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 MB정부 출범, 그 이후…①10대 역점사업 현주소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8: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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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 가린 불도저 정책 "결과는 참담"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별명은 바로 ‘불도저’다. 이 대통령은 그의 별명처럼 취임 후 지난 5년간 여러 역점사업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온갖 반대와 이견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이제 드디어 그 결과를 평가 받는 일만 남았다. 얼마 후면 청와대를 떠나는 이 대통령 10대 역점사업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다사다난했던 이명박 정부의 5년이 저물어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늘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은 그의 좌우명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과연 이명박 정부는 성공적인 5년을 보낸 것일까? <일요시사>가 이 대통령의 10대 역점사업 현주소를 살펴봤다.

성실 근면
단순 무식

이 대통령의 첫 번째 역점사업은 누가 뭐래도 4대강 정비 사업이다. 당초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제시했으나 반대 여론이 많아지자 포기했다. 이를 대신해 시행된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하천 생태계 복원,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돼 무려 22조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럽다. 감사원은 지난달 17일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 설계 잘못으로 16개의 보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수질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홍수를 막기 위한 준설계획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4대강 총체적 부실…경인운하 애물단지로 전락
방위산업 수출 확 늘어…자원외교는 실패 많아


4대강 사업이 앞으로 순기능을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설계와 공사 과정만큼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다.

두 번째 역점사업으로 사실상 4대강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받는 경인아라뱃길(이하 경인운하) 사업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인운하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국수자원공사가 2조 2500억원을 들여 2009년 5월6일 공사를 시작해 2011년 10월29일 개통했다. 이명박 정부는 착공에 앞서 경인운하 건설로 일자리 2만 5000개를 창출하고 생산유발효과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2030년을 기준으로 경인운하를 이용하는 물동량이 컨테이너 93만 티이유, 철강 57만톤, 자동차 6만대, 해사 1001만톤, 여객 63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작년 경인운하를 이용한 선박수는 하루 평균 4척 수준에 불과했다. 이미 경인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신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대통령은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본래 침수방지를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말 바꾸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인운하?

경인제방?

세 번째 역점사업인 방위 산업은 그나마 이명박 정부 하에서 크게 성장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방위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삼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피력해왔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 방산수출 규모는 10억3000만달러였지만 지난 2012년에는 23억5000만달러로 늘어났다. 그 이전 시기까지 살펴보면 수출 실적 증가율은 더욱 가파르다.

지난 2006년만 해도 방산 수출액은 2억5000만달러 수준이었다. 불과 5∼6년 만에 방산 수출 규모가 거의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방산 수출 확대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범정부적 수출 지원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의 네 번째 역점사업은 자원외교다. 이 대통령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른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자원 부국인 덴마크령 그린란드,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등을 방문해 쉴새없는 자원외교를 펼쳤다. 이 대통령은 자원외교를 현 정권 최대 치적이라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자원외교의 실체는 또 한번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1호로 자랑하던 쿠르드 유전개발은 최소 1880만달러의 순손실을 입을 것으로 지난해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지적됐다.

또 2011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외국과 체결한 자원개발 양해각서 30건 중 경제성 미흡, 협상 결렬 등의 이유로 종료된 사업은 9건이나 됐다.

2010년 해외광물자원투자사업 270건 중 성공은 17건인 반면 실패로 확인된 것은 100건으로 드러났다. 'CNK 주가조작 사건'으로 불리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은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났다.


공기업 개혁 용두사미
종편 망하기 일보직전

다섯 번째 역점사업은 보금자리주택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은 정부가 공급하는 '반값 아파트'로 알려지면서 집값 하락에 일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부작용도 지적된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된 일부 입주자들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하게 됨으로써 큰 혜택을 보게 됐지만 이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때문에 정말 서민을 위한다면 차라리 국민임대주택 보급을 늘리는 것이 좋았다는 비판도 있다. 게다가 LH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엄청난 적자를 떠안게 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패한 정책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섯 번째 역점사업은 세종시 건설이다. 사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세종시 건설을 두고 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날선 대립각을 세웠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어찌됐든 아이러니하게도 세종시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지난 2012년 7월1일부로 공식 출범했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건설된 세종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기관의 업무효율성 저하 우려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건설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세종시를 강력히 반대했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세종시가 잘 되도, 잘 안 되도 문제다. 그나마 최근에는 세종시를 직접 방문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부쩍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중심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장밋빛 미래
용두사미


일곱 번째 역점사업은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 핵심은 '300만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률 절반으로 줄이기'였다. 지난 5년간 만들어진 일자리는 125만개 정도다. 당초 목표했던 300만개의 41%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또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7.5%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당시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다. 그나마 이명박 정권 기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낙제점은 겨우 벗어났으나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여덟 번째 역점사업은 서민금융지원 사업이다. 서민금융도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힌다. 정부는 은행 문턱을 낮추고 서민들도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의 이른바 서민금융 상품을 은행들이 취급하도록 유도했다.

저소득층과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무담보 대출인 서민금융사업은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채에까지 손을 댔던 서민들에겐 구원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진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출채권을 아예 대부업체에 매각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우량·저위험군에 비해서는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부실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보금자리 소수만 혜택…세종시 '이랬다 저랬다'
일자리 목표 40% 그쳐…서민금융지원 슬슬 자리

은행 입장에선 연체율이 급등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처음부터 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것보다 불리해질 수도 있다.


아홉 번째는 공기업 개혁이다. 공기업 개혁은 역대 정부마다 집권 초기 강력한 의지로 추진했던 과제다. 이명박 정부도 정권 출범 초부터 '철밥통'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온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공언했었다.

방만과 비효율의 상징인 공기업을 개혁하지 않고는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역시 공기업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권 출범 초만 해도 청와대는 공기업 50여 개를 민영화하고, 50여 개를 통폐합하는 등 305개 공기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00개 기관에 손을 대는 전방위 개혁안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넘어서진 못했다. 결국 '공기업 민영화방안'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은근슬쩍 명칭을 바꾸고 흐지부지 돼버렸다.

마지막으로 열 번째 역점 사업은 종합편성채널 사업이다. 정부가 내세운 목표는 종편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키우고,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완화해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이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종편 출범으로 전체 방송 시장 규모가 1조6천억원 증가하며 생산 유발 효과가 2조9000억원, 취업 유발 효과가 2만1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5년
박근혜 5년

그러나 종편 출범 후 지난 1년간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평균 시청률은 0.5%대에 머물렀으며 콘텐츠는 대부분 제작비가 저렴한 시사교양 위주였다. 기존의 보도전문채널들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누적된 적자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기업들은 절망에 빠졌다. 종편 개국으로 늘어난 일자리 수는 4사를 모두 합쳐 1300여 명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말 성적표는 국민들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5년 후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성적표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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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