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둘러싼 '정치권 루머'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09 09: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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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서도 '검은연기' 솔~솔

[일요시사=정치팀] 18대 대통령선거는 치열했던 만큼 선거기간 내내 온갖 루머와 각종 시나리오 등이 난무했다. 그 중 대부분은 너무나 황당무계한 이야기였지만 일부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대선판을 뒤흔들기도 했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둘러싸고 불거져 나왔던 각종 루머들을 총정리 해봤다.

혹자는 이번 대선을 두고 안철수로 시작해 안철수로 끝났다고도 한다. 정치경험이 전무했던 안철수 전 대통령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를 쥐고 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안 전 후보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은 바로 안 전 후보의 행보였다.

'루머왕' 안철수
식지 않는 인기

때문에 이번 대선 기간 쏟아져 나온 각종 루머와 시나리오 중 상당수는 안 전 후보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정광용 회장이 지난해 6월 제기한 이명박 대통령의 안 전 후보 지원설이다. 이 대통령이 안 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정 회장은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을 이재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했으며,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 대통령이 민주통합당과도 접촉하고 있다는 첩보를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대통령 측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일축했지만 한동안 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의 관계는 냉각됐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대선이 끝난 후에는 일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안철수-박근혜 밀약설'이 터져 나왔다. '박근혜 승리의 1등 공신은 사실 안철수'라는 것이 골자다. 이들은 안 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사실상 야권에 훼방을 놓음으로써 차기 정부에서 주요 요직을 약속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안 전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몽니'를  부리다 일방적인 사퇴로 단일화를 한 것, 단일화 이후에도 문 전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것, 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나 버린 것 등이 바로 그 근거라고 말한다. 특히 안 전 후보가 앞으로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박 당선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근혜-안철수 밀약설 "박근혜 승리 '1등 공신'은 안철수?"
백의종군 박근혜 측근 컴백 시나리오 '더 화려하게 돌아온다'

올해 재보선이 있긴 하지만 한때 대권을 눈앞에 뒀던 안 전 후보에겐 성이 차지 않는다. 이들은 안 전 후보가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총리나 박 당선인이 부활을 약속했던 과학기술부의 초대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두 번째는 대선이 끝난 후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박근혜 측근들의 컴백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의 골자는 측근들의 백의종군을 지시한 것이 박 당선인이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다시 불러들여 주요요직을 맡길 것이라는 것이다. 박 당선인 측근들의 백의종군은 대선 승리 후 새누리당 진영의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한편의 연극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들에게 요직을 맡긴다면 측근 코드인사, 보은인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일단 백의종군의 형태로 물러나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요직을 맡길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측근 코드인사라 하더라도 백의종군한 인사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훨씬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다.

대선 공신들에게 보답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이미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 측근 코드인사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던 박 당선인이기 때문에 이 같은 연극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백의종군?
금의환향?

실제로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많은 공신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친박의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21일 자신의 사무실 문에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 한 장 붙여놓고 홀연히 떠났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과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 이학재 후보 비서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일각에서는 측근들 스스로가 박 당선인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백의종군을 선택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신뢰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볼 때 일단은 박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더 큰 투자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과 당을 위한 순수한 희생을 음모론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무척 섭섭하다"는 입장이다. 과연 이들의 행동은 순수한 희생이었을까? 이제 관건은 이들이 정말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아무런 요직도 맡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 번째는 '박근혜-이명박 밀약설'이다. 박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안철수 지지설이 나돌면서 한때 냉기가 돌았지만 지난해 9월2일 양자 단독회동 이후론 부쩍 가까워졌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이다.

일각에선 두 사람의 단독회동 과정에서 모종의 밀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무려 1시간40여 분간이나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때문에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이들은 대선과정에서 정부기관의 대대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던 '국정원녀' 사건 역시 이 대통령의 작품 중 하나였을 것이란 주장이다.

국가정보원?
선거조작원?

실제로 정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은 지난 1992년 초원복집 사건을 통해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초원복집 사건은 당시 정부 기관장들이 부산의 '초원복집'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것이 도청에 의해 드러나 문제가 된 사건이다.

게다가 특히 국정원은 그동안 이번 국정원녀 의혹뿐 아니라 1990년 대구서갑 보궐선거에서 한 후보에게 사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있었고, 1992년 총선에서는 홍사덕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물 살포 의혹, 1996년 총선에서는 대북 식량지원과 엮어 판문점 무력시위를 요청한 의혹이 제기됐었다.

1997년 대선에서는 한 종교인의 월북사건과 김대중 당시 후보의 연관성을 공작했다는 의혹까지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에 의해 국정원의 불법 도청 문건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박 당선인 지원설과 관련, 이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을 물밑 지원한 대가로 측근들의 사면을 약속 받았다는 루머도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측근들은 줄줄이 항소를 포기하며 형을 확정 받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행동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특별사면을 받기 위해서는 형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MB 대선 공동전선 구축 의혹 "국정원녀는 MB 작품?"
박근혜-북한 교감설 '보수정권 규탄한다더니?' 수상한 북한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지내는 구치소에서의 생활이 교도소에서의 생활보다 훨씬 편하다. 또 피고인만 항소를 할 경우 새로운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항소하는 과정에서 형량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라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무조건 대법원까지 항소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행동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직 이 대통령의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직접 사면도 가능하지만 마땅한 명분이 없고 여론도 냉담한 만큼 박 당선인이 취임 후 국민통합 명목으로 사면을 실시하는 쪽이 훨씬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다.

네 번째는 '박근혜-북한 교감설'이다. 이러한 루머는 '북한은 보수정권이 들어서는 걸 반대한다면서 왜 꼭 선거 때만 되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1일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발사체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과정에서 미사일 발사시기를 놓고 박 당선인 측과 북한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 이라는 루머다.

지금까지 각종 선거 때마다 보수진영의 북풍 의혹은 수도 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모두 단순한 루머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중 실제로 드러난 사건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1997년 일어났던 '총풍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대통령 선거에 앞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측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한 3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박충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를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결국 실체를 확인하지는 못한 채 불분명한 사건으로 종결됐지만 이른바 '북풍'이 처음으로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겉으론 진보 환영
속으론 보수 환영

일각에선 북한이 겉으로는 보수정권의 집권을 반대하면서도 실제로는 보수정권의 집권을 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 이유는 포용과 대화를 주장하는 진보정권이 들어설 경우 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북한 내부에 재스민 혁명 같은 외부사상이 몰려와 체재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지도부는 오히려 계속적인 대결구도를 만들어 남북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보수정권을 원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 전문가는 "이번 대선에서는 치열했던 선거과정만큼 수도 없이 많은 정치 시나리오와 루머, 음모론 등이 생산됐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하겠지만 일부는 가까운 미래에 사실로 밝혀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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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