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떠도는 '안철수 시나리오' 전격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04 11: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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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는 처음부터 계획된 각본? 차차기 노렸다!"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달 23일 후보직 전격사퇴를 선언하며 물러났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행보였다. 그는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통합당과 경선룰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으며, 사퇴 선언 5시간 전에는 후보 등록에 필요한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았었다. 그렇다면 안 전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에는 어떠한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일요시사>는 안 전 후보의 사퇴로 불거져 나온 이른바 '안철수 시나리오'를 추적해봤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달 2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했을 때 그의 후보사퇴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가 이날 오후 후보 등록에 필요한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받은 사실을 떠올리며 단독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후보 사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고 쓸쓸히 퇴장했다.

치열해진 짝사랑
안철수 주가상승

하지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안 전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한 후 여야의 '안철수 모시기' 경쟁이 오히려 더 치열해진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쟁이 워낙 박빙이라 안 전 후보의 말 한마디에 승패가 결정되게 된 까닭이다.

며칠 사이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안 전 후보 지지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문 후보에게 갔지만 중도층은 20%까지 늘어났다. 단 1~2%지지율로도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이번 대선에서 안 전 후보의 영향력은 그만큼 절대적인 변수가 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의,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선거'가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례로 새누리당은 최근 난데없이 '안철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당 정치쇄신특위에서 안 전 후보의 쇄신안을 적극 공약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먹튀 대통령'이란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새누리당이었다.


안철수는 떠났는데 안철수만 바라보는 여야
분명 버렸는데 다 가진 안철수 '신의 한수'

민주당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예 자존심도 버린 채 납작 엎드렸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야권단일후보'라고 선언해줬지만 일방적인 사퇴라는 모양새 때문에 단일화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은 "원하면 당을 맡길 수도 있다" "공약을 수용하겠다" "선대위 중요 직책을 넘기겠다"는 등 연일 선심성 제안을 내놓으며 안 전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주요 공약도 안 전 후보 측과 조율을 하겠다며 발표를 미루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정치전문가들도 안 전 후보의 사퇴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문 후보가 아닌 안 전 후보 본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서 안 전 후보의 이번 사퇴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각본이었다는 이른바 '안철수 시나리오'설이 나도는 이유다. 정치권에 떠돌고 있는 안철수 시나리오의 골자는 안 전 후보가 처음부터 이번 대선보다는 차기 대선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퇴는 이미 계획된 수순이었다는 주장이다.

차차기 노렸나?
순수한 양보인가?

그렇다면 안 전 후보는 왜 이번 대선에 출마한 것일까? 한 정치전문가는 "안 전 후보의 인기는 한 예능프로그램 출연 후 급격하게 얻은 것이다. 그런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하면 그에 대한 관심과 인기 또한 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대중에게 잊혀질 수도 있었다"며 "만약 안 전 후보가 실제로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었다면 처음엔 이번 대선에서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판엔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여기서 출마를 안하면 야권에 훼방을 놓는 수준이 됐다. 안 전 후보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페이스메이커'론을 주장했다. 페이스메이커란 장거리를 뛰는 마라톤에서 경주력 향상을 위해 초반 레이스를 이끌며 선두로 치고 나가다가 다른 주자들이 일정 시간 궤도에 오르면 자신은 경주를 포기하는 역할을 맡는 선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안 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야권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안 전 후보가 나타나기 전까지 야권에선 박 후보에 대항할 만한 인물이 없었다. 지금은 문 후보가 박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정도로 성장했지만 민주당 경선 당시만 하더라도 당원 간에 물병과 달걀을 투척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막장경선 논란을 일으키며 1위 박 후보와는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안 전 후보의 등장으로 중도층이 대거 야권으로 이동했고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 대결로 대선이슈를 장악했다. 문 후보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었고 '형님' '통큰 양보' 등으로 대표되는 포용의 이미지도 얻었다. 만약 안 전 후보가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문 후보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없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일단 안 전 후보로서는 이번 사퇴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 안 전 후보는 경선이 아닌 양보를 선택함으로써 패배자가 아닌 양보자가 됐다. 그 과정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순교자'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었다. 이는 안 전 후보가 차차기 대권에 도전하는데 있어 큰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 안 전 후보의 사퇴를 통해 문 후보가 대권을 잡게 된다면 향후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극대화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문 후보가 원활한 국정운영을 하기 위해선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안아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선 안 전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안 전 후보로서는 문 후보의 집권 5년 동안 자신의 최대 약점이었던 부족한 정치 경력을 보완한다면 차차기 대선에서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설령 문 후보가 패배한다고 해도 안 전 후보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문 후보가 패배하게 된다면 당장 민주당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 경쟁력이 더 높았던 안 전 후보를 민주당이 고집을 부리면서까지 끌어내려 결국 선거에 패배했다는 책임론이다.

이 경우엔 민주당 내 갈등이 격화되고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대거 안 전 후보 측으로 옮겨오면서 최소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신당이 단숨에 창당될 수도 있다.

승패 상관없다
'순교자 안철수'

게다가 지난 대선과정을 복기해보면 안 전 후보가 처음부터 사퇴카드를 염두에 뒀었다는 정황들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1일 후보단일화 TV토론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시한을 못 박으면 교섭할 때 주도권을 잃고 몰릴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야권후보단일화 시점을 후보등록일 전으로 못 박으며 협상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자신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퇴한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분석했다.

안 전 후보와 문 후보는 지난달 6일 후보등록일 전까지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당시부터 단일화를 성사시키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굳이 후보등록일 이전으로 단일화 기한을 못 박은 이유는 처음부터 사퇴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모든 국민들이 약속한 기한 내에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그때 전격적으로 후보 사퇴를 발표함으로써 안 전 후보로서는 더욱 극적인 효과까지 얻어내며 시쳇말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유럽처럼 아예 결선투표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하던 조직이 없는 안 후보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안 전 후보가 단일화 승부에서 패배했다면 차차기를 위한 정치적 동력을 크게 잃었을 텐데 승부를 펼칠 생각이 있었겠는가? 처음부터 사퇴를 생각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한 정한 단일화 승부 왜? '예견된 사퇴?'
조직 없고 경험 없는 약점 스스로 잘 알아

안 전 후보 측이 단일화룰 협상과정에서 협상중단을 선언하는 등 여러 가지 '몽니'를 부린 이유도 결국엔 시간 끌기용이었다는 주장이다.

단일화룰 협상과정에서 안 전 후보 측의 태도는 진보논객 진중권 교수조차 "잘라 말해 안철수 캠프가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중재안으로 '가상대결 50%+적합도 50%' 안을 제시했을 때 안 전 후보 측이 받아들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안 전 후보 측은 이를 거부하고 다시 '실제대결 50%+지지도 50%' 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해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었다. 안 전 후보가 차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단일화룰을 양보했으면 간단했을 것이다.

이어 그는 "안 전 후보는 처음부터 당선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 않았다. 대통령직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을지가 더욱 관건이었다"며 "조직도 없고 국정경험도 없는 그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해낼 수 있었겠는가? 심지어 단일화 승부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양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 얻은 안철수
차차기 대권직행?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안철수란 인물이 이토록 주도면밀한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대선정국은 이른바 안철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대로라면 대선의 캐스팅보트는 안 전 후보가 쥐게 되고 승자가 누가 되더라도 차차기 대권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안철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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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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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