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뒤통수 노리는 '반박' 뜨는 까닭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04 13: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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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꼬리' 되느니 차라리 '뱀머리' 될 테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정부가 지난달 25일 드디어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새누리당이 국회 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국정드라이브가 기대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당내에서 야당보다 무서운 '반박(반박근혜)'세력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카리스마는 정치권에서도 유명하다. 전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자신의 의견에 이견을 보일 때면 굳은 표정으로 상대방을 빤히 쳐다본다고 한다. 이른바 '박근혜 레이저광선'에 이견을 보이던 인사들도 지레 겁을 먹고 입을 다물기 일쑤다.

그런데 최근 그런 박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위협받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야당보다 무서운 '반박' 세력이 몸집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독히도 괴롭혀온 것은 다름 아닌 당내 친박(친박근혜)세력이었다. 비록 소수지만 당내 반박세력의 등장이 심각한 이유다.

지는 친박
뜨는 반박

반박세력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필두로 한 친이(친이명박)세력이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경선룰 갈등으로 박 대통령과 대립한데 이어 대선 이후에도 연일 박 대통령 '딴지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첫 인사로 알려진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가 하면, 박 대통령이 일괄적으로 발표한 새 정부 장관 후보자 중 일부에 대해서도 자진사퇴를 거론하고 나섰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릴 정도다. 특히 대선 이후 당내에서 비주류로 추락한 친이계는 다가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탈당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두 번째 세력은 당초 친박계로 분류되다 다양한 사연으로 반박으로 돌아선 탈박(탈박근혜)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다.

사사건건 이견 표출, 노리는 것은 무엇?
당내 세력화 할까? 반기들다 눌릴까?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심복이지만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박근혜 저격수'로까지 불리고 있다. 유 의원 본인도 박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진 이유에 대해 "내가 너무 쓴 소리를 잘해서 그렇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지난 해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당명을 변경하려 하자 "새누리당이란 이름에 가치와 정체성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비대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섰다.

또 인수위 시절에는 박 대통령이 막말 논란을 겪고 있는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을 임명하자 윤 대변인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며 박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서 윤 대변인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유 의원이 처음이었다.

어제의 동지
오늘의 적

세 번째는 아직까진 수면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대선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도 인선에서 소외된 세력들이다. 이들 사이에선 선거 승리의 공이 당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그렇잖아도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한 당내 인물들이 너무 많아 논공행상이 어려운 지경인데 박 대통령은 인수위 때부터 이러한 인물들을 대부분 배제하고 외부인사 위주로 인선을 실시해 나갔다. 당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등 대선과정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대선이 끝난 후 버려지다시피 한 외부 영입 인사들은 얼마든지 반박세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반박세력으로 분류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같은 당이라고 해도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면 이를 말할 수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이들과는 달리 야권에선 여권과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표출되지 않고 똘똘 뭉친 모양새다. 게다가 현재 반박세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중에는 과거에는 당론에 무조건 따르던 이들도 상당수다. 이들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대표적인 반박세력으로 거론되는 이재오, 유승민 두 의원은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지역별 의원들과 가진 식사 모임에 나란히 불참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반박세력의 등장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야권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과 장관 임명 등에 대해 당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다 보니 국민들이 보기에는 박 대통령의 선택에 정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을 야권의 발목잡기로 몰아가고자 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154석으로 아슬아슬한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반박세력의 이탈이 치명적이다. 현재 19대 국회는 여대야소라고 하지만 반박세력이 본격적으로 세를 형성해 나간다면 실질적인 여소야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여대야소 상황에서도 국정운영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친박계의 득세로 실질적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반박세력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이들이 반박세력을 형성하게 된 것은 '이미 잃을 것이 없다'는 심리가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애초부터 박 대통령과 대립관계였던 만큼 이들로선 박 대통령과 관계가 나빠진다고 해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역으로 이제 와서 새 정부에 적극 협조한다고 해서 얻을 것도 없다는 분석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주요 현안마다 반대 목소리를 냄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몸값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냄으로써 소수의 인원으로도 전체의 그림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박 대통령이 당장 반박 다독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박 대통령에 충성하는 친박계보다 박 대통령과 대립하는 반박세력이 새 정부에서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수도 있다.

선제적 방어
"우리 건들지 마"

이 같은 반박세력의 형성이 박근혜 정부하에서 벌어질지도 모르는 정치보복에 대한 선제적 방어 성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보복이 있기 전에 미리 세력을 형성함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친이계의 사례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진 친박계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천 학살' 등 정치적 핍박을 받았다. 이에 정치권에선 대선 전부터 "박근혜가 집권하면 문재인보다 더 세게 친이계 보복에 나설 것"이란 추측들이 오갔다.

실제로 현재 국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가사업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됐다. 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과 한식 세계화사업에 대한 감사 요구안을 각각 의결했다.

따라서 친이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박 대통령과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이란 분석이다. 친이계의 반박세력 형성은 '우리를 건들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가 될 수 있다.

야당 보다 무서운 반박, 그들의 정체는?
"날 버린 박근혜, 후회하게 만들겠어"

또 친이계로선 어차피 다음 공천을 보장받을 수 없는 데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할수록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된다. 결국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할 때 박근혜 정부에 협조하는 것보단 자신들만의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분석이다.

다음 총선이 2016년에야 치러진다는 것도 이들이 반박세력을 형성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적어도 그때까진 안전이 보장되는데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은 임기를 고작 1년 남긴 박 대통령과 주변세력이 갖기보단 차기 대권을 노리는 새로운 주자가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권 말이 되면 예외없이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바닥을 쳐왔던 만큼 현 정권과 미리부터 거리두기에 나서는 것이 다음 총선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자가당착
결자해지

이 같은 반박세력의 가장 훌륭한 롤모델은 누가 뭐래도 과거 이명박 정부하에서의 친박세력일 것이다. 당시 친박세력은 당내 소수임에도 주요 현안에서 이 전 대통령과 정면대결을 펼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었다. 또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한 박 대통령은 대선 경선 패배 후에도 꾸준히 언론에 거론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다음 대선까지 잊혀지지 않고 유력 대선주자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러한 친박계의 행보는 박근혜 정부하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반박계의 롤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당내에서 이 전 대통령을 괴롭혔던 박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과연 박 대통령은 이들을 다독이기 위해 어떠한 카드를 내놓을까? 박 대통령은 이들을 끌어안고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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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