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리> 물러난 MB의 '변명을 위한' 변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4: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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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하였노라?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퇴임연설을 끝으로 사실상 모든 국정활동을 마무리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연설에서 이 정부 5년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모두 역사에 맡기자고 했다. 지난 5년간 끊임없는 비판에 시달려온 이 전 대통령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 전 대통령은 정말 실패한 대통령일까? <일요시사>가 MB정부의 지난 5년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폭군이었을까 성군이었을까?"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냉혹하다. 혹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후퇴시킨 대통령"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서민경제를 붕괴시킨 주범"이라고도 말한다.

임기 중 잇따라 발생한 측근비리와 퇴임을 앞두고 강행한 측근사면으로 도덕성에 대한 평가도 바닥을 치고 있다.

냉혹한 평가
도덕성 바닥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맞이한 유례없는 두 차례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무역 1조달러 돌파,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을 이끌어낸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인색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가 유독 인색한 우리나라의 풍토에 대해 "우리는 전쟁의 잿더미에서 잘사는 대한민국을 이룩한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지키고, 발전시킨 모든 대통령이 강아지보다 대접을 못 받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5년이란 세월동안 나라를 위해 오롯이 매진해 온 이 전 대통령. 그는 과연 5년 동안 치적을 남기기 위해 무리수를 둬가며 사고만 쳤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들의 기대를 잔뜩 안고 출범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그것이다. 촛불시위는 이 전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까지 몰아넣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5월, 정권 출범 두 달 만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로 위기를 맞았었다. 소고기 재협상 요구로 시작된 시위는 이후 이명박 정부 퇴진 등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졌다. 촛불시위는 당시 MBC <PD수첩>이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촉발됐다.

MB정부 5년 대단원의 막…평가는 '극과 극'
2차례 세계경제위기 극복, 국격 상승 '호평'

그러나 보도내용은 대법원 판결 결과 대부분 허위사실로 판명이 났다. 또 소고기 재협상 논란의 원인이 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 3월 발효 이후 대미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후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유럽연합(EU) 수출은 줄어든 반면 대미 수출은 2.9% 증가하기도 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EU FTA를 강력하게 밀어붙여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경제영토를 개척했다. FTA 체결·타결국은 2004년 1건(1개국)에서 2012년 10건(47개국)으로 늘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비판을 받았던 인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대통령 취임 후 인선 때마다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강부자(강남부자) 인사라며 비판을 받았고 많은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하고 낙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발간한 국정백서를 통해 이 같은 비판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고소영은 오해
광우뻥에 울다

백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전체 정무직 392명 중의 고려대 출신 분포비율은 16.1%로 김대중 정부 14.5%, 노무현 정부 11.3%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소망교회 출신은 이경숙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을 포함해 모두 4명 내외로 대통령이 5년간 임명한 고위공직자 총 3300여 명의 0.1%에 불과했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영남 출신 인사의 비율은 35.7%로 김대중 정부 때의 22.4%보다는 높지만 노무현 정부 때의 39.3%보다는 낮다. 고소영 인사가 아니었다는 항변이다.

이 대통령은 강부자 인사 또한 오해라고 주장한다. 초기 임명된 국무위원 등의 평균재산액은 33억7000만원인데, 유인촌 장관의 140억2000만원을 제외하면 26억1000만원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 장관의 평균재산은 11억원이었는데, 2008년을 기준으로 5년간 강남 소재 아파트의 명목 가격이 10억원 가량 증가한 것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3000달러에서 2만달러로 오른 것을 고려하면 지나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취임 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은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경호처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지난 5년 동안 참석한 공식 행사는 총 3842회다.

이는 하루 평균 2.1회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2.5배, 김대중 전 대통령의 2배, 김영삼 전 대통령의 3.1배, 노태우 전 대통령의 3배, 전두환 전 대통령의 1.7배 많은 규모다.

특히 49차례에 걸쳐 84개국 110개 지역을 방문,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해외 순방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5년 동안 이동한 총 거리는 지구 22바퀴에 해당하는 88만2508㎞. 하루 평균 483㎞를 이동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는 등 수많은 사업을 직접 따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라는 자신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답게 글로벌 경제위기 가운데에서도 지난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선을 회복시켰고, 2011년에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대 무역강국으로 우뚝 섰다. 세계 주요국가의 신용등급이 모두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지난 5년간 OECD 34개국 중 가장 높이 상승하기도 했다.

글로벌 위기 극복
국가신용도 상승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잇달아 치러내면서 중견국가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확립했다.


또 이처럼 외교부분에서 물꼬가 트이자 우리나라는 3수 끝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는 성과를 얻어내는가 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는 이 전 대통령의 뛰어난 외교술 덕분이라는 평가다.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은 이명박 정부 5년간 그 어느 때보다 공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FTA 비준 등으로 경제분야 협력이 강화된 데다, 대북 위협에 맞서는 카드로 대미 외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 미사일지침은 이 전 대통령이 펼친 대미외교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 지침으로 우리나라는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졌다.

반면 남북관계는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극단으로 치달았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경험하며 전 국민이 안보불안감에 떨기도 했다.

MB, 역사 속 '성공한 전직 대통령' 롤모델 될까?
지금은 '과'이지만 나중엔 '공'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북정책 성과를 평가해선 안 된다"고 항변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의 '갈취근성'과 햇볕정책에 대한 금단현상을 치유하고 남북관계의 근본적 틀을 바꿔놓았다"고 자평했다.

천 전 수석의 말처럼 이 전 대통령의 대북 강경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 정권에서의 저자세 대북외교에 분통을 터뜨리던 보수층으로부터는 적극적인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그 무엇보다도 이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비판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 전 대통령이 임기 중 가장 잘못한 일로 4대강 사업을 꼽기도 했다. 4대강 사업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고 부실공사 문제가 지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사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4대강이 감당할 수 있는 강우빈도를 100년에서 200년으로 늘려 자연재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선진국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500년에서 1000년 강우빈도까지 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했어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백년 전부터 해온 치수사업을 이제야 우리도 실시한 것 뿐이다.

억울한 비판
후세가 평가하길

게다가 지난 참여정부에서는 <신국가방재시스템백서>를 통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총 87조4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수립했었는데 4대강 사업은 이 계획에 따라 매년 지출됐던 수해복구 2조4천억원, 치수사업 1조2천억원, 수질관리 2조2천억원, 농업용수 3천억원, 가뭄피해 3천억원 등 6조4천억원에 1조원을 추가해 3년 동안 총 22조2천억원의 예산으로 실시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고 과거 정부에서 수립한 사업계획에 비해 얼마나 경제적인 사업이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임기 말까지 끝까지 일하는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 다짐대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새벽 4시에 일어나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강행군을 계속 해왔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의 '공'과 함께 '과'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지난 5년간 우리는 이 전 대통령의 '과'만 너무 부각해서 들여다 본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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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