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 MB정부 출범, 그 이후…①10대 역점사업 현주소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8: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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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 가린 불도저 정책 "결과는 참담"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별명은 바로 ‘불도저’다. 이 대통령은 그의 별명처럼 취임 후 지난 5년간 여러 역점사업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온갖 반대와 이견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이제 드디어 그 결과를 평가 받는 일만 남았다. 얼마 후면 청와대를 떠나는 이 대통령 10대 역점사업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다사다난했던 이명박 정부의 5년이 저물어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늘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은 그의 좌우명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과연 이명박 정부는 성공적인 5년을 보낸 것일까? <일요시사>가 이 대통령의 10대 역점사업 현주소를 살펴봤다.

성실 근면
단순 무식

이 대통령의 첫 번째 역점사업은 누가 뭐래도 4대강 정비 사업이다. 당초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제시했으나 반대 여론이 많아지자 포기했다. 이를 대신해 시행된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하천 생태계 복원,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돼 무려 22조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럽다. 감사원은 지난달 17일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 설계 잘못으로 16개의 보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수질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홍수를 막기 위한 준설계획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4대강 총체적 부실…경인운하 애물단지로 전락
방위산업 수출 확 늘어…자원외교는 실패 많아


4대강 사업이 앞으로 순기능을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설계와 공사 과정만큼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다.

두 번째 역점사업으로 사실상 4대강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받는 경인아라뱃길(이하 경인운하) 사업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인운하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국수자원공사가 2조 2500억원을 들여 2009년 5월6일 공사를 시작해 2011년 10월29일 개통했다. 이명박 정부는 착공에 앞서 경인운하 건설로 일자리 2만 5000개를 창출하고 생산유발효과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2030년을 기준으로 경인운하를 이용하는 물동량이 컨테이너 93만 티이유, 철강 57만톤, 자동차 6만대, 해사 1001만톤, 여객 63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작년 경인운하를 이용한 선박수는 하루 평균 4척 수준에 불과했다. 이미 경인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신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대통령은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본래 침수방지를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말 바꾸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인운하?

경인제방?

세 번째 역점사업인 방위 산업은 그나마 이명박 정부 하에서 크게 성장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방위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삼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피력해왔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 방산수출 규모는 10억3000만달러였지만 지난 2012년에는 23억5000만달러로 늘어났다. 그 이전 시기까지 살펴보면 수출 실적 증가율은 더욱 가파르다.

지난 2006년만 해도 방산 수출액은 2억5000만달러 수준이었다. 불과 5∼6년 만에 방산 수출 규모가 거의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방산 수출 확대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범정부적 수출 지원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의 네 번째 역점사업은 자원외교다. 이 대통령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른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자원 부국인 덴마크령 그린란드,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등을 방문해 쉴새없는 자원외교를 펼쳤다. 이 대통령은 자원외교를 현 정권 최대 치적이라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자원외교의 실체는 또 한번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1호로 자랑하던 쿠르드 유전개발은 최소 1880만달러의 순손실을 입을 것으로 지난해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지적됐다.

또 2011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외국과 체결한 자원개발 양해각서 30건 중 경제성 미흡, 협상 결렬 등의 이유로 종료된 사업은 9건이나 됐다.

2010년 해외광물자원투자사업 270건 중 성공은 17건인 반면 실패로 확인된 것은 100건으로 드러났다. 'CNK 주가조작 사건'으로 불리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은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났다.


공기업 개혁 용두사미
종편 망하기 일보직전

다섯 번째 역점사업은 보금자리주택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은 정부가 공급하는 '반값 아파트'로 알려지면서 집값 하락에 일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부작용도 지적된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된 일부 입주자들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하게 됨으로써 큰 혜택을 보게 됐지만 이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때문에 정말 서민을 위한다면 차라리 국민임대주택 보급을 늘리는 것이 좋았다는 비판도 있다. 게다가 LH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엄청난 적자를 떠안게 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패한 정책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섯 번째 역점사업은 세종시 건설이다. 사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세종시 건설을 두고 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날선 대립각을 세웠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어찌됐든 아이러니하게도 세종시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지난 2012년 7월1일부로 공식 출범했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건설된 세종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기관의 업무효율성 저하 우려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건설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세종시를 강력히 반대했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세종시가 잘 되도, 잘 안 되도 문제다. 그나마 최근에는 세종시를 직접 방문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부쩍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중심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장밋빛 미래
용두사미


일곱 번째 역점사업은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 핵심은 '300만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률 절반으로 줄이기'였다. 지난 5년간 만들어진 일자리는 125만개 정도다. 당초 목표했던 300만개의 41%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또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7.5%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당시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다. 그나마 이명박 정권 기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낙제점은 겨우 벗어났으나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여덟 번째 역점사업은 서민금융지원 사업이다. 서민금융도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힌다. 정부는 은행 문턱을 낮추고 서민들도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의 이른바 서민금융 상품을 은행들이 취급하도록 유도했다.

저소득층과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무담보 대출인 서민금융사업은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채에까지 손을 댔던 서민들에겐 구원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진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출채권을 아예 대부업체에 매각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우량·저위험군에 비해서는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부실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보금자리 소수만 혜택…세종시 '이랬다 저랬다'
일자리 목표 40% 그쳐…서민금융지원 슬슬 자리

은행 입장에선 연체율이 급등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처음부터 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것보다 불리해질 수도 있다.


아홉 번째는 공기업 개혁이다. 공기업 개혁은 역대 정부마다 집권 초기 강력한 의지로 추진했던 과제다. 이명박 정부도 정권 출범 초부터 '철밥통'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온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공언했었다.

방만과 비효율의 상징인 공기업을 개혁하지 않고는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역시 공기업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권 출범 초만 해도 청와대는 공기업 50여 개를 민영화하고, 50여 개를 통폐합하는 등 305개 공기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00개 기관에 손을 대는 전방위 개혁안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넘어서진 못했다. 결국 '공기업 민영화방안'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은근슬쩍 명칭을 바꾸고 흐지부지 돼버렸다.

마지막으로 열 번째 역점 사업은 종합편성채널 사업이다. 정부가 내세운 목표는 종편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키우고,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완화해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이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종편 출범으로 전체 방송 시장 규모가 1조6천억원 증가하며 생산 유발 효과가 2조9000억원, 취업 유발 효과가 2만1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5년
박근혜 5년

그러나 종편 출범 후 지난 1년간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평균 시청률은 0.5%대에 머물렀으며 콘텐츠는 대부분 제작비가 저렴한 시사교양 위주였다. 기존의 보도전문채널들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누적된 적자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기업들은 절망에 빠졌다. 종편 개국으로 늘어난 일자리 수는 4사를 모두 합쳐 1300여 명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말 성적표는 국민들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5년 후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성적표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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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