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 MB정부 출범, 그 이후…①10대 역점사업 현주소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8: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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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 가린 불도저 정책 "결과는 참담"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별명은 바로 ‘불도저’다. 이 대통령은 그의 별명처럼 취임 후 지난 5년간 여러 역점사업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온갖 반대와 이견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이제 드디어 그 결과를 평가 받는 일만 남았다. 얼마 후면 청와대를 떠나는 이 대통령 10대 역점사업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다사다난했던 이명박 정부의 5년이 저물어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늘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은 그의 좌우명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과연 이명박 정부는 성공적인 5년을 보낸 것일까? <일요시사>가 이 대통령의 10대 역점사업 현주소를 살펴봤다.

성실 근면
단순 무식

이 대통령의 첫 번째 역점사업은 누가 뭐래도 4대강 정비 사업이다. 당초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제시했으나 반대 여론이 많아지자 포기했다. 이를 대신해 시행된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하천 생태계 복원,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돼 무려 22조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럽다. 감사원은 지난달 17일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 설계 잘못으로 16개의 보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수질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홍수를 막기 위한 준설계획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4대강 총체적 부실…경인운하 애물단지로 전락
방위산업 수출 확 늘어…자원외교는 실패 많아

4대강 사업이 앞으로 순기능을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설계와 공사 과정만큼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다.

두 번째 역점사업으로 사실상 4대강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받는 경인아라뱃길(이하 경인운하) 사업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인운하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국수자원공사가 2조 2500억원을 들여 2009년 5월6일 공사를 시작해 2011년 10월29일 개통했다. 이명박 정부는 착공에 앞서 경인운하 건설로 일자리 2만 5000개를 창출하고 생산유발효과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2030년을 기준으로 경인운하를 이용하는 물동량이 컨테이너 93만 티이유, 철강 57만톤, 자동차 6만대, 해사 1001만톤, 여객 63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작년 경인운하를 이용한 선박수는 하루 평균 4척 수준에 불과했다. 이미 경인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신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대통령은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본래 침수방지를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말 바꾸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인운하?

경인제방?

세 번째 역점사업인 방위 산업은 그나마 이명박 정부 하에서 크게 성장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방위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삼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피력해왔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 방산수출 규모는 10억3000만달러였지만 지난 2012년에는 23억5000만달러로 늘어났다. 그 이전 시기까지 살펴보면 수출 실적 증가율은 더욱 가파르다.

지난 2006년만 해도 방산 수출액은 2억5000만달러 수준이었다. 불과 5∼6년 만에 방산 수출 규모가 거의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방산 수출 확대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범정부적 수출 지원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의 네 번째 역점사업은 자원외교다. 이 대통령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른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자원 부국인 덴마크령 그린란드,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등을 방문해 쉴새없는 자원외교를 펼쳤다. 이 대통령은 자원외교를 현 정권 최대 치적이라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자원외교의 실체는 또 한번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1호로 자랑하던 쿠르드 유전개발은 최소 1880만달러의 순손실을 입을 것으로 지난해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지적됐다.

또 2011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외국과 체결한 자원개발 양해각서 30건 중 경제성 미흡, 협상 결렬 등의 이유로 종료된 사업은 9건이나 됐다.

2010년 해외광물자원투자사업 270건 중 성공은 17건인 반면 실패로 확인된 것은 100건으로 드러났다. 'CNK 주가조작 사건'으로 불리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은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났다.


공기업 개혁 용두사미
종편 망하기 일보직전

다섯 번째 역점사업은 보금자리주택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은 정부가 공급하는 '반값 아파트'로 알려지면서 집값 하락에 일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부작용도 지적된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된 일부 입주자들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하게 됨으로써 큰 혜택을 보게 됐지만 이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때문에 정말 서민을 위한다면 차라리 국민임대주택 보급을 늘리는 것이 좋았다는 비판도 있다. 게다가 LH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엄청난 적자를 떠안게 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패한 정책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섯 번째 역점사업은 세종시 건설이다. 사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세종시 건설을 두고 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날선 대립각을 세웠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어찌됐든 아이러니하게도 세종시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지난 2012년 7월1일부로 공식 출범했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건설된 세종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기관의 업무효율성 저하 우려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건설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세종시를 강력히 반대했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세종시가 잘 되도, 잘 안 되도 문제다. 그나마 최근에는 세종시를 직접 방문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부쩍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중심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장밋빛 미래
용두사미

일곱 번째 역점사업은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 핵심은 '300만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률 절반으로 줄이기'였다. 지난 5년간 만들어진 일자리는 125만개 정도다. 당초 목표했던 300만개의 41%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또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7.5%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당시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다. 그나마 이명박 정권 기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낙제점은 겨우 벗어났으나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여덟 번째 역점사업은 서민금융지원 사업이다. 서민금융도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힌다. 정부는 은행 문턱을 낮추고 서민들도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의 이른바 서민금융 상품을 은행들이 취급하도록 유도했다.

저소득층과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무담보 대출인 서민금융사업은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채에까지 손을 댔던 서민들에겐 구원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진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출채권을 아예 대부업체에 매각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우량·저위험군에 비해서는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부실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보금자리 소수만 혜택…세종시 '이랬다 저랬다'
일자리 목표 40% 그쳐…서민금융지원 슬슬 자리

은행 입장에선 연체율이 급등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처음부터 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것보다 불리해질 수도 있다.

아홉 번째는 공기업 개혁이다. 공기업 개혁은 역대 정부마다 집권 초기 강력한 의지로 추진했던 과제다. 이명박 정부도 정권 출범 초부터 '철밥통'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온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공언했었다.

방만과 비효율의 상징인 공기업을 개혁하지 않고는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역시 공기업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권 출범 초만 해도 청와대는 공기업 50여 개를 민영화하고, 50여 개를 통폐합하는 등 305개 공기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00개 기관에 손을 대는 전방위 개혁안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넘어서진 못했다. 결국 '공기업 민영화방안'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은근슬쩍 명칭을 바꾸고 흐지부지 돼버렸다.

마지막으로 열 번째 역점 사업은 종합편성채널 사업이다. 정부가 내세운 목표는 종편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키우고,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완화해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이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종편 출범으로 전체 방송 시장 규모가 1조6천억원 증가하며 생산 유발 효과가 2조9000억원, 취업 유발 효과가 2만1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5년
박근혜 5년

그러나 종편 출범 후 지난 1년간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평균 시청률은 0.5%대에 머물렀으며 콘텐츠는 대부분 제작비가 저렴한 시사교양 위주였다. 기존의 보도전문채널들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누적된 적자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기업들은 절망에 빠졌다. 종편 개국으로 늘어난 일자리 수는 4사를 모두 합쳐 1300여 명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말 성적표는 국민들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5년 후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성적표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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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