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4대 위기론'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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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배도 안 띄웠는데 태풍 불고 날 저물고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사면초가에 빠졌다.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어느새 50%대까지 밀렸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의 지지율이 80%대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취임도 하기 전에 레임덕이 온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우려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의 이러한 위기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박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 흔들리는 4가지 이유를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 당선인이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52%에 불과했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90%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8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대로라면 박근혜 정부의 실패가 불 보듯 훤하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박 당선인이 휘청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용한 인수위?
시끄러운 인수위

첫 번째 이유는 실패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역대 최악의 대통령 당선인 지지율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인수위의 실패가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 초만해도 역대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며 호언장담 했었다. 그러나 평가는 냉혹했다.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는커녕 '역대 최악의 인수위'라는 비판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무엇보다 인수위의 지나친 '보안우선주의'가 화를 자초했다. 박 당선인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들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겠다며 인수위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함구령에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불통'이라며 융단폭격을 가했다. 정작 인수위는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시끄러운 인수위가 된 것이다. 이때부터 조용한 인수위를 꾸리겠다는 박 당선인의 목표는 본말이 전도되기 시작했다.

좌충우돌 인수위 사고 연발에 기죽은 박 당선인
역대 최악 지지율, 겉으론 '태연' 속으론 '답답'


게다가 연이은 사고도 터졌다. 인선에서는 헌정사상 최초로 총리 지명자가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고,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는 "외교와 통상의 분리는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사실상 박 당선인에게 정면으로 항명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잇따른 사고에 박근혜식 인수위에 지지를 보내던 국민들도 점차 의심의 눈초리로 인수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인수위에서의 시행착오야 정권 출범 후 개선하면 그만'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문제는 인수위 시절 한번 잃은 국민들의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인수위 시행착오

정권 말까지 간다

또 현 상황에 대한 인수위의 태도나 인식으로 볼 때 개선도 기대하긴 힘들다. 인수위 측은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 "지지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단 민생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착실히 실천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의 지지율 하락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니 지금까지 지적됐던 문제들을 고쳐나가기보단 이전 스타일을 고수하며 국민들이 알아주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리 인선 실패를 전후로 '깜깜이 인선'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지만 여전히 박 당선인은 인선과정이나 배경 등을 철저히 비밀로 한 채 이전 스타일만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인수위 시절 불거져 나왔던 문제들은 박근혜 정권 출범 후에도 그대로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너무 여론을 의식해 국정을 운영하면 포퓰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지만 반대로 여론에 너무 무감각하면 독선에 빠질 수 있다"며 "정권 출범 전에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데 인수위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칫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이유는 대선 후유증이다. 대선이 끝난 지도 벌써 두 달 가량이 지났다. 하지만 대선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대선은 유례없는 양 진영의 총력전이었다. 그만큼 상처도 깊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우리 쪽이 졌더라도 마음을 추스르고 새 정부를 지지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결과 재검표 요구는 지난달 21일 당선무효 소송의 기한이 종료됐음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달 17일에는 국회에서 선관위 개표 절차 공개 시연회까지 열렸으나 참석자들 사이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의혹만 더 키운 셈이 됐다.

 

대선 기간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다 별다른 진상규명을 하지 못하고 사그러들었던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 개입 여부는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쟁점은 두 가지다. 경찰이 부실수사, 은폐수사를 했느냐와 국정원이 실제로 선거개입을 했느냐는 것이다. 당초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이 대선과 관련해 댓글을 단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두 달 가량이 지난 지금 연일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며 논란은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아이디 여러 개를 이용해 정치 관련 글에 찬반을 표시하거나 무려 120여 차례에 걸쳐 정치 관련 글을 직접 게시한 사실도 공개됐다.

지난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만일 국정원이나 경찰이 이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건 4·19혁명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당장 대선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의혹들이 풀리지 않는 한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절반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다면 원활한 국정운영은 기대하기 힘들다.

신뢰 잃고

발목 잡히고

세 번째 이유는 박 당선인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평소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해왔다.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는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선 지킬 수 없는 공약은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 당선인은 이 같은 목소리에 경고를 보내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최근에는 기초노령연금 지급, 4대 중증 질환 무료 진료 등 주요 복지 공약을 대폭 수정하기로 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다.

박 당선인 측이 주요 복지공약을 수정하기로 한 것은 당초 예상보다 재정이 훨씬 더 많이 소요돼 재원조달이 어려운데다, 형평성 논란과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은 대선기간 꾸준히 지적되어왔던 것들이다.

불과 두 달 전엔 이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해도 무조건 할 수 있다며 억지를 부리다 지금에 와서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약 재조정 '신뢰 잃고' 대선 후유증 '정당성 잃고'
당내 비박세력 꿈틀 "발목 잡힌 국정 추진동력"

물론 역대 대통령 중 대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맞지만 박 당선인의 경우는 평소 '약속과 신뢰'를 가장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때문에 일부에선 "박근혜 정권의 진짜 고비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선보다 공약 재조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네 번째 이유는 박 당선인의 국정 추진력이 벌써부터 발목이 잡혔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30일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에 서명하지 않은 새누리당 내 의원은 154명 중 9명으로 지난 정권 출범 직전 여당 전체 의원 서명으로 발의되던 때와는 비교된다.

일부 의원들의 미서명은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적 소신을 밝힌 차원이라고 해석됐으나 최근에는 곧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견제세력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제대로 힘을 쓸 수 없고 박 당선인의 정국운영 추진력도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드시 해결해야
'성공한 대통령'

게다가 새누리당은 현재 무려 11명의 의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소송에 휘말리며 자칫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는 지경에 처해있다. 대선 당시 과반의석을 무기로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보여주겠다던 박 당선인의 계획은 정부 출범 전부터 어긋나게 된 것이다. 특히 과반이 깨져버린다면 박근혜식 리더십으로서는 결코 야권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박 당선인의 리더십은 전형적인 '나를 따르라'식이다. 이 같은 박근혜식 일방통행 리더십은 새누리당을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해내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과연 새 정부의 정식 출범 전부터 꼬여버린 박 당선인의 행보는 정상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까? 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주어졌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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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