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 (27)아킬레스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3 13: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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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건을 노려라! 먼저 찔리면 대권꿈도 물거품"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여야의 대선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일곱 번째 순서로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살펴봤다.

대선일이 한 자릿수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대 후보를 검증한다는 명분으로 네거티브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네거티브 대결은 선거 때마다 구태정치로 손꼽히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만큼 네거티브 전략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결정적 한방이다. 그렇다면 막판 대선판을 뒤흔들 각 후보별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박정희의 그림자>
"베일에 가려진 삶, 의혹도 다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무척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불과 27살 나이에 양 부모를 모두 흉탄에 잃은 박 후보는 정계에 입문하기까지 무려 18년간이나 은둔의 삶을 살기도 했다. 베일에 가려진 그의 삶만큼 박 후보는 늘 수많은 의혹들에 시달려야만 했다. 대선이 가까워오자 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은 새삼스레 재조명 되는 분위기다. 결정적 순간마다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

최태민 비리의혹

전문가들이 첫 손가락에 꼽는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다. 최 목사는 1970년대부터 박 후보의 측근으로 활동해왔다. 그 과정에서 최 목사와 그 일가들이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 목사는 무려 6번이나 결혼하고 7개의 이름을 가졌던 수상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구국선교단, 구국봉사단 총재 등을 역임하며 박 후보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공개된 중앙정보부의 '최태민 수사자료'에 따르면 최 목사는 박 후보를 등에 업고 여러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고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는 자신이 최 목사 문제를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10·26을 일으킨 한 요인이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의혹의 실체가 없다"며 일축했다.

일각에선 박 후보와 최 목사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혼인 박 후보로서는 무척 치욕스러운 의혹이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아기가 있다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얘기까지 나온다. DNA 검사라도 해줄 테니 애를 데려오라"고 답했다.

두 번째는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영남대학교, 한국문화재단을 둘러싼 의혹이다. 민주당은 이를 박 전 대통령에 의해 강탈된 4대 재산으로 규정하고 꾸준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80년대 박 후보의 대외 행적은 드러난 게 많지 않다. 주로 육영재단, 영남재단, 정수장학회 일을 맡았다 놓았다 했다.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직은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18년 은둔 생활, 횡령 및 사유재산 강탈 의혹
여전히 발목 잡는 과거사, 유신의 퍼스트레이디

80년 4월 박 후보는 박정희가 설립한 영남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지만 학생들이 반발하자 물러났다. 82년에는 육영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최태민 목사도 이때 육영재단에 합류했다. 90년엔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동생인 근령에게 넘겼다. 근령을 지지하는 '숭모회'가 "최태민 목사가 박근혜 이사장을 배후에서 조종한다"며 분규를 일으키면서다. 94년엔 정수장학회를 물려받아 운영했다가 2005년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일었다. 운영과정에서 횡령이 발생했다는 의혹과 재단 설립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사유재산을 강탈했다는 비판이었다.

세 번째는 친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지만 EG 회장, 그리고 박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와 관련된 구설이다. 박 전 이사장은 1990년부터 육영재단 운영권을 놓고 다투면서 박 후보와 22년째 불편한 사이다. 박 전 이사장은 2008년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뺏기자 박 후보와 박 회장을 상대로 법적 다툼까지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이사장의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는 박 후보의 홈페이지에 수차례 비방글을 올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또 박 회장과 아내 서 변호사는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의 고문변호사를 맡았던 일로 저축은행 구명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이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남매 간 재산다툼

마지막은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다. 박 후보는 대선과정에서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사과를 발표하긴 했지만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또 보수진영 내에서는 박 후보의 전향적 사과 자체를 비판하는 경향도 강하다. 따라서 박 후보로서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대권행보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자의든 타의든 박 후보는 유신독재시절 퍼스트레이디로서 정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버지대의 일이라며 무작정 거리두기에 나서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다.

 

문재인 <노무현의 그림자>
"청렴이미지, 작은 흠집에도 큰 상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평소 청렴하기로 소문난 강직한 이미지가 가장 큰 강점이었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아파트 청약적금을 넣은 것을 알게 된 문 후보가 "이미 아파트가 있는데 왜 주택청약을 들었냐"며 눈을 부릅뜨고 불호령을 내린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대선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되자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문 후보를 괴롭히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선 "역시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다"는 한탄도 들려온다.

터니까 나오네

박근혜 후보와 비교할 때 문 후보의 의혹들은 사소한 것일지 몰라도 이미 수년간 네거티브에 시달리며 면역이 된 박 후보에 비해 이번 네거티브 전으로 더 큰 후유증을 앓게 되는 것은 문 후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문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우선 문 후보는 다운계약서 의혹으로 도덕성에 큰 흠집을 입었다. 문 후보의 청렴성을 대내외에 강조할 수 있었던 주택청약 일화와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문 후보는 2004년 5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 임명되면서 종로구 평창동에 부인 김정숙씨 명의로 문제의 빌라를 2억 9800만원에 매입했다.

이 빌라는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문 후보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될 당시 전세로 살았던 집이기도 하다. 그런데 부인 김씨는 종로구청에 주택구입가격을 신고하면서 실제보다 1억3800만원이 적은 1억6000만원을 신고했다. 구입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취득세와 등록세를 그만큼 적게 낸다. 결국 문 후보는 세금을 700만원 정도 적게 낸 셈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문 후보 측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춰 신고를 했다며 도덕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관행이었고 불법도 아니었다. 새누리당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문 후보가 고위공직자로서 실거래가를 신고하고 세금도 정당하게 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그동안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인사 때마다 다운계약서 문제가 불거진 후보자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을 가하며 사퇴를 종용해왔다. 당시 현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민주당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때문에 문 후보 측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문 후보의 아들이 한국고용정보원에 지난 2006년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새누리당은 당시 한국고용정보원 원장과 문 후보가 청와대 재직 시절 막역한 사이였던 점과 문 후보 아들이 모집기간 중 학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고 나중에 제출한 점을 들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다운계약서 의혹 "자기가 놓은 덫에 걸린 꼴"
부산저축은행 의혹 "청탁전화에 사건 수임까지?"


새누리당은 문 후보의 아들이 모집기간(2006년 12월1일~6일) 사이에 학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고 나중에 제출한 데 대해 "졸업예정 증명서를 보면 12월11일 문서가 발급된 것으로 나온다. 일반적 상식으로 볼 때 서류미비로 탈락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채용공고는 연구직 초빙으로 해놓고 동영상 전문가를 채용한 것은 기획채용 증거 중 하나"라며 "결국 문 후보 아들 혼자 지원해서 합격했다. 내부 도움 없이는 동영상 전문가를 뽑는다는 사실을 결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 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감사와 검증이 이루어진 사안"이라며 새누리당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세 번째는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의 유착 의혹이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금융감독원에 부산저축은행 조사에 신중을 기하라고 청탁 전화를 걸었고, 문 후보가 속했던 법무법인 부산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사건을 수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모임인 전국저축비대위(이하 비대위)는 문 후보를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비대위는 "문 후보가 2003년 유병태 당시 금융감독원 국장에게 부산저축은행 조사와 관련된 청탁성 전화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처음에는 '유 국장을 모르며 청탁전화를 한 적 없다'고 말하다가 검찰 수사에서는 '업무 관련 지역현안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전화했다'고 말을 바꿨으며,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전화였을 뿐 청탁성 전화가 아니다'라며 다시 한 번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또 "2003년 부산저축은행의 비위 사실과 부정축재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본적인 비위 근절 및 추가 피해자 확대를 막았더라면 피해자들이 현재 정부를 원망하며 울부짖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문 후보를 비판했다.

참여정부 책임론

마지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이다. 이 의혹은 지난 2007년 10·4남북공동선언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시사 발언을 했다는 것이 골자다. 문 후보는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이 회담을 준비했던 실무책임자 중 한명이다.


또 문 후보는 참여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만큼 양극화 심화, 비정규직 양산,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대표적인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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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