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 (완결)지지세력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8 17:00:08
  • 댓글 0개

"대권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잡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여야의 대선 후보로 압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마지막 순서로 그들의 '지지세력' 면면을 살펴봤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인재영입 전쟁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호남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 쏟아져 나오고 반대로 영남에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 줄을 잇는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진영을 넘나드는 인재영입은 지역주의와 이념갈등을 타파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철새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과연 이들의 지지선언은 이번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박근혜 <국민대통합>
호남권·동교동 끌어안기 “아버지의 이름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캠프는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인재풀을 자랑한다. 대선 출마 이후 줄곧 '국민대통합'을 부르짖으며 인재영입에 공을 들인 결과다.

우선 박 후보는 지난 2011년 4·11 총선을 앞두고 직접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을 영입했다. '경제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 위원장은 지난 2004년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영입으로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고 중도층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격 인재영입


지난 8월27일에는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 검사'로 불린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새누리당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안 위원장의 영입을 위해 박 후보는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박 후보는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아 달라며 안 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안 위원장의 영입으로 야권이 주도하던 정치쇄신 이슈에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지난 10월5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박 후보 캠프 합류를 공식선언해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을 당혹하게 했다.

한 전 고문은 11·13·14·15대 등 4선 의원을 지낸 인사로 동교동계 원로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를 성사시킨 막후 주역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2년 대선 때는 민주당 대표로서 국민경선제를 최초로 도입해 '이회창 대세론'을 넘어서는 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공천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개혁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당권 장악을 위한 패권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하며 탈당, 정통민주당을 창당해 서울 관악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한 전 고문과 함께 동교동계의 핵심으로 불리던 김경재 전 의원도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 기획조정특보로 임명되며 박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들의 영입은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간의 역사적 화해의 상징성을 취하는 동시에 취약지역인 호남 민심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16일에는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전격 합당했다. 특히 이인제 선진당 대표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돼 대선 기간 내내 충청권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 개인적으로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뒤 15년 만의 친정 복귀였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 역시 지난 11월24일 박 후보를 지지하면서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이 전 총재를 필두로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박 후보 지지선언에 동참했다. 특히 이 전 총재의 경우 박 후보와의 악연은 유명하다.

박 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경선 룰을 두고 이 전 대표와 갈등을 빚은 끝에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미래연합을 창당했었다. 반대로 2007년 대선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 전 대표가 당시 박 후보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삼성동 자택을 3차례나 찾았다가 모두 문전박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종필 전 총재의 경우는 지난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른바 DJP연합을 형성하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대선패배의 아픔을 선사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6일에는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단 새누리당에 입당은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4선 의원 출신의 한 전 대표는 권노갑 전 의원과 함께 '양갑'으로 불리며 동교동계의 중추역할을 해 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잃으면서 민주당 공동대표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18대와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호남에서 출마했으나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DJ의 옛 평화민주당을 계승해 새로운 '평화민주당'을 창당하고 대표직을 맡았지만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면서 사퇴했다.

넓은 인재풀

마지막으로 지난 11일에는 민주통합당 출신 박주선 무소속 의원이 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려다 취소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박 의원은 당초 지난 10일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할 것으로 예견됐으나 박 후보 지지를 반대하는 자신의 지지자들에 의해 산속으로 끌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 광주다. 검사 출신인 박 의원은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모바일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나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문재인 <용광로 선대위>
"영남권·상도동 끌어안기"

이번 대선의 화두가 중도층 공략인 만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역시 출마 직후 용광로 선대위를 천명하며 인재영입에 공을 들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국민대통합에 맞서 본격적인 인재영입전쟁에 불을 당긴 것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영입이었다. 한때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멘토로 알려졌던 윤 전 장관은 지난 9월26일 문 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그는 국민통합추진위원장직을 맡았다.

늦은 인재영입


윤 전 장관은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고 지난 1997년에는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 전략가 역할을 했다. 이후 범보수의 제갈량, 한나라당의 전략통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문 후보와 윤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처음 만났으며, 문 후보 측은 약 한 달간 윤 전 장관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의 캠프 합류는 문 후보 측의 다중 포석이었다.

합리적 보수층을 끌어안음으로써 중도층 확대의 발판이 되었으며 당시 야권단일화 승부의 경쟁상대였던 안 전 후보를 견제하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박 후보에 비해 문 후보 측은 이후로 이렇다한 인재영입성과는 얻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당의 뿌리와도 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둘로 나뉘어 대립하는 과정을 앉아서 지켜봐야만 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문 후보에 대한 외부인사들의 지지선언이 줄을 이으며 대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0일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통합특별보좌관을 지낸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이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김 의장은 지난 1970년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대표적인 상도동계 정치인이다. 서울 서초을에서 5선을 지냈고, 한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구청장 공천 희망자들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가 불거져 당시 당 대표였던 박근혜 후보에게 검찰에 고발당한 악연도 있다. 이후 김 의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상득 전 의원,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재오 의원과 함께 ‘6인회의’를 이끌었다.


김 의장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재기를 모색했으나 신예 고승덕 변호사에게 밀려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뒤 주로 물밑에서 개헌촉구운동 등을 벌여왔다.

김 의장의 영입은 새누리당의 동교동계 공략에 맞선 민주당의 상도동계 역습으로 평가됐다. 이번 대선에서 과거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끈질긴 악연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사실상 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상도동계는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김 전 부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버지의 민주화에 대한 지금까지의 열정이 역사에 욕되지 않기 위해 이번 선거는 민주세력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소장은 또 "혹독한 유신시절 박정희와 박근혜는 아버지와 딸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이 나라를 얼음제국으로 만들었다"면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과연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보수세력의 승리를 위해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전 부소장은 "아버지께서 공식적으로 박 후보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상도동계의 잇따른 지지선언으로 문 후보 측은 이번 대선의 전략 요충지인 경남 공략에 더욱 힘을 받게 됐다는 평가다.

지난 11일에는 정운찬,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직접 기자회견 등을 열진 않았지만 민주당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혀왔다. 때문에 당초 고건 전 총리도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고 전 총리 측이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역습 시작

정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2대 총리로 지명된 뒤 세종시 원안 추진을 반대하며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다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아 동반성장지수 공표 등을 주도했다.

이수성 전 총리는 김영삼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이회창 당시 후보에게 밀려 낙선한 경력이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