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하마' 역대 정부조직개편 풀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4: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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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새 술은 꼭 새 부대에?'

[일요시사=정치팀] 정부 조직개편은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하나의 ‘통과의례’다.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현 박근혜 정부까지 무려 8차례나 조직의 틀이 바뀌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1988년 이후 국토안보부가 신설된 것을 제외하면 현 행정조직이 25년째 유지되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유독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개편에 목을 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혈세가 줄줄 샜던 역대 정권의 조직개편 풀스토리를 살펴봤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창 숙성 중인 새 술을 낡은 부대에 부으면 술이 팽창하면서 가죽부대가 터지기 때문에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새 부대만 고집하다 아예 술을 쏟아버릴 위기에 처했다.

새 부대 고집하다
새 술 엎지를라!

지난 1월30일 발의된 정부조직개편안이 한 달 넘게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개편안을 놓고 여야는 첨예하게 대치중이다. 핵심쟁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둘러싼 이견이다. 새누리당은 SO부문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고, 민주통합당은 SO부문을 방송통신위에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의 통과가 미뤄지며 국정공백은 점점 커져가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부조직과는 상관없는 생뚱맞은 지상파방송 사장 선임 문제를 협상카드로 제시했고,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며 고집을 피우고 있다.

일관성 없는 조직개편에 줄줄 새는 혈세
고민 없는 조직개편 "임기 중 세 번이나?"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대통령으로서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야당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8년 전엔 자신이 야당의 대표로서 정부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수정안을 강행처리하려고 하자, 박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들은 단상을 점거하는 등 물리적 저지에 나섰을 정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행되는 정부조직개편은 마치 연말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아엎는 기이한 풍경과도 비슷하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역대 정권은 예외 없이 부처 통폐합을 단행했다. 새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별다른 기능도 없는 부처가 신설되기도 했고, 전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간판만 바꿔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 과정에서의 혈세 낭비는 필연적이었고, 각 정부 부처들이 5년 주기로 대변화를 겪다보니 업무 연속성이 깨지며 효율성도 떨어졌다. 역대 정권의 조직개편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역대 조직개편
효율성은 '꽝'

지난 1993년 2월 탄생한 김영삼 정권에서는 5년간 3차례에 걸쳐 정부조직을 개편했다. 김영삼 정권은 효율성과 민주성이라는 원칙 아래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전면에 제시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이뤄진 1차 개편은 정부 부처 축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각각 통합해 문화체육부와 상공자원부로 개편한 것이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인 1994년 김영삼 정권은 다시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을 한다.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통합해 만든 상공자원부는 통상정책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 다시 통상산업부로 개편됐다.

체신부는 정보통신부로 변경됐고, 환경처는 환경부로 격상됐다. 게다가 또 1년여가 흐른 1996년 2월에는 중소기업청을 설치했고, 같은 해 8월 해양수산부 및 해양경찰청을 신설한다. 작은 정부를 외쳤던 초기와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김대중 정권도 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3차례에 걸쳐 정부조직을 개편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1998년 2월 김영삼 정권의 '2원14부5처14청'의 정부체제를 '17부2처16청'으로 개편했다.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로 이름만 바꾸고 외무부에 통상교섭본부를 신설해 외교통상부로 변경했으며, 내무부와 총무처를 통합해 행정자치부를 만들었다. 통상기능을 담당하던 통상산업부는 산업자원부로 탈바꿈했다.




1999년 2월 2차 정부조직개편에서는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처를 통합해 기획예산처를 신설했다. 김대중 정권은 또 경제부총리 및 교육부총리를 신설했다.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하여금 경제부처를 총괄 조정하도록 하고,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인적자원 개발정책에 관해 관계부처를 총괄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여성부도 신설, 17부2처16청으로 출범한 김대중 정권은 '18부4처16청'으로 막을 내렸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정부조직개편이라는 하드웨어 변경보다는 기능조정이라는 소프트웨어 변경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의 보육서비스 기능이 여성부로, 기획예산처의 행정개혁 기능이 행정자치부로 각각 이양됐다.

동시에 특정 정부조직이 전담하기 어려운 정부혁신, 지방분권 등 굵직한 대통령 어젠다를 수행하는 기구로 각종 위원회를 신설, 전담토록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신설한 위원회들은 각종 문제를 야기했고 별다른 효용성 없이 공무원수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밖에도 노무현 정권은 소방방재청과 방위사업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신설하고 철도청을 공사화했다. 이로써 노무현 정권에서의 정부조직은 '18부4처18청'으로 개편됐다.

오락가락 개편
늘렸다 줄였다

이명박 정권은 1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수술했다. 인수위 시절부터 점령군 논란을 겪었던 이명박 정권이기에 어쩌면 예상된 결과였다. '작고 유능한 실용정부'를 목표로 추진된 이명박 정권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통일부 및 여성부 존폐 논란 등으로 지금과 같은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조직 규모는 노무현 정권 때보다 대폭 축소돼 '15부2처18청'이 됐다.

이명박 정권은 우선 경제ㆍ교육ㆍ과학기술 부총리제를 폐지했고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기획재정부로 통합했으며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를 각각 폐지했다. 이명박 정권은 이처럼 기존 18부의 조직을 15부로 무리하게 줄이면서 해당 부처 공무원들과 해당 부처와 관련된 각계 인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정부조직개편안은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2월29일에서야 실행에 옮겨질 수 있었다. 이명박 정권은 대신 정보기술 산업정책 및 산업기술연구개발정책을 통합해 지식경제부를 신설하고 과학기술정책을 교육에 결합해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하는 동시에 특임장관을 신설했다. 또한 정보통신부의 통신서비스 정책ㆍ규제 기능과 방송위원회의 방송 정책ㆍ규제 기능을 통합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었다.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 역시 이전 정권들의 조직개편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15부2처18청이었던 조직을 '17부3처17청'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안전을 우선한다는 취지에서 안전행정부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름만 바꿨다.

안전행정부가 행정안전부보다 안전할까?
조직개편이 정부혁신이라는 착각 버려야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예산 낭비는 필연적이다. 부처의 명칭이 바뀌면 전국의 현판과 부처가 쓰던 서류, 명함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명칭만 앞뒤로 바뀌는 데 무려 6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정부 측은 명칭 변경을 계기로 국민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상 업무면에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과연 안전행정부가 행정안전부보다 더 안전할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소속 부처를 옮기는 공무원과 산하기관 종사자들은 4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이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조직 개편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너무 잦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토안보부가 신설된 것을 제외하곤 1988년 이후 현 행정조직을 25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01년 관료주의의 상징이던 대장성을 없애고 부처수를 절반으로 줄인 뒤 지금까지 12개 성청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일본은 이 같은 조직 개편을 위해 10년이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쳤던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별다른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겨우 5년간의 임기 중에 세 번씩이나 조직개편을 거쳤던 지난 정권들의 사례는 지난 정권들이 조직개편을 함에 있어 그만큼 고민이 부족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민없는 개편
반복되는 폐해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토록 조직개편에 목을 매는 것일까? 우선 표면적인 이유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국정 철학을 지닐 수밖에 없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정부조직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특정 분야를 육성하고 집중적으로 자원을 쏟아붓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조직개편은 실상 '전 정권 지우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조직개편을 정부혁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며 "무작정 덩치를 키우거나 공무원수를 줄인다고 해서 일 잘하는 정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정부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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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