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50일간의 기록 '키워드' 넷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21 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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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인수위'라더니 역대 가장 '시끄러운 인수위'

[일요시사=정치팀] 지난달 6일 출범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드디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는 25일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인 꼬리표를 떼고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당당히 취임하게 된다. '조용한 인수위'를 표방하며 출범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 하지만 역대 그 어느 인수위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8대 인수위의 지난 50일을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되짚어 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점령군 논란을 일으켰던 전례들을 답습하지 않겠다며 '조용한 인수위'를 표방하고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18대 인수위는 역대 가장 '시끄러웠던 인수위' 중 하나로 기억될 듯하다.

역대 최다득표
역대 최저지지도

지난 50일간 인수위에서는 크고 작은 잡음들이 끊이질 않았다. 박 당선인의 지지도는 어느새 48% 대까지 밀렸다. 당선인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시종일관 대립각을 세우며 논란을 일으켰던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전엔 지지도 70~80% 대를 유지했었다. 박 당선인의 지지도는 역대 최저치다.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역대 최다득표로 승리했었다. 그런데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여론이 이토록 차갑게 돌변한 것은 인수위의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수위는 향후 박근혜 정권 5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면 반드시 되짚어보고 해결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역대 그 어느 인수위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8대 인수위의 지난 50일을 되짚어 봤다.


제18대 인수위의 첫 번째 키워드는 '철통보안'이다. 겨우 두 달 남짓에 불과했던 기간, 인수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박 당선인의 철저한 '비밀주의'였다.

철통보안 중시하다 언론탄압 오명 쓰고 '망신창이'
인선마다 잡음·낙마…나 홀로 인선 역풍에 휘청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 출범 당일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인수위에서는) 특종도 없고 낙종도 없다. 언론이 특종을 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면 결국은 오보로 끝난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이후 스스로를 "인수위 안의 단독기자"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인수위에 대한 언론의 취재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관련보도를 신중하게 해달라는 당부였겠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인수위에서 말하는 대로 받아쓰기나 하라는 거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인수위의 험로를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인수위는 특히 각 부처의 업무보고 참석자들에게도 "부처로 돌아가서 업무보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절대 하지 말라" "친한 기자들에게 보고내용을 흘리면 해당자를 징계하겠다"는 등의 경고를 수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 당선인의 철통보안에는 명분이 있었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혼선 막으려다
소통 막았다


제18대 인수위에 출입하는 언론사는 모두 193개. 출입 등록을 한 기자 수만 해도 1000여명에 달했다. 그런데 기사거리가 나오지 않자 취재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결국 그 화살은 박 당선인과 인수위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언론들은 박 당선인과 인수위에 연일 융단폭격을 가했다.

또 철통보안 속에서도 인수위발 특종은 매일같이 쏟아져 나왔다.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욕만 먹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셈이었다. <문화일보> 출신인 윤 대변인은 직속후배 격인 한 <문화일보> 기자에게 "너희들은 내가 그렇게 싫으냐?"라며 이 같은 언론들의 융단폭격에 섭섭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인선실패'다. 윤 대변인 임명부터 김용준 총리후보자 지명까지 박 당선인의 인선은 연일 입방아에 올랐다. 우선 박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 후 첫 번째로 시행한 인선인 윤 대변인의 경우 야권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국민 대통합과 탕평인사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변인은 대변인 임명 전 언론 기고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카지노 정치판' '떳다방 세력들'이라는 표현으로 정치판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고, 야당인사들에게는 '바닥 양아치' '저질들'이라고 말했다.

또 정운찬 전 총리와 김덕룡, 김현철 등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던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창녀'라는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서슴지 않았었다. 이 같은 전력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대변인으로서 공과를 지켜보고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인수위 활동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까지도 윤 대변인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윤 대변인은 인수위 기간 기자들의 질문에는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기 일쑤였고, 신경질적인 태도로 기자들과 여러 차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인수위의 한 핵심 인사도 윤 대변인의 브리핑 태도와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반면 기자회견에서 깔끔한 브리핑 실력을 보여준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의 경우는 '깜짝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도대체 왜 윤 대변인이 대변인 역할을 맡는 건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대변인 역할을 유 간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박 당선인이 첫 번째 인선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으니 박근혜식 인선은 이후에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최대석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이 역대 인수위원 중 처음으로 중도사퇴하는가 하면,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후보자 역시 각종 의혹에 휘말린 끝에 '생계형 권력주의자'라는 불명예만 안고 자진사퇴했다.

게다가 박 당선인이 공동선대위원장에서 인수위원장, 총리후보자로 연달아 발탁하면서 무한신뢰를 보내던 김용준 전 총리후보자마저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인선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연이은 인선의 실패는 박 당선인의 '보안제일주의'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전 정권들은 사전에 언론 등을 통해 후보군을 알려 자연스레 검증이 되도록 했지만 박 당선인은 발표 직전까지도 인선 내용을 철저히 보안에 부쳤다.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박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일방적으로 인선이 진행되면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후 부랴부랴 인선 대상자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인선 실패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돼온 '나홀로' '깜깜이' 인선 스타일만큼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인선 실패로 차기 정부 내각 구성 계획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이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전 정부 장관들과 했던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노예 인수위
혜바라기 인수위

세 번째 키워드는 '공약 수정'이다. 역대 인수위에서는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여러 가지 핑크빛 정책들을 제시하곤 했다. 인수위 시절 당선인들의 지지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 당선인은 인수위 기간 핑크빛 정책들을 새롭게 내놓기는커녕 그나마 자신이 대선기간 제시했던 공약들마저 대폭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서 공약 수정론이 거론됐다. 처음엔 공약 수정론에 경고를 보내던 박 당선인도 최근에는 사실상 백기를 들고 기초노령연금 지급, 4대 중증 질환 무료 진료 등 주요 복지 공약 수정론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 야권에선 박 당선인의 대선기간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빗대 "박근혜가 바꾸겠다더니 박근혜가 말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냐"며 공약 수정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무후무한 인수위 기간 주요 공약의 수정은 제18대 인수위의 침몰을 가속화시켰다.

인수위 기간 주요공약 수정 "박근혜가 말 바꾸네?"
있는 둥 마는 둥 시키는 일만 한다 "식물 인수위?"


네 번째 키워드는 '식물 인수위'다. 제18대 인수위에는 무척 다양한 별명들이 있었다. 있는 둥 마는 둥 하다고 해서 '식물 인수위'라고 불리는가 하면, 시키는 대로만 한다고 해서 '노예 인수위', 박근혜의 입만 바라본다고 해서 '혜바라기 인수위'라고도 불렸다.

특히 18대 인수위는 그저 대통령을 무난히 잘 보필할 '예스맨'들로만 채워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수위 기간 각종 정치·사회 현안들이 부각됐지만 인수위는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취임식 전까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명박'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5년 전 너무나 요란했던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도 문제였지만 있는 듯 없는 듯 너무 조용한 인수위도 문제였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 챙기기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국민들을 챙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인수위 실패
취임 후 달라져야

한 정치전문가는 "얼마 전 한 새누리당 관계자가 '처음에 지지율이 높았다 곤두박질치는 것보단 처음에는 지지율이 낮아도 나중에 오르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니냐'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봤다"며 "처음에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나중에 지지율이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인수위 때부터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분명히 뼈아픈 일이고 심각한 일이다. 박 당선인의 두 달 간의 예비 국정운영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이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취임 후에는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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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