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겼지만 갈 곳 없는 사람들 '현주소'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18 09: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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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행 걸린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승리를 도왔던 공신들의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다. 박 당선인이 '작은 청와대'를 선언하면서 한 자리를 기대했던 공신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대선에서 승리하고도 마음껏 웃지 못하는 그들의 사연을 추적해봤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가진 직접적인 임명권만 해도 1500여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까지 모두 포함하면 대통령이 가진 임명권만 2만여 개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굵직굵직한 자리들만 살펴봐도 그 면면이 매우 화려하다. 국무총리, 장관, 감사원장,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 사실상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정권창출에 기여했던 공신들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능력위주 기용

하지만 웬일인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도왔던 공신들 사이에선 요즘 "대선에서 승리했는데도 갈 곳이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정치는 세력싸움이라고 한다. 때문에 박 당선인은 출마 직후부터 대통합을 부르짖으며 무섭게 세력을 불려나갔다. 선거 당시 박 당선인 선거캠프 중앙선대위에 이름을 올린 인사만 해도 110명이 넘었고, 직능본부와 국민소통본부 인원도 200여 명에 달했다.


여기에 각종 고문직과 캠프 내에서도 현황을 일일이 파악하기 힘든 산하단체 등의 인사들까지 합하면 최소 3000여 명이 박 당선인을 위해 뛰었다는 통계도 있다. 대선에서 승리했음에도 갈 곳 없는 공신들이 늘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지금도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슬림화를 선언하며 '작은 청와대'를 약속했다. 때문에 핵심 공신들 사이에서도 "박 당선인의 보좌진 3인방 외에는 청와대에 누가 들어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박 당선인이 선거기간 내세웠던 '대탕평' 때문에 대선 공신이 아닌 외부세력까지 몇 안 되는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또 박 당선인이 공기업 낙하산 인사 행태 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전문성'을 인선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자 공신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실제로 이번 인수위에는 교수 출신의 ‘폴리페서’의 등용이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공신들은 박 당선인의 입만 바라볼 뿐이다. 섣불리 불만을 이야기했다간 지금 있는 자리에서도 쫓겨날 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만 당내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를 속으로 가늠해보면서 박 당선인의 '부름'을 기다릴 뿐이다. 당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박 당선인과의 친밀도가 그 척도가 된다.

지난 2012년 4·11총선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체제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친이 학살' 논란까지 있었다. 당내에서 단순히 친박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친박 내에는 박 당선인과 아주 가까운 근박부터 중박, 멀리 떨어진 원박(遠朴)까지 있다.

대선 일등공신은 누구? 치열한 눈치싸움
능력위주 인선 뚜껑 열리자 공신들 '멘붕?'

같은 친박이라도 원박이라면 대선 후 한 자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렇듯 당내 모든 권력 지형이 박 당선인과의 관계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여러 가지 신조어도 난무하고 있다. 친박에서 이탈한 탈박(脫朴), 비판조로 돌아선 비박(批朴), 상대적으로 친박 성향이 덜한 범박(汎朴), 중립성향이지만 박 후보에게 호감을 가진 호박(好朴), 박 후보의 영향력 확대로 친이계에서 친박으로 넘어온 월박(越朴), 낮에는 친이면서 밤에는 친박으로 넘어간다는 주이야박(晝李夜朴) 등이다.


그나마 의원직을 가진 이들은 나은 편이다. 일부 공신들 중에는 당장 박 당선인이 찾지 않는다면 실직자 신세인 이들도 많다. 전직 의원들이나 전직 보좌관, 비서관 들이다. 또 일부 당원은 원래 다니던 직장까지 내팽개치고 캠프에 합류했지만 지금은 여의도 주변 카페나 평소 친분이 있던 의원실 등에서 시간을 때우는 신세다.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이력서를 찔러 넣어보지만 이미 박 당선인의 인사통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책상엔 이력서가 잔뜩 쌓여있다.

물론 박 당선인의 정책을 총괄한 싱크탱크 그룹이나 외부 영입인사들 중에는 박 당선인이 불러주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인사들도 많다. 대표적인 인사가 정치쇄신을 주도한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이다. 그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며 사무실을 정리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가장 불쌍한 신세가 된 것은 당내 친이계들이다.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 수행을 맡았던 조윤선 대변인이나 박선규 대변인 등은 친이계였음에도 인수위 대변인으로 발탁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대선과정에서 박 당선인과 각을 세웠던 이재오 의원 등을 비롯한 쇄신파들은 입지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이들은 대선 승리에도 기뻐하기는커녕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정치보복이 가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세가 거의 소멸된 친이계로선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심지어 오는 4·24재보선 이후 결국 친이계들이 탈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음 공천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데다 박 당선인이 국정운영을 잘할수록 이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란 계산에서다. 그러나 친이계 중 일부에선 자신이 대탕평의 수혜자가 되진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보은인사 근절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 입성한다 해도 박 당선인의 스타일상 호가호위 하려는 인물은 금방 쫓겨나고 말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만큼은 보은성 코드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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