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첫 내각 둘러싼 논란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18 11: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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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각 구성해놓고 어찌 국정운영을?"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13개 부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이날 임명장을 받은 장관들 중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사람은 고작 7명. 절반 가까이는 도덕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지만 임명이 강행됐다. 박 대통령은 이런 내각을 이끌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해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진 새 정부 첫 장관 임명자들과 관련한 논란을 총정리 해봤다.



지난 11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가 열렸다. 대통령 취임 14일 만이었다. 헌정사 이후 최장의 국정공백이었다. 그나마 이번 국무회의는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기 전까진 장관 임명을 미루겠다며 고집을 피우던 박근혜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첫 국무회의에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13개 부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부적격?
발목잡기?

하지만 임명장을 받은 장관들 중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고 '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겨우 7명. 나머지 6명 중 2명은 '미흡' 판정을 받았고, 4명은 야당이 아예 반대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첫 장관 임명자 중 절반 가까이가 도덕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무총리나 헌법재판소장과는 달리 국회의 인준 없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일부 장관 임명과 관련, 야당의 부적격 판단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업무수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투기·전관예우·병역기피는 장관의 3대 의무?
13개부처 장관 임명장 받았지만 절반은 '문제아'

그러나 도덕성 의혹을 벗지 못한 장관 후보자들이 그대로 임명된 진짜 이유는 청와대와 여야가 정치논리만 앞세운 탓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집권 초부터 인사문제를 놓고 더 이상 밀려선 곤란하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었고, 야당 역시 자칫 발목잡기란 오해에 따른 역풍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정치논리 앞에서 국민들의 여론과 상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첫 내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편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거센 반발을 불러온 장관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었다. 법사위 청문보고서에는 여당의 '적격', 야당의 '부적격' 의견이 함께 적혔다. 황 장관은 청문회 당시 각종 의혹으로 새누리당 내에서도 자진사퇴 요구가 나왔었다.

새누리당도 반대
대통령은 강행

황 장관은 '골수 공안검사'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지난 2005년엔 삼성 X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기도 했다. 당시 사건은 이상호 MBC 기자가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도청자료를 폭로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 기자가 공개한 도청자료에는 삼성 측이 정치권 및 검찰 고위직에게 수십억원을 추석 떡값으로 제공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황 장관이 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이건희 회장과 삼성 관련자는 물론, '떡값 검사'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증거 불충분이 이유였다.


반면 도청자료를 폭로한 이상호 기자와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당시 사건 당사자인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조차 조사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황 장관은 "부끄러운 것 없는 수사를 했다"며 오히려 담당검사들을 격려했다.

황 장관은 또 지난 2011년 퇴임 뒤 17개월 동안 법무법인 태평양에 고문변호사로 재직하면서 무려 16억원을 받은 점이 문제가 됐다. 새누리당의 김학용 의원조차 "고위공직자 경력을 활용해 큰 수입을 얻고 공직에 되돌아오는 점을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며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팽배하다"고 다그쳤다.

게다가 황 장관은 병역면제자다. 병역면제사유도 꺼림칙하다. 황 장관의 병역면제사유는 담마진. 일종의 두드러기 증상이다. 지난 10년 동안 신체검사를 받은 365만여 명 가운데 단 4명만이 담마진으로 면제됐을 정도로 희귀병이다. 군 면제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던 황 장관은 군 면제 이후 곧바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황 장관이 지난해 8월 장남에게 차용증을 받고 전세금 3억원을 빌려준 점에 대해서는 증여세 회피 의혹이 불거졌다. 황 장관은 공직에 지명된 후 뒤늦게 증여세를 납부했다.

황 장관은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받았다. 황 장관의 부인이 지난 1999년 은행 대출까지 받으면서 투기열풍이 거셌던 경기 용인시 수지지역의 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황 장관 부부는 용인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에도 이사하지 않고 지금까지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거주해 왔다. 용인 아파트는 전세를 준 상황이다.

또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 재직시절 교도소 재소자들을 기독교로 교화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종교편향 논란까지 일었다.

청문회 무용론
국민여론 무시

황 장관과 함께 부적격 판정을 받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 역시 청문회 과정에서 전관예우, 양도세 탈루, 장녀 채용특혜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곤혹을 치렀다.

교육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서 장관은 퇴직 후 경인교대 초빙교수로 4800만원, 홍익대 초빙교수로 420만원,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 고문료 1200여만원, 서울장학재단 이사 400만원, 한국연구재단국비지원사업 9000만원, 기타 강의료 및 연구비 등 4600만원, 위덕대학교 총장 급여 3600만원 등의 소득을 올렸다. 차관 재직 때보다 연봉은 오히려 23%나 증가했다. 사실상 전관예우의 혜택을 누린 것이란 지적이다.

서 장관은 또 1989년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과천으로 이사하면서 본인의 주소지를 기존 서울 아파트에 남겨둔 것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도 받았다. 서 장관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자였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았다. 주민등록법과 소득세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서 장관의 장녀가 고등학교 인턴교사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서 장관의 장녀는 지난 2010년 교원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도 과천 A고등학교의 과학실험교육 인턴교사로 채용돼 4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규정에 따르면 교원자격증 소지자의 채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미소지자의 경우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었다. A고등학교는 2010년 8월29일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채용안건을 통과시켰지만 학교는 이미 이틀 전인 8월27일 계약서를 작성하고 채용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학교 측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국회 '부적격' 판단에도 대통령은 임명 강행
하나마나 한 인사청문회 "국민여론 무시하나?"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실세장관'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조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보유 주식 신고 누락 및 증여세 회피, 부동산 투기 의혹과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난타 당했다.

특히 친정어머니에게 빌렸던 2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하는 규정을 알지 못했다는 조 장관의 당시 해명에 대해 야권은 "변호사이고 국회의원 시절 인사청문회를 두 번이나 했는데 (규정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도덕성이나 준법성과 관련해 중대한 흠결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야당 의원들은 고용노동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정책철학이나 소신, 전문성과 주요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능력 등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방 장관에 대한 보고서 채택에는 원만하게 합의했다.

이외에도 역시 실세장관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원 겸직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특정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계속해서 수임한 점과 고액 후원금, 부인 관련 의혹에 시달리다 미흡판정을 받았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상속농지 보유의 농지법 위반 여부, 한전 주식 보유의 위법성 여부, 자녀 예금에 대한 증여세 지연납부 의혹 등으로 미흡 판정을 받았다.

청문회 과정에서 적격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경우는 법무법인에서 고액연봉을 받던 시절 대학생이던 딸이 가계곤란 장학금을 다섯 차례나 받은 사실에 병역기피 의혹, 위장전입, 투기, 신전관예우, 거짓해명 등의 의혹이 불거졌지만 청문회에서 적격판정을 받았다.


법보단 돈
피해는 국민에게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장관 청문회의 경우는 박 대통령이 일정에 쫓기다 17개 부처의 장관을 거의 동시에 임명한데다 조직개편안 통과 난항, 북한 안보 위협 등의 국내외 정치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실상 날치기로 통과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이처럼 부적격 인사로 꾸린 내각이 국정운영을 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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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