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 (26)공약해부-⑥복지정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05 12: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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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 "국민들의 선택은?"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로 여야의 대선후보로 압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여섯 번째 순서로 그들의 '복지정책'을 살펴봤다.

 

 

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방법으로 '복지' 만큼 쉽고 빠른 것은 없다. 때문에 역대 거의 모든 선거에서 복지는 언제나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역시 복지를 늘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분야가 복지다. '선별적 복지'를 선택한 박 후보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 문 후보. 국민들의 표심은 과연 어떤 후보를 향할까?

박근혜 <선별적 복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국가의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국민들의 복지확대 요구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복지정책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요자 중심 복지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한국형 복지체계'의 구축을 천명하고 나섰다. 미국이나 EU 등 선진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제와 정치 상황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 딱 맞는 복지체계를 구축해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성장동력 감소 등의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주장하는 한국형 복지체계란 공급자 중심의 복지제도를 수요자 중심의 복지전달체계로 개선하고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일과 함께하는 고용복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박 후보는 한국형 복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통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경제발전과 사회 안정에 역동적인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모든 국민에게 평생 살아가는 동안 생애단계별로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국가의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생애단계별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함께 보장하여 평생생활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소득수준별 선별적 지원 "사각지대부터 복지혜택"
저출산·고령화시대 "한국형 복지체계 구축해야"

박 후보는 우선 자녀를 가지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5세까지 무상보육 실시 등 국가책임보육 체제 확립을 약속했다. 집에서 키우는 0~5세의 아이들에게는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예비엄마의 근로시간 단축과 예비아빠의 육아휴직을 법제화하며,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해 여성의 육아문제를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무상교육은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고 사교육비 절감 및 대학 등록금 지원 등 교육비 부담 경감 정책도 내놨다. 2014년부터는 셋째 아이의 대학 등록금 무료지원도 약속했다. 다만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는 모든 이들에게 무차별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에 차별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또 박 후보는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걱정인 가계부채 문제도 복지의 개념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용회복을 신청하는 사람들에게는 빚의 50%를 감면해주고 기초수급자처럼 더 어려운 사람들은 70%까지 감면해주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비 걱정이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100%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노인 임플란트를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추가하고, 경증 치매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한국 복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을 "소득보장과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저소득층마저 사각지대에 방치돼 복지의 확대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 후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자 기준을 대폭 완화해 수급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미흡한 복지대책

이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는 ▲세출 구조 개혁을 통한 새로운 재원 마련 ▲투명하고 공정한 조세개혁 및 세정강화 ▲복지지출의 누수 및 유사 중복을 막기 위한 복지행정 개혁 ▲공공부문 개혁 추진 ▲'나라살림 지킴이 국민감사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한편 박 후보가 내세운 연평균 복지 재정규모는 27조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약 2%수준으로 OECD 평균 복지 재정규모가 GDP의 19~21%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 재정부담이 낮고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연 27조원 규모의 복지재정은 '복지국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엔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보편적 복지>
"복지는 상생발전 위한 필수요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평소 "복지국가는 민주주의가 상생 발전하는 유일한 방식"이라며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문 후보가 내세운 복지정책은 매우 수위가 높고, 시민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사항을 거의 수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선심성 퍼주기라는 논란은 피해갈 수가 없다.

퍼주기 논란

우선 문 후보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생활을 뒷받침해줄 각종 소득지원 제도를 충실하게 만들어감으로써,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노후소득의 보장체계 구축을 위해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연금지급 책임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기초노령연금을 2017년까지 두 배로 인상(9만원→18만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출산 시에는 국민연금에서 연금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하는 출산크레딧을 확대하고, 돌봄크레딧 도입 등 여성의 수급권이 보장되는 '1인 1연금제' 기반 구축 등 연금제도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구직자 지원 제도도 도입한다. 문 후보는 청년 구직자에게 '청년취업준비금'을 매월 최저임금의 50% 수준(약 50만원)으로 지급(6개월 후 심사하여 최대 1년간)하며, 폐업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 실직자에게 '구직촉진급여'도 같은 방식으로 지급한다.

또 12세 미만의 아동들에게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연령별, 가구소득별로 지급을 시작하여 오는 2017년에는 12세 미만 전체 아동에게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액도 기초노령연금 인상액과 맞추어 두 배로 인상(9만원→18만원)한다. 이 밖에도 문 후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비수급 빈곤층을 축소하고 최저생계비 책정을 상대빈곤선 기준으로 전환한다. 근로장려세제의 적용대상은 자영업자로 확대하고, 급여액 확대 등 일을 통한 자립기반을 확보하도록 했다.

의료 복지와 관련해서는 연간 환자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한다.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100만원이 넘을 경우 국가가 대납해주겠다는 것이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MRI, 초음파, 그리고 의학적 효과성이 입증된 각종 검사와 치료에는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한다.

간병서비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간병비를 절감하고 가족의 간병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료복지와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임신·출산에 필수적인 의료비는 전액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불임·난임부부의 검사 및 의료비를 전액지원하고 고령산모의 추가적인 필수검사 비용도 전액지원하기로 했다.


국민 기본소득 보장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 누려야"
수위 높은 복지정책 "증세 없는 실현은 미지수"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하여 출산비용도 절감시킨다. 뇌수막염, 폐렴구균 등 필수예방접종 항목을 확대하고, 13세 미만 아동의 필수예방접종은 무상으로 제공한다.

0세아 아버지는 2주의 휴가를 제도화하고 육아휴직급여 수준은 현행 통상임금의 40%에서 70%로 상향조정한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확대를 위해 육아휴직 1개월 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산전후 휴가 급여 인상(상한액 135만원→150만원) 및 이용대상 확대를 실시한다.

이밖에도 가족돌봄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가족돌봄휴가제(Care Free Day) 실시,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한다.

보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중 국공립어린이집을 시설기준 20%, 이용아동기준 40%까지 확충한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는 시설기준 30%, 이용아동기준 50%까지 확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필수적인 특별활동비까지 정부지원 보육비에 포함시켜 추가적인 보육료 부담이 없는 공공보육을 실현 하고 가정파견돌보미 등 다양한 형태의 육아 지원을 시도한다.

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방과 후 홀로 방치되는 아동이 없도록 지역 내 방과 후 돌봄체계를 강화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무상교육 실시로 공교육 토대를 강화한다. 대학등록금은 내년에는 국공립대, 이듬해엔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인다는 복안이다.

비관적 평가

이처럼 문 후보의 복지정책은 박 후보와 비교해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 마련. 문 후보는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재벌에 대한 특혜를 줄이면 복지에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증세 없이는 사실상 문 후보의 복지정책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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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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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