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900호 특집①> 일요시사 선정 '9인의 잠룡'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8 13: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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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승천 노리는 이무기들 "지금은 낮게 더 낮게"

[일요시사=정치팀]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권의 권력지형도는 언제나 국민들의 큰 관심사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고작 한 달여가 지났지만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 꿈을 접었던 잠룡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멀게만 보이는 5년 후 대선은 실제론 눈 깜빡하는 사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지령 9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5년 후 대한민국의 정치권을 뒤흔들 잠룡 9인을 선정해 해부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도 어느새 한 달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협상 난항과 연이은 인사실패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수직 하락했고, 대외적으론 북한의 도를 넘은 강경한 안보위협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했던가?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 꿈을 접었던 잠룡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분주해진 모양새다. 때론 소신있는 발언으로 때론 파격적인 행동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문재인(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잠행을 이어오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4·24 재보선을 계기로 활짝 기지개를 펴려하고 있다. 문 의원은 3곳의 의석이 걸린 이번 재보선에서 구원투수를 자처한 모양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부산 영도지역이다. 이 지역은 박근혜 정부 탄생에 핵심역할을 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문 의원이 이곳을 집중 지원한다면 박근혜-문재인 대리전 구도가 형성된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무려 48%의 지지를 얻어내면서 정치거물로 성장했다. 당 안팎에선 여전히 문 의원을 향해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문 의원이 화려하게 부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거판세는 만만치 않다. 아직까진 김무성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설령 패배하더라도 문 의원이 당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대선 패배 책임론을 일정부분 희석하고 정치적 입지를 넓힐 좋은 기회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무성(부산 영도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
김무성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든든한 정치적 동지다. 지난 18대 국회 때 세종시 이전 문제로 박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지만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긴급 투입돼 삐걱대던 대선캠프를 다잡고 대선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대선기간 야전침대를 가져다놓고 선거운동을 지휘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고,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다면 이미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 그와 맞붙을 정치인은 별로 없다는 평이다. 선거판세도 유리하다. 일단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김 후보가 타 후보들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김 후보가 국회로 돌아와 당권을 거머쥔다면 당과 청와대와의 관계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누리당을 비롯한 현 집권세력 주변에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후보는 순식간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조심스레 기지개 켜는 잠룡들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권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안철수(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무소속 후보)
자칫 밋밋해질 뻔했던 4·24재보선은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19일 미국으로 떠난 뒤 두 달여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안 후보가 이처럼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정치복귀를 선언하게 된 것은 대선 이후 박근혜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모두 추락하는 등 여야 모두 혁신과 정치력 부재의 난맥상을 보인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후 원내에서 정치력을 보여준다면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신당 창당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과 피 말리는 개혁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안 후보와 관련해서는 대선기간 보여줬던 애매모호한 태도와 삼성X파일 공개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겪은 논란 등으로 이미 '안철수 현상'은 끝났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지르는 등 무서운 돌풍을 일으켰던 안 후보는 언제든지 정치권을 집어삼킬 저력이 있는 태풍이다.

김문수(경기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새누리당 대선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실력자다. 물론 박 대통령과 큰 격차를 보인데다 이재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경선룰 갈등을 이유로 불참해 큰 의미가 없었던 2위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선경선을 완주함으로써 김 지사가 향후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김 지사는 대선과정에서 대선 출마여부 말 바꾸기 논란과 도지사직 유지 논란으로 정치적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김 지사 주변에서도 경선 참여를 반대하는 의견이 무척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김 지사가 당의 요청에 따라 대선경선 출마를 강행하면서 당내 입지는 오히려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탄탄해진 당내 입지는 향후 대권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200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경기도정을 이끌어본 경험은 김 지사만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원순(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때 지지율 5%의 초라한 서울시장후보였다. 만약 당시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던 안철수 후보의 파격적인 양보가 없었다면 이미 정치권에서 사라졌을 인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박 시장의 위상이 달라졌다. 달라진 위상은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너나할 것 없이 박 시장을 찾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당권 주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선 패배 이후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진 민주당 의원들의 관심이 박 시장에게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박 시장은 취임 후 그동안 비교적 무난하게 서울시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이미 향후 서울시장 재선 도전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잠재적인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시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인 데다 인지도도 높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정치신인에 속하지만 정치적 잠재력은 그 어느 중진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정몽준(새누리당 국회의원)
7선(13~19대)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제19대 국회 최다선의원이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과의 경선룰 갈등 끝에 지난 대선에선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했지만 정 의원은 분명히 저력있는 정치거물임에 틀림없다.

사실 정 의원은 지난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울산에서 내리 5선에 성공했음에도 대권주자로까지 분류되던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대한축구협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리에 개최하면서 순식간에 그해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1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경선대결에서 패하면서 본선에 오르지는 못했다.

정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도 비록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이후에도 당내 중진의원으로서 중량감 있는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손학규(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유력 대권주자였다. 비록 대선경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손 고문의 대선 당시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손 고문은 대선이 끝나고 난 후 지난 1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저녁이 있는 삶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손 고문은 현재 2개월째 독일 유학 중이다. 귀국 예정일은 오는 7월10일이다. 당초 손 고문은 큰딸의 출산을 지켜보고 김비오 부산 영도지역위원장의 보선 지원을 위해 4월에 일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부득이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손 고문과 안철수 후보 간의 연대설과 신당 창당설 등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손 고문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멀게만 보이는 5년, 실제론 눈 깜빡할 새 간다
여야 잠룡 9인, 거품 빠질까? 새바람 일으킬까?

이재오(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당내 비박계의 핵심이다. 이 의원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계가 했던 행동들을 비박계가 벤치마킹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친박계는 당내에서 소수였지만 '여당 내 야당'의 역할로 세종시 수정안·미디어법 논란 등 주요 정국현안들의 성패를 결정짓곤 했다.

현재 중립 성향을 제외하고 확실한 비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15명 정도로 과거 친박계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겨우 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현안마다 비박계의 결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두관(전 경남도지사)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김 전 지사는 동네 이장에서부터 시작해 37세로 최연소 남해군수 당선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로 어렵게 이뤄낸 경남도지사직을 포기하고 나오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그의 끊임없는 노력은 '바보 노무현'을 떠올리게 한다.

김 전 지사도 손학규 고문과 마찬가지로 대선 패배 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김 전 지사는 독일 사회민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후원을 받아 6개월간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 머물며 독일 연방제를 비롯해 통일 이후 독일의 사회통합 과정, 유럽형 자본주의 모델 등을 연구하고 9월에 있을 독일 총선까지 지켜본 뒤 귀국할 예정이다.

김 전 지사의 독일 거주지는 손학규 고문이 머물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내 바로 옆집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귀국한 뒤 함께 야권 정계개편에 힘을 모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김 전 지사의 행보는 앞으로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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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