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토사구팽 정치'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28 13: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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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철 끝났으니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

[일요시사=정치팀] '대통합'은 지난 18대 대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 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반대 진영과의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진정성 논란과 잡음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행보 자체는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결국 지난 대선에서 51.6%라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웬일인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는 대통합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박 대통령의 전형적인 '토사구팽 정치'를 살펴봤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그야말로 '종횡무진'이었다. '국민 대통합'을 기치로 내건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경선에서 승리한 다음 날인 지난해 8월21일 기습적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해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겐 최대의 정적이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가장 강력한 대선 상대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정치적 기반이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국민 대통합
극우 대통합

며칠 후에는 역시 대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노동계를 끌어안겠다며 전태일 재단을 방문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강력한 항의로 재단 관계자와 만남을 갖지 못하고 돌아서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당시 박 대통령의 행보 자체는 박수를 받았다.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보단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전통적 취약층인 호남과 2030세대 득표율에서 의외의 선전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대통합을 기치로 내건 박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지역 간, 이념 간, 세대 간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호남눈물 닦아준다더니? 대놓고 호남홀대
선거 끝났으니 '팽' 선진당 관계자 '황당'

그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선지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대통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한 가닥 희망을 품었던 반대진영의 사람들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5일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과 17개 장·차관 및 외청장 인선을 끝으로 사실상 첫 인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4대 권력기관장에 호남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외청장 17명 중 2명이 호남출신으로 분류됐다.

또 지금까지 단행된 17명의 장관 인선 중에서도 호남출신은 단 2명에 불과했다. 호남출신 차관은 전체 20명 중 3명으로 5년 전 이명박 정부 초반 차관인사 때보다도 절반 이상 줄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한 정무직 인사까지 포함하면 호남출신은 총 63명 중 8명에 불과했다. 반면 영남출신은 23명, 서울출신은 15명으로 호남배제, 영남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호남 홀대
MB 뺨치네

박 대통령이 인선에서 지역안배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는 서울 출생이지만 선산이 전북 군산에 있어 매년 선산을 다니는 사람"이라며 선산이 호남에 있으니 호남사람으로 이해해 달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오히려 거센 반발만 불러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호남의 인재들, 아들과 딸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대탕평 인사를 펼치겠다"고 수차례 약속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보수진영 후보로는 처음으로 호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거뒀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호남을 토사구팽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계도 토사구팽 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노동계로부터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노동계를 향해 끊임없이 손을 내밀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박 대통령의 행태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 듯 하다.

요즘 노동계의 분위기는 흉흉하다.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등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이 4~5곳에 이르지만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대통령이 되면 정기적으로 노사 대표들을 직접 만나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취임 후에는 노동계의 목소리에 철저히 귀를 닫고 있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과 관련해 '사실상 정책이 없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노동 관련 공약도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 당초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은 국정과제에서 그 시기가 빠져 버렸다. 사회보험 확대도 비정규직 대책이라기보다는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방안이다. 특수고용직 대책은 '립서비스' 수준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서도 '단계적 시행'이라는 표현을 추가해 사실상 임기 내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내각이나 대통령 비서진엔 노동문제를 조언할 전문가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애당초 노동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를 방증하듯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식에서 노동분야와 관련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무대응 일관
답답한 노동계

진보진영과 2030세대도 박 대통령으로부터 호되게 뒤통수를 맞았다. 우선 진보진영의 경우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국민 대통합을 강조한 만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대탕평 인사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특히 지난 대선이 보수와 진보로 극명히 갈린 채 치러졌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화해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후 돌변해 주변인물들을 극우인사들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 후 첫 인사부터 국민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기용했다. 인수위 수석대변인에 극우논객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임명한 것이다. 그는 야권 인사들을 '정치적 창녀'라고 비난하는 등 거친 언사로 유명한 극우인사였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정권에 기여했던 인사들의 2세들을 대거 기용했고, 극우적 안보관을 지닌 국방장관과 공안검사 출신의 법무장관을 내정했다. 안보라인을 육사출신 인사들이 독점한 것에 대해서는 군사정권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들린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인선을 두고 국민 대통합이 아니라 극우 대통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2030세대에서도 대선이 끝난 후 '속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지난 대선은 세대 간 대결로 치달았지만 박 대통령은 의외로 2030세대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20대에서 33.7%, 30대에서 33.1%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지상파 3사 출구조사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세대별 득표율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실로 의외의 결과였다. 이 또한 박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을 외치며 2030세대와 스킨십을 확대한 결과였다. 

국민 대통합은 어디가고 극우인사 잔뜩
사라진 대탕평 의지…자기 사람 먼저

하지만 대선이 끝나자 2030세대의 가장 대표적인 숙원사업이던 '반값 등록금' 시행은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소득 2분위까지는 등록금 전액, 소득 3~4분위 학생에게는 75%, 소득 5~7분위 학생에게는 절반, 소득 8분위 학생에게는 등록금의 25%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책정된 국가장학금 예산은 2조7750억원. 각 대학들이 부담하는 교내외 장학금은 2조2000억원 정도다. 반면 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장학금을 통한 '반값 등록금'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7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결국 올해 국가장학금은 지원비율을 전체적으로 줄이거나 특정 소득분위 계층만 공약대로 집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정부는 내년 국가장학금 예산을 4조원으로 늘릴 계획이고, 여기다 대학들의 자체 노력이 더해지면 7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의 추산에 불과하다. 내년에도 박 대통령의 공약이 시행될 지는 불투명하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심지어 대선과정에서 합당한 선진통일당을 사실상 토사구팽 했다는 논란에도 휘말렸다. 새누리당이 대선 직전 선진통일당과의 합당과정에서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당의 일부 인사들은 대선과정에서 박 대통령 측이 저지른 불법선거운동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믿은 내가 바보"
벌써 때늦은 후회

새누리당과 선진당은 지난해 11월 선관위에 합당을 신고했다. 합당 당시 새누리당은 선진당 소속 총 45명의 유급직원 중 26명에 대해 '대선 이후 고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선진당 출신 정치인들은 기존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텃세로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당장 다음 공천에서 선진당 출신들이 대거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사실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부르짖을 때부터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며 "모든 사람들을 섭섭함 없이 다 챙긴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대통합 약속을 지키려는 시도는 있었어야 하는데 대선이 끝났으니 모두 끝이라는 무관심한 태도는 전형적인 토사구팽 정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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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