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취임에 '독재 트라우마' 떠오르는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04 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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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독재DNA' "역시 피는 못 속여?"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7만여 명의 국민들과 해외 축하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제18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국민'이라는 단어를 57번이나 반복하며 국정운영의 중심이 국민임을 거듭 강조했지만,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독재정권 시절의 공포가 떠오른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국민들의 '독재 트라우마'를 추적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사흘 전인 지난달 21일. 박 대통령에 대한 각종 폭로를 담아 인터넷상에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조웅 목사가 체포됐다. 조 목사는 이날 혜화동의 한 찻집에서 인터넷방송으로 생중계 인터뷰를 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남자 3명에게 붙잡혔다. 체포 당시 상황은 그대로 생중계 됐다.

흉악범도 아닌데
욕했다고 긴급체포

사실 조 목사의 폭로내용들은 다소 황당한 것들이었다. 박 대통령이 평양 방문 시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한화 500억을 북측에 건넸다거나, 김정일과 만찬에서 마약이 섞인 백두산 삼독주를 마셨고, 김정일과 동침(잠자리)했다는 등의 주장은 근거도 없고 신빙성도 없었다. 명예훼손 혐의는 충분했지만 문제는 그 방식에 있었다.

이날 현장에 들이닥친 남자들은 자신들이 어디 소속인지, 누가 신고를 했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으며, 흉악범도 아닌 일흔이 넘은 노인을 수갑을 채워 연행해 갔다. 마치 박정희 시대의 긴급체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또 검찰은 고발 당일 사건을 배당하고,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 당일 사건 배당과 체포영장 청구가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 목사 체포과정에 박 대통령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독재정권 시절의 공포가 떠오르고 있다. 불과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반대세력의 온갖 비방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전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고 말했었다.

대통합 외치더니 결국 친박으로 끝난 인선
주변에 쓴소리 할 인물 없어, 독선 빠지나?

불과 10년 사이 거꾸로 돌아간 시계에 국민들은 적응하기가 힘들다.박근혜 정부를 바라보며 국민들이 독재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이 밖에도 다양하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비서실로 환원하고 경호처를 경호실로 개편하면서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경호실의 격상은 박 대통령의 '단독작품'으로 인수위와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경호실장 내정자로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을 지명했다. 4성 장군으로는 2008~2011년 경호처장을 맡은 김인종 전 2군사령관이 있었지만 참모총장 출신은 처음이다.

경호실장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력의 실세로 통했다. 때문에 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채 경호요원이던 박상범 경호실장을 발탁해 군 출신이 경호실장을 독차지해온 관행을 처음으로 끊었다.

군의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권위주의적 경호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실제로 이때를 시작으로 경호실장은 비정치적인 자리로 서서히 탈바꿈했다.

경호실 강화
제2의 차지철?


그러나 박 대통령이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참모총장 출신의 경호실장을 내정함으로써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행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경호실의 실질적 권한도 강화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경호공무원 임용 시 제청권이 청와대 대통령실장에게 있었지만 이제는 경호실장이 직접 제청권을 행사하고, 경호실 직원에 대한 징계권도 대통령실에서 경호실로 옮겨졌다. 또 경호처장이 경호구역을 지정하려면 대통령실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경호실장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청장은 차관급인데 자신을 보호하는 대통령 경호실장은 장관급으로 승격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이것이 국민을 섬기는 자세인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여론이 일기도 했다. 또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제2의 차지철'을 키우겠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주변 측근들의 과잉충성도 과거 독재정권을 떠올리게 한다. 대선기간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 심기경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킬 정도로 충성경쟁을 벌였었다. 당연히 대선 승리 이후에는 충성경쟁이 더 심해졌다. 

부동산 편법증여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로 고위공직자 재산신고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 고리를 달고 다닌 사진이 보도되며 과잉충성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논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평소 두 분을 존경해서 사진을 달고 다닌다"고 말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역시 인수위 시절 <월간 박정희>라고 적힌 종이봉투를 들고 나타나 과잉충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 인수위 고용노동분과에서는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두 번째 새마을운동'이라는 언급이 나와 박근혜 정부의 목표가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일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 2TV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 대해 징계를 내려 과잉충성 논란이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에 따르면 개그맨 정태호가 박 대통령을 대상으로 "잘 들어, 개그는 절대 하지 마라"고 말한 것 등이 반말에 해당된다며 이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방송의 품위 유지에 위배되는 부적절한 내용으로 판단해 KBS에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헛기침만 해도
알아서 긴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취임식을 앞두고 취임식장 제설작업에 소방관들이 투입돼 역시 논란을 일으켰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영등포소방서에 공문을 보내 대통령 취임식 행사가 열리는 국회 잔디밭에 놓인 4만5000여 개의 의자에 쌓인 눈을 치우도록 했다. 이 공문을 받은 영등포소방서 소속 100여 명의 소방관은 취임식 행사장에 동원돼 제설작업을 했다. 이 역시 공무원 조직의 과잉충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는 최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취임식 소방관 동원은 적절치 못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유 후보자는 제18대인수위원회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취임식 준비를 진두지휘했다.

또 박 대통령은 대선기간 내내 대통합을 외쳤지만 지금까지의 인선은 철저히 '친박'으로 점철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박 대통령 주변을 친박계가 둘러싸고 반대목소리를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역시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너도나도 과잉충성 경쟁, 관제 동원 부활?
박근혜 욕하면 긴급체포? 여론 입막기 의혹

지난달 18일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조각을 완료했다. 박 대통령의 인선에 대해 전문성을 보강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혼자서 국정을 통할하겠다는 친정체제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발탁된 장관후보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면서 보좌역할을 했던 인사들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처를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장관후보자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친박 중진인 허태열 전 의원을 임명함으로써 결국 행정부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의 인선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변에 쓴소리를 할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측근들에 둘러싸인 박 대통령이 자칫 독선에 빠지지 않을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길게 드리워진
박정희의 그림자

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날 외신들은 박 대통령이 하루 빨리 아버지의 독재정권 이미지를 떨쳐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기 초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이 50%대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독재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박 대통령의 성공은 18년간 장기독재를 한 부친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언론인은 "박근혜 정부가 무엇보다 소통에 성공하기 바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지을 때는 국민과 야당이 반대해도 우선 추진하고 역사의 판단을 기다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소통 없이는 역사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과거 박정희 시대의 일방통행 리더십을 추구한다면 그 선택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반드시 실패 할 것이라는 뼈 있는 조언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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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