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고조에도 박근혜 웃는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19 13: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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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내가 핵 덕을 볼 줄이야"

[일요시사=정치팀] 국제사회의 잇따른 경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난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특히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핵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겐 오히려 천금 같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색적 지적이 나온다. 북핵 사태에도 박 당선인이 극도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내막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는 "내치에서의 실수는 선거에서 지면 그만이지만, 외교에서의 실수는 우리 모두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식 취임도 하기 전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북한이 지난 12일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특히 이번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기술을 완성한 것으로 추정돼 국제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게다가 국정원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상태다.

절체절명 위기가
천금 같은 기회?

국방부는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고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성명을 통해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에 배치하겠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심지어 정치권 내부에서는 우리나라의 핵무장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로써 한반도는 한 순간에 일촉즉발의 초긴장 국면으로 진입했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무척 난감한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기간 이명박 정부 5년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약속했었다. 필요하다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까지 밝혔었다. 북핵사태로 박 당선인의 이러한 구상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선 북핵사태가 박 당선인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이색적인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천금 같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불편했던 사람들과 단숨에 '의기투합'
위기서 또 빛난 박근혜식 '불통리더십'

우선 박 당선인의 지지도는 북핵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진 급격한 하락세였다. 지난 1월 이후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2월에 접어들면서는 급기야 50% 밑으로 빠지는 참담한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역대 최저치다.

한국갤럽이 설 직전인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박 당선인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8%에 그쳤다.

반면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9%였고, 의견 유보는 17%였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인선실패 등 여러 가지 악재로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그런데 북핵사태가 터지면서 국면은 단숨에 전환됐다. 실제로 인선 및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박 당선인과 연일 대립각을 세웠던 야권은 북핵사태 이후 여권과의 공조에 무척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박 당선인은 북핵사태로 단번에 야권과 대화의 물꼬를 틀수 있었다.

물론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도 속사정은 있다. 야권은 지난 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좌클릭 노선을 꼽고 있다. 때문에 북핵사태 이후 자칫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북한 편들기로 비춰질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민주당의 경우는 북핵사태를 전후로 안보 행보를 강화함으로써 확실한 중도 이미지를 심겠다는 포석이다.


궁지몰린 박
국면 대전환

여권 내부의 갈등도 급격히 봉합되는 추세다. 전날까지 통상조직개편 문제로 심각하게 대립했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진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간의 갈등은 눈 녹듯 사라졌고, 측근 특별사면 문제 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북핵사태 당일 회담을 갖고 긴밀히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당선인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던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들은 일거에 해결된 것이다.

박 당선인을 옥죄어 오던 각종 의혹들도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듯하다. 북핵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박 당선인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윤정훈 목사가 지난 대선 당시 불법댓글 아르바이트 팀을 운영한 이른바 '십알단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을 받으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었다. 하지만 북핵사태 이후 이 같은 이슈에 대한 관심도는 뚝 떨어졌다.

또 일부 진보언론의 경우는 북핵사태에도 박 당선인과 관련한 의혹을 취재했다는 이유만으로 네티즌들로부터 '종북언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연히 기자들의 취재활동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야권 정치인들이 북핵사태를 놓고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박 당선인이 북핵사태 다음 날인 지난 13일 발표한 6개 부처 인선의 경우 야권이 문제 삼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이번 인선에선 안전행정부 장관에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 교육부 장관에는 서남수 위덕대 총장, 외교부 장관에는 윤병세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수석, 법무부 장관에 황교안 전 부산고검장, 국방부 장관에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각각 내정됐다.

이중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벌써부터 배우자와 장남 명의로 경북 예천군 용문면 임야를 매입한 것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가 탈루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북핵사태로 안보라인의 공백을 용납할 수 없는 긴박한 시점에서 국방부 장관 내정자를 낙마시키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번 6개 부처 인선의 경우는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야권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인수위 출범 이후 인선 때마다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으로 큰 곤혹을 치러온 박 당선인으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일 것이다.

또 박 당선인은 북핵사태와 관련 취임 후 안정적인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주게 되면 오히려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높다.

안보 대통령
여성 대통령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안보대통령이 되겠다고 스스로 공언했지만 상대 후보들은 여성대통령은 안보에 취약할 것이라는 논리로 박 당선인을 집요하게 공격했었다. 이제 박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안보 대응능력을 시험받게 된 것이다.

물론 박 당선인 진영은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리더십은 사실 위기상황에서 더욱 빛나는 리더십"이라며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위기 상황에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느라 우왕좌왕하는 것보다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통솔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박 당선인은 그러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북핵사태를 전후해 박 당선인의 지지도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낙관이었다.

실제로 박 당선인을 정점으로 한 집권세력은 북핵사태가 터지자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곧바로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북한을 강력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청와대로 달려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를 설명받고 대응방안을 숙의했다. 상대가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당장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발 빠른 대응이었다는 평가다.

국면전환에 안보만큼 좋은 것은 없다
북핵 악재라고? 임기 초 정국 돌파구

북핵사태로 보수층을 물론이고 대다수의 중도층에서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 또한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으로서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기간 대북문제와 관련 지나친 좌클릭으로 일부 보수층의 반발을 샀었다. 북핵사태를 계기로 박 당선인은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수위 기간 역대 최저치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출범과 동시에 '식물정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던 박근혜 정부는 북핵사태로 인해 정국 초반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호재는 곧 다가올 4월 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박 당선인의 잇따른 인선 실패, 불통 논란과 이명박 정부의 실책, 측근 특사 논란 등으로 4월 재보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여당으로서는 북핵사태가 내심 반가웠을 것이다.

게다가 박 당선인으로서는 북핵사태로 실질적으로 잃을 것이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자칫 북핵사태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도나 코스피 등이 하락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졌다면 박 당선인으로서도 부담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북핵사태에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굳건한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은 박 당선인이 북핵사태에도 더욱 마음 놓고 웃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잃은 것 없고
얻은 것만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북핵은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훨씬 중요시 되는 국가적인 중대사안"이라며 "다른 정치 갈등요소들은 당연히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은 당분간은 정치 갈등에서 벗어나 강력한 국정 운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진당, 북핵 규탄 결의안 표결 불참

 

'종북' 논란 더욱 가속화 될 듯

 

통합진보당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북한 제3차 핵실험 규탄 결의안'에 대한 표결 불참을 결정했다.

김재연 통진당 원내대변인은 표결 불참 이유에 대해 "당론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인데, 결의안에는 그 내용이 빠져서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진당이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종복'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만큼 이번 북한 핵실험 규탄 결의안에 불참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결의안에서 "금번 북한의 핵실험을 용납할 수 없으며, 핵실험 강행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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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