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4)공약해부-④부동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23 14: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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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구동성 "더 이상 집 걱정 없는 세상 만들겠다"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네 번째 순서로 그들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살펴봤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70% 이상은 부동산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시선이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의 자산가치 변동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며, 각 가정의 가계부채와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고 각 후보별 장단점을 진단해보았다.


박근혜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도입"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대선 첫 공약으로 지난 9월23일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이 정책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도입 ▲행복주택-행복기숙사 건설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실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획기적 발상?

우선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집주인(임대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기존의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세입자(임차인)는 그 이자를 금융기관에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공적금융기관이 이자 지급을 보증해 집주인의 부담감을 덜게 했다.

또 박 후보가 새로운 임대주택정책으로 제시한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국가 소유인 철도부지 위에 인공부지를 조성해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설을 지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영구임대주택 약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덧붙여 박 후보는 '지분매각 제도'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를 제시했다. 지분매각 제도는 집주인이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지분 일부를 공적금융기관에 매각한 뒤 매각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는 제도다. 집은 공동명의가 되므로 집주인은 공적금융기관에 매각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지급하면서 자신의 집에 계속 거주하는 형태다.

이와 함께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는 주택연금 제도의 가입조건을 현재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조기퇴직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베이비부머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자는 60세부터 받는 주택연금 일부를 일시금으로 인출해 부채를 상환하고, 60세가 되면 인출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박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일단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전세를 사는 데 집 주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뒷말이 나왔다. 결국 전세라고는 하지만 매달 대출금 이자라는 명목으로 임대료를 내는 셈이라 월세와 다른 점이 없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굳이 이렇게 복잡한 월세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집주인 역시 그냥 월세를 주면 되지 굳이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를 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해괴한 발상?

또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이미 2010년 서울시가 검토했다가 폐기한 정책으로 사업 효율성 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분매각제도 역시 채권은행이 손실을 회피하는 데 유리할 뿐 채무자인 주택소유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택 매각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불분명하고 주택소유자가 5년 후 주택을 다시 구입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편 박 후보는 이외에도 저소득층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과 연계해 주거비 지원을 강화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저리(연 4% 선)의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취지로 한다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자칫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 건전성 저해 등 금융시장 전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철수 <약자 보호에 방점>
"공공임대주택 연 12만 호 공급"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약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다. 안 후보는 부동산 정책이 경기부양이 아니라 서민의 내집마련 등 주거 안정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눈에 띄는 공약

안 후보의 부동산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금자리 분양주택 공급을 중단하고 공공임대주택을 2018년까지 연간 12만 호씩 공급해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10%로 높이고 다양한 유형(기존 주택의 매입 후 임차,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 등)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약이 실현된다면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뿐 아니라 주거비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전체 주택 재고 물량의 10%가량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시장에 합리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담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마련이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려면 한 가구당 국가채무가 1억원 가까이 늘어나지만 안 후보는 속 시원한 재원 조달책을 내놓지 못했다. 따라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안 후보는 이외에도 주거 약자 보호를 위해 공공택지 내 공공임대주택 및 토지임대부주택 혼합 건설과 공공임대주택 주거환경 개선 등의 공약을 내놨다. 또 하우스푸어 대책으로는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만기 일시 상환형에서 장기 분할 상환형(최장 20년)으로 전환해 하우스푸어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안 후보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힘의 비대칭을 해소해 임차인을 보호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자동계약 갱신권 보장, 우선변제 적용대상 확대 및 변제금액 증액, 전세금 보증센터를 설립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이사시기가 맞지 않아 곤경에 처한 세입자 지원, 주택임차료 보조제도(주택 바우처 제도)단계적 실시 등이다.

안 후보는 자신의 부동산 공약을 통해 다른 후보들이 미처 아우르지 못했던 상가임차인 보호 대책도 내놨다. 상가임차인들은 대부분 영세자영업자인 만큼 안 후보의 이번 공약은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안 후보는 상가 건물 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의 보호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우선변제의 적용대상 및 변제금액을 늘리며, 계약갱신 시 임대료 증액 상한선을 지금보다 낮추고, 개건축 등을 원인으로 해 임대인이 임차인의 정당한 계약 갱신청구권을 거절하는 경우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매몰비용 중 상당액을 보전토록 하기로 했다.

이처럼 안철수표 부동산 정책의 특징은 소유자 중심주의에서 사용자 및 임차인 중심으로 무게의 중심이 이동했다는 것에 있다. 이는 진정 바람직한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실현가능성. 좋은 말들만 나열해 놓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문재인 <부담 가능한 주택>
"참여정부 실패 극복해야"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몸담았던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매우 민감한 문제다. 때문에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의 실패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다.

이미 한번 실패

문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소유와 공급 중심의 주택정책 틀을 주거권과 주거안정성 위주로 재편한 것이 특징이다. 문 후보는 "이제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더 많은 주택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합한 '부담가능한 주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주거안정, 도시재생, 사각지대 지원을 3대 주거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지역별 임대료와 계약기간을 공시하는 임대주택등록제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 인상 상한제를 대책으로 내놨다. 빈곤계층이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할 때 임대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주택바우처 제도는 2013년부터 시범실시해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각론에선 차이가 있지만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모든 후보의 공통분모다. 문 후보 역시 장기계약임대주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현 정부 들어 연간 3만~4만 가구 수준으로 떨어진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을 연간 12만 가구로 늘려 현재 5.3% 수준인 장기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2018년까지 10%, 장기적으로 1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젊은층의 주택구매 촉진을 위해 국민주택 이하, 6억원 미만의 주택을 구입하는 생애최초주택에 대한 취득세 면제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에서는 은행의 책임을 지목한 점이 눈에 띈다.

문 후보는 "하우스푸어의 주요한 원인은 약탈적 대출이다. 금융기관이 무책임한 대출로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모두 가계에 떠넘긴다고 해서 약탈적 대출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법률로 금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기존 '피에타3법'(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 외에 부채조정 과정 시 거주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을 내놨다.

문 후보는 또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무분별한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동네를 해체하고 골목상권을 망치는 '도시재정비사업'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환하겠다"며 도시 재생방안으로 ▲재정투자 2조원 증액 ▲총리실 산하 도시재생 총괄센터 신설 ▲도시재생기본법 제정 ▲지역재생사업 통한 지방발전 촉진 ▲뉴타운 출구사업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아파트단지 리모델링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한편 문 후보가 내놓은 정책 중에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있다. 일례로 전세 계약 갱신권의 경우 집 주인이 4년치 전세금을 일시에 올려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전·월세 인상 상한제의 경우도 시장에서는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지만 문 후보는 이를 도입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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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