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3)공약해부-③교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16 17:54:03
  • 댓글 0개

국가의 백년대계 짊어질 아이들의 밝은 미소 되찾아 주세요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예비대선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세 번째 순서로 그들의 '교육 정책'을 살펴봤다.

한 나라의 현재를 알고 싶으면 시장으로 가고, 미래를 알고 싶다면 학교로 가보라는 말이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 말이다. 이처럼 교육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큰 변동을 겪으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은 5년지대계, 심지어는 1년지대계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유권자들이 대선주자들의 교육정책에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이유다.

박근혜 <경쟁축소와 기회확대>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 만들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대해 "지나친 경쟁과 입시위주로 변질되어 학생은 성적, 학부모는 사교육비, 교사는 교권 때문에 불행해 하고 이에 더해 학교폭력으로 더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교육이 오히려 계층 이동의 기회를 막고 있으며 또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평생교육시스템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소질 찾는 교육

따라서 박 후보는 교육 정책의 핵심으로 경쟁축소와 기회확대를 꼽고 있다. 특히 학벌, 스펙에 매달리는 교육에서 벗어나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는 대입제도에 대해 "3000개나 넘는 복잡한 대학입학 전형 수를 대폭 줄여 수시는 학생부 위주, 정시는 수능 위주로 치르도록 하겠다"며 "수시에서 수능등급 자격 요건을 두지 않도록 대학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입시제도를 단순화함으로써 대입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박 후보 측은 "기본적으로 입시 자체가 단순화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점차 논술 의존도를 줄여나갈 것"이라며 "논술이 유발하는 사교육비 문제도 제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입시제도는 "큰 틀에서 (현행) 골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 후보는 "대학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면 학부모, 학생들이 혼란스럽고 힘들어진다"며 '입시 3년 예고제'의 법제화도 공언했다. 그는 "주요 대입전형계획을 변경할 때, 3년 전에는 미리 예고하도록 의무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의 교육공약 슬로건은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 만들기'다. 박 후보는 이를 위한 4가지 실천과제와 행복한 교육을 만들기 8대 약속을 제시했다. 주요내용은 ▲입시위주의 교육을 탈피하여 소질과 끼를 개발할 수 있는 교육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교육 ▲배우고 싶은 것을 언제든지 배울 수 있는 교육 등 4가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다시 8가지를 약속했다. ▲학생들의 끼를 살리는 교육 ▲교육행정지원 인력확보 ▲대입부담 완화와 안정적인 입시제도 ▲교육비경감 ▲대학의 다양화 및 취업시스템의 확충 ▲학벌타파를 통한 능력사회 구현 ▲직업교육 강화를 통한 산업별 전문 인재양성 ▲100세 시대를 대비한 평생교육 시스템의 구축이다.

평생교육 시스템

이 밖에도 박 후보는 다양한 교육복지 정책을 내놨다. 우선 무상 의무교육은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교 무상의무교육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한꺼번에 재원 조달이 어려운 만큼 차상위 계층을 시작으로 매년 25%씩 확대하면 5년내 10조원 정도의 재원으로 달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대학등록금이 실질적으로 무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박 후보는 효과적인 교육개혁을 위해 '국가미래교육위원회'라는 이름의 범정부적·초당적으로 교육정책을 책임질 별도 위원회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도입 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해서는 "자기 (성적의) 위치를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사실상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지나친 경쟁과 입시위주의 교육을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그 근본 문제인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밝혀 박 후보 표 교육 공약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사교육 근절>
"행복한 교육, 즐거운 학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교육정책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과열된 사교육 경쟁을 잡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 후보는 고등학교 서열화를 사교육 열풍의 주원인으로 보고 과학고를 제외한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사고(자립형사립고등학교)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대입 단순화

문 후보는 "특목고가 설립 취지에서 어긋나 입시 명문고로 변질됐다"며 "이들을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대학입학 전형에서도 일반고를 차별하는 소위 고교등급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입 제도는 수능과 내신, 특기적성, 기회균형 선발 등 4가지로 단순화하고 입학사정관 전형은 기회균형 선발에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장기적으로는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고 내신중심 선발을 정착시킬 방침이다. 사교육을 예방하고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수능, 논술 등은 고교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만 출제하도록 한다는 것.

지나치게 높은 영어 '스펙' 요구의 폐해에 대해서도 바로잡는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심지어는 외국에서 생활하다 온 학생들마저 영어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과도하게 부풀려진 영어 사교육의 폐해를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양한 적성과 재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도입 취지와 달리 온갖 의혹과 우려를 낳고 있는 부분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영국의 '대학입학지원처'와 같은 기구를 상설화해 점진적 개선이 가능한 입시제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와 함께 교육복지의 일환으로 "전 국민의 출발선을 같게 하겠다"며 0~5세 무상보육·교육을 실현하고, 취학 전 1년의 유치원 과정을 의무교육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후보는 학교가 이제 단순하게 지식을 전수하는 곳을 넘어서 돌봄 기능을 실질적으로 갖추도록 통영 한아름양의 이름을 딴 '한아름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아울러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과 돌봄을 책임지는 에듀케어시스템도 구축한다. 학교 차원에서는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고 각 시·도에 부적응학생을 위한 대안교육기관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힐링교육위원회'를 설치해 마을 전체가 함께 교육공동체로 발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문 후보는 또 내년 국공립대부터 시작해 2014년에는 사립대까지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반값 등록금

한편 문 후보가 내세운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은 '행복한 교육, 즐거운 학교'다. 주요내용으로는 ▲유아 및 초등단계의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과 후 교육의 활성화 ▲산업혁신을 위한 평생학습체제의 구축 ▲행복한 중2프로젝트를 통한 진로적성교육 강화 및 아일랜드식 전환학년제의 도입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지방대학 채용할당제 ▲학력 블라인드제 실시 등이다. 이밖에도 문 후보는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고등교육재정을 GDP 대비 1%로 확대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안철수 <교육격차 해소>
"사회구조 개혁이 최우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대해 "(다들) 공교육이 죽었다고 말한다"며 "사교육 시장이 활개를 치고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며 학부모들은 사교육 부담에 허리가 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중요한 문제는 부모들이 희생하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계급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교육복지와 교육정의를 바로 세워 천재 배출만이 아닌 대기만성형 인재를 기다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만성형 인재육성


이를 위해 안 후보가 내세운 교육정책의 골자는 교육격차의 해소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교육체제 확립이다. 이를 위해 안 후보는 지역거점대학과 특성화혁신대학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역거점대학 육성 방안은 지역별 최우수 대학을 하나씩 선정해 국내 최우수 대학수준으로 육성한다는 정책이다.

지역거점대학에는 국공립대 뿐 아니라 사립대학도 지정될 수 있다. '특성화 혁신대학'은 전국에서 30여개 정도 교육우수대학을 선정해 지역취업 및 창업과 연계하여 교육을 실시하도록 육성하고 이들을 연합체로 구성해 학생과 교수, 학점이 교류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특성화 혁신대학과 지역거점대학의 차이점은 육성 수준이다. 포럼은 지역거점대학의 경우 서울대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지역고용 할당제를 통해 공공기관에서부터 지역대학 졸업자들을 일정 비율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층 간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산층 이하의 대학생들을 선발하여 차상위 계층 이하의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하는 '튜터링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창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 학점제를 도입하고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공교육 지원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외고와 국제고, 자립형사립고는 존속할 수 있지만 우선선발 방식을 없애고 대입 전형은 수능, 논술, 내신, 입학사정관 등 네 가지로 간소화할 방침이다.

한편 안 후보는 "교육은 사회구조의 종속변수라서 교육 자체를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근본적인 사회구조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공기업과 대기업의 지방이전 유도 ▲지역기업들의 지방대생 채용확대 ▲젊은이들의 창업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일제고사 대체


안 후보는 또 교육복지의 일환으로 2017년까지 전면 고교 무상교육과 모든 국·공·사립대에 반값등록금을 적용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리가 있거나 부실한 사립대는 정부가 재정을 보조하되 운영을 책임지기로 했다. 또 안 후보는 일제고사 대신 국가수준 최소달성 목표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도달했는지 만을 판단하는 '기초학력도달평가'를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도 안 후보는 일관된 교육정책의 실시를 위한 '교육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했다. 위원회는 교원과 학부모, 학생과 관련 시민단체 인사 등으로 꾸려진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