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뭐하러 가?” 국회의원 딴짓 풀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1 15: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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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받고 놀자판 “세상에 이런 철밥통이?”

[일요시사=정치팀]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평일에도 등산이나 골프를 즐기고 매년 연수라는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갈수 있는 직업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이야기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국정을 심의·의결하고 입법활동을 하는 직업이지만 본회의 출석률이 50%에도 못 미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임기 시작 후 1년이 다 되도록 법안 발의 건수가 전무한 의원들도 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딴짓' 스토리를 살펴봤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19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평일 낮 상임위를 제쳐두고 지역구 산악회 회원들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운악산을 등반한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 의원이 등산을 했던 이 날은 당초 이 의원이 속해있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의 전체회의가 예정되어 있던 날이었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오전에 전체회의가 다음 날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지역구 활동의 일환으로 참여한 것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여 취재기자를 놀라게 했다.

취재기자의 전화를 받은 보좌관은 공식적인 행사라면서도 이 의원이 어느 단체와 등산을 간 것인지 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 의원은 수행비서도 동행하지 않고 혼자 등반에 나섰다.

평일 낮 등반
당당한 의원님

반면 같은 시각 안행위 소속 다른 의원들은 발의 후 한 달이 넘게 국회에 머물러 있던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언론에 입장을 밝히고, 예정돼 있던 이성한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시급한 만큼 언제든 긴급회동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 의원은 올해 열린 본회의 7차례 중 3차례나 불참해 참석률은 57%에 그쳤고, 대표법안발의는 3건에 불과했다. 19대 국회의원의 1인당 평균 법안발의는 지난 1월30일 기준으로 9.9건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010∼2011년 국내 759개 직업의 현직 종사자 2만6181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평균 연봉은 1억652만원으로 직업군 중 연봉순위 2위를 차지했다. 기업체 CEO 다음이었고 의사나 변호사보다도 높았다.

국정 제쳐두고 골프·등산 등 각종 취미활동
본회의 출석 안 해도 3만원 깎이는 게 고작

게다가 국회는 지난 2011년 말 별다른 이유 없이 세비를 은근슬쩍 20%나 올려 현재 국회의원들이 1인당 받는 평균 세비는 1억3796만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그만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국회의원의 평일 낮 딴짓은 이 의원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허태열 전 의원은 심지어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08년 광복절을 끼고 평일인 8월14일(금)부터~17일(월)까지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도 일부 의원들은 연수를 목적으로 해외에 나갔다가 방문지에서 골프를 치기도 하고, 선진경제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했던 모 의원 일행은 당초 일정에는 없던 인근 비스바덴을 갑자기 방문해 남녀 혼탕을 구경하다 교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낯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해외연수 빙자한
뻔뻔한 해외여행

국회의원들은 해외에서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자들과 카메라가 즐비한 공식회의 자리에서도 딴짓을 한다. 지난달 2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휴대폰으로 여성의 누드사진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큰 곤혹을 치렀다.


심 최고위원은 "누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줘 뭔가 하고 봤더니 그게 나오더라. 죄송하다"고 해명했지만, 휴대폰으로 직접 '누드사진'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는 사진까지 추가로 공개되면서 이는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23일에는 한선교 국회 문방위원장이 국회 문방위 국감장에서 누군가(?)에게 '이뻐~* 오늘은 어떻게 해서라도 너무 늦지 않으려 하는데'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위원장이 상임위원장석에 앉아 '어떻게든 회의를 일찍 마치려고 한다'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이날 문방위 국감은 한 위원장이 예고한대로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 저녁 7시44분경에 종료됐다.

당시 문방위는 약 2주 동안의 국정감사 기간 중 이미 1주일 정도를 파행으로 허비하고, 겨우 국감을 재개한 끝에 마지막 확인감사를 진행하던 날이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빨리 회의를 마치고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것이다.

특히 국회는 지난 2005년 약 25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각 의원들의 의석마다 PC를 설치하고 대형 전광판을 통해 프레젠테이션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 디지털화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후 국회의원들이 본회의 중 개인PC를 통해 연예인 사진 등을 감상하고 있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돼 25억짜리 국회PC방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또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친한 의원들과 잡담을 하거나 회의 내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경우도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본회의장의 방청석에는 국회 경위들이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방청석을 감시하며 잡담을 하거나 딴짓을 하는 방청객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경고를 주기도 한다. 국회의 품위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명목이다.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그나마 국회에 출석해 딴짓을 하는 의원들은 양심적이다. 의원들 중 일부는 본회의 출석률이 50%에도 못 미치는 의원들도 있다. 본회의 출석은 국회의원의 의무이지만 출석을 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는 없다. 다만 특별활동비가 3만1360원 차감될 뿐이다. 지난 2012년 국회의원들의 평균 본회의 출석률은 93%에 달했지만 끝까지 머물러 있는 재석률은 41%에 불과했다.

법안발의 '0'
하는 일이 뭘까?

이외에도 새누리당 심윤조, 이운룡, 장윤석 의원을 비롯해 민주통합당 부좌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5명은 지난 해 대표 법안발의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지난 6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운영된 비상설특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회쇄신특위, 남북관계발전특위, 학교폭력대책특위, 지방재정특위, 태안유류피해대책특위,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특위, 아동여성대상 성폭력대책특위, 국무총리실산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등 모두 8개였으나, 평균 회의횟수는 3회에 그쳤고 평균 회의시간도 1시간39분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업무에 치여 밤새는 건 의원실 직원들뿐
정책입안 등 중요한 일도 보좌관이 알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위와 관련한 활동비는 매달 꼬박꼬박 지급됐다. 국회사무처가 '2012년도 국회 세출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특위 위원장에게 지급된 활동비는 모두 2억817만원이었다. 회의를 몇 차례 열었는지, 특위 활동보고서나 결의안을 채택했는지 여부는 관계없이 단순히 특위를 구성했다는 사실만으로 매달 정액의 활동비가 지급된 것이다.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도 일부 의원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다. 모 의원의 한 비서관은 "국정감사에 들어가기 전 보좌진들이 작성한 질의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한 번 쓱 읽어보고 그대로 감사장에 들어가는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서관은 국정감사뿐만 아니라 법안발의 등도 마찬가지로 보좌진들에게 거의 맡겨놓다시피 하고 본인은 지역구 행사 등에 얼굴을 내미는 일에 더 열을 올리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의원 본인보다도 정책 입안 보좌진을 대상으로 직접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근무태만
도덕적 해이

현재 국회의원 1명이 고용할 수 있는 보좌진은 4급상당 보좌관 2명, 5급상당 비서관 2명 그리고 6, 7, 9급 비서 각 1명씩 총 7명과 인턴 2명 등 최대 9명이나 된다. 사실상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일은 처리되는 구조다.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근무태만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정작 본인은 실력이 없음에도 보좌진들을 잘 만나 뜬 의원들이 많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물론 국회에는 열심히 일을 하는 의원들도 많지만 문제는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과 그렇지 않은 의원들을 구분하고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제재할 시스템이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라며 "고액 연봉을 받는 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단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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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