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첫 내각 둘러싼 논란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18 11: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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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각 구성해놓고 어찌 국정운영을?"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13개 부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이날 임명장을 받은 장관들 중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사람은 고작 7명. 절반 가까이는 도덕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지만 임명이 강행됐다. 박 대통령은 이런 내각을 이끌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해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진 새 정부 첫 장관 임명자들과 관련한 논란을 총정리 해봤다.



지난 11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가 열렸다. 대통령 취임 14일 만이었다. 헌정사 이후 최장의 국정공백이었다. 그나마 이번 국무회의는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기 전까진 장관 임명을 미루겠다며 고집을 피우던 박근혜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첫 국무회의에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13개 부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부적격?
발목잡기?

하지만 임명장을 받은 장관들 중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고 '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겨우 7명. 나머지 6명 중 2명은 '미흡' 판정을 받았고, 4명은 야당이 아예 반대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첫 장관 임명자 중 절반 가까이가 도덕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무총리나 헌법재판소장과는 달리 국회의 인준 없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일부 장관 임명과 관련, 야당의 부적격 판단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업무수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투기·전관예우·병역기피는 장관의 3대 의무?
13개부처 장관 임명장 받았지만 절반은 '문제아'

그러나 도덕성 의혹을 벗지 못한 장관 후보자들이 그대로 임명된 진짜 이유는 청와대와 여야가 정치논리만 앞세운 탓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집권 초부터 인사문제를 놓고 더 이상 밀려선 곤란하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었고, 야당 역시 자칫 발목잡기란 오해에 따른 역풍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정치논리 앞에서 국민들의 여론과 상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첫 내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편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거센 반발을 불러온 장관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었다. 법사위 청문보고서에는 여당의 '적격', 야당의 '부적격' 의견이 함께 적혔다. 황 장관은 청문회 당시 각종 의혹으로 새누리당 내에서도 자진사퇴 요구가 나왔었다.

새누리당도 반대
대통령은 강행

황 장관은 '골수 공안검사'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지난 2005년엔 삼성 X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기도 했다. 당시 사건은 이상호 MBC 기자가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도청자료를 폭로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 기자가 공개한 도청자료에는 삼성 측이 정치권 및 검찰 고위직에게 수십억원을 추석 떡값으로 제공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황 장관이 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이건희 회장과 삼성 관련자는 물론, '떡값 검사'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증거 불충분이 이유였다.

반면 도청자료를 폭로한 이상호 기자와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당시 사건 당사자인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조차 조사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황 장관은 "부끄러운 것 없는 수사를 했다"며 오히려 담당검사들을 격려했다.

황 장관은 또 지난 2011년 퇴임 뒤 17개월 동안 법무법인 태평양에 고문변호사로 재직하면서 무려 16억원을 받은 점이 문제가 됐다. 새누리당의 김학용 의원조차 "고위공직자 경력을 활용해 큰 수입을 얻고 공직에 되돌아오는 점을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며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팽배하다"고 다그쳤다.

게다가 황 장관은 병역면제자다. 병역면제사유도 꺼림칙하다. 황 장관의 병역면제사유는 담마진. 일종의 두드러기 증상이다. 지난 10년 동안 신체검사를 받은 365만여 명 가운데 단 4명만이 담마진으로 면제됐을 정도로 희귀병이다. 군 면제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던 황 장관은 군 면제 이후 곧바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황 장관이 지난해 8월 장남에게 차용증을 받고 전세금 3억원을 빌려준 점에 대해서는 증여세 회피 의혹이 불거졌다. 황 장관은 공직에 지명된 후 뒤늦게 증여세를 납부했다.

황 장관은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받았다. 황 장관의 부인이 지난 1999년 은행 대출까지 받으면서 투기열풍이 거셌던 경기 용인시 수지지역의 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황 장관 부부는 용인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에도 이사하지 않고 지금까지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거주해 왔다. 용인 아파트는 전세를 준 상황이다.

또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 재직시절 교도소 재소자들을 기독교로 교화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종교편향 논란까지 일었다.

청문회 무용론
국민여론 무시

황 장관과 함께 부적격 판정을 받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 역시 청문회 과정에서 전관예우, 양도세 탈루, 장녀 채용특혜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곤혹을 치렀다.

교육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서 장관은 퇴직 후 경인교대 초빙교수로 4800만원, 홍익대 초빙교수로 420만원,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 고문료 1200여만원, 서울장학재단 이사 400만원, 한국연구재단국비지원사업 9000만원, 기타 강의료 및 연구비 등 4600만원, 위덕대학교 총장 급여 3600만원 등의 소득을 올렸다. 차관 재직 때보다 연봉은 오히려 23%나 증가했다. 사실상 전관예우의 혜택을 누린 것이란 지적이다.

서 장관은 또 1989년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과천으로 이사하면서 본인의 주소지를 기존 서울 아파트에 남겨둔 것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도 받았다. 서 장관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자였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았다. 주민등록법과 소득세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서 장관의 장녀가 고등학교 인턴교사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서 장관의 장녀는 지난 2010년 교원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도 과천 A고등학교의 과학실험교육 인턴교사로 채용돼 4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규정에 따르면 교원자격증 소지자의 채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미소지자의 경우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었다. A고등학교는 2010년 8월29일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채용안건을 통과시켰지만 학교는 이미 이틀 전인 8월27일 계약서를 작성하고 채용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학교 측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국회 '부적격' 판단에도 대통령은 임명 강행
하나마나 한 인사청문회 "국민여론 무시하나?"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실세장관'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조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보유 주식 신고 누락 및 증여세 회피, 부동산 투기 의혹과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난타 당했다.

특히 친정어머니에게 빌렸던 2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하는 규정을 알지 못했다는 조 장관의 당시 해명에 대해 야권은 "변호사이고 국회의원 시절 인사청문회를 두 번이나 했는데 (규정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도덕성이나 준법성과 관련해 중대한 흠결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야당 의원들은 고용노동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정책철학이나 소신, 전문성과 주요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능력 등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방 장관에 대한 보고서 채택에는 원만하게 합의했다.

이외에도 역시 실세장관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원 겸직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특정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계속해서 수임한 점과 고액 후원금, 부인 관련 의혹에 시달리다 미흡판정을 받았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상속농지 보유의 농지법 위반 여부, 한전 주식 보유의 위법성 여부, 자녀 예금에 대한 증여세 지연납부 의혹 등으로 미흡 판정을 받았다.

청문회 과정에서 적격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경우는 법무법인에서 고액연봉을 받던 시절 대학생이던 딸이 가계곤란 장학금을 다섯 차례나 받은 사실에 병역기피 의혹, 위장전입, 투기, 신전관예우, 거짓해명 등의 의혹이 불거졌지만 청문회에서 적격판정을 받았다.

법보단 돈
피해는 국민에게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장관 청문회의 경우는 박 대통령이 일정에 쫓기다 17개 부처의 장관을 거의 동시에 임명한데다 조직개편안 통과 난항, 북한 안보 위협 등의 국내외 정치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실상 날치기로 통과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이처럼 부적격 인사로 꾸린 내각이 국정운영을 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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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