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박근혜 '대선 후유증' 무시해선 안 되는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1: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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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믿고 48.4 무시했다간 '큰코' 다친다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는 끝이 났지만 그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에는 한 노동자가 "박근혜 정권하에서 5년을 더 버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자살하는 유례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대선 후유증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진영도 무척 긴장하는 모양새다. 자칫 취임 후 제2의 촛불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일촉즉발 대선 후유증 실태를 꼼꼼히 취재해봤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무려 1577만3128표(득표율 51.55%)를 얻어냈다. 이로써 박 당선인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가장 많은 표를 얻어낸 대통령이 됐다. 사상최초의 '과반대통령'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딸이 대통령이 된 최초의 '부녀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박근혜 시대의 개막은 대선 후유증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박근혜 시대’ 개막 전
노동자 자살로 얼룩져

대선 이틀 뒤인 지난 21일 한진중공업의 복직노동자 최모씨가 "박근혜 정권하에서 5년을 더 버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자살을 선택했다. 하루 뒤인 22일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직노동자인 이모씨가 투신자살했다. 같은 날 서울민권연대 청년활동가 최모씨 역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탄절인 25일에도 한국외대 노조지부장 이모씨가 노조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대선이 끝난 후 불과 일주일 사이 4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대선과 관련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에게는 승자와 패자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승자와 패자는 분명히 존재했다. 특히 이번 선거가 초박빙 대결 끝에 박 당선인의 승리로 끝나자 진보성향의 젊은 세대들은 더욱 큰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대선 후유증으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의 지지자들은 지금까지도 대선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선관위에 수개표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 후보 지지자들은 개표과정에서 문 후보의 표가 '미분류' 항목으로 분류돼 있거나 무효표가 박 당선인의 지지표로 분류된 것처럼 보이는 사진 등을 근거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8.4% "박근혜 대통령 됐으니 나라 망했다?"
막말·비방 위험수위 '대선 후유증' 위험수위

따라서 전면적인 수개표가 진행되기 전까진 박 당선인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에서는 이에 대해 해명했지만 민주당 측도 이 같은 국민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며 최근 수개표 청원운동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심지어 일부에선 이번 선거가 선관위까지 개입된 조직적인 부정선거여서 유엔 조사단의 조사와 함께 재선거가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은 극심한 세대 간 갈등으로도 번졌다. 박 당선인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세대라는 이유로 대선 직후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폐지 논란이 일더니 최근에는 기초노령연금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아예 70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투표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박 당선인을 지지한 층이 저학력, 저소득, 고령계층으로 정보습득력이 취약해 이번 선거에서 '묻지마 투표'를 했다"며 "이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모가 박 당선인에게 투표했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보내드리던 용돈을 끊겠다거나 반대로 부모가 박 당선인에게 투표하지 않은 대학생 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의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세대 간 갈등이 가족 내에서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결과에 실망한 이들 중 일부는 "대한민국이 차라리 망해야 한다"며 "박 당선인에게 투표한 이딴 쓰레기 국민은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게 맞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아버지 vs 아들
깊어진 세대 갈등

이들의 분노표출은 박 당선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박 당선인이 대학 등록금을 4.7% 이내에서 인상한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등록금인상률 상한선 4.7%는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등록금 인상 상한선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를 교과부가 매년 안내하는 사항"이라며 즉각 해명했다.

박 당선인이 집권 시 수도, 공항, 철도 등의 국가 기간산업을 민영화할 것이란 일각의 주장도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 문 전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으로 정권을 잡았고 박 당선인은 51.6%의 득표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은 18년 집권, 박 당선인은 18대 대통령이다. 박 당선인은 5·16이 끝난 지 정확히 51년 6개월 만에 당선됐다"는 등의 이야기를 통해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곧 박 전 대통령의 재림이라며 박 당선인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리스트를 작성해 시기별로 꼼꼼히 체크하고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딴지를 걸 태세다.

이대로라면 박 당선인은 결코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펼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유독 이번 대선의 후유증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선거는 초박빙의 판세 속에서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총집결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선거가 마치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심어줬다"며 "각 후보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인데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며 비하하는 행태까지 보여온 사람들이 패배에 쉽게 승복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박 당선인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특이한 이력과 풀리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있다. 진보진영에선 박 당선인의 승리를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인식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5년 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을 기대해왔던 진보진영으로서는 모든 가치관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한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진보진영 지지자들의 분노를 결코 가볍게 여기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며 경고하고 있다.

무시 못할 후유증
난감한 박근혜

한 정치 전문가는 "이번 대선 과정이 그 어느 선거보다 격렬했던 탓에 대선 후유증도 그 어느 선거보다 깊고 오래갈 것"이라며 "또 박 당선인이 과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하지만 과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박 당선인을 반대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이 이들을 설득하고 함께 나가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국정운영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발생한 '촛불시위'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이 대통령의 '불통정치'는 당시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이후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소통부족을 인정하며 대국민사과를 해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저항의 기저에는 지금과 같은 대선후유증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한 전문가는 "이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BBK사건 등 수많은 의혹에 휩싸였지만 명쾌하게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채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 또 취임 후에는 마치 점령군처럼 행동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을 압박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진보세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며 "진보진영에선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반감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러한 반감이 결국 촛불시위로 표출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상찮은 2030분노…갈라진 대한민국
무엇보다 반쪽 난 민심 수습이 최우선

게다가 대선 후유증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정당한 비판보다는 발목잡기에 더욱 치중한다는 점이다. 만약 박 당선인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펼친다면 박 당선인을 반대했던 이들의 신념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차라리 나라가 망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또 박 당선인이 아무리 국정운영을 잘 한다도 해도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다. 박 당선인이 이들과 계속 대립한다면 사소한 빈틈에도 제2의 촛불시위와 같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들을 반드시 보듬고 가야 하는 이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임기 내내 지적받았던 가장 큰 문제는 '소통부족'이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박 당선인이 선거기간 내내 지적받았던 것도 바로 '불통'이었다"며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는 박 당선인이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라는 정치적 상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만약 박 당선인이 원칙이라는 잣대로 진보진영의 공격에 강경하게 대응할수록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진보언론인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고 윤창중 수석대변인 같은 극우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무척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불통은 공멸
소통은 상생

마지막으로 한 정치 전문가는 "세대 간, 좌우 진영 간 갈등이 계속 된다면 국가 경쟁력 제고에 치명적"이라며 "박 당선인이 진보진영의 공격에 강경하게 대응할수록 저항은 거세질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공멸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 당선인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해내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들을 끌어안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라며 "선거 기간 내내 외쳤던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품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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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