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흔드는 '내부의 적' 실상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19 17:04:14
  • 댓글 0개

'외부의 적' 1만보다 '내부의 적' 1명이 더 무섭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내부의 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자기사람이라고 믿었던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박 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야권단일화 이슈에 파묻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박 후보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한 번 내부의 적에게 발목이 잡혔다. 상황으로 치자면 2007년보다 훨씬 심각하다. 경선이 아닌 본선인 까닭이다. 그 내부의 적들은 과연 누굴까? <일요시사>가 박 후보를 덜덜 떨게 만드는 그들의 실체를 집중 추적했다.

새누리당은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다가 역풍을 맞아 당의 존립마저 불확실한 위기를 맞았었다. 그때 '천막당사'라는 깜짝 쇄신카드로 당을 구해낸 것이 박근혜 현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다.

2007년 아픔
2012년 재현?

박 후보는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기적같은 선전을 펼쳤고, 그 결과 당시 한나라당은 100석도 힘들다는 예상과 달리 121석을 차지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자연스럽게 당시 당내 주류는 친박계가 됐다. 그러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충성을 맹세했던 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박 후보를 배신하고 오히려 박 후보를 공격하는 선봉에 섰다. 박 후보가 유독 '내부의 적'에 대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박 후보는 최근 내부의 적 때문에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야권후보단일화 이슈에 파묻혀 벼랑 끝에 선 박 후보로서는 무척 난감하다 못해 참혹한 상황이다. 그들이 쏟아낸 발언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익히 알 수 있다.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알맹이가 없고 껍데기만 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 박 후보가 변했다. 대기업 로비 받았나?"

웬만한 야권인사들의 공세보다 수위가 높은 이 같은 발언을 쏟아낸 주인공들은 놀랍게도 같은 당 이재오 의원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이 의원의 경우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룰 갈등'으로 박 후보와 대립하다 아예 경선에 불참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악연이 시작됐다.

'막말' 김종인 "박근혜 대기업 로비 받았나?"
'몽니' 이재오 "탈당 안하는 것만 해도 돕는 것"

박 후보는 지난 8월 20일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경선 경쟁자였던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역시 룰 갈등으로 경선에 불참했던 정몽준 전 대표까지 캠프에 동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의원만은 박 후보의 영입제안을 끝까지 거절했다.

민주통합당의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대선경선 패배 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긴 했지만 두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손 고문은 캠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경선 패배 후 침묵을 지킨 반면, 이 의원은 외곽에서 꾸준히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의 주요 공격무기는 바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였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공적인 자리에서 박 후보를 직접 공격할 경우 해당행위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지만 SNS를 이용할 경우엔 개인적인 생각을 남긴 것뿐이라 선을 긋기가 수월하다"며 "게다가 이 의원이 SNS에 남긴 글들은 기자들이 알아서 기사화 해주니 발언의 무게감과 파장도 결코 적지 않다. 이 의원에게는 최고의 공격수단으로 애용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가 대선정국에서 위기를 맞을 때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얄미운 김종인
더 미운 이재오

김종인 위원장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주창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인물로 그의 영입은 당초 '신의 한수'로 평가됐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박 후보와 엇박자 행보를 걷자 선거캠프가 통째로 술렁거리는 모양새다. 최근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순환출자 등 재벌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둘러 싼 이견 때문이다.

당내에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는 김 위원장을 향한 비판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야권에선 이 틈을 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 의원과는 달리 대선캠프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라는 주요직책까지 맡고 있다. 때문에 박 후보 진영에서는 김 위원장이 책임감을 갖고 캠프 내에서 헌신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과거사 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갈등으로 당무를 거부하는 등 대선판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 내세워 박 후보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근무할 때부터 '고집불통'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는  지난 총선 때도 수차례 당무를 거부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켜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정책을 100% 실현시키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후보로 나와야지 이건 월권이 아니냐"며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대선승리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박 후보에게 방해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의 결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두 사람의 위험한 동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 두 사람 외에도 지금까지의 대선정국에서 박 후보의 발목을 잡아온 타칭 내부의 적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공천헌금 사태로 박 후보를 궁지로 몰아넣었었던 현영희 의원이 그랬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했던 정준길 전 공보위원도 있었다. 새누리당 공동대변인 내정 첫날 기자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욕설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김재원 의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내부의 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타칭 내부의 적들이었다. 정작 박 후보는 이들을 내부의 적으로 보지 않았다. 사태가 진정된 후 박 후보가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고 정준길 위원과 김재원 의원을 다시 캠프에 받아들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과 이재오 의원, 김종인 위원장의 차이점은 바로 '고의성'이다. 비록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박 후보의 발목을 잡긴 했지만 고의성은 없었다. 때문에 그 영향도 일회성에 그쳤다. 하지만 이 의원과 김 위원장은 고의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의 대선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박 후보의 발목을 집요하게 잡고 늘어질 가능성이 큰 게 이들이다.

뼈아픈 내부의 적
대선행보 걸림돌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내부의 적의 비판은 박 후보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같은 상황이라도 야권의 인사가 비판을 하면 사람들은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 반면, 내부의 비판은 아무래도 근거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며 "일례로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야권에서도 비판을 했지만 각종 언론에선 이 의원의 비판에 더 무게를 두고 '당내 인사인 이 의원조차 박 후보의 쇄신안에 대해 비판을 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부의 적으로부터의 공격은 자칫 외부에는 집안싸움으로 비쳐져 외연확대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지지층 결집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그동안의 대선정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측근들은 가차 없이 내치기로 유명한 박 후보지만 이들을 내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이들을 내칠 경우 얻는 것보단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들을 내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누리당이 대선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의원들까지도 제재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심지어 대선을 방해하고 있는 이들을 내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내부의 적에 발목 잡힌 박근혜 '이를 어쩌나?'
딴지 걸고 얻는 것은 무엇? 노림수 분석 분주

일단 이 의원은 친이계의 수장으로 평가받는 거물급 인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당내 영향력도 여전하다. 이러한 이 의원을 내칠 경우 박 후보가 내세워온 대통합은커녕 당내 갈등이 불거져 나올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경우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사퇴할 경우 박 후보가 중도층 공략을 위해 공을 들인 경제민주화 이슈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박 후보가 속앓이를 하면서도 이들의 행동을 그저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이들이 밖으로 내쳐질 경우 외곽에서 박 후보를 향해 엄청난 공세를 펼쳐 올 것이 분명한데 차라리 내부에 두고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는 이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이 의원의 경우는 지난 14일 "박 후보가 분권형 개헌을 받아들이면 도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분권형 개헌은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 행사하는 것으로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국방·외교·통일을, 총리는 국내 행정 전반을 책임진다는 게 골자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분권형 개헌 후 총리직을 원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의 평소 성격이 워낙 불같은 면이 있기 때문에 경선룰을 끝까지 거부했던 박 후보에 대해 단순히 '몽니'를 부리는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원하는 것은 무엇?
승부 가를 분수령

김 위원장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김 위원장이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반영시키기 위해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결국에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어느새 대선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 후보가 내부의 적을 잘 다독여 끌어안을 수 있을까? 이는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또 하나의 분수령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