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도 안 된 '박근혜 말 바꾸기'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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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일요시사=정치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돼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 공약들이 잇따라 백지화 되거나 후퇴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 측은 '공약은 선거 캠페인일 뿐'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다. 이들은 이토록 당당해도 되는 것일까? 취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말 바꾸기에 나선 박 대통령의 공약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 6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진 내정자는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대선 공약을 만들고 이후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이를 정책화 한 핵심인물이다. 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컸던 '기초연금'과 '4대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 대해 질문이 집중됐다. 두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이었지만 대선 승리 후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공약 내용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야당 의원들은 진 내정자에게 공약 내용이 바뀐 경위가 뭐냐고 따졌다.

공약 후퇴?
공약 사기?

그러자 진 내정자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진 내정자는 "대선은 캠페인"이라며 "선거운동과 정책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봐도 공약집에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지급한다고 돼 있는 걸 보면 (노인기초연금을) 다 받게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권 인사들은 "광고할 땐 '전액 보장'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정작 계약서엔 깨알 같은 글씨로 제외 항목들을 줄기차게 나열해 놓는 비열한 보험회사식 상술을 대선공약에 적용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박근혜가 벌써 말을 바꾸네' 공약 줄줄이 후퇴
진영, 공약 말 바꾸기 지적에 "대선은 캠페인?"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사용했던 '박근혜가 바꾸네'란 선거 캐치프레이즈에 빗대 '박근혜가 벌써 말을 바꾸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대선후보였음도 복지공약을 전면에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특이한 케이스다. 하지만 대선 기간 때부터 박 대통령 측이 내세운 파격적인 복지공약들의 재정을 확보할 방안이 미흡한데다, 과거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고)식 자율경제를 신봉하던 박 대통령이 과연 복지공약을 실현시킬 의지가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한 문제제기는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복지공약의 후퇴로 현실이 됐다.

박근혜가 바꾸네
말을 바꾸네

그중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노인기초연금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기간에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인수위가 밝힌 국정과제에서는 내년 7월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을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매월 4만원에서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박 대통령 측은 대선기간 보도자료를 통해 기초연금이 차등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렸음으로 말 바꾸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시 공약집에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라는 문구가 분명하게 적혀있다. '모든 어르신에게'라는 문구를 공약집에 분명히 적어놓고 나중에 보도자료로 해명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태도는 분명 납득하기 힘들다.

특히 이 공약은 대선기간 새누리당이 노인층의 표를 끌어오는데 엄청난 역할을 했던 공약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지원을 위해 경로당을 찾아 '임기 내 어르신들의 기초노령연금을 2배로 올려드리겠다'는 민주당의 대선공약을 설명하다가 "박근혜 후보는 당장 20만원 준다"는 한 할머니의 지적에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일화는 당시 새누리당의 노인기초연금 공약의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랜 투병생활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서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 역시 크게 후퇴했다.


박 대통령 측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해 건강보험 비급여를 포함한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당초 공약을 2016년까지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만 100% 급여화하고 상급 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비급여 대상은 실태조사를 통해 환자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대 중증질환의 경우 상급 병실료와 선택진료비가 총진료비의 49%를 차지하며,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해선 지금도 약 90%가 보장된다. 이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공약을 실현한다고 해도 수혜자 입장에선 사실상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공약 수정이 아니라 대선 때부터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보험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대선기간 4대 중증질환 공약에 대해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외에 환자의 선택에 의한 부분은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 실천해도
효용성 없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12월16일 3차 TV토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4대 중증질환 재원에 대해 "간병비도 보험대상이냐. 선택 진료비까지 보험급여로 전환하면 1조5000억원으로는 어려울 텐데 충당 가능하냐"고 묻자 "가능하다"고 답하며 또 한번 논란을 자초했다. 새누리당은 다음 날 해명자료를 통해 이를 바로 잡았지만 당연히 잘 알려지진 않았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4대 중증질환 진료비는 국가가 전액 보장하는 것으로 알고 선거에 임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인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도 대폭 후퇴했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2014년부터 시행될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정책을 우선 '75살 이상 노인의 어금니 2개'를 대상으로 시작한 뒤 점차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당초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는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이라고만 쓰여 있어 그동안 이 공약의 적용대상이 일반적인 노인의 기준인 '65세 이상'으로 알려졌으나, 인수위를 거치며 적용대상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 또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못한 국민들의 실수라면 실수지만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노인 임플란트 적용대상이 75세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그 효용성 논란도 일고 있다. 75세 이상이면 대부분 잇몸뼈가 부실해 임플란트를 하기가 쉽지 않고, 대신 뼈 이식을 통해 하려면 그 비용은 엄청나게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 부분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75세 이상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공약은 서민계층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경제민주화 빠진 국정목표에 비난 여론
공약 믿고 찍은 국민 "믿은 내가 바보다"

박 대통령이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18일 광화문 유세에서 즉석으로 발표한 군복무 단축 공약은 중장기과제로 넘어가며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많다. 군복무 단축 공약은 당초 대선공약집에는 없었지만 이날 유세현장에서 갑자기 발표됐다.

국방부는 이 공약에 대해 인수위 시절부터 병역자원 부족, 전투력 약화를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박 대통령은 임기 내 이행이 가능하다며 밀어붙였었다. 그 후 박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군복무 단축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추진 시한이 명시되지 않아 향후 5년 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월 급여 130만원 미만 비정규직의 사회보험료 100% 지원 공약은 사회보험료 50% 지원으로 축소됐다. 대선 때 핵심과제로 제시됐던 '경제민주화'는 아예 사라졌다. 경제민주화란 일방적인 성장보다 경제주체 간 균형있는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며 중도층의 표를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인수위가 발표한 5대 국정목표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아예 사라졌다. 국정목표의 첫 번째 자리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가 차지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목표가 결국 부의 분배에서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애매한 화법
농락당한 국민

또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던 박 대통령이 인선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나 조원동 경제수석 등은 친시장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반면 대선기간 경제민주화 이슈를 주도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과 강석훈,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등은 청와대 인선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한 정치전문가는 "물론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지만 박 대통령의 사례는 애매한 화법으로 국민들을 농락한 수준"이라며 "지금이라도 이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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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