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리> 물러난 MB의 '변명을 위한' 변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4: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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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하였노라?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퇴임연설을 끝으로 사실상 모든 국정활동을 마무리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연설에서 이 정부 5년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모두 역사에 맡기자고 했다. 지난 5년간 끊임없는 비판에 시달려온 이 전 대통령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 전 대통령은 정말 실패한 대통령일까? <일요시사>가 MB정부의 지난 5년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폭군이었을까 성군이었을까?"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냉혹하다. 혹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후퇴시킨 대통령"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서민경제를 붕괴시킨 주범"이라고도 말한다.

임기 중 잇따라 발생한 측근비리와 퇴임을 앞두고 강행한 측근사면으로 도덕성에 대한 평가도 바닥을 치고 있다.

냉혹한 평가
도덕성 바닥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맞이한 유례없는 두 차례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무역 1조달러 돌파,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을 이끌어낸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인색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가 유독 인색한 우리나라의 풍토에 대해 "우리는 전쟁의 잿더미에서 잘사는 대한민국을 이룩한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지키고, 발전시킨 모든 대통령이 강아지보다 대접을 못 받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5년이란 세월동안 나라를 위해 오롯이 매진해 온 이 전 대통령. 그는 과연 5년 동안 치적을 남기기 위해 무리수를 둬가며 사고만 쳤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들의 기대를 잔뜩 안고 출범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그것이다. 촛불시위는 이 전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까지 몰아넣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5월, 정권 출범 두 달 만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로 위기를 맞았었다. 소고기 재협상 요구로 시작된 시위는 이후 이명박 정부 퇴진 등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졌다. 촛불시위는 당시 MBC <PD수첩>이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촉발됐다.

MB정부 5년 대단원의 막…평가는 '극과 극'
2차례 세계경제위기 극복, 국격 상승 '호평'

그러나 보도내용은 대법원 판결 결과 대부분 허위사실로 판명이 났다. 또 소고기 재협상 논란의 원인이 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 3월 발효 이후 대미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후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유럽연합(EU) 수출은 줄어든 반면 대미 수출은 2.9% 증가하기도 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EU FTA를 강력하게 밀어붙여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경제영토를 개척했다. FTA 체결·타결국은 2004년 1건(1개국)에서 2012년 10건(47개국)으로 늘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비판을 받았던 인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대통령 취임 후 인선 때마다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강부자(강남부자) 인사라며 비판을 받았고 많은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하고 낙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발간한 국정백서를 통해 이 같은 비판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고소영은 오해
광우뻥에 울다

백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전체 정무직 392명 중의 고려대 출신 분포비율은 16.1%로 김대중 정부 14.5%, 노무현 정부 11.3%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소망교회 출신은 이경숙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을 포함해 모두 4명 내외로 대통령이 5년간 임명한 고위공직자 총 3300여 명의 0.1%에 불과했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영남 출신 인사의 비율은 35.7%로 김대중 정부 때의 22.4%보다는 높지만 노무현 정부 때의 39.3%보다는 낮다. 고소영 인사가 아니었다는 항변이다.

이 대통령은 강부자 인사 또한 오해라고 주장한다. 초기 임명된 국무위원 등의 평균재산액은 33억7000만원인데, 유인촌 장관의 140억2000만원을 제외하면 26억1000만원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 장관의 평균재산은 11억원이었는데, 2008년을 기준으로 5년간 강남 소재 아파트의 명목 가격이 10억원 가량 증가한 것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3000달러에서 2만달러로 오른 것을 고려하면 지나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취임 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은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경호처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지난 5년 동안 참석한 공식 행사는 총 3842회다.

이는 하루 평균 2.1회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2.5배, 김대중 전 대통령의 2배, 김영삼 전 대통령의 3.1배, 노태우 전 대통령의 3배, 전두환 전 대통령의 1.7배 많은 규모다.

특히 49차례에 걸쳐 84개국 110개 지역을 방문,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해외 순방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5년 동안 이동한 총 거리는 지구 22바퀴에 해당하는 88만2508㎞. 하루 평균 483㎞를 이동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는 등 수많은 사업을 직접 따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라는 자신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답게 글로벌 경제위기 가운데에서도 지난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선을 회복시켰고, 2011년에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대 무역강국으로 우뚝 섰다. 세계 주요국가의 신용등급이 모두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지난 5년간 OECD 34개국 중 가장 높이 상승하기도 했다.

글로벌 위기 극복
국가신용도 상승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잇달아 치러내면서 중견국가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확립했다.


또 이처럼 외교부분에서 물꼬가 트이자 우리나라는 3수 끝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는 성과를 얻어내는가 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는 이 전 대통령의 뛰어난 외교술 덕분이라는 평가다.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은 이명박 정부 5년간 그 어느 때보다 공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FTA 비준 등으로 경제분야 협력이 강화된 데다, 대북 위협에 맞서는 카드로 대미 외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 미사일지침은 이 전 대통령이 펼친 대미외교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 지침으로 우리나라는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졌다.

반면 남북관계는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극단으로 치달았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경험하며 전 국민이 안보불안감에 떨기도 했다.

MB, 역사 속 '성공한 전직 대통령' 롤모델 될까?
지금은 '과'이지만 나중엔 '공'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북정책 성과를 평가해선 안 된다"고 항변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의 '갈취근성'과 햇볕정책에 대한 금단현상을 치유하고 남북관계의 근본적 틀을 바꿔놓았다"고 자평했다.

천 전 수석의 말처럼 이 전 대통령의 대북 강경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 정권에서의 저자세 대북외교에 분통을 터뜨리던 보수층으로부터는 적극적인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그 무엇보다도 이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비판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 전 대통령이 임기 중 가장 잘못한 일로 4대강 사업을 꼽기도 했다. 4대강 사업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고 부실공사 문제가 지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사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4대강이 감당할 수 있는 강우빈도를 100년에서 200년으로 늘려 자연재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선진국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500년에서 1000년 강우빈도까지 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했어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백년 전부터 해온 치수사업을 이제야 우리도 실시한 것 뿐이다.

억울한 비판
후세가 평가하길

게다가 지난 참여정부에서는 <신국가방재시스템백서>를 통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총 87조4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수립했었는데 4대강 사업은 이 계획에 따라 매년 지출됐던 수해복구 2조4천억원, 치수사업 1조2천억원, 수질관리 2조2천억원, 농업용수 3천억원, 가뭄피해 3천억원 등 6조4천억원에 1조원을 추가해 3년 동안 총 22조2천억원의 예산으로 실시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고 과거 정부에서 수립한 사업계획에 비해 얼마나 경제적인 사업이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임기 말까지 끝까지 일하는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 다짐대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새벽 4시에 일어나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강행군을 계속 해왔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의 '공'과 함께 '과'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지난 5년간 우리는 이 전 대통령의 '과'만 너무 부각해서 들여다 본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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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