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치권 '공공의 적' 전락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26 17: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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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미워도 말려줄 시누이조차 없는 처량한 신세 "우얄꼬?"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유일하게 당적을 유지한 채 퇴임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으로 정권연장에도 성공했다. 이 전 대통령만큼은 역대 최초로 뒤끝 없는 퇴임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선 무슨 연유에선지 'MB죽이기'가 한창이다. 도대체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권력의 정점이다. 하지만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퇴임 이후 삶을 살펴보면 권력무상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말 그대로 '권불십년(權不十年)'이었다. 불행하게도 단 한명도 끝이 좋은 대통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죽이기
박근혜 살리기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쫓겨나 하와이로 망명해 그 곳에서 숨을 거뒀고, 역대 최장기간 집권하며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측근에게 피살당해 사망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나란히 감옥에 갇혀 전과자 신세가 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리와 관련된 수사를 받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나마 김영삼(YS)·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은 특별한 수난사가 없었지만, YS는 IMF(국제통화기금)사태를 초래한 주범(?)으로, DJ는 대북송금사건으로 퇴임 이후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다. 특히 이들 전직 대통령들은 임기 말 소속정당인 집권당으로부터 '퇴출'되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격어야만 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유일하게 당적을 유지한 채 퇴임한 대통령이다. 게다가 같은 당적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받으면서 이 전 대통령이 역대 최초로 뒤끝 없는 퇴임을 맞이할 것이란 기대는 커졌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른바 '이명박(MB)죽이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 상임위ㆍ특위 간사단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4대강사업 감사과정에 야당 추천 인사를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정조준한 정치권 "서서히 조여간다"
4대강에 빠지고, 국정원에 갇히고 '사면초가'

여의도 정치권과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민주당 간사단이 4대강사업 국정조사와 관련해 "야당 추천 인사도 포함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했으면 한다"고 제안하자 "국민적 의혹이 있는 만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인사를 어디에 포함시킬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참여시킬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이미 야당 측에 4대강사업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약속한 바 있다. 4대강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최대 역점사업이자 아킬레스건이다. 이 전 대통령이 아직 임기 중에 있던 지난 1월 감사원은 4대강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이자 현대건설에서 함께 근무했던 김태원씨가 운영하는 태아건설이 이명박정부에서 4대강사업을 비롯해 경인아라뱃길 등 관급공사를 5000억원 이상이나 수주했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해 4대강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처럼 최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4대강사업을 공격해 오고 있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를 방어하기는커녕 오히려 길을 열어주며 이 전 대통령과 선 긋기에만 전념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정치권의 분위기대로라면 향후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과 관련해 직간접으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4대강 봇물 터지고
국정원 독박 쓰고

지난 18일에는 경찰이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송치를 결정해 이 전 대통령을 긴장하게 했다.

국정원 직원 김모(29·여)씨와 이모(39)씨, 일반인 이모(42)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인터넷에서 특정 대선후보를 겨냥해 악성댓글을 올리는 등 대선 정국에 개입해 국가정보원법을 위반(정치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다만 경찰은 애초 주요혐의로 거론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철저히 이 전 대통령만을 겨냥한 수사결과였다.

국정원법 위반의 경우는 이명박정부 하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책임이 전가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는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 대통령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올린 게시글에서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발견하지 못해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독 대선기간 집중적으로 글을 남긴 이들에게 단순 정치관여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은 무척이나 어색했다. 지난 대선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오는 6월19일 만료된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달에는 원 전 원장의 출국설과 관련,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 정치권을 놀라게 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에서 국정원장으로 4년 동안이나 재임했다. 그는 매주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할 정도로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만약 원 전 원장의 정치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전 대통령도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여야는 지난 2월26일 이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자마자 '한식세계화사업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한식세계화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직접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명예회장을 맡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추진한 사업이다.

권력의 맛
짧고 쓰다

여야는 감사요구안을 통해 "한식세계화 지원사업의 집행 부진, 연도 말 사업내역 변경 집행 등 사업의 적정성 및 타당성과 관련해 농림수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식재단 및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을 대상으로 한 감사를 요구한다"며 "한식세계화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를 통해 과정상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살펴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요구안은 재적의원 202명 가운데 찬성 189표, 반대 7표로 통과됐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감사요구안의 통과를 적극 찬성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권력무상'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을 법 하다.

한식세계화사업의 주요감사 사항은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예산 연례적 집행 부진 사유 ▲예산 운용 및 사업 효과성에 대한 감사 ▲2011년 한식재단의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비 50억원 예산 내역 미이행 사유 등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왜 MB죽이기에 나선 것일까?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는 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은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최대 계파는 다름 아닌 친노(친노무현)다.

민주당이 이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엔 일종의 복수심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정권 내내 사실상 억압을 받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일부 야권 인사들은 이 전 대통령을 반드시 단죄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직선제 이후 최초로 당적을 유지한 채 퇴임한 대통령이라는 점이 오히려 이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결국 청와대와 새누리당에도 타격을 입혀 야권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박근혜가 야당 먹잇감으로 이명박 던져줬다?
힘 잃은 MB, 뼈저리게 느끼는 '권력무상'

청와대와 새누리당에게는 더욱 복잡한 이유가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근 인선 실패와 공약 후퇴 논란 등을 겪으며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박근혜정부가 이 전 대통령을 '야당의 먹잇감'으로 내던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미 대선기간 이 전 대통령과 충분히 선 긋기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내세운다고 해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이 전 대통령을 감싸주려다 '동반책임론'에 휘말릴 경우 정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퇴임 후 왕성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 강남에 개인사무실을 준비하고 4대강 자전거 종주를 계획하는 등 왕성한 활동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보다 앞서 방미 일정을 잡은 것을 놓고는 박 대통령이 무척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는 전언이다. 

갈 곳 없는 MB
벼랑 끝에 선 친이

일각에선 새누리당 내 친이계(친이명박계)의 힘을 빼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물이 10여명 정도 있다. 이들은 사사건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박 대통령에겐 눈엣가시로 여겨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아슬아슬한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친이계가 세력화할 경우 소수의 인원으로도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함으로써 친이계의 힘을 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 사안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되면 당분간은 친이계가 정치 전면에 나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던 이 전 대통령은 이제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속절없이 휘둘리는 신세가 됐다. 격랑 가운데 일엽편주(一葉片舟) 신세가 돼버린 MB의 운명은 과연 어찌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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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