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900호 특집①> 일요시사 선정 '9인의 잠룡'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8 13: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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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승천 노리는 이무기들 "지금은 낮게 더 낮게"

[일요시사=정치팀]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권의 권력지형도는 언제나 국민들의 큰 관심사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고작 한 달여가 지났지만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 꿈을 접었던 잠룡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멀게만 보이는 5년 후 대선은 실제론 눈 깜빡하는 사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지령 9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5년 후 대한민국의 정치권을 뒤흔들 잠룡 9인을 선정해 해부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도 어느새 한 달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협상 난항과 연이은 인사실패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수직 하락했고, 대외적으론 북한의 도를 넘은 강경한 안보위협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했던가?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 꿈을 접었던 잠룡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분주해진 모양새다. 때론 소신있는 발언으로 때론 파격적인 행동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문재인(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잠행을 이어오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4·24 재보선을 계기로 활짝 기지개를 펴려하고 있다. 문 의원은 3곳의 의석이 걸린 이번 재보선에서 구원투수를 자처한 모양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부산 영도지역이다. 이 지역은 박근혜 정부 탄생에 핵심역할을 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문 의원이 이곳을 집중 지원한다면 박근혜-문재인 대리전 구도가 형성된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무려 48%의 지지를 얻어내면서 정치거물로 성장했다. 당 안팎에선 여전히 문 의원을 향해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문 의원이 화려하게 부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거판세는 만만치 않다. 아직까진 김무성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설령 패배하더라도 문 의원이 당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대선 패배 책임론을 일정부분 희석하고 정치적 입지를 넓힐 좋은 기회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무성(부산 영도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
김무성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든든한 정치적 동지다. 지난 18대 국회 때 세종시 이전 문제로 박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지만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긴급 투입돼 삐걱대던 대선캠프를 다잡고 대선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대선기간 야전침대를 가져다놓고 선거운동을 지휘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고,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다면 이미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 그와 맞붙을 정치인은 별로 없다는 평이다. 선거판세도 유리하다. 일단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김 후보가 타 후보들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김 후보가 국회로 돌아와 당권을 거머쥔다면 당과 청와대와의 관계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누리당을 비롯한 현 집권세력 주변에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후보는 순식간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조심스레 기지개 켜는 잠룡들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권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안철수(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무소속 후보)
자칫 밋밋해질 뻔했던 4·24재보선은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19일 미국으로 떠난 뒤 두 달여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안 후보가 이처럼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정치복귀를 선언하게 된 것은 대선 이후 박근혜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모두 추락하는 등 여야 모두 혁신과 정치력 부재의 난맥상을 보인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후 원내에서 정치력을 보여준다면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신당 창당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과 피 말리는 개혁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안 후보와 관련해서는 대선기간 보여줬던 애매모호한 태도와 삼성X파일 공개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겪은 논란 등으로 이미 '안철수 현상'은 끝났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지르는 등 무서운 돌풍을 일으켰던 안 후보는 언제든지 정치권을 집어삼킬 저력이 있는 태풍이다.

김문수(경기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새누리당 대선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실력자다. 물론 박 대통령과 큰 격차를 보인데다 이재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경선룰 갈등을 이유로 불참해 큰 의미가 없었던 2위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선경선을 완주함으로써 김 지사가 향후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김 지사는 대선과정에서 대선 출마여부 말 바꾸기 논란과 도지사직 유지 논란으로 정치적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김 지사 주변에서도 경선 참여를 반대하는 의견이 무척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김 지사가 당의 요청에 따라 대선경선 출마를 강행하면서 당내 입지는 오히려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탄탄해진 당내 입지는 향후 대권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200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경기도정을 이끌어본 경험은 김 지사만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원순(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때 지지율 5%의 초라한 서울시장후보였다. 만약 당시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던 안철수 후보의 파격적인 양보가 없었다면 이미 정치권에서 사라졌을 인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박 시장의 위상이 달라졌다. 달라진 위상은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너나할 것 없이 박 시장을 찾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당권 주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선 패배 이후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진 민주당 의원들의 관심이 박 시장에게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박 시장은 취임 후 그동안 비교적 무난하게 서울시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이미 향후 서울시장 재선 도전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잠재적인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시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인 데다 인지도도 높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정치신인에 속하지만 정치적 잠재력은 그 어느 중진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정몽준(새누리당 국회의원)
7선(13~19대)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제19대 국회 최다선의원이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과의 경선룰 갈등 끝에 지난 대선에선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했지만 정 의원은 분명히 저력있는 정치거물임에 틀림없다.

사실 정 의원은 지난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울산에서 내리 5선에 성공했음에도 대권주자로까지 분류되던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대한축구협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리에 개최하면서 순식간에 그해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1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경선대결에서 패하면서 본선에 오르지는 못했다.

정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도 비록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이후에도 당내 중진의원으로서 중량감 있는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손학규(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유력 대권주자였다. 비록 대선경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손 고문의 대선 당시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손 고문은 대선이 끝나고 난 후 지난 1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저녁이 있는 삶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손 고문은 현재 2개월째 독일 유학 중이다. 귀국 예정일은 오는 7월10일이다. 당초 손 고문은 큰딸의 출산을 지켜보고 김비오 부산 영도지역위원장의 보선 지원을 위해 4월에 일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부득이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손 고문과 안철수 후보 간의 연대설과 신당 창당설 등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손 고문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멀게만 보이는 5년, 실제론 눈 깜빡할 새 간다
여야 잠룡 9인, 거품 빠질까? 새바람 일으킬까?

이재오(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당내 비박계의 핵심이다. 이 의원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계가 했던 행동들을 비박계가 벤치마킹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친박계는 당내에서 소수였지만 '여당 내 야당'의 역할로 세종시 수정안·미디어법 논란 등 주요 정국현안들의 성패를 결정짓곤 했다.

현재 중립 성향을 제외하고 확실한 비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15명 정도로 과거 친박계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겨우 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현안마다 비박계의 결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두관(전 경남도지사)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김 전 지사는 동네 이장에서부터 시작해 37세로 최연소 남해군수 당선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로 어렵게 이뤄낸 경남도지사직을 포기하고 나오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그의 끊임없는 노력은 '바보 노무현'을 떠올리게 한다.

김 전 지사도 손학규 고문과 마찬가지로 대선 패배 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김 전 지사는 독일 사회민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후원을 받아 6개월간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 머물며 독일 연방제를 비롯해 통일 이후 독일의 사회통합 과정, 유럽형 자본주의 모델 등을 연구하고 9월에 있을 독일 총선까지 지켜본 뒤 귀국할 예정이다.

김 전 지사의 독일 거주지는 손학규 고문이 머물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내 바로 옆집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귀국한 뒤 함께 야권 정계개편에 힘을 모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김 전 지사의 행보는 앞으로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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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