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리> 물러난 MB의 '변명을 위한' 변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4: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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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하였노라?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퇴임연설을 끝으로 사실상 모든 국정활동을 마무리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연설에서 이 정부 5년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모두 역사에 맡기자고 했다. 지난 5년간 끊임없는 비판에 시달려온 이 전 대통령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 전 대통령은 정말 실패한 대통령일까? <일요시사>가 MB정부의 지난 5년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폭군이었을까 성군이었을까?"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냉혹하다. 혹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후퇴시킨 대통령"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서민경제를 붕괴시킨 주범"이라고도 말한다.

임기 중 잇따라 발생한 측근비리와 퇴임을 앞두고 강행한 측근사면으로 도덕성에 대한 평가도 바닥을 치고 있다.

냉혹한 평가
도덕성 바닥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맞이한 유례없는 두 차례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무역 1조달러 돌파,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을 이끌어낸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인색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가 유독 인색한 우리나라의 풍토에 대해 "우리는 전쟁의 잿더미에서 잘사는 대한민국을 이룩한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지키고, 발전시킨 모든 대통령이 강아지보다 대접을 못 받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5년이란 세월동안 나라를 위해 오롯이 매진해 온 이 전 대통령. 그는 과연 5년 동안 치적을 남기기 위해 무리수를 둬가며 사고만 쳤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들의 기대를 잔뜩 안고 출범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그것이다. 촛불시위는 이 전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까지 몰아넣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5월, 정권 출범 두 달 만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로 위기를 맞았었다. 소고기 재협상 요구로 시작된 시위는 이후 이명박 정부 퇴진 등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졌다. 촛불시위는 당시 MBC <PD수첩>이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촉발됐다.

MB정부 5년 대단원의 막…평가는 '극과 극'
2차례 세계경제위기 극복, 국격 상승 '호평'

그러나 보도내용은 대법원 판결 결과 대부분 허위사실로 판명이 났다. 또 소고기 재협상 논란의 원인이 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 3월 발효 이후 대미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후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유럽연합(EU) 수출은 줄어든 반면 대미 수출은 2.9% 증가하기도 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EU FTA를 강력하게 밀어붙여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경제영토를 개척했다. FTA 체결·타결국은 2004년 1건(1개국)에서 2012년 10건(47개국)으로 늘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비판을 받았던 인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대통령 취임 후 인선 때마다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강부자(강남부자) 인사라며 비판을 받았고 많은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하고 낙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발간한 국정백서를 통해 이 같은 비판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고소영은 오해
광우뻥에 울다

백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전체 정무직 392명 중의 고려대 출신 분포비율은 16.1%로 김대중 정부 14.5%, 노무현 정부 11.3%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소망교회 출신은 이경숙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을 포함해 모두 4명 내외로 대통령이 5년간 임명한 고위공직자 총 3300여 명의 0.1%에 불과했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영남 출신 인사의 비율은 35.7%로 김대중 정부 때의 22.4%보다는 높지만 노무현 정부 때의 39.3%보다는 낮다. 고소영 인사가 아니었다는 항변이다.

이 대통령은 강부자 인사 또한 오해라고 주장한다. 초기 임명된 국무위원 등의 평균재산액은 33억7000만원인데, 유인촌 장관의 140억2000만원을 제외하면 26억1000만원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 장관의 평균재산은 11억원이었는데, 2008년을 기준으로 5년간 강남 소재 아파트의 명목 가격이 10억원 가량 증가한 것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3000달러에서 2만달러로 오른 것을 고려하면 지나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취임 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은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경호처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지난 5년 동안 참석한 공식 행사는 총 3842회다.

이는 하루 평균 2.1회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2.5배, 김대중 전 대통령의 2배, 김영삼 전 대통령의 3.1배, 노태우 전 대통령의 3배, 전두환 전 대통령의 1.7배 많은 규모다.

특히 49차례에 걸쳐 84개국 110개 지역을 방문,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해외 순방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5년 동안 이동한 총 거리는 지구 22바퀴에 해당하는 88만2508㎞. 하루 평균 483㎞를 이동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는 등 수많은 사업을 직접 따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라는 자신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답게 글로벌 경제위기 가운데에서도 지난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선을 회복시켰고, 2011년에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대 무역강국으로 우뚝 섰다. 세계 주요국가의 신용등급이 모두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지난 5년간 OECD 34개국 중 가장 높이 상승하기도 했다.

글로벌 위기 극복
국가신용도 상승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잇달아 치러내면서 중견국가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확립했다.


또 이처럼 외교부분에서 물꼬가 트이자 우리나라는 3수 끝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는 성과를 얻어내는가 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는 이 전 대통령의 뛰어난 외교술 덕분이라는 평가다.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은 이명박 정부 5년간 그 어느 때보다 공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FTA 비준 등으로 경제분야 협력이 강화된 데다, 대북 위협에 맞서는 카드로 대미 외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 미사일지침은 이 전 대통령이 펼친 대미외교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 지침으로 우리나라는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졌다.

반면 남북관계는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극단으로 치달았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경험하며 전 국민이 안보불안감에 떨기도 했다.

MB, 역사 속 '성공한 전직 대통령' 롤모델 될까?
지금은 '과'이지만 나중엔 '공'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북정책 성과를 평가해선 안 된다"고 항변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의 '갈취근성'과 햇볕정책에 대한 금단현상을 치유하고 남북관계의 근본적 틀을 바꿔놓았다"고 자평했다.

천 전 수석의 말처럼 이 전 대통령의 대북 강경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 정권에서의 저자세 대북외교에 분통을 터뜨리던 보수층으로부터는 적극적인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그 무엇보다도 이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비판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 전 대통령이 임기 중 가장 잘못한 일로 4대강 사업을 꼽기도 했다. 4대강 사업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고 부실공사 문제가 지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사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4대강이 감당할 수 있는 강우빈도를 100년에서 200년으로 늘려 자연재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선진국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500년에서 1000년 강우빈도까지 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했어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백년 전부터 해온 치수사업을 이제야 우리도 실시한 것 뿐이다.

억울한 비판
후세가 평가하길

게다가 지난 참여정부에서는 <신국가방재시스템백서>를 통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총 87조4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수립했었는데 4대강 사업은 이 계획에 따라 매년 지출됐던 수해복구 2조4천억원, 치수사업 1조2천억원, 수질관리 2조2천억원, 농업용수 3천억원, 가뭄피해 3천억원 등 6조4천억원에 1조원을 추가해 3년 동안 총 22조2천억원의 예산으로 실시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고 과거 정부에서 수립한 사업계획에 비해 얼마나 경제적인 사업이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임기 말까지 끝까지 일하는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 다짐대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새벽 4시에 일어나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강행군을 계속 해왔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의 '공'과 함께 '과'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지난 5년간 우리는 이 전 대통령의 '과'만 너무 부각해서 들여다 본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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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