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취재> '자격 논란' 국회 인사청문위원 현미경 검증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4: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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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에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에 티끌은 잘 보입니까?

[일요시사=정치팀]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모두 마무리 됐다. 인사청문회는 벌써 10년이 넘은 제도지만 청문회 때마다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국민들은 아직도 입이 딱 벌어진다. 그런데 청문회를 지켜보다보니 이색적인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인사청문위원들은 정작 깨끗한 사람들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일요시사>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위원들을 역으로 검증하는 이색취재를 해봤다.



드디어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그런데 원대한 포부를 안고 힘차게 출발해야 할 박근혜호는 벌써부터 힘이 많이 빠진 모양새다. 그 이유는 대통령 당선인 시절 실시한 인선의 연이은 실패 탓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총리후보 지명 발표에 나설 정도로 무한한 애정을 보이던 김용준 전 국무총리후보자의 낙마는 박 대통령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김 전 후보자는 총리 지명 후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인선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김 전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공동선대위원장에서 인수위원장, 총리후보자로 연달아 발탁하면서 무한신뢰를 보내오던 인물이었다.

겉으론 청렴
속으론 부패

게다가 김 전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출신으로 청렴한 공직자의 표본으로 알려져 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후보자의 낙마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색적인 궁금증이 생긴다. 평소 청렴한 공직자의 표본으로 알려져 왔던 인물도 저러한데 그들을 검증하는 청문위원들은 얼마나 깨끗한 사람들일까?

지난 20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질의 시작과 함께 대뜸 정 후보자를 향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특히 공직자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국회 인사청문위원 중 병역면제자만 4명
후보자보다 흠결 많은 청문위원 '황당'

이날 청문회장에는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도 청문위원으로 참석했는데, 진보당이 당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을 거부했던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상규 의원 측은 청문회가 끝난 후 "총리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에서 같은 청문위원을 공격하는 것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당장 항의하고 나섰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통합진보당 측은 다음 날 SNS를 통해 "종북주사파 언급한 이장우 의원. 대전동구청장시절 호화청사 짓는다고 동구 재정 파탄내고 공무원 월급도 안주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만 하면 용서됩니까?"라며 반격에 나섰다. 총리후보자를 검증해야할 청문위원들이 서로를 검증하고 나서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종북주사파' 논란에 
"재정파탄 주범" 맞대응

그런데 이 두 의원을 제외하고도 이번 정홍원 총리후보자 인사청문위원들은 대체로 문제가 많아 보였다.
이번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홍일표·이진복·이장우·김희정·신동우·이완영(이상 새누리당), 민병두·전병헌·이춘석·최민희·홍익표(이상 민주통합당), 이상규(통합진보당) 의원 등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새누리당 홍일표(만성간염)·신동우(징병검사 무등급 3회)·이완영(심장질환) 의원과 민주당 민병두 의원(고령) 등 4명이 병역면제를 받았다. 여성인 김희정·최민희 의원을 제외하면 면제비율은 40%나 됐다.

군복무를 마친 의원들 중에서도 원유철 위원장은 공군상병 소집해제, 이진복 의원은 육군이병 소집해제였고, 전병헌 의원은 학사장교, 홍익표 의원은 육군 중위 출신으로 직업적으로 군대를 택한 이들이었다. 이외에 이춘석 의원은 군법무관 출신, 이상규 의원은 옥중 강제징집 돼 군복무를 마쳤다. 일반적인 육군병장 만기전역을 한 사람은 이장우 의원 단 한명 뿐이었다.

이 같은 청문위원들의 흠결 때문에 청문회장에선 아이러니한 장면들이 연이어 연출됐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에게 "아들이 허리디스크로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그 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아픈 허리로 어떻게 공부했느냐"고 추궁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만성간염으로 병역을 면제받고도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에 임용됐다.



병역문제는 인사청문회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단골소재다. 그런데 청문위원들의 병역과 관련한 의혹은 또 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는 병역면제를 받을 정도로 심장질환이 심각했지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그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치열한 경쟁의 중앙부처에서 건강하지 못한 사람으로 찍혀 실력으로 평가받는 것에 걸림돌이 될까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지난 30년간 기적처럼 정상인과 동일하게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창 출신인 이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고용노동청장 시절 부하 여직원을 노래방에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총선과정에서 이른바 '명륜동 알박기 논란'에 휘말렸었다. 논란은 명륜동 중앙하이츠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토지매입 과정에서 시행사와 지역 유지들이 사전정보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알박기를 시도, 토지대금을 부풀려 챙기는 수법으로 4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이 의원이 논란에 휘말린 이유는 당시 아파트 허가권을 가진 구청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것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행정기관의 비호나 묵인이 없이는 400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알박기가 성사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총선 당시 이 의원의 상대후보는 이 의원이 이 사건으로 구속된 시행사 대표 등과 골프모임을 갖는 등 각별한 사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각종 송사는 기본
낯 뜨거운 의혹도

강동구청장 출신인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구청창 임기 중 총선출마를 위해 사퇴를 선언하면서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신 의원이 중도사퇴를 선언한 것은 구청장 당선 후 1년6개월 만이었다. 당시 강동구 주민 266명은 신 의원의 사퇴로 불필요한 보궐선거 비용을 구 예산에서 부담하게 됐다며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에 대해 소송을 낸 주민들은 총선에 출마하려는 일부 공직자들의 무책임한 중도사퇴로 생기는 행정공백과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국회 등원 이후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내역이 총선 출마 당시에 비해 크게 늘어나 구설수에 휘말렸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19대 국회 신규등록 의원 재산내역은 지난 2012년 5월30일 기준이며, 총선 출마자 재산공개 기준일자는 지난 2011년 연말이었다.

부동산 알박기부터 부하직원 성추행 의혹까지
청문위원들끼리 서로를 검증하며 다투기도

홍 의원은 불과 6개월 사이 재산이 5억원 이상 늘어났다. 때문에 총선 당시 재산내역을 불성실하게 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의원이 총선 당시 신고한 재산은 5억6200만원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의 경우 지난 해 <MBC 100분토론>에서 북한인권, 세습, 북핵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군사 독재시절의 색깔론이 재연되고 있다. 북에 대해 협력과 교류를 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기초 속에서 이분법적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질문 자체가 옳지 않다. 답변을 유보하겠다"고 밝혀 종북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당시 방송에서에서는 '통합진보당, 어디로 Ⅱ'라는 주제로 부정선거로 촉발된 통합진보당 사태와 통합진보당의 향후 행보에 대해 논쟁을 펼치고 있었다.

당당한 검증?
부끄러운 검증

이날 토론 중 한 시민 논객은 이 의원에게 "당권파의 종북주의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통진당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당권파의 종북주의 때문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한 인권이나 북핵, 3대 세습 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다"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 검증은 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과 프레임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취재결과 공직자를 검증해야 하는 청문위원들이 오히려 더 많은 의혹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과연 청문위원 본인도 청문대상자와 비슷한 의혹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검증대상을 당당히 검증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도대체 누가 누굴 검증한다는 것일까? 뒷맛이 씁쓸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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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