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당선자별 정국장악 시나리오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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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권 잡느냐 따라 180도 달라져"

[일요시사=정치팀] 역대 그 어느 대선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제18대 대선 레이스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실제론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각 후보별 정책과 정치적 성향, 그동안의 발언 등을 중심으로 향후 정국 시나리오를 예측해봤다.

여야 모두 숨 가쁘게 달려온 제18대 대선 레이스가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지금 전문가들은 일단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근소한 우위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승리를 장담 할 수는 없다. 선거 막판에도 숨은 표, 접전지 민심의 향배, 20~30대 투표율 등에 따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승부를 뒤집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 수난사
이번에도 재연되나

일각에선 이번 대선에서 양 후보 모두 중도층 공략을 위해 정책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누가 당선되든 달라질 것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누가 대권을 잡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 운영의 방향은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대권을 잡는 이에 따라 향후 정국 운영은 어떻게, 또 얼마나 달라지게 될까?

우선 제18대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운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을 가장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을 사람으로, 하나같이 이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고 나면 늘 이전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작업이 실시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신군부와 하나회를 숙청하고 비록 나중에 사면되긴 했지만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형에 처한 것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이기도 했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계승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대북송금 특검을 실시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구속 수감되는 일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운명 놓고 의견분분 '처절한 복수 시작될까?'
"대통합, 용광로" 인적쇄신, 낙하산 논란 피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역대 사례에 비춰볼 때 임기 중 BBK사건, 내곡동 사저, 친인척 비리, 대선자금 등 이미 수많은 의혹에 시달려 온 이 대통령은 더더욱 대선 이후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 후보의 경우는 자신의 정치적 뿌리이자 동반자인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이명박 정권의 표적수사로 자살하게 됐다며 선거과정에서 정권 심판을 공공연히 천명한 바 있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만약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명박 정권 인사들에 대한 처절한 보복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박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대선 초반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물밑에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지금까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두 사람이 결승전에 오른 셈이다.

두 번째로 관심을 모으는 것은 각 후보별 인사권 행사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임명장을 주는 자리는 무려 80여 개. 여기에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 자리도 280여 개나 된다고 한다. 때문에 대선이 끝나고 나면 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됐다. 하지만 개국공신들에 대한 보상에 인색하면 향후 정국을 장악해나갈 동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탕평을 외쳐도 결국 자기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박 후보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대연합을 이뤄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까지 적극 끌어안았다. 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진보성향의 인사들도 대거 영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선거 과정에서는 큰 도움이 됐지만 대선이 끝나고 나면 대대적인 자리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예상했다.


나눠먹기 인사
낙하산 인사

게다가 이들은 한군데 뭉치긴 했지만 실제로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박 후보 진영의 인사들은 이미 대선기간 한차례 완력다툼을 벌인 바 있다.

문 후보의 경우도 이번 대선에서 상대진영 인재 영입에 나섰지만 박 후보와 비교하면 그 결과물은 초라할 지경이다. 오히려 덕분에 정권을 잡게 되면 자리 나눠먹기 행태가 박 후보 진영보다는 덜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친노 독식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은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문재인 정권의 실세로 급격히 부상 할 가능성이 크다.

또 안철수 전 후보의 경우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후보사퇴로 문 후보 측에 큰 힘을 실어준 만큼 안 전 후보의 측근들은 적극 등용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언론환경의 변화다. 이번 대선의 결과에 따라 명암이 갈리게 될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언론들은 현재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특히 종편채널들은 대선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지금까지 무려 18건의 제재를 받았다.

생존 걸린 대선
이념대결 치열

문 후보 측은 공공연히 당선 후 종편 선정과정에서의 불법성과 특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곧 종편채널들에 대한 대대적인 표적수사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종편들로선 대선의 향방은 생존이 걸린 문제인 셈이다.

다급하긴 진보진영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전국언론노조의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징계를 받은 언론인의 수가 무려 45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박 후보의 언론에 대한 인식이 이명박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진보진영 언론인들은 박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편집권 침해와 낙하산 인사 등의 언론장악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네 번째는 자신의 정치적 뿌리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예상된다. 박 후보의 경우는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이며, 문 후보의 경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다. 박 후보의 경우 이번 대선 과정에서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사과를 하긴 했지만 과거 5·16에 대해 구국의 결단이라는 평가를 내렸던 점을 미루어 볼 때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또 박 후보는 이미 정치 입문 전부터 자서전을 내고 육영재단을 운영하며 양친에 대한 복권사업을 꾸준히 펼쳐온 바 있다.

문 후보 경우는 과거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으며 노무현 기념사업에 깊게 관여해왔다. 문 후보 역시 당선 될 경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사업이 거의 확실시 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박 후보와 문 후보에게 그들은 정치적으로 가장 큰 자산이다.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그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꼭 필요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모두 공과가 있는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역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공약에 따른 변화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대선은 중도층 공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후보별 공약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비록 작은 차이라도 우리 일상생활에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꼼꼼히 살펴봐야만 한다.

박정희 재평가 vs 노무현 재평가, 명예 건 싸움
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 시각 차이 뚜렷

일단 각 후보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일자리다. 실제로 정권이 바뀌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다. 두 후보의 일자리 정책을 비교하면 문 후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일자리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박 후보는 일자리의 질 향상보다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 후보의 경우 일자리의 질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취업 시장을 얼어붙게 한다는 비판이 있고, 박 후보의 경우 일자리가 늘어나도 질이 낮은 일자리는 국민들을 더욱 불행하게 할 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대북 정책에서는 박 후보는 북한의 입장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문 후보는 우선적인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복지 분야 역시 국민들의 큰 관심사다. 박 후보는 소득 수준에 따른 차별적 복지를, 문 후보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는 보편적 복지를 천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양 후보는 정국운영 스타일에서도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의 경우 대선과정에서 불통 이미지가 여러 차례 지적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불통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불도저식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반면 문 후보의 경우 당선되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탈권위 정치스타일을 계승한 것이다.

불통 스타일
우유부단 스타일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탈권위는 참여정부 시절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참지 못하고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발언을 했던 것처럼 오히려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권을 잡는 이에 따라 향후 정국은 크게 요동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후보가 대권을 잡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할까?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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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