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문-안 단일화 합의' 과민반응 진짜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13 10: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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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만 해도 휘청휘청? 그럼 만약 성사되면…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지난 6일 전격 회동을 갖고 원칙적인 단일화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야권의 단일화가 드디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야권의 단일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진영의 반응은 히스테리에 가까웠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과민반응이 오히려 의아하다는 평가다. 이들의 과민반응 뒤엔 과연 어떤 이유가 숨겨져 있는 걸까? <일요시사>가 파헤쳐 봤다.

지난 5일 광주 전남대 체육관에서 열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초청강연은 수많은 기자들로 북적였다. 안 후보가 이날 강연을 통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단일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안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단일화가 필요하다"며 단일화 논의에 대한 입장을 극적으로 선회했다.

단일화 회동
쇄신안 맞불

이어 안 후보는 "각자의 공약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화 형식만 따지면 진정성이 없을 뿐 아니라 감동이 사라지고 1+1이 2가 되기에도 어려울 것이다. 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 합의하면 좋겠다"며 양 후보 간의 회동까지 제안했다.

단일화에 목말라 있던 문 후보는 즉각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 후보의 단일화 회동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후보의 회동은 바로 다음 날 이뤄졌으며 일사천리로 단일화 합의안까지 도출해냈다. 야권의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진영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무척 당혹스런 모습을 보였다. 박 후보 선대위 관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밀실야합' '정치놀음' '단일화쇼'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두 후보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상대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해왔던 박 후보조차 이례적으로 "야권의 단일화는 민생을 외면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단일화 비판에 동참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진영의 이 같은 과민반응을 무척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야권의 단일화는 안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 이후 충분히 예견되어 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권 관계자들은 박 후보 진영의 과민반응을 놓고 다양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분석한 첫 번째 이유는 '단일화 논의의 시기와 방법이 무척 파격적'이었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박 후보 진영이 허를 찔려 허둥지둥 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일화 가능성은 분명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안 후보 측은 이번 회동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정책을 발표하는 11월10일까지는 단일화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야권 단일화 급물살, 허 찔린 박근혜 '허둥지둥'
쇄신안은 찬밥, 짙어진 패색, 깊어지는 비관론

따라서 박 후보 진영에서는 야권의 본격적인 단일화 논의는 11월 중순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여유로운 대선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국민들 사이에선 단일화 피로감마저 누적되고 있어 박 후보에겐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의 허를 찌른 타이밍 정치에 박 후보는 또 한번 보기 좋게 당하고 만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 진영에서도 야권 단일화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고 있었을 테지만 그 시기와 방법이 너무 갑작스럽다 보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며 "과민반응은 이에 대한 분노와 짜증의 표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대응카드의 부재'다. 박 후보는 야권의 단일화 회동이 예정된 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오후에 있을 단일화 회동에 대응하는 차원의 카드로 평가됐기 때문에 정치권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날 박 후보는 A4용지 6장 분량의 원고를 모두 암기해 발표할 만큼 이번 쇄신안에 공을 들인 모습이었지만 정작 그 내용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같은 당 이재오 의원조차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알곡은 없고 쭉정이만 있으니 먹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응카드 부재
선대위 능력부족

쇄신안의 주요골자인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상향식 공천 등은 선거 때면 늘 거론되었다가 무산된 것들로 전혀 새로울 것 없었다. 게다가 박 후보는 5년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년 중임제만을 대상으로 한 원포인트 개헌론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한 전력도 있어 말 바꾸기 논란까지 겪어야 했다.

박 후보의 대응카드를 놓고 캠프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 후보의 출마선언 이후 야권의 단일화 가능성이 크게 부각 된 것이 벌써 두 달이 되어 가는데 지금까지 마련해 놓은 대응카드가 고작 이거냐는 것이다. 이럴 때 판을 뒤집을 비장의 카드를 미리 마련해놓지 못한 선대위의 능력 부족을 질타하는 의견도 잇따랐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은 경제와 민생을 강조하고 정책발표에 주력하며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야권단일화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시인했다. 그는 "야권이 단일화에 합의한 만큼 두 후보 간의 신경전은 예상되지만 단일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며 "단순히 단일화 논의가 이뤄진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효과를 내는데 만약 단일화가 전격 성사된다면 컨벤션 효과까지 감안해볼 때 정말 대선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세 번째 이유는 '느슨해진 조직'이다. 박 후보 진영은 최근 대통합 행보로 외형은 무척 커졌지만 내실은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탄탄한 조직은 큰 파도가 밀려와도 흔들림 없이 버텨내지만 느슨한 조직은 작은 물결에도 크게 흔들리기 마련"이라며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박 후보 진영의 내구성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진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충성도가 예전만큼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박 후보가 과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당을 구해낼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뛰어난 능력도 있지만 충성스런 측근들의 존재가 주효했다. 이 전문가는 "위기에 처했을 때 충신들은 다시 한 번 잘 해보자며 후보를 독려하지만 대통합 행보를 통해 억지로 끌어안은 사람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캠프를 이탈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안대희 위원장이나 김종인 위원장 등은 박 후보와 자신들의 철학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캠프를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 않나? 캠프가 크게 흔들리며 무기력증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안 되면 말고
느슨한 조직력

또 총선 이후 치러지는 대선이라는 점도 박 후보 진영의 조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국회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서로 충성경쟁을 벌이며 지역 민심을 훑고 다녔을 텐데 지금은 캠프 참여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른 나라 대선 치르 듯 참여도가 낮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캠프에도 전해지다 보니 더욱 크게 술렁이고 있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니 작은 바람에도 캠프가 크게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박 후보 진영이 야권의 단일화 프레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흔들리는 척'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일종의 엄살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판에서는 후보 본인의 사망 기사만 빼고는 어떤 기사든 계속 나오는 게 낫다는 말도 있다"며 "야권이 단일화로 언론의 주목을 독차지 하고 있는데 박 후보 진영이 점잖은 반응을 내놓는다면 시선을 끌 수 있겠는가? 많이 아픈 척, 당황 한 척 해서 어떻게든 시선을 다시 끌어오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위기론 부각은 의도적? 보수층 결집 위한 노림수
"흔들린 캠프 수습하고 단일화 프레임 넘어야"

의도적으로 위기론을 부각시킴으로써 보수층의 결집을 노리는 박 후보 진영의 노림수라는 분석도 있다. 이 전문가는 "박 후보 진영 인사들이 연일 언론에서 대놓고 위기론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내부를 결속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며 "보수층에 야권 단일화로 박 후보 진영이 위기에 빠졌는데 우리가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좌파정권을 막기 위해 우리가 뭉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대선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다. 박 후보 진영은 공식적으로는 야권의 단일화에 대해 "누구로 단일화 된다 해도 위기에 강한 준비된 여성대통령후보인 박 후보가 승리 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캠프 일선의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야권 단일화 시 박 후보의 패색이 짙어진 것은 외면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상했던 일이라고 해도 박 후보 진영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려운 낙선
민감한 캠프

또 박 후보 진영에서는 그동안 단일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알면서도 한편으론 안 후보의 모호한 태도를 이유로 단일화가 안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이번 회동으로 이러한 기대가 무너지고 대선 패배 가능성이 높아지자 캠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제 박 후보는 흔들린 캠프를 수습하고 대반격에 나서야 할 때"라며 "지금처럼 밋밋한 대선행보로는 야권단일화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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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