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박근혜 '대선 후유증' 무시해선 안 되는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1: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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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믿고 48.4 무시했다간 '큰코' 다친다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는 끝이 났지만 그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에는 한 노동자가 "박근혜 정권하에서 5년을 더 버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자살하는 유례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대선 후유증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진영도 무척 긴장하는 모양새다. 자칫 취임 후 제2의 촛불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일촉즉발 대선 후유증 실태를 꼼꼼히 취재해봤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무려 1577만3128표(득표율 51.55%)를 얻어냈다. 이로써 박 당선인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가장 많은 표를 얻어낸 대통령이 됐다. 사상최초의 '과반대통령'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딸이 대통령이 된 최초의 '부녀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박근혜 시대의 개막은 대선 후유증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박근혜 시대’ 개막 전
노동자 자살로 얼룩져

대선 이틀 뒤인 지난 21일 한진중공업의 복직노동자 최모씨가 "박근혜 정권하에서 5년을 더 버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자살을 선택했다. 하루 뒤인 22일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직노동자인 이모씨가 투신자살했다. 같은 날 서울민권연대 청년활동가 최모씨 역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탄절인 25일에도 한국외대 노조지부장 이모씨가 노조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대선이 끝난 후 불과 일주일 사이 4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대선과 관련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에게는 승자와 패자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승자와 패자는 분명히 존재했다. 특히 이번 선거가 초박빙 대결 끝에 박 당선인의 승리로 끝나자 진보성향의 젊은 세대들은 더욱 큰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대선 후유증으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의 지지자들은 지금까지도 대선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선관위에 수개표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 후보 지지자들은 개표과정에서 문 후보의 표가 '미분류' 항목으로 분류돼 있거나 무효표가 박 당선인의 지지표로 분류된 것처럼 보이는 사진 등을 근거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8.4% "박근혜 대통령 됐으니 나라 망했다?"
막말·비방 위험수위 '대선 후유증' 위험수위

따라서 전면적인 수개표가 진행되기 전까진 박 당선인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에서는 이에 대해 해명했지만 민주당 측도 이 같은 국민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며 최근 수개표 청원운동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심지어 일부에선 이번 선거가 선관위까지 개입된 조직적인 부정선거여서 유엔 조사단의 조사와 함께 재선거가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은 극심한 세대 간 갈등으로도 번졌다. 박 당선인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세대라는 이유로 대선 직후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폐지 논란이 일더니 최근에는 기초노령연금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아예 70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투표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박 당선인을 지지한 층이 저학력, 저소득, 고령계층으로 정보습득력이 취약해 이번 선거에서 '묻지마 투표'를 했다"며 "이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모가 박 당선인에게 투표했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보내드리던 용돈을 끊겠다거나 반대로 부모가 박 당선인에게 투표하지 않은 대학생 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의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세대 간 갈등이 가족 내에서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결과에 실망한 이들 중 일부는 "대한민국이 차라리 망해야 한다"며 "박 당선인에게 투표한 이딴 쓰레기 국민은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게 맞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아버지 vs 아들
깊어진 세대 갈등

이들의 분노표출은 박 당선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박 당선인이 대학 등록금을 4.7% 이내에서 인상한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등록금인상률 상한선 4.7%는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등록금 인상 상한선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를 교과부가 매년 안내하는 사항"이라며 즉각 해명했다.

박 당선인이 집권 시 수도, 공항, 철도 등의 국가 기간산업을 민영화할 것이란 일각의 주장도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 문 전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으로 정권을 잡았고 박 당선인은 51.6%의 득표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은 18년 집권, 박 당선인은 18대 대통령이다. 박 당선인은 5·16이 끝난 지 정확히 51년 6개월 만에 당선됐다"는 등의 이야기를 통해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곧 박 전 대통령의 재림이라며 박 당선인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리스트를 작성해 시기별로 꼼꼼히 체크하고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딴지를 걸 태세다.

이대로라면 박 당선인은 결코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펼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유독 이번 대선의 후유증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선거는 초박빙의 판세 속에서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총집결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선거가 마치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심어줬다"며 "각 후보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인데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며 비하하는 행태까지 보여온 사람들이 패배에 쉽게 승복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박 당선인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특이한 이력과 풀리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있다. 진보진영에선 박 당선인의 승리를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인식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5년 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을 기대해왔던 진보진영으로서는 모든 가치관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한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진보진영 지지자들의 분노를 결코 가볍게 여기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며 경고하고 있다.

무시 못할 후유증
난감한 박근혜

한 정치 전문가는 "이번 대선 과정이 그 어느 선거보다 격렬했던 탓에 대선 후유증도 그 어느 선거보다 깊고 오래갈 것"이라며 "또 박 당선인이 과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하지만 과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박 당선인을 반대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이 이들을 설득하고 함께 나가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국정운영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발생한 '촛불시위'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이 대통령의 '불통정치'는 당시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이후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소통부족을 인정하며 대국민사과를 해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저항의 기저에는 지금과 같은 대선후유증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한 전문가는 "이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BBK사건 등 수많은 의혹에 휩싸였지만 명쾌하게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채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 또 취임 후에는 마치 점령군처럼 행동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을 압박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진보세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며 "진보진영에선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반감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러한 반감이 결국 촛불시위로 표출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상찮은 2030분노…갈라진 대한민국
무엇보다 반쪽 난 민심 수습이 최우선

게다가 대선 후유증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정당한 비판보다는 발목잡기에 더욱 치중한다는 점이다. 만약 박 당선인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펼친다면 박 당선인을 반대했던 이들의 신념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차라리 나라가 망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또 박 당선인이 아무리 국정운영을 잘 한다도 해도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다. 박 당선인이 이들과 계속 대립한다면 사소한 빈틈에도 제2의 촛불시위와 같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들을 반드시 보듬고 가야 하는 이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임기 내내 지적받았던 가장 큰 문제는 '소통부족'이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박 당선인이 선거기간 내내 지적받았던 것도 바로 '불통'이었다"며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는 박 당선인이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라는 정치적 상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만약 박 당선인이 원칙이라는 잣대로 진보진영의 공격에 강경하게 대응할수록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진보언론인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고 윤창중 수석대변인 같은 극우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무척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불통은 공멸
소통은 상생

마지막으로 한 정치 전문가는 "세대 간, 좌우 진영 간 갈등이 계속 된다면 국가 경쟁력 제고에 치명적"이라며 "박 당선인이 진보진영의 공격에 강경하게 대응할수록 저항은 거세질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공멸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 당선인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해내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들을 끌어안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라며 "선거 기간 내내 외쳤던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품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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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