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 (27)아킬레스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3 13: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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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건을 노려라! 먼저 찔리면 대권꿈도 물거품"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여야의 대선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일곱 번째 순서로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살펴봤다.

대선일이 한 자릿수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대 후보를 검증한다는 명분으로 네거티브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네거티브 대결은 선거 때마다 구태정치로 손꼽히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만큼 네거티브 전략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결정적 한방이다. 그렇다면 막판 대선판을 뒤흔들 각 후보별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박정희의 그림자>
"베일에 가려진 삶, 의혹도 다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무척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불과 27살 나이에 양 부모를 모두 흉탄에 잃은 박 후보는 정계에 입문하기까지 무려 18년간이나 은둔의 삶을 살기도 했다. 베일에 가려진 그의 삶만큼 박 후보는 늘 수많은 의혹들에 시달려야만 했다. 대선이 가까워오자 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은 새삼스레 재조명 되는 분위기다. 결정적 순간마다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

최태민 비리의혹

전문가들이 첫 손가락에 꼽는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다. 최 목사는 1970년대부터 박 후보의 측근으로 활동해왔다. 그 과정에서 최 목사와 그 일가들이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 목사는 무려 6번이나 결혼하고 7개의 이름을 가졌던 수상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구국선교단, 구국봉사단 총재 등을 역임하며 박 후보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공개된 중앙정보부의 '최태민 수사자료'에 따르면 최 목사는 박 후보를 등에 업고 여러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고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는 자신이 최 목사 문제를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10·26을 일으킨 한 요인이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의혹의 실체가 없다"며 일축했다.

일각에선 박 후보와 최 목사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혼인 박 후보로서는 무척 치욕스러운 의혹이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아기가 있다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얘기까지 나온다. DNA 검사라도 해줄 테니 애를 데려오라"고 답했다.

두 번째는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영남대학교, 한국문화재단을 둘러싼 의혹이다. 민주당은 이를 박 전 대통령에 의해 강탈된 4대 재산으로 규정하고 꾸준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80년대 박 후보의 대외 행적은 드러난 게 많지 않다. 주로 육영재단, 영남재단, 정수장학회 일을 맡았다 놓았다 했다.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직은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18년 은둔 생활, 횡령 및 사유재산 강탈 의혹
여전히 발목 잡는 과거사, 유신의 퍼스트레이디

80년 4월 박 후보는 박정희가 설립한 영남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지만 학생들이 반발하자 물러났다. 82년에는 육영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최태민 목사도 이때 육영재단에 합류했다. 90년엔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동생인 근령에게 넘겼다. 근령을 지지하는 '숭모회'가 "최태민 목사가 박근혜 이사장을 배후에서 조종한다"며 분규를 일으키면서다. 94년엔 정수장학회를 물려받아 운영했다가 2005년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일었다. 운영과정에서 횡령이 발생했다는 의혹과 재단 설립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사유재산을 강탈했다는 비판이었다.

세 번째는 친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지만 EG 회장, 그리고 박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와 관련된 구설이다. 박 전 이사장은 1990년부터 육영재단 운영권을 놓고 다투면서 박 후보와 22년째 불편한 사이다. 박 전 이사장은 2008년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뺏기자 박 후보와 박 회장을 상대로 법적 다툼까지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이사장의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는 박 후보의 홈페이지에 수차례 비방글을 올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또 박 회장과 아내 서 변호사는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의 고문변호사를 맡았던 일로 저축은행 구명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이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남매 간 재산다툼

마지막은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다. 박 후보는 대선과정에서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사과를 발표하긴 했지만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또 보수진영 내에서는 박 후보의 전향적 사과 자체를 비판하는 경향도 강하다. 따라서 박 후보로서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대권행보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자의든 타의든 박 후보는 유신독재시절 퍼스트레이디로서 정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버지대의 일이라며 무작정 거리두기에 나서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다.

 

문재인 <노무현의 그림자>
"청렴이미지, 작은 흠집에도 큰 상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평소 청렴하기로 소문난 강직한 이미지가 가장 큰 강점이었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아파트 청약적금을 넣은 것을 알게 된 문 후보가 "이미 아파트가 있는데 왜 주택청약을 들었냐"며 눈을 부릅뜨고 불호령을 내린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대선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되자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문 후보를 괴롭히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선 "역시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다"는 한탄도 들려온다.

터니까 나오네

박근혜 후보와 비교할 때 문 후보의 의혹들은 사소한 것일지 몰라도 이미 수년간 네거티브에 시달리며 면역이 된 박 후보에 비해 이번 네거티브 전으로 더 큰 후유증을 앓게 되는 것은 문 후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문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우선 문 후보는 다운계약서 의혹으로 도덕성에 큰 흠집을 입었다. 문 후보의 청렴성을 대내외에 강조할 수 있었던 주택청약 일화와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문 후보는 2004년 5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 임명되면서 종로구 평창동에 부인 김정숙씨 명의로 문제의 빌라를 2억 9800만원에 매입했다.

이 빌라는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문 후보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될 당시 전세로 살았던 집이기도 하다. 그런데 부인 김씨는 종로구청에 주택구입가격을 신고하면서 실제보다 1억3800만원이 적은 1억6000만원을 신고했다. 구입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취득세와 등록세를 그만큼 적게 낸다. 결국 문 후보는 세금을 700만원 정도 적게 낸 셈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문 후보 측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춰 신고를 했다며 도덕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관행이었고 불법도 아니었다. 새누리당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문 후보가 고위공직자로서 실거래가를 신고하고 세금도 정당하게 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그동안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인사 때마다 다운계약서 문제가 불거진 후보자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을 가하며 사퇴를 종용해왔다. 당시 현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민주당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때문에 문 후보 측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문 후보의 아들이 한국고용정보원에 지난 2006년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새누리당은 당시 한국고용정보원 원장과 문 후보가 청와대 재직 시절 막역한 사이였던 점과 문 후보 아들이 모집기간 중 학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고 나중에 제출한 점을 들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다운계약서 의혹 "자기가 놓은 덫에 걸린 꼴"
부산저축은행 의혹 "청탁전화에 사건 수임까지?"


새누리당은 문 후보의 아들이 모집기간(2006년 12월1일~6일) 사이에 학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고 나중에 제출한 데 대해 "졸업예정 증명서를 보면 12월11일 문서가 발급된 것으로 나온다. 일반적 상식으로 볼 때 서류미비로 탈락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채용공고는 연구직 초빙으로 해놓고 동영상 전문가를 채용한 것은 기획채용 증거 중 하나"라며 "결국 문 후보 아들 혼자 지원해서 합격했다. 내부 도움 없이는 동영상 전문가를 뽑는다는 사실을 결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 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감사와 검증이 이루어진 사안"이라며 새누리당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세 번째는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의 유착 의혹이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금융감독원에 부산저축은행 조사에 신중을 기하라고 청탁 전화를 걸었고, 문 후보가 속했던 법무법인 부산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사건을 수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모임인 전국저축비대위(이하 비대위)는 문 후보를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비대위는 "문 후보가 2003년 유병태 당시 금융감독원 국장에게 부산저축은행 조사와 관련된 청탁성 전화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처음에는 '유 국장을 모르며 청탁전화를 한 적 없다'고 말하다가 검찰 수사에서는 '업무 관련 지역현안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전화했다'고 말을 바꿨으며,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전화였을 뿐 청탁성 전화가 아니다'라며 다시 한 번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또 "2003년 부산저축은행의 비위 사실과 부정축재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본적인 비위 근절 및 추가 피해자 확대를 막았더라면 피해자들이 현재 정부를 원망하며 울부짖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문 후보를 비판했다.

참여정부 책임론

마지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이다. 이 의혹은 지난 2007년 10·4남북공동선언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시사 발언을 했다는 것이 골자다. 문 후보는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이 회담을 준비했던 실무책임자 중 한명이다.


또 문 후보는 참여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만큼 양극화 심화, 비정규직 양산,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대표적인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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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