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 (26)공약해부-⑥복지정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05 12: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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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 "국민들의 선택은?"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로 여야의 대선후보로 압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여섯 번째 순서로 그들의 '복지정책'을 살펴봤다.

 

 

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방법으로 '복지' 만큼 쉽고 빠른 것은 없다. 때문에 역대 거의 모든 선거에서 복지는 언제나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역시 복지를 늘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분야가 복지다. '선별적 복지'를 선택한 박 후보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 문 후보. 국민들의 표심은 과연 어떤 후보를 향할까?

박근혜 <선별적 복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국가의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국민들의 복지확대 요구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복지정책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요자 중심 복지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한국형 복지체계'의 구축을 천명하고 나섰다. 미국이나 EU 등 선진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제와 정치 상황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 딱 맞는 복지체계를 구축해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성장동력 감소 등의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주장하는 한국형 복지체계란 공급자 중심의 복지제도를 수요자 중심의 복지전달체계로 개선하고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일과 함께하는 고용복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박 후보는 한국형 복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통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경제발전과 사회 안정에 역동적인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모든 국민에게 평생 살아가는 동안 생애단계별로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국가의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생애단계별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함께 보장하여 평생생활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소득수준별 선별적 지원 "사각지대부터 복지혜택"
저출산·고령화시대 "한국형 복지체계 구축해야"

박 후보는 우선 자녀를 가지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5세까지 무상보육 실시 등 국가책임보육 체제 확립을 약속했다. 집에서 키우는 0~5세의 아이들에게는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예비엄마의 근로시간 단축과 예비아빠의 육아휴직을 법제화하며,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해 여성의 육아문제를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무상교육은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고 사교육비 절감 및 대학 등록금 지원 등 교육비 부담 경감 정책도 내놨다. 2014년부터는 셋째 아이의 대학 등록금 무료지원도 약속했다. 다만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는 모든 이들에게 무차별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에 차별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또 박 후보는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걱정인 가계부채 문제도 복지의 개념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용회복을 신청하는 사람들에게는 빚의 50%를 감면해주고 기초수급자처럼 더 어려운 사람들은 70%까지 감면해주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비 걱정이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100%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노인 임플란트를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추가하고, 경증 치매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한국 복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을 "소득보장과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저소득층마저 사각지대에 방치돼 복지의 확대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 후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자 기준을 대폭 완화해 수급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미흡한 복지대책

이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는 ▲세출 구조 개혁을 통한 새로운 재원 마련 ▲투명하고 공정한 조세개혁 및 세정강화 ▲복지지출의 누수 및 유사 중복을 막기 위한 복지행정 개혁 ▲공공부문 개혁 추진 ▲'나라살림 지킴이 국민감사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한편 박 후보가 내세운 연평균 복지 재정규모는 27조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약 2%수준으로 OECD 평균 복지 재정규모가 GDP의 19~21%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 재정부담이 낮고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연 27조원 규모의 복지재정은 '복지국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엔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보편적 복지>
"복지는 상생발전 위한 필수요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평소 "복지국가는 민주주의가 상생 발전하는 유일한 방식"이라며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문 후보가 내세운 복지정책은 매우 수위가 높고, 시민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사항을 거의 수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선심성 퍼주기라는 논란은 피해갈 수가 없다.

퍼주기 논란

우선 문 후보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생활을 뒷받침해줄 각종 소득지원 제도를 충실하게 만들어감으로써,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노후소득의 보장체계 구축을 위해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연금지급 책임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기초노령연금을 2017년까지 두 배로 인상(9만원→18만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출산 시에는 국민연금에서 연금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하는 출산크레딧을 확대하고, 돌봄크레딧 도입 등 여성의 수급권이 보장되는 '1인 1연금제' 기반 구축 등 연금제도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구직자 지원 제도도 도입한다. 문 후보는 청년 구직자에게 '청년취업준비금'을 매월 최저임금의 50% 수준(약 50만원)으로 지급(6개월 후 심사하여 최대 1년간)하며, 폐업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 실직자에게 '구직촉진급여'도 같은 방식으로 지급한다.

또 12세 미만의 아동들에게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연령별, 가구소득별로 지급을 시작하여 오는 2017년에는 12세 미만 전체 아동에게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액도 기초노령연금 인상액과 맞추어 두 배로 인상(9만원→18만원)한다. 이 밖에도 문 후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비수급 빈곤층을 축소하고 최저생계비 책정을 상대빈곤선 기준으로 전환한다. 근로장려세제의 적용대상은 자영업자로 확대하고, 급여액 확대 등 일을 통한 자립기반을 확보하도록 했다.

의료 복지와 관련해서는 연간 환자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한다.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100만원이 넘을 경우 국가가 대납해주겠다는 것이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MRI, 초음파, 그리고 의학적 효과성이 입증된 각종 검사와 치료에는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한다.

간병서비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간병비를 절감하고 가족의 간병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료복지와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임신·출산에 필수적인 의료비는 전액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불임·난임부부의 검사 및 의료비를 전액지원하고 고령산모의 추가적인 필수검사 비용도 전액지원하기로 했다.


국민 기본소득 보장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 누려야"
수위 높은 복지정책 "증세 없는 실현은 미지수"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하여 출산비용도 절감시킨다. 뇌수막염, 폐렴구균 등 필수예방접종 항목을 확대하고, 13세 미만 아동의 필수예방접종은 무상으로 제공한다.

0세아 아버지는 2주의 휴가를 제도화하고 육아휴직급여 수준은 현행 통상임금의 40%에서 70%로 상향조정한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확대를 위해 육아휴직 1개월 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산전후 휴가 급여 인상(상한액 135만원→150만원) 및 이용대상 확대를 실시한다.

이밖에도 가족돌봄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가족돌봄휴가제(Care Free Day) 실시,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한다.

보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중 국공립어린이집을 시설기준 20%, 이용아동기준 40%까지 확충한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는 시설기준 30%, 이용아동기준 50%까지 확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필수적인 특별활동비까지 정부지원 보육비에 포함시켜 추가적인 보육료 부담이 없는 공공보육을 실현 하고 가정파견돌보미 등 다양한 형태의 육아 지원을 시도한다.

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방과 후 홀로 방치되는 아동이 없도록 지역 내 방과 후 돌봄체계를 강화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무상교육 실시로 공교육 토대를 강화한다. 대학등록금은 내년에는 국공립대, 이듬해엔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인다는 복안이다.

비관적 평가

이처럼 문 후보의 복지정책은 박 후보와 비교해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 마련. 문 후보는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재벌에 대한 특혜를 줄이면 복지에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증세 없이는 사실상 문 후보의 복지정책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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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