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고지 없는’ 데이터센터 실상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4.30 09:37:57
  • 호수 1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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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주거지 파고든 거대 인프라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는 가운데 주민 고지 의무와 환경 검증 기준이 부재한 ‘입법 공백’ 속에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공사 이후에야 건립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과 시행사 간 충돌은 계속되고, 법원 판단마저 엇갈리는 상황이다. 결국 ‘알리지 않아도 되는’ 제도 구조 속에서 갈등은 사전에 조정되지 못한 채 사후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저장과 관리를 비롯한 데이터 운영의 핵심 시설로,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 건립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제도는 여전히 미비하다. 이른바 ‘입법 공백’ 속에서 주민과 지자체, 시공사 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80% 수도권

지난해 10월부터 데이터센터가 세워지고 있는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의 한 주민은 “새벽 공사 소음으로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올해 1월 해당 건물이 데이터센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호소했다. 데이터센터 건립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로 인한 환경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시행사 측은 전력, 소음 및 온도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시행사 관계자는 “전력 공급 시 자계 노출량은 예측값보다 낮을 것”이며 열돔 현상도 1~2도 상승으로 주변 아파트에 대한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소음 역시 시뮬레이션 결과 야간 기준 45데시벨 미만으로 확인됐으며 법정 기준 이하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측정된 결과인지 명확히 알 수 없어 주민들의 신뢰보다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은 첨예한 갈등으로 건립이 미뤄진 상태다.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타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을 통해 알게 됐지만 그땐 이미 건축 심의가 통과된 이후였다”며 “나중에 알고 뒤늦게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양시의회에서 열린 행정 사무조사에서는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비상 발전용 유류 저장 규모가 일반 주유소 대비 두 배 이상이며, 지하 40m 이상의 무리한 굴착 공사가 지반 침하와 토사 유출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용인시에서는 두 건의 데이터센터 설립에 대한 법적 판단조차 엇갈렸다. 수지구 죽전동의 경우도 주민들은 2022년 3월에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해당 건축물이 축구장 14배 크기의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들은 “공청회 한번 없이 건립 허가를 내줬다”면서 “공사가 진행된 후에야 공청회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강한 반발이 일어나자 용인시는 시행사에 대한 착공 신고서를 반려 처분했다.

그러자 2023년 시행사는 용인시장을 상대로 ‘건축물 착공 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건축법에 따라 허가권자는 형식적 하자 여부만 심사하고 문제가 없으면 수리해 착공 신고필증을 내줘야 한다”며 “행정청이 그 밖의 공익적 필요성 등 실체상의 사유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착공 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위법한 처분”이라고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주민 불안·기업 손해
입법 공백에 갈등 반복

2025년 기흥구 언남동 데이터센터의 시행사가 제기한 ‘건축허가 거부 처분 취소 청구’ 행정소송의 결과는 달랐다. 재판부는 해당 부지가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며 데이터센터의 높이가 주변 건물보다 과도하게 높아 일조권이나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점, 냉각 시스템의 상시 소음이 주민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용인시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 시설을 두고 법원의 판단 기준이 달라진 것은 애초에 명확한 기준이 법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법원은 이미 허가된 사업에 대해서는 행정 절차의 안정성을 우선시했고, 허가 이전 단계에서는 주거환경 보호라는 실질적 가치를 인정했다.

데이터센터가 어떤 입지에서 허용되는지, 어느 수준에서 주거환경 침해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갈등은 사후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충돌이 애초에 주민에게 충분히 고지되고 검증되는 구조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데이터센터를 주민 의견 수렴이 의무화된 시설로 보지 않는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은 데이터센터를 방송국과 같은 ‘방송통신시설’로 분류한다. 이로 인해 위험물 시설이나 폐기물 처리시설처럼 주민 의견 수렴을 강제하는 ‘특수 용도’에 포함되지 않아 주민에게 사전 고지할 의무가 없다. 사전 고지 및 정보 제공이 전적으로 사업자의 자발적 선택에 맡겨진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독산동과 식사동의 시행사들은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업무방해죄’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시행사 입장에서도 이 같은 구조는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허가 절차를 적법하게 통과했음에도 시공 단계에서 뒤늦게 불거진 주민 반대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결국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에 대해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는 명확한 대상 시설로 규정돼있지 않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연 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적용하고 있지만, 도심에 지어지는 데이터센터는 이 기준보다 작게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 평가 의무가 없다.

허가만 있고 주민은 없다
‘진흥’에만 집중한 특별법

전자파와 열섬 현상, 소음 등 생활과 직결된 주민들의 우려를 단순한 ‘님비(NIMBY)’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 전체 데이터센터 입지의 약 60%, 전력 수요의 약 70%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의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 및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따르면, 신규 신청 시설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입지할 것으로 예정돼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주민의 목소리가 배제된 허가와 착공으로 인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주민 반발이 이어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립 저지’를 전면에 내세운 공약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 예비 후보들은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립을 원천 차단하겠다”거나 “주민 동의 없는 인허가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공약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이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단기적인 표심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에너지·환경 인프라로 보고 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한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지난 2025년부터 모든 신규 데이터센터가 주민 공청회를 거치도록 의무화해 주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했다.

또 메인주 의회에서는 지난 14일 일정 기간 신규 데이터 건설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금지 기간 동안 데이터센터가 환경과 전력망에 미치는 위험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15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메인주뿐만 아니라 10개 주에서 유사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사전 검증을 통해 인근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줄이는 방식이다.

구조적 문제

반면 현재 국회 심사 단계에 있는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갈등 해소’가 아닌 ‘산업 진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안에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전력 공급 지원, 민간 전력거래(PPA) 허용, 세제 혜택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민에게 알릴 의무나 동의 절차, 입지 단계에서의 정보 공개와 같은 핵심 쟁점은 빠져 있다. 결국 갈등의 원인이 된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사업만 더 빠르게 추진하는 셈이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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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5월9일 이후 파장

‘폭풍전야’ 5월9일 이후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면 어김없이 따라붙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SNS에 적었다. 지난 1월 다주택자 관련 글을 쓰면서 한 말이다. 이제 그 말의 결과가 곧 나온다. 부동산 가격은 매매자의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의 마음은 다양한 이유로 바뀔 수 있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행동에 쉽게 휩쓸린다. 부동산 시장에 작은 불씨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큰불로 번지는 이유다. 부동산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전문가는 저마다 원인을 분석하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정권 흔드는 집값 이슈 그럼에도 부동산 문제는 정부가 손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내 집 마련’이라는 DNA를 갖고 태어난 듯 부동산을 꼭 가져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집중돼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집값은 집을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오른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인 믿음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는 이른바 ‘머니 무브’를 꾀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 ‘코스피 지수 5000’을 목표로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모두가 허황한 소리라고 말했지만 지금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없다. 코스피 지수는 이재명정부 들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전쟁 리스크까지 뚫는 기세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6641.02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6712.73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던 게 종전 기대감으로 상승장에 진입한 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양새다. ‘주식하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투자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촉구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함께 내놨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집은 거주 공간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잡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정책을 펼쳤다. 돈줄을 묶고 공급을 확대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잠재우려 한 것이다. 이정부는 지난해 6월27일 수도권과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택 매매 전후로 세입자를 구하는 ‘갭 투자’를 막기 위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주담대를 받을 수 없도록 사실상 금지했다.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 X에 언급→정부, 정책 발표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라는 평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6·27 대책에 대해 공급 없이는 잠깐의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열기를 당장은 가라앉힐 수 있어도 장기적인 안정세로 이어가긴 어려우리란 전망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9월7일 이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해마다 신규 주택 27만호 착공 등 2030년까지 총 1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정책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여러차례 다주택자 관련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다주택자가 받던 세금 유예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다수의 집을 가지고 있는 게 손해라는 인식을 심으려 한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조정대상 지역의 주택을 팔 때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를 가산하는 제도다. 문재인정부에서 이 세율로 시행하다가 윤석열정부가 주택 거래 활성화 취지로 2022년 5월부터 1년씩 유예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X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다주택자에 관한 보수 언론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 이들로 인한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느냐”고 일갈했다. 지난 2월12일 다주택자 관련 정부 정책이 발표됐다. 이날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현재 예정된 일몰 기한인 2026년 5월9일 종료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다만 임대차 상황에 따라 양도세 중과 적용과 토지거래허가제상 실거주 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한다고 예외를 뒀다. 예정된 기한에 종료하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정책 내놔도 계속 올랐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에도 다주택자 관련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집을 여러 채 가진 공직자도 표적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대 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이들을 업무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X에 “부동산이나 주택 정책에서 단 0.1%의 결함이나 구멍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 부동산 정책에 관여했던 이력이나 이후 정책 수정 노력 등을 따져 보고 이 과정에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투기적 주택 구입 등을 한 공직자를 찾아내 관련 업무를 할 수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의 정책 설계에 참여하면 제도가 왜곡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서류를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라면 다 빼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과정에서 다주택자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 설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내용을 점검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 대통령은 “거기에 이해관계가 절대 침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기안 용지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는 안 된다”며 “철저히 준비를 잘해주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주택자를 위한 퇴로도 조금 더 열어줬다. 지난달 21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는 9일까지만 토지거래 허가 신청을 완료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확정됐다. 종료 당일까지 주택 매매계약을 위한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하면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세청장도 다주택자에 대해 언급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파는 대신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하는 사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예상 밖의 시장 흐름 그는 지난달 29일 X에 “혹시라도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증여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주택을 증여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실제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증여는 3075건으로 전년보다 94.4% 증가했다”고 통계를 언급했다. 임 청장은 정당한 증여는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같은 사례들에서 증여세가 제대로 납부되고 있는지 의문을 드러냈다. 다주택자가 10억원에 사들여 10년 동안 보유한 시가 30억원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기준으로 세금을 비교하기도 했다. 임 청장은 “(이 아파트를) 양도하면 차익이 20억원인데 중과 유예 종료(오는 9일) 전에 양도하면 세금이 6억5000만원이다. 반면 증여하면 13억8000만원으로 2배 넘게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정상적으로 증여세를 내면 양도가 증여보다 세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증여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인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다 내고 있는지에 의심을 표한 것이다.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 정부 정책, 국세청장의 경고에 다주택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현 상황에서는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굳이 지금 팔 필요가 있나’라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정권은 영원하지 않다’라고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열흘 정도 앞두고 매물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종료가 이뤄지면 다주택자들이 내놨던 매물까지 거둬들여 집값이 요동칠 가능성도 나온다. 매물 나오길 기대했지만… 관망세 들어가면서 감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한 달 새 25개 자치구 모두 감소했다.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매물이 나오리라 기대했던 상황과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2699건으로 한 달 전보다 5.9% 줄었다. 매물은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시작한 2월 이후 늘기 시작해 지난 3월21일 8만건을 넘으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지난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소 폭은 중랑구(-16.9%), 강북구(-13.3%), 노원구(-13%)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 컸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도 각각 8.6%, 4.9% 매물이 감소했다. 매물 감소는 집값 상승의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 전세 가격은 0.22% 올랐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주인들은 굳이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관망세로 돌아섰고 매수자는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생각에 매물을 살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세입자의 고통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세 세입자에게 불똥이 튀었다. 이미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는 보증금 상승을 걱정해야 하고, 전세로 살길 원하는 세입자는 씨가 마른 매물 앞에 속수무책 상태다. 전세 세입자 불똥 튀나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덩달아 월세가 폭등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집을 사고자 하는 매수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은 없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가격은 상승한다. 정부의 정책 의도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파장이 큰 이슈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