치를 못 느끼는 대중들이 화풀이용 비방으로 돌아선 것 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이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점도 무차별적인 비방이 들끓게 된 한 원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도 "시집도 안 가본 여자" "생식기만 여성" 등의 성적 비하 발언으로 가슴앓이를 했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이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인터넷의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는데다 박 대통령에 대한 좀 더 자극적인 발언을 할수록 많은 관심을 받게 되는 구조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영웅심리와 모방심리에 의해 이 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이처럼 무차별적인 박근혜 때리기엔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욕설 도배
국격 저하

정치전문가들은 이 같은 박근혜 때리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상적인 비판은 분명히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지만 이 같은 비방은 화풀이에 불과하다. 대통령에 대한 비방은 국격을 떨어뜨리고 남남갈등만 부추긴다"며 "박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욕설로 도배하는 것보단 좀 더 논리적으로 비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밑도 끝도 없는 욕설로는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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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