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아는데 자기만 모르는 '박근혜 불통 이유' 셋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07 16: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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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박정희 닮은꼴 리더십…"MB 보면 5년 후 보인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불통'이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불통이란 지적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주변사람들의 오해일 뿐이라며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리더십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자칫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답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의 불통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체로 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지도자 10인 중 한 명으로 이 대통령을 선정하기도 했다. <뉴스위크>는 "한국은 세계 금융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해 낸 국가"라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 대통령의 운영 능력 덕분"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소통부족 이명박
불통 박근혜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선 이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고 당 간판까지 바꿔달아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도 평소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며 이 대통령과 거리를 둬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게 된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소통 부족'을 꼽는다. 이 대통령 본인도 문제의 원인을 소통 부족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수차례 국민들과의 소통을 약속했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이 대통령이 처음부터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줬더라면 그는 지금쯤 훨씬 더 존경받는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취임 두 달 만에 그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광우병 촛불 사태는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외부와 연락 끊고 칩거, '보안 중시'하다 '불통'
'미생지신?' 한번 뱉은 말 절대 안 바꿔 '불통'
충언하는 사람 내쫓고 '인의장막' 갇혀 '불통'

문제는 박 당선인도 평소 '불통'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 받아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칫 취임 후 박 당선인 역시 이 대통령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박 당선인이 불통을 깨지 못한다면 아무리 국정운영을 훌륭하게 해낸다 해도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이 불통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꼽는 첫 번째 이유는 박 당선인의 지나친 '보안우선주의'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이미 이전 비상대책위원회나 4ㆍ11총선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때부터 인사에 관해 철저한 보안유지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의 보안우선주의에 대해 "여론이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결정을 내리기 위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보안우선주의는 지난 4·11총선에서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비대위원 등을 깜짝 발탁하며 신선함을 주기도 했지만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선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깜짝인사는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선거용 아닌가? 인수위 대변인조차 인선을 발표하며 그 배경을 모른다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라며 "국민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떤 이유로 인선을 실시한 것인지 알권리가 있다. 민주당조차 박 당선인의 인선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하지 않았는가? 이런 보안주의는 인선을 잘 하고도 욕먹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꼬집었다.

잘하고도 욕먹어
투명성이 더 중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안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보안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자칫 '밀실정치'로 비춰질 수도 있다.


또 당선인이 판단을 내리기 전 여론을 통해 공론화될 경우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떠한 반응이 올 것인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지만, 보안을 더 중요시 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윤창중 수석대변인 임명과 관련한 논란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윤창중이 그리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문제가 있다면 임명을 안했으면 그만이다. 박 당선인은 보안을 중시하느라 윤 대변인에 대한 여론이 이렇게 나쁠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고 일단 인선한 것을 함부로 취소할 수도 없으니 궁지에 몰렸다. 보안을 신경 쓰느라 여론을 읽지 못한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내가 보기엔 보안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선 장관을 임명하기 전 야당과 논의까지 한다.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느라 스스로 문을 닫고 불통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보안우선주의가 정책결정과정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김영삼 정부가 추진했던 금융실명제다. 금융실명제는 음성적인 금융거래를 방지하고자 금융거래 시 무기명거래를 인정하지 않고 반드시 실제명의로만 거래를 하도록 한 제도다.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 추진 사실이 알려질 경우 수많은 지하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철저한 보안을 우선시 했다. 당시 금융실명제 추진 사실을 국무총리나 청와대 경제수석도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금융실명제는 지하경제의 규모를 줄여서 투명한 사회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으나 결론적으로 외환위기 발생의 근본원인이 되었다는 비판도 상존한다. 결국 금융실명제는 1997년 12월 100만원 이하의 소액금액 등에는 1년 동안 실명을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입취지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미생지신'
증자의 돼지

두 번째는 '약속정치'다. 박 당선인에게 신뢰의 정치란 양날의 검과도 같다. 한번 약속했으니 꼭 지켜야 한다는 약속정치가 오히려 불통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일화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0년 세종시법 수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보다 더 큰 장애물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내 친박계였다.

보다 못한 정몽준 당시 대표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중국 고사를 들어 박 당선인의 융통성 없음을 꼬집었다. 미생은 춘추시대 노나라 때 사람으로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쏟아지는데도 다리 밑에서 마냥 기다리다가 익사했다.

박 당선인은 발끈했다. 정 대표를 겨냥해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다. 죽었지만 귀감이 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생지신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비판할 때 쓰이는 말이다. 중국의 고대 사상가인 장자는 도척편에서 미생에 대해 "사소한 명목에 끌려 진짜 귀중한 목숨을 소홀히 하는 자이며, 참다운 삶의 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놈"이라며 이는 신의에 얽매인 데서 오는 비극이라 했다.

새누리당은 대선 승리 직후 택시를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일명 택시법)을 통과시켰다. 대중교통의 근간을 흔드는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약속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불통정치'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 '우려'


택시법이 통과되면서 택시업계의 적자는 국민들의 혈세로 보전해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대다수 국민들의 피해를 초래하는 일이다. 많은 교통전문가들은 택시기사들의 근로여건 개선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도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택시업계와의 약속을 이유로 밀어붙였다. 이 같은 불통정치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박 당선인이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전직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당의 쇄신방안을 담은 문건을 작성해 박 당선인에게 전달하려 했더니 박 당선인의 측근이 (내용이) 너무 공격적이라며 거절했다. 박 당선인 주변으로 인의 장막이 쳐져 직언 한마디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이 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을 둘러싼 인의 장막 논란은 사실 오래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정치입문 후 고(故)이춘상 보좌관을 포함해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보좌관 등과 15년을 가족처럼 지냈다. 새누리당의 다선의원들조차 이들을 거치지 않고서는 박 당선인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박 당선인은 '한번 신뢰를 주면 끝까지 간다'는 스타일이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스타일은 의리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주변에 아첨꾼만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 인의 장막은 그동안 박 당선인이 당내에서 제왕적 카리스마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취임 전 반드시 불통 비판에 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한 전문가는 "박근혜의 리더십은 과거의 리더십이다. 박정희의 리더십을 떠오르게 한다"며 "말을 하지 않고, 주변에 의견을 구하지 않고 자기가 생각하는 원칙을 밀고 나가고 나중에 한두 마디로 통보하는 방식의 소통부재 리더십"이라고 비판했다.

의리정치
인의장막


또 다른 전문가는 "민주주의는 어떻게 보면 무척 비효율적인 제도다.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는 것보단 차라리 박 당선인의 불통정치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영국의 한 소설가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환호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그것이 다양성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비판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아무리 국정운영을 잘 해낸다고 해도 다양성과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불통정치는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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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