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 (완결)지지세력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8 17: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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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잡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여야의 대선 후보로 압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마지막 순서로 그들의 '지지세력' 면면을 살펴봤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인재영입 전쟁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호남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 쏟아져 나오고 반대로 영남에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 줄을 잇는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진영을 넘나드는 인재영입은 지역주의와 이념갈등을 타파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철새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과연 이들의 지지선언은 이번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박근혜 <국민대통합>
호남권·동교동 끌어안기 “아버지의 이름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캠프는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인재풀을 자랑한다. 대선 출마 이후 줄곧 '국민대통합'을 부르짖으며 인재영입에 공을 들인 결과다.

우선 박 후보는 지난 2011년 4·11 총선을 앞두고 직접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을 영입했다. '경제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 위원장은 지난 2004년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영입으로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고 중도층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격 인재영입


지난 8월27일에는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 검사'로 불린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새누리당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안 위원장의 영입을 위해 박 후보는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박 후보는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아 달라며 안 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안 위원장의 영입으로 야권이 주도하던 정치쇄신 이슈에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지난 10월5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박 후보 캠프 합류를 공식선언해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을 당혹하게 했다.

한 전 고문은 11·13·14·15대 등 4선 의원을 지낸 인사로 동교동계 원로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를 성사시킨 막후 주역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2년 대선 때는 민주당 대표로서 국민경선제를 최초로 도입해 '이회창 대세론'을 넘어서는 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공천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개혁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당권 장악을 위한 패권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하며 탈당, 정통민주당을 창당해 서울 관악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한 전 고문과 함께 동교동계의 핵심으로 불리던 김경재 전 의원도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 기획조정특보로 임명되며 박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들의 영입은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간의 역사적 화해의 상징성을 취하는 동시에 취약지역인 호남 민심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16일에는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전격 합당했다. 특히 이인제 선진당 대표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돼 대선 기간 내내 충청권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 개인적으로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뒤 15년 만의 친정 복귀였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 역시 지난 11월24일 박 후보를 지지하면서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이 전 총재를 필두로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박 후보 지지선언에 동참했다. 특히 이 전 총재의 경우 박 후보와의 악연은 유명하다.

박 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경선 룰을 두고 이 전 대표와 갈등을 빚은 끝에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미래연합을 창당했었다. 반대로 2007년 대선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 전 대표가 당시 박 후보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삼성동 자택을 3차례나 찾았다가 모두 문전박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종필 전 총재의 경우는 지난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른바 DJP연합을 형성하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대선패배의 아픔을 선사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6일에는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단 새누리당에 입당은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4선 의원 출신의 한 전 대표는 권노갑 전 의원과 함께 '양갑'으로 불리며 동교동계의 중추역할을 해 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잃으면서 민주당 공동대표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18대와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호남에서 출마했으나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DJ의 옛 평화민주당을 계승해 새로운 '평화민주당'을 창당하고 대표직을 맡았지만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면서 사퇴했다.

넓은 인재풀

마지막으로 지난 11일에는 민주통합당 출신 박주선 무소속 의원이 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려다 취소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박 의원은 당초 지난 10일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할 것으로 예견됐으나 박 후보 지지를 반대하는 자신의 지지자들에 의해 산속으로 끌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 광주다. 검사 출신인 박 의원은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모바일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나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문재인 <용광로 선대위>
"영남권·상도동 끌어안기"

이번 대선의 화두가 중도층 공략인 만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역시 출마 직후 용광로 선대위를 천명하며 인재영입에 공을 들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국민대통합에 맞서 본격적인 인재영입전쟁에 불을 당긴 것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영입이었다. 한때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멘토로 알려졌던 윤 전 장관은 지난 9월26일 문 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그는 국민통합추진위원장직을 맡았다.

늦은 인재영입


윤 전 장관은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고 지난 1997년에는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 전략가 역할을 했다. 이후 범보수의 제갈량, 한나라당의 전략통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문 후보와 윤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처음 만났으며, 문 후보 측은 약 한 달간 윤 전 장관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의 캠프 합류는 문 후보 측의 다중 포석이었다.

합리적 보수층을 끌어안음으로써 중도층 확대의 발판이 되었으며 당시 야권단일화 승부의 경쟁상대였던 안 전 후보를 견제하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박 후보에 비해 문 후보 측은 이후로 이렇다한 인재영입성과는 얻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당의 뿌리와도 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둘로 나뉘어 대립하는 과정을 앉아서 지켜봐야만 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문 후보에 대한 외부인사들의 지지선언이 줄을 이으며 대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0일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통합특별보좌관을 지낸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이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김 의장은 지난 1970년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대표적인 상도동계 정치인이다. 서울 서초을에서 5선을 지냈고, 한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구청장 공천 희망자들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가 불거져 당시 당 대표였던 박근혜 후보에게 검찰에 고발당한 악연도 있다. 이후 김 의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상득 전 의원,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재오 의원과 함께 ‘6인회의’를 이끌었다.


김 의장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재기를 모색했으나 신예 고승덕 변호사에게 밀려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뒤 주로 물밑에서 개헌촉구운동 등을 벌여왔다.

김 의장의 영입은 새누리당의 동교동계 공략에 맞선 민주당의 상도동계 역습으로 평가됐다. 이번 대선에서 과거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끈질긴 악연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사실상 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상도동계는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김 전 부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버지의 민주화에 대한 지금까지의 열정이 역사에 욕되지 않기 위해 이번 선거는 민주세력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소장은 또 "혹독한 유신시절 박정희와 박근혜는 아버지와 딸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이 나라를 얼음제국으로 만들었다"면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과연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보수세력의 승리를 위해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전 부소장은 "아버지께서 공식적으로 박 후보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상도동계의 잇따른 지지선언으로 문 후보 측은 이번 대선의 전략 요충지인 경남 공략에 더욱 힘을 받게 됐다는 평가다.

지난 11일에는 정운찬,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직접 기자회견 등을 열진 않았지만 민주당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혀왔다. 때문에 당초 고건 전 총리도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고 전 총리 측이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역습 시작

정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2대 총리로 지명된 뒤 세종시 원안 추진을 반대하며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다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아 동반성장지수 공표 등을 주도했다.

이수성 전 총리는 김영삼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이회창 당시 후보에게 밀려 낙선한 경력이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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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