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50일간의 기록 '키워드' 넷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21 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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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인수위'라더니 역대 가장 '시끄러운 인수위'

[일요시사=정치팀] 지난달 6일 출범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드디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는 25일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인 꼬리표를 떼고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당당히 취임하게 된다. '조용한 인수위'를 표방하며 출범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 하지만 역대 그 어느 인수위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8대 인수위의 지난 50일을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되짚어 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점령군 논란을 일으켰던 전례들을 답습하지 않겠다며 '조용한 인수위'를 표방하고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18대 인수위는 역대 가장 '시끄러웠던 인수위' 중 하나로 기억될 듯하다.

역대 최다득표
역대 최저지지도

지난 50일간 인수위에서는 크고 작은 잡음들이 끊이질 않았다. 박 당선인의 지지도는 어느새 48% 대까지 밀렸다. 당선인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시종일관 대립각을 세우며 논란을 일으켰던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전엔 지지도 70~80% 대를 유지했었다. 박 당선인의 지지도는 역대 최저치다.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역대 최다득표로 승리했었다. 그런데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여론이 이토록 차갑게 돌변한 것은 인수위의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수위는 향후 박근혜 정권 5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면 반드시 되짚어보고 해결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역대 그 어느 인수위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8대 인수위의 지난 50일을 되짚어 봤다.


제18대 인수위의 첫 번째 키워드는 '철통보안'이다. 겨우 두 달 남짓에 불과했던 기간, 인수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박 당선인의 철저한 '비밀주의'였다.

철통보안 중시하다 언론탄압 오명 쓰고 '망신창이'
인선마다 잡음·낙마…나 홀로 인선 역풍에 휘청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 출범 당일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인수위에서는) 특종도 없고 낙종도 없다. 언론이 특종을 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면 결국은 오보로 끝난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이후 스스로를 "인수위 안의 단독기자"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인수위에 대한 언론의 취재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관련보도를 신중하게 해달라는 당부였겠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인수위에서 말하는 대로 받아쓰기나 하라는 거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인수위의 험로를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인수위는 특히 각 부처의 업무보고 참석자들에게도 "부처로 돌아가서 업무보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절대 하지 말라" "친한 기자들에게 보고내용을 흘리면 해당자를 징계하겠다"는 등의 경고를 수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 당선인의 철통보안에는 명분이 있었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혼선 막으려다
소통 막았다


제18대 인수위에 출입하는 언론사는 모두 193개. 출입 등록을 한 기자 수만 해도 1000여명에 달했다. 그런데 기사거리가 나오지 않자 취재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결국 그 화살은 박 당선인과 인수위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언론들은 박 당선인과 인수위에 연일 융단폭격을 가했다.

또 철통보안 속에서도 인수위발 특종은 매일같이 쏟아져 나왔다.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욕만 먹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셈이었다. <문화일보> 출신인 윤 대변인은 직속후배 격인 한 <문화일보> 기자에게 "너희들은 내가 그렇게 싫으냐?"라며 이 같은 언론들의 융단폭격에 섭섭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인선실패'다. 윤 대변인 임명부터 김용준 총리후보자 지명까지 박 당선인의 인선은 연일 입방아에 올랐다. 우선 박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 후 첫 번째로 시행한 인선인 윤 대변인의 경우 야권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국민 대통합과 탕평인사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변인은 대변인 임명 전 언론 기고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카지노 정치판' '떳다방 세력들'이라는 표현으로 정치판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고, 야당인사들에게는 '바닥 양아치' '저질들'이라고 말했다.

또 정운찬 전 총리와 김덕룡, 김현철 등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던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창녀'라는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서슴지 않았었다. 이 같은 전력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대변인으로서 공과를 지켜보고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인수위 활동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까지도 윤 대변인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윤 대변인은 인수위 기간 기자들의 질문에는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기 일쑤였고, 신경질적인 태도로 기자들과 여러 차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인수위의 한 핵심 인사도 윤 대변인의 브리핑 태도와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반면 기자회견에서 깔끔한 브리핑 실력을 보여준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의 경우는 '깜짝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도대체 왜 윤 대변인이 대변인 역할을 맡는 건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대변인 역할을 유 간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박 당선인이 첫 번째 인선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으니 박근혜식 인선은 이후에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최대석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이 역대 인수위원 중 처음으로 중도사퇴하는가 하면,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후보자 역시 각종 의혹에 휘말린 끝에 '생계형 권력주의자'라는 불명예만 안고 자진사퇴했다.

게다가 박 당선인이 공동선대위원장에서 인수위원장, 총리후보자로 연달아 발탁하면서 무한신뢰를 보내던 김용준 전 총리후보자마저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인선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연이은 인선의 실패는 박 당선인의 '보안제일주의'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전 정권들은 사전에 언론 등을 통해 후보군을 알려 자연스레 검증이 되도록 했지만 박 당선인은 발표 직전까지도 인선 내용을 철저히 보안에 부쳤다.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박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일방적으로 인선이 진행되면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후 부랴부랴 인선 대상자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인선 실패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돼온 '나홀로' '깜깜이' 인선 스타일만큼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인선 실패로 차기 정부 내각 구성 계획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이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전 정부 장관들과 했던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노예 인수위
혜바라기 인수위

세 번째 키워드는 '공약 수정'이다. 역대 인수위에서는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여러 가지 핑크빛 정책들을 제시하곤 했다. 인수위 시절 당선인들의 지지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 당선인은 인수위 기간 핑크빛 정책들을 새롭게 내놓기는커녕 그나마 자신이 대선기간 제시했던 공약들마저 대폭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서 공약 수정론이 거론됐다. 처음엔 공약 수정론에 경고를 보내던 박 당선인도 최근에는 사실상 백기를 들고 기초노령연금 지급, 4대 중증 질환 무료 진료 등 주요 복지 공약 수정론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 야권에선 박 당선인의 대선기간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빗대 "박근혜가 바꾸겠다더니 박근혜가 말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냐"며 공약 수정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무후무한 인수위 기간 주요 공약의 수정은 제18대 인수위의 침몰을 가속화시켰다.

인수위 기간 주요공약 수정 "박근혜가 말 바꾸네?"
있는 둥 마는 둥 시키는 일만 한다 "식물 인수위?"


네 번째 키워드는 '식물 인수위'다. 제18대 인수위에는 무척 다양한 별명들이 있었다. 있는 둥 마는 둥 하다고 해서 '식물 인수위'라고 불리는가 하면, 시키는 대로만 한다고 해서 '노예 인수위', 박근혜의 입만 바라본다고 해서 '혜바라기 인수위'라고도 불렸다.

특히 18대 인수위는 그저 대통령을 무난히 잘 보필할 '예스맨'들로만 채워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수위 기간 각종 정치·사회 현안들이 부각됐지만 인수위는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취임식 전까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명박'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5년 전 너무나 요란했던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도 문제였지만 있는 듯 없는 듯 너무 조용한 인수위도 문제였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 챙기기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국민들을 챙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인수위 실패
취임 후 달라져야

한 정치전문가는 "얼마 전 한 새누리당 관계자가 '처음에 지지율이 높았다 곤두박질치는 것보단 처음에는 지지율이 낮아도 나중에 오르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니냐'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봤다"며 "처음에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나중에 지지율이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인수위 때부터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분명히 뼈아픈 일이고 심각한 일이다. 박 당선인의 두 달 간의 예비 국정운영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이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취임 후에는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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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