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사 한달 만에 사라진 천신일 "어디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18 1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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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이미 퇴원 "아프다고 빼내주더니 벌써 다 나았나?"

[일요시사=정치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미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사로 풀려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천 회장은 수감생활 중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고 출소 당시에도 구급차에 실려 이송됐다. 올해 칠순을 맞이한 천 회장은 과연 출소 한 달 만에 건강을 되찾은 것일까? <일요시사>가 천 회장의 근황을 단독으로 추적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미 퇴원했다. 이 사실은 <일요시사>가 지난 5일 단독으로 확인했다. 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난 1월31일 특별사면을 받아 출소하면서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천 회장은 당시 구급차를 타고 출소할 만큼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출소 한 달여 만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전격 퇴원한 것이다. 

구급차 출소?
구급차 탈옥?

천 회장이 정확히 언제 퇴원했는지는 개인정보보호 관련규정 때문에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입원자 명단에서 천 회장의 이름은 분명히 사라져있었다.

가능성은 세 가지다. 서울구치소 출소 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던 천 회장이 처음부터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거나, 최근 퇴원해 자택으로 돌아갔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새로 입원했을 경우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세 번째 경우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천 회장 측에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기로 했다.

취재기자는 우선 전화통화를 통해 비서실에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비서실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며 두 번씩이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결국 취재진은 세중나모여행 본사에 직접 찾아가 답변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천신일 통해 본 '병보석' 살아있는 권력 봐주기 실태
초특급 병원서 화려한 휴가 보내다 사면직전 복귀

천 회장은 지난 2010년 12월23일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워크아웃 조기종료 등 각종 청탁과 함께 46억여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됐었다. 그러나 천 회장은 구속 9개월여 만인 지난 2011년 9월8일 척추질환과 고혈압을 이유로 형집행정지처분을 받았고, 2012년 11월30일 재수감 될 때까지 무려 1년 넘게 삼성서울병원 VIP병동에서 생활해 왔다.

당시 천 회장이 재수감 된 것도 '현재 수감 중인자만 사면을 받을 수 있다'는 사면 규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천 회장은 구치소로 돌아온 후 두 달 만에 특사로 풀려난다. 

이처럼 수감기간 중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낸 천 회장이 특사 한 달 만에 퇴원한 것이 사실이라면 분명히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일이다.

천 회장이 형집행정지 요청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척추질환과 고혈압. 이 질환들은 짧은 시간 안에 완쾌가 될 수 없는 병들이라는 점에서 천 회장이 형집행정지를 받기 위해 지금까지 '꾀병'을 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다.

천 회장이 구급차를 타고 출소한 것도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일종의 ;‘쇼’가 된다. 게다가 한 달 만에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지병이었다면 천 회장은 어떻게 1년 넘게 형집행정지처분을 받아 외부 병원에서 지낼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안에선 중환자
밖에선 꾀병환자?

설령 실제로 병세가 심해 치료가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구치소 내에서도 통원치료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따라서 천 회장의 형집행정지처분 심사과정에서 오류나 봐주기는 없었는지 철저히 되짚어 봐야만 한다. 수감 중엔 꼭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며 무려 1년 넘게 형집행정지를 받았던 사람이 사면을 받자마자 갑자기 퇴원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일반상식으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좀 더 정확한 사실확인을 위해 지난 11일 천 회장이 입원해 있었던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1주일 전만 해도 천 회장이 입원 환자 명단에 없음을 확인해줬던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번에는 천 회장에 대한 자료가 비공개로 설정돼 있어 아무 것도 알려줄 수 없다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



천 회장이 약 1년3개월가량의 형집행정지기간 입원해 있었던 VIP병실 관계자는 심지어 천 회장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마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취재진을 쫓아내기도 했다. 병원 측은 천 회장의 형집행정지 심사와 관련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천 회장이 형집행정지기간 생활했던 삼성서울병원 VIP병동은 인터폰을 통해 신원을 확인해야만 병동 복도로 들어설 수 있는 등 보안이 철저했다. 외부인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이곳은 하루 병실비만 수십만원에 달하며 병실 안에는 응접실과 샤워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천 회장은 형집행정지기간 중 주거지가 병원으로 제한돼 있었지만 몇 차례 부적절하게 외출한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범죄를 저질러 재판 중에 있었음에도 남부럽지 않은 호화생활을 즐긴 것이다.
사실 정치인과 경제인, 고위관료 출신 비리 사범 수감자들의 '습관성' 형집행정지 신청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에선 건강하게 활동했던 유력인사들도 검찰에만 오면 너나할 것 없이 중환자가 됐던 것이다.

VIP 호화생활
범죄자 맞아?

형집행이 정지되면 나중에 교도소로 복귀한 뒤 그만큼 형량이 연장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총 수감기간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천 회장의 경우처럼 특별사면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큰 유력인사들은 수감생활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다 사면을 받아도 남은 형기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일단 형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본다는 것이다.

구속수감 이후에 형집행정지로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다 특별사면을 받는 것은 범법을 저지른 유력인사들에겐 일종의 코스가 된지 오래다. 때문에 대검찰청은 지난 2005년 형집행정지 허용기준을 대폭 강화했으며, 지난 2009년엔 '형집행정지 심사위원회'까지 도입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최고의 실세로 군림하다 범법행위로 구속수감됐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 위원장과 천 회장 등은 한때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나란히 입원하는 웃지 못 할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형집행정지 심사의 형평성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최 위원장과 천 회장은 실제로 지난 1월31일 특별사면을 받았다.

병보석 나왔다 사면석방 "범털들의 정해진 코스?"
검찰만 오면 중환자, 출소하면 20대 부럽지 않은 체력

황당한 이유를 앞세워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는 이들도 많다. 일례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5월 “치매가 의심된다”며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감 생활에 별 무리가 없는 것 같다”며 불허했다. 공 전 교육감은 과거에도 당뇨병, 전립선 비대증을 호소하며 형집행정지를 요구한 바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형집행정지를 위해 진단서를 첨부해오지만 실제로 정밀검진을 해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른바 '휠체어재판'의 역사는 지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휠체어재판의 원조 격인 정 전 회장은 형집행정지의 혜택을 누구보다 톡톡히 봤다. 정 전 회장은 수서비리, 한보사태 등에 굵직한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징역 15년형이 확정됐지만 5년5개월 가량을 복역하다가 고혈압 및 협심증의 병세로 석방됐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강릉영동대 교비 7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또다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2심 재판 도중인 2007년 신병 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건너간 뒤 현재까지 해외 도피 중이다.

공정성 어디에?
못 믿을 사법부

한편 당시 정 전 회장에게 진단서를 발급해준 이모 전 서울대병원장이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는 등 한차례 소동이 일기도 했다. 법원은 정 전 회장과 이모 병원장 간 오간 돈이 병원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권의 한 전문가는 "검찰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형집행정지를 시행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일반인들보다 유력인사들의 형집행정지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형집행정지 시행의 공정성을 높일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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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