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감춘 막판 '대역전 카드' 6장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08 09: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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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쓰러질 거라면 '선거의 여왕'이 아니지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10월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했다. 지난 한 달 간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에 발목이 잡혔고, 갑자기 터져 나온 당내 갈등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어느 덧 대선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지율은 답답할 정도로 변화가 없다. 하지만 박 후보를 향한 정치권의 기대는 여전하다. '선거의 여왕'이란 그의 별명에는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막판 대역전을 노리는 그에게 남은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제18대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대선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후보등록일은 이제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갈 길이 바쁘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권가도는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단일화를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있고 겨우 봉합해 놓은 당내 갈등은 언제 다시 벌어질지 모른다.

11월 대반격 예고
박근혜의 저력

박 후보의 과거행적을 놓고 이어지는 야권의 공세는 점점 더 거세지고, 박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투표시간 연장 요구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박 후보의 현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박근혜의 저력'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 후보가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동안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탄핵 열풍,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몇 번이나 당을 구해낸 박 후보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 캠프도 "진짜 대선경쟁은 지금부터"라며 전열을 가다듬는 분위기다. 대선까지 남은 40여 일 박 후보가 꺼내들 막판 역전카드는 무엇일까?

일단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불리해진 대선판을 단숨에 뒤집기 위해서는 역시 강력한 네거티브만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에게 가한 네거티브 공격이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회의론도 있다. 두 후보의 주머니 속까지 털고 털어 나온 것이 겨우 NLL이고 다운계약서 뿐인데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더 찾아낼 수 있겠냐는 비관이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박 후보 캠프 측이 비장의 네거티브 카드를 아직 아껴두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너무 이른 시간에 네거티브 카드를 내놓으면 대선일 전에 잊혀져 버리고, 너무 늦으면 대선일 전까지 대중들 사이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다"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적의 시점을 기다리며 공개를 미루고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쓸 카드는 다 써 가는데…남은 카드는 무엇?
"진짜 대선경쟁은 지금부터" 모아지는 기대

실제로 문 후보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의 행적과 안 후보의 경우 기업가 시절의 행적에서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대선일이 좀 더 가까워지면 묻지마 폭로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폭로전은 비록 대선이 끝난 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더라도 대선일까지는 진위여부가 가려지지 않는다는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진위여부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 그 자체가 후보자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물론 박 후보 본인이 직접 문제를 제기할 경우 선거과정에서의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최악의 경우 당선무효가 성립될 수도 있지만 캠프 밖 인사나 언론 관계자 등을 통해 안전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이번 대선과정에서 네거티브를 자제하고 정책대결로 가야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방대해진 조직 내에서 대선승리를 위해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을 인물들은 얼마든지 있다. 박 후보가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개별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며 "역대 대선처럼 이번 대선 역시 막판에는 네거티브전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책대결 할까?
폭로전으로 갈까?

박 후보가 다음으로 내놓을 역전카드는 바로 '정책 대결'이다. 상대 후보인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정치 입문 1년이 채 안 된 정치초보라는 점에서 정책대결은 박 후보의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최고의 역전카드다.


최근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무상의료와 청와대 이전 등 다소 실현가능성이 부족한 공약들로 "헛발질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두 후보가 정책적으로 박 후보에 비해 다소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대표적인 증거다. 또 야권 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며 박 후보가 소외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박 후보 진영에서는 단일화 이슈가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박 후보 진영은 오히려 단일화에 몰두하며 정책대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야권의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그동안 박 후보는 민생 및 정책 행보를 계속하며 '준비된 대통령론'을 더욱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세 번째는 정치쇄신 카드다. 박 후보는 이미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일명 '차떼기 파문'과 '노무현 탄핵열풍'으로 궁지에 몰렸던 당을 '천막당사'라는 정치쇄신 이벤트를 통해 돌파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 4월 19대 총선에서도 15년만의 당명 변경이라는 파격적 쇄신카드로 위기를 극복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승부사인 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도 천막당사와 당명 변경을 뛰어넘는 빅이벤트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쇄신카드로는 캠프 인사들에 대한 파격적인 물갈이, 대국민 사과, 천막 선거캠프 등 다양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들이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카드라면 내놓아도 별 효과도 없지 않겠냐"며 "어쩌면 언론에서 예측해낸 카드는 검토했다가도 제외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쇄신카드는?
예측 불가

네 번째는 거물인사의 영입이다.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 진영의 대규모 영입전은 당내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어느정도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라는 평가다. 일례로 동교동계인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의 영입을 계기로 박 후보의 호남 지지율 추이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마의 20%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호남은 새누리당의 불모지로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8.9%(광주 8.4%, 전남 9.2%, 전북 9.0%)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거물인사 영입은 외연 확대 뿐만 아니라 내부 결속 다지기에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의 경우가 그렇다. 정 위원장은 경선 룰 문제 등으로 박 후보와 첨예하게 대립했었지만 캠프에 합류한 이후로는 누구보다 박 후보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친이계와의 화합이라는 상징성도 부여해 보수표 결집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렇듯 인재영입을 통해 재미를 본 박 후보 진영이 대선을 앞두고 파급력 있는 인재 모셔오기에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영입 대상으로는 경선 이후 지속적으로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진보성향의 연예인들까지 그 범위를 전방위로 대폭 넓힐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일각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의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단일화 승부에서 패한 캠프 측의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에는 야권 단일화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그 효과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군소 대선주자들의 완주와 새로운 야권성향 대선주자들의 출마를 물밑에서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번 대선에선 빅3에 가려 존재감이 미약하긴 하지만 무려 10여 명에 달하는 대선주자들이 난립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관계자는 군소 대선주자들의 영향력에 대해 "야권이 단일화하더라도 결국 박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50만∼100만표의 적은 표차로 승부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군소후보도 큰 변수"라고 설명했다.

앞에선 정책대결, 뒤로는 정치공작 "투트랙 전략?"
대선판세 뒤흔들 마지막 행보에 정치권 이목 집중

이 상황에서 웃고 있는 것은 박 후보 진영이다. 군소후보들이 대체로 중도 또는 진보 쪽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후보 진영에서는 야권 성향의 새로운 군소후보를 발굴하고 기존의 군소후보들과 이들이 완주 할 수 있도록 잘 컨트롤 하는 것도 대선승리를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끊임없는 대선 이슈의 생산이다. 단일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 야권이 선거 이슈를 주도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나 언론의 최대 관심사도 야권단일화 여부로 모아지면 박 후보로서는 핵심 이슈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박 후보 진영이 NLL공방에 집착하며 여성대통령론, 개헌론 등 새로운 이슈를 끊임없이 거론하는 이유도 대선 이슈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평가다.


앞으로 남은 대선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이슈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면 박 후보는 또 다른 대선 이슈를 발 빠르게 생산해내야만 한다. 이는 당장 대선판세를 바꿀 '필승카드'는 아니지만 대선승리를 위한 '필수카드'다.

거물인사 영입
대선이슈 선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 후보가 앞으로 어떠한 반격을 해올지는 알 수 없지만 대선판을 크게 뒤흔들 저력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여야 모두 대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 후보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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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