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3)공약해부-③교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16 17: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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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백년대계 짊어질 아이들의 밝은 미소 되찾아 주세요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예비대선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세 번째 순서로 그들의 '교육 정책'을 살펴봤다.

한 나라의 현재를 알고 싶으면 시장으로 가고, 미래를 알고 싶다면 학교로 가보라는 말이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 말이다. 이처럼 교육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큰 변동을 겪으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은 5년지대계, 심지어는 1년지대계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유권자들이 대선주자들의 교육정책에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이유다.

박근혜 <경쟁축소와 기회확대>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 만들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대해 "지나친 경쟁과 입시위주로 변질되어 학생은 성적, 학부모는 사교육비, 교사는 교권 때문에 불행해 하고 이에 더해 학교폭력으로 더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교육이 오히려 계층 이동의 기회를 막고 있으며 또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평생교육시스템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소질 찾는 교육

따라서 박 후보는 교육 정책의 핵심으로 경쟁축소와 기회확대를 꼽고 있다. 특히 학벌, 스펙에 매달리는 교육에서 벗어나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는 대입제도에 대해 "3000개나 넘는 복잡한 대학입학 전형 수를 대폭 줄여 수시는 학생부 위주, 정시는 수능 위주로 치르도록 하겠다"며 "수시에서 수능등급 자격 요건을 두지 않도록 대학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입시제도를 단순화함으로써 대입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박 후보 측은 "기본적으로 입시 자체가 단순화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점차 논술 의존도를 줄여나갈 것"이라며 "논술이 유발하는 사교육비 문제도 제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입시제도는 "큰 틀에서 (현행) 골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 후보는 "대학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면 학부모, 학생들이 혼란스럽고 힘들어진다"며 '입시 3년 예고제'의 법제화도 공언했다. 그는 "주요 대입전형계획을 변경할 때, 3년 전에는 미리 예고하도록 의무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의 교육공약 슬로건은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 만들기'다. 박 후보는 이를 위한 4가지 실천과제와 행복한 교육을 만들기 8대 약속을 제시했다. 주요내용은 ▲입시위주의 교육을 탈피하여 소질과 끼를 개발할 수 있는 교육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교육 ▲배우고 싶은 것을 언제든지 배울 수 있는 교육 등 4가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다시 8가지를 약속했다. ▲학생들의 끼를 살리는 교육 ▲교육행정지원 인력확보 ▲대입부담 완화와 안정적인 입시제도 ▲교육비경감 ▲대학의 다양화 및 취업시스템의 확충 ▲학벌타파를 통한 능력사회 구현 ▲직업교육 강화를 통한 산업별 전문 인재양성 ▲100세 시대를 대비한 평생교육 시스템의 구축이다.

평생교육 시스템

이 밖에도 박 후보는 다양한 교육복지 정책을 내놨다. 우선 무상 의무교육은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교 무상의무교육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한꺼번에 재원 조달이 어려운 만큼 차상위 계층을 시작으로 매년 25%씩 확대하면 5년내 10조원 정도의 재원으로 달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대학등록금이 실질적으로 무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박 후보는 효과적인 교육개혁을 위해 '국가미래교육위원회'라는 이름의 범정부적·초당적으로 교육정책을 책임질 별도 위원회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도입 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해서는 "자기 (성적의) 위치를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사실상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지나친 경쟁과 입시위주의 교육을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그 근본 문제인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밝혀 박 후보 표 교육 공약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사교육 근절>
"행복한 교육, 즐거운 학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교육정책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과열된 사교육 경쟁을 잡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 후보는 고등학교 서열화를 사교육 열풍의 주원인으로 보고 과학고를 제외한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사고(자립형사립고등학교)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대입 단순화

문 후보는 "특목고가 설립 취지에서 어긋나 입시 명문고로 변질됐다"며 "이들을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대학입학 전형에서도 일반고를 차별하는 소위 고교등급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입 제도는 수능과 내신, 특기적성, 기회균형 선발 등 4가지로 단순화하고 입학사정관 전형은 기회균형 선발에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장기적으로는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고 내신중심 선발을 정착시킬 방침이다. 사교육을 예방하고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수능, 논술 등은 고교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만 출제하도록 한다는 것.

지나치게 높은 영어 '스펙' 요구의 폐해에 대해서도 바로잡는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심지어는 외국에서 생활하다 온 학생들마저 영어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과도하게 부풀려진 영어 사교육의 폐해를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양한 적성과 재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도입 취지와 달리 온갖 의혹과 우려를 낳고 있는 부분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영국의 '대학입학지원처'와 같은 기구를 상설화해 점진적 개선이 가능한 입시제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와 함께 교육복지의 일환으로 "전 국민의 출발선을 같게 하겠다"며 0~5세 무상보육·교육을 실현하고, 취학 전 1년의 유치원 과정을 의무교육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후보는 학교가 이제 단순하게 지식을 전수하는 곳을 넘어서 돌봄 기능을 실질적으로 갖추도록 통영 한아름양의 이름을 딴 '한아름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아울러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과 돌봄을 책임지는 에듀케어시스템도 구축한다. 학교 차원에서는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고 각 시·도에 부적응학생을 위한 대안교육기관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힐링교육위원회'를 설치해 마을 전체가 함께 교육공동체로 발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문 후보는 또 내년 국공립대부터 시작해 2014년에는 사립대까지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반값 등록금

한편 문 후보가 내세운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은 '행복한 교육, 즐거운 학교'다. 주요내용으로는 ▲유아 및 초등단계의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과 후 교육의 활성화 ▲산업혁신을 위한 평생학습체제의 구축 ▲행복한 중2프로젝트를 통한 진로적성교육 강화 및 아일랜드식 전환학년제의 도입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지방대학 채용할당제 ▲학력 블라인드제 실시 등이다. 이밖에도 문 후보는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고등교육재정을 GDP 대비 1%로 확대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안철수 <교육격차 해소>
"사회구조 개혁이 최우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대해 "(다들) 공교육이 죽었다고 말한다"며 "사교육 시장이 활개를 치고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며 학부모들은 사교육 부담에 허리가 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중요한 문제는 부모들이 희생하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계급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교육복지와 교육정의를 바로 세워 천재 배출만이 아닌 대기만성형 인재를 기다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만성형 인재육성


이를 위해 안 후보가 내세운 교육정책의 골자는 교육격차의 해소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교육체제 확립이다. 이를 위해 안 후보는 지역거점대학과 특성화혁신대학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역거점대학 육성 방안은 지역별 최우수 대학을 하나씩 선정해 국내 최우수 대학수준으로 육성한다는 정책이다.

지역거점대학에는 국공립대 뿐 아니라 사립대학도 지정될 수 있다. '특성화 혁신대학'은 전국에서 30여개 정도 교육우수대학을 선정해 지역취업 및 창업과 연계하여 교육을 실시하도록 육성하고 이들을 연합체로 구성해 학생과 교수, 학점이 교류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특성화 혁신대학과 지역거점대학의 차이점은 육성 수준이다. 포럼은 지역거점대학의 경우 서울대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지역고용 할당제를 통해 공공기관에서부터 지역대학 졸업자들을 일정 비율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층 간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산층 이하의 대학생들을 선발하여 차상위 계층 이하의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하는 '튜터링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창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 학점제를 도입하고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공교육 지원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외고와 국제고, 자립형사립고는 존속할 수 있지만 우선선발 방식을 없애고 대입 전형은 수능, 논술, 내신, 입학사정관 등 네 가지로 간소화할 방침이다.

한편 안 후보는 "교육은 사회구조의 종속변수라서 교육 자체를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근본적인 사회구조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공기업과 대기업의 지방이전 유도 ▲지역기업들의 지방대생 채용확대 ▲젊은이들의 창업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일제고사 대체


안 후보는 또 교육복지의 일환으로 2017년까지 전면 고교 무상교육과 모든 국·공·사립대에 반값등록금을 적용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리가 있거나 부실한 사립대는 정부가 재정을 보조하되 운영을 책임지기로 했다. 또 안 후보는 일제고사 대신 국가수준 최소달성 목표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도달했는지 만을 판단하는 '기초학력도달평가'를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도 안 후보는 일관된 교육정책의 실시를 위한 '교육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했다. 위원회는 교원과 학부모, 학생과 관련 시민단체 인사 등으로 꾸려진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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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