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넥타이 살인사건' 진실공방 전모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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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성관계로 사망한 남편…"내가 안 죽였어요"

[일요시사=사회팀] 광주지법 형사6부(문유석 부장판사)는 성관계 도중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넥타이로 목을 졸라 달라"는 남편 B(44)씨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가 법정에 섰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남편을 살해했다"고 말했다가 법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재판부는 7차례의 공판 끝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를 석방했다. 검찰은 즉각 불복하며 항소했다. 과연 검찰은 A씨의 살인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까?

지난 12월21일 광주지법 형사6부(문유석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성관계 도중 남편 B(44)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날 법원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고 A씨는 구속된 지 5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폭력적인 남편
변태적인 남편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법원이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자 즉각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이번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검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광주 넥타이 살인사건'의 진실 공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죽은 B씨와 A씨는 부부였다. 금슬이 좋은 부부는 아니었다.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던 B씨는 술만 먹으면 수시로 주사를 부렸다. B씨는 사건 전부터 A씨에게 잦은 폭행을 가해왔다. B씨는 폭행으로만 3~4차례 정도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사망하기 5일 전에도 A씨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다가 경찰서 신세를 졌다. 그러나 폭행 피해자인 A씨는 경찰서를 찾아가 가해자이자 남편인 B씨를 꺼내줬다.

죽은 B씨의 휴대폰에서는 음란물이 발견됐다. 생전에 B씨는 아내 A씨에게 자주 변태적 성관계를 요구했다. 항문성교도 원했다. 술만 마시면 변태적 성행위가 심해졌다. B씨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도 한 번 손을 댔다. B씨의 성추행 당시 A씨와 딸은 아동보호센터에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


가정에서는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남편이었지만, B씨는 맡은 일을 곧잘 하는 회사원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의 한 지인은 "B씨가 생산직 중소기업에서 근무했고, 넉넉지는 않지만 가족을 부양할 정도로는 돈을 벌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B씨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직장 동료들에게 휴직 권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술이었다.

늘 술에 절어 있던 B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6월7일 회사에서 조퇴했다. 조퇴 전 B씨는 자신의 상사에게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겠다"고 말한 뒤 "입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퇴 후 광주 북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온 B씨는 A씨에게 '내일부터 알코올 중독 입원치료를 받기로 했으니 마지막으로 함께 술을 마시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 B씨는 술을 마시면서도 거듭 A씨에게 "이번에는 꼭 입원치료를 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넥타이로 묶어줘" 아내 "오늘은 조여줄게"
살인사건의 유일무이 목격자는 바로 피고인

A씨와 B씨 부부는 맥주와 막걸리 등을 섞어 마셨는데 술자리가 길어지자 B씨의 억눌린 성욕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부검 결과 확인된 사망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3%였다. 운전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 무려 0.2%가량 높은 수치다. 이는 심각한 만취상태에 해당한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각. 거나하게 취한 B씨는 여느 때처럼 A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법정에서 A씨는 "남편과 성관계를 하기 싫었으나 남편이 알코올 중독 입원치료를 약속했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뜻에 따라주고자 했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함께 화장실로 향했고, 성관계를 시도했으나 이에 만족하지 못한 B씨는 A씨에게 "넥타이로 목을 조르자"고 말했다. A씨는 이를 승낙했다. 이 부분에 대해 A씨는 "남편이 입원하면 당분간 폭행이나 변태적 성행위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의 요구를 들어줬다"고 진술했다.

B씨는 거실에 있던 자신의 넥타이를 A씨 앞으로 들고 왔다. 그러면서 "넥타이로 목을 조르면 성관계를 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B씨는 A씨의 목에 넥타이를 감았다. 그러나 A씨는 이를 거부하며 곧 넥타이를 풀었다. 그러자 B씨는 "그럼 내 목만 졸라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는 A씨가 B씨의 목에 넥타이를 감았다.


"이런 건 처음인데
점점 기분 좋아져"

오후 4시45분. 넥타이를 감은 채로 A씨와 성관계를 하던 B씨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넥타이로 남편 목을 조르던 A씨는 이 같은 상황에 매우 놀라 넥타이를 풀었지만 B씨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남편 B씨의 사망 당시 A씨는 곧바로 B씨를 거실로 옮기고,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남편이 죽었다"며 신고했다.

이 사건의 한 유력 관계자는 "만약 사람을 죽일 의도가 있었다면 시신을 옮겨 인공호흡을 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살의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살인 직후 멍하니 있거나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성관계 중 넥타이로 목을 조르는 행위는 처음 해봤다'는 A씨 진술에 기초했을 때 어느 정도의 힘을 줘야 사람이 죽는지도 모르는데 여자인 A씨가 남자인 피해자(B씨)의 어떤 저항도 없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기는 어렵다"란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 측 주장은 다르다. 검찰은 "피고인(A씨)의 진술대로 피해자가 '넥타이로 목을 졸라 달라'고 요구했다 하더라도 그동안 가정폭력과 변태적 성행위를 일삼은 남편에 대한 앙심이 살인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피고인의 '성관계 중 넥타이로 목을 조르는 행위를 처음 해봤다'는 진술도 온전히 믿을 수 없다"라는 의견이다.

사망한 B씨는 부검을 거쳐 질식사 판정을 받았다. 당시 부검을 맡은 감정의는 "목을 졸렸는데도 B씨가 저항한 흔적은 없었으며, 서서히 일정한 힘이 목에 가해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A씨의 몸에서도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위해를 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부검 결과에 근거, B씨가 급작스런 힘이나 위력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사건 당시 B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3%로 만취했었기 때문에 일종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다르며 반의식 상태에서도 정황을 기억하거나 위협에 대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반론으로 제기됐다.

수사결과 상당한 규모의 부채나 B씨 명의로 들어 놓은 거액의 보험금도 없었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A씨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증은 오직 자백밖에 없었다.

"네가 살인범이지?"
"그래 내가 죽였어요"

A씨는 신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내가 남편을 죽였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남편이 자신을 수시로 때리고 변태적 성행위를 요구하며 딸아이까지 건드는 게 너무 미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당시 A씨는 극도의 흥분상태였고 질의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등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어진 조사에서 A씨는 자신의 범행의도를 시인했다. 변태적 성행위 중 '남편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이런 A씨의 자백을 토대로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광주지검은 이 사건을 기소하기로 하고 재판 준비에 들어갔다.

경찰이 기록한 A씨의 "내가 남편을 죽였다"라는 자백은 재판과정에서 핵심쟁점으로 부각됐다. 자백 내용처럼 A씨가 B씨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남편이 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A씨가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1심 판결을 가름하는 열쇠였다.

재판을 앞두고 있던 A씨는 자신의 변호인을 만나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었다. 구속 상태였던 A씨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 "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다"고 변호인에게 하소연했다. 수사기관에서 했던 자백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얘기였다. A씨는 "'남편을 살해했다'는 진술은 죄책감과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나온 것이며, 실제로 자신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의 두 아이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자신이 살아서 나가야 죽은 남편 대신 남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것. A씨의 오락가락하던 진술은 범행을 부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연속된 공판에서 A씨는 "남편을 죽였다"는 진술을 부정했다. 그리고 재판은 A씨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판에서 검찰은 "A씨가 진술을 번복했다"며 A씨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를 제외하고는 B씨의 사망 경위를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욱이 검찰의 주장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 조사 단계에서 A씨를 취조한 담당형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형사는 "수사 과정에서 '학대로 남편이 미웠죠?'라고 피고인에게 묻자 '제가 남편을 죽였어요. 곧 감옥에 가겠죠'라고 피고인이 답했다"면서 A씨의 자백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경찰의 증언만으로 A씨의 범행을 확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사님 제가 너무 세상 물정 몰랐어요"
검찰 "말 바꾸지 마" 변호인 "증거 대세요"

이처럼 "내가 남편을 죽였다"는 A씨의 자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 검찰은 "피고인에게도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으며 피고인이 넥타이로 피해자의 목을 조를 당시 분명 살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은 "미필적 고의로라도 A씨의 살인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받아쳤다. 이렇게 모두 7차례의 공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2월21일 열린 최종 공판에서 법원은 결국 변호인의 손을 들어줬다. A씨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핵심쟁점이었던 A씨의 자백에 대해 "A씨의 '내가 죽였다'라는 진술은 '살의를 갖고 살인했다'라는 의미보다는 '남편의 죽음이 자기 책임이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범행동기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A씨가 B씨로부터 받아왔던 폭력행위 등을 고려할 때 넥타이로 목을 조를 당시 A씨가 B씨에게 일시적 고통을 가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어진 판결문에서 "하지만 이것이 짧은 순간 살의로까지 번졌다고 보긴 어려우며 다음 날 남편이 치료를 위해 입원하면 한동안 남편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남편의 모든 요구를 들어줬다는 A씨의 진술도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당시 B씨가 A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넥타이를 가져오는 등 의식이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만약 A씨가 B씨를 죽일 의도로 목을 세게 졸랐다면 반항이나 몸싸움의 흔적이 남았어야 함에도 B씨와 A씨 모두에게서 그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B씨가 상당 시간 동안 서서히 목이 졸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럼 A씨가 갑자기 살의를 느껴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앞선 상황 등을 종합하면 A씨가 특정한 동기를 갖고 B씨를 살해했다고 보긴 어려우며, 증인의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할 수 없으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A씨는 지난 5개월의 송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수감자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돌아간 A씨는 현재 광주를 떠나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무죄 석방된 아내
검찰 " 꼭 잡아넣겠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항소장을 제출한 검찰은 현재 고등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 대비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살인의 고의는 없다 할지라도 최소한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과실치사)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의 법원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1심 판결의 기소 항목은 살인이었는데 과실치사가 포함되면 재판결과가 또 달라질 수 있다"면서 "다만 항소심에서도 살인혐의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의 변호사는 "담당사건이 아니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과실치사가 형사상 넓은 개념이 아니므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재판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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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