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 (26)공약해부-⑥복지정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05 12: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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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 "국민들의 선택은?"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로 여야의 대선후보로 압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여섯 번째 순서로 그들의 '복지정책'을 살펴봤다.

 

 

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방법으로 '복지' 만큼 쉽고 빠른 것은 없다. 때문에 역대 거의 모든 선거에서 복지는 언제나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역시 복지를 늘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분야가 복지다. '선별적 복지'를 선택한 박 후보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 문 후보. 국민들의 표심은 과연 어떤 후보를 향할까?

박근혜 <선별적 복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국가의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국민들의 복지확대 요구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복지정책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요자 중심 복지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한국형 복지체계'의 구축을 천명하고 나섰다. 미국이나 EU 등 선진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제와 정치 상황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 딱 맞는 복지체계를 구축해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성장동력 감소 등의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주장하는 한국형 복지체계란 공급자 중심의 복지제도를 수요자 중심의 복지전달체계로 개선하고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일과 함께하는 고용복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박 후보는 한국형 복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통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경제발전과 사회 안정에 역동적인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모든 국민에게 평생 살아가는 동안 생애단계별로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국가의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생애단계별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함께 보장하여 평생생활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소득수준별 선별적 지원 "사각지대부터 복지혜택"
저출산·고령화시대 "한국형 복지체계 구축해야"

박 후보는 우선 자녀를 가지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5세까지 무상보육 실시 등 국가책임보육 체제 확립을 약속했다. 집에서 키우는 0~5세의 아이들에게는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예비엄마의 근로시간 단축과 예비아빠의 육아휴직을 법제화하며,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해 여성의 육아문제를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무상교육은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고 사교육비 절감 및 대학 등록금 지원 등 교육비 부담 경감 정책도 내놨다. 2014년부터는 셋째 아이의 대학 등록금 무료지원도 약속했다. 다만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는 모든 이들에게 무차별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에 차별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또 박 후보는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걱정인 가계부채 문제도 복지의 개념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용회복을 신청하는 사람들에게는 빚의 50%를 감면해주고 기초수급자처럼 더 어려운 사람들은 70%까지 감면해주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비 걱정이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100%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노인 임플란트를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추가하고, 경증 치매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한국 복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을 "소득보장과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저소득층마저 사각지대에 방치돼 복지의 확대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 후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자 기준을 대폭 완화해 수급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미흡한 복지대책

이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는 ▲세출 구조 개혁을 통한 새로운 재원 마련 ▲투명하고 공정한 조세개혁 및 세정강화 ▲복지지출의 누수 및 유사 중복을 막기 위한 복지행정 개혁 ▲공공부문 개혁 추진 ▲'나라살림 지킴이 국민감사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한편 박 후보가 내세운 연평균 복지 재정규모는 27조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약 2%수준으로 OECD 평균 복지 재정규모가 GDP의 19~21%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 재정부담이 낮고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연 27조원 규모의 복지재정은 '복지국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엔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보편적 복지>
"복지는 상생발전 위한 필수요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평소 "복지국가는 민주주의가 상생 발전하는 유일한 방식"이라며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문 후보가 내세운 복지정책은 매우 수위가 높고, 시민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사항을 거의 수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선심성 퍼주기라는 논란은 피해갈 수가 없다.

퍼주기 논란

우선 문 후보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생활을 뒷받침해줄 각종 소득지원 제도를 충실하게 만들어감으로써,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노후소득의 보장체계 구축을 위해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연금지급 책임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기초노령연금을 2017년까지 두 배로 인상(9만원→18만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출산 시에는 국민연금에서 연금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하는 출산크레딧을 확대하고, 돌봄크레딧 도입 등 여성의 수급권이 보장되는 '1인 1연금제' 기반 구축 등 연금제도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구직자 지원 제도도 도입한다. 문 후보는 청년 구직자에게 '청년취업준비금'을 매월 최저임금의 50% 수준(약 50만원)으로 지급(6개월 후 심사하여 최대 1년간)하며, 폐업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 실직자에게 '구직촉진급여'도 같은 방식으로 지급한다.

또 12세 미만의 아동들에게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연령별, 가구소득별로 지급을 시작하여 오는 2017년에는 12세 미만 전체 아동에게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액도 기초노령연금 인상액과 맞추어 두 배로 인상(9만원→18만원)한다. 이 밖에도 문 후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비수급 빈곤층을 축소하고 최저생계비 책정을 상대빈곤선 기준으로 전환한다. 근로장려세제의 적용대상은 자영업자로 확대하고, 급여액 확대 등 일을 통한 자립기반을 확보하도록 했다.

의료 복지와 관련해서는 연간 환자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한다.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100만원이 넘을 경우 국가가 대납해주겠다는 것이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MRI, 초음파, 그리고 의학적 효과성이 입증된 각종 검사와 치료에는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한다.

간병서비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간병비를 절감하고 가족의 간병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료복지와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임신·출산에 필수적인 의료비는 전액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불임·난임부부의 검사 및 의료비를 전액지원하고 고령산모의 추가적인 필수검사 비용도 전액지원하기로 했다.


국민 기본소득 보장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 누려야"
수위 높은 복지정책 "증세 없는 실현은 미지수"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하여 출산비용도 절감시킨다. 뇌수막염, 폐렴구균 등 필수예방접종 항목을 확대하고, 13세 미만 아동의 필수예방접종은 무상으로 제공한다.

0세아 아버지는 2주의 휴가를 제도화하고 육아휴직급여 수준은 현행 통상임금의 40%에서 70%로 상향조정한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확대를 위해 육아휴직 1개월 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산전후 휴가 급여 인상(상한액 135만원→150만원) 및 이용대상 확대를 실시한다.

이밖에도 가족돌봄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가족돌봄휴가제(Care Free Day) 실시,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한다.

보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중 국공립어린이집을 시설기준 20%, 이용아동기준 40%까지 확충한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는 시설기준 30%, 이용아동기준 50%까지 확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필수적인 특별활동비까지 정부지원 보육비에 포함시켜 추가적인 보육료 부담이 없는 공공보육을 실현 하고 가정파견돌보미 등 다양한 형태의 육아 지원을 시도한다.

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방과 후 홀로 방치되는 아동이 없도록 지역 내 방과 후 돌봄체계를 강화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무상교육 실시로 공교육 토대를 강화한다. 대학등록금은 내년에는 국공립대, 이듬해엔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인다는 복안이다.

비관적 평가

이처럼 문 후보의 복지정책은 박 후보와 비교해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 마련. 문 후보는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재벌에 대한 특혜를 줄이면 복지에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증세 없이는 사실상 문 후보의 복지정책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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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