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50일간의 기록 '키워드' 넷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21 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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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인수위'라더니 역대 가장 '시끄러운 인수위'

[일요시사=정치팀] 지난달 6일 출범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드디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는 25일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인 꼬리표를 떼고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당당히 취임하게 된다. '조용한 인수위'를 표방하며 출범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 하지만 역대 그 어느 인수위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8대 인수위의 지난 50일을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되짚어 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점령군 논란을 일으켰던 전례들을 답습하지 않겠다며 '조용한 인수위'를 표방하고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18대 인수위는 역대 가장 '시끄러웠던 인수위' 중 하나로 기억될 듯하다.

역대 최다득표
역대 최저지지도

지난 50일간 인수위에서는 크고 작은 잡음들이 끊이질 않았다. 박 당선인의 지지도는 어느새 48% 대까지 밀렸다. 당선인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시종일관 대립각을 세우며 논란을 일으켰던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전엔 지지도 70~80% 대를 유지했었다. 박 당선인의 지지도는 역대 최저치다.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역대 최다득표로 승리했었다. 그런데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여론이 이토록 차갑게 돌변한 것은 인수위의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수위는 향후 박근혜 정권 5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면 반드시 되짚어보고 해결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역대 그 어느 인수위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8대 인수위의 지난 50일을 되짚어 봤다.


제18대 인수위의 첫 번째 키워드는 '철통보안'이다. 겨우 두 달 남짓에 불과했던 기간, 인수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박 당선인의 철저한 '비밀주의'였다.

철통보안 중시하다 언론탄압 오명 쓰고 '망신창이'
인선마다 잡음·낙마…나 홀로 인선 역풍에 휘청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 출범 당일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인수위에서는) 특종도 없고 낙종도 없다. 언론이 특종을 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면 결국은 오보로 끝난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이후 스스로를 "인수위 안의 단독기자"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인수위에 대한 언론의 취재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관련보도를 신중하게 해달라는 당부였겠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인수위에서 말하는 대로 받아쓰기나 하라는 거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인수위의 험로를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인수위는 특히 각 부처의 업무보고 참석자들에게도 "부처로 돌아가서 업무보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절대 하지 말라" "친한 기자들에게 보고내용을 흘리면 해당자를 징계하겠다"는 등의 경고를 수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 당선인의 철통보안에는 명분이 있었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혼선 막으려다
소통 막았다


제18대 인수위에 출입하는 언론사는 모두 193개. 출입 등록을 한 기자 수만 해도 1000여명에 달했다. 그런데 기사거리가 나오지 않자 취재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결국 그 화살은 박 당선인과 인수위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언론들은 박 당선인과 인수위에 연일 융단폭격을 가했다.

또 철통보안 속에서도 인수위발 특종은 매일같이 쏟아져 나왔다.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욕만 먹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셈이었다. <문화일보> 출신인 윤 대변인은 직속후배 격인 한 <문화일보> 기자에게 "너희들은 내가 그렇게 싫으냐?"라며 이 같은 언론들의 융단폭격에 섭섭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인선실패'다. 윤 대변인 임명부터 김용준 총리후보자 지명까지 박 당선인의 인선은 연일 입방아에 올랐다. 우선 박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 후 첫 번째로 시행한 인선인 윤 대변인의 경우 야권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국민 대통합과 탕평인사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변인은 대변인 임명 전 언론 기고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카지노 정치판' '떳다방 세력들'이라는 표현으로 정치판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고, 야당인사들에게는 '바닥 양아치' '저질들'이라고 말했다.

또 정운찬 전 총리와 김덕룡, 김현철 등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던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창녀'라는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서슴지 않았었다. 이 같은 전력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대변인으로서 공과를 지켜보고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인수위 활동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까지도 윤 대변인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윤 대변인은 인수위 기간 기자들의 질문에는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기 일쑤였고, 신경질적인 태도로 기자들과 여러 차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인수위의 한 핵심 인사도 윤 대변인의 브리핑 태도와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반면 기자회견에서 깔끔한 브리핑 실력을 보여준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의 경우는 '깜짝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도대체 왜 윤 대변인이 대변인 역할을 맡는 건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대변인 역할을 유 간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박 당선인이 첫 번째 인선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으니 박근혜식 인선은 이후에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최대석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이 역대 인수위원 중 처음으로 중도사퇴하는가 하면,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후보자 역시 각종 의혹에 휘말린 끝에 '생계형 권력주의자'라는 불명예만 안고 자진사퇴했다.

게다가 박 당선인이 공동선대위원장에서 인수위원장, 총리후보자로 연달아 발탁하면서 무한신뢰를 보내던 김용준 전 총리후보자마저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인선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연이은 인선의 실패는 박 당선인의 '보안제일주의'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전 정권들은 사전에 언론 등을 통해 후보군을 알려 자연스레 검증이 되도록 했지만 박 당선인은 발표 직전까지도 인선 내용을 철저히 보안에 부쳤다.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박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일방적으로 인선이 진행되면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후 부랴부랴 인선 대상자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인선 실패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돼온 '나홀로' '깜깜이' 인선 스타일만큼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인선 실패로 차기 정부 내각 구성 계획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이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전 정부 장관들과 했던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노예 인수위
혜바라기 인수위

세 번째 키워드는 '공약 수정'이다. 역대 인수위에서는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여러 가지 핑크빛 정책들을 제시하곤 했다. 인수위 시절 당선인들의 지지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 당선인은 인수위 기간 핑크빛 정책들을 새롭게 내놓기는커녕 그나마 자신이 대선기간 제시했던 공약들마저 대폭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서 공약 수정론이 거론됐다. 처음엔 공약 수정론에 경고를 보내던 박 당선인도 최근에는 사실상 백기를 들고 기초노령연금 지급, 4대 중증 질환 무료 진료 등 주요 복지 공약 수정론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 야권에선 박 당선인의 대선기간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빗대 "박근혜가 바꾸겠다더니 박근혜가 말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냐"며 공약 수정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무후무한 인수위 기간 주요 공약의 수정은 제18대 인수위의 침몰을 가속화시켰다.

인수위 기간 주요공약 수정 "박근혜가 말 바꾸네?"
있는 둥 마는 둥 시키는 일만 한다 "식물 인수위?"


네 번째 키워드는 '식물 인수위'다. 제18대 인수위에는 무척 다양한 별명들이 있었다. 있는 둥 마는 둥 하다고 해서 '식물 인수위'라고 불리는가 하면, 시키는 대로만 한다고 해서 '노예 인수위', 박근혜의 입만 바라본다고 해서 '혜바라기 인수위'라고도 불렸다.

특히 18대 인수위는 그저 대통령을 무난히 잘 보필할 '예스맨'들로만 채워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수위 기간 각종 정치·사회 현안들이 부각됐지만 인수위는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취임식 전까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명박'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5년 전 너무나 요란했던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도 문제였지만 있는 듯 없는 듯 너무 조용한 인수위도 문제였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 챙기기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국민들을 챙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인수위 실패
취임 후 달라져야

한 정치전문가는 "얼마 전 한 새누리당 관계자가 '처음에 지지율이 높았다 곤두박질치는 것보단 처음에는 지지율이 낮아도 나중에 오르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니냐'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봤다"며 "처음에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나중에 지지율이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인수위 때부터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분명히 뼈아픈 일이고 심각한 일이다. 박 당선인의 두 달 간의 예비 국정운영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이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취임 후에는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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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