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다리’ 인천대교의 반복되는 비극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4.22 14:04:01
  • 호수 15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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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휩싸인 긴 랜드마크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인천대교에서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투신해 생을 마감하며 충격을 안긴 가운데, 인천대교의 고질적인 안전 사각지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여전히 드럼통 설치와 같은 임시방편에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한강 교량의 성공 사례가 있음에도 안전 난간 설치와 인공지능 관제 시스템 도입 등 실질적인 대책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어, 책임 있는 대응이 부재한 채 방치된 결과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12시37분경 인천 중구 인천대교 주탑 인근에서 한 남성이 바다로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긴급 출동한 해경 구조대가 그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신원을 확인한 결과 인천대교에서 투신한 남성은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드러났다.

5년간 60건

불과 이틀 전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진TV‘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6월3일 지방선거와 현안에 대해 평론했던 그였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해당 채널에는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 전 위원의 죽음은 인천대교의 고질적인 안전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대한민국 최장 수상 교량’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도시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반복된 투신 사고로 ‘죽음의 다리’가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해경 자료에 따르면, 인천대교 개통 이후 총 89명이 투신해 6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됐다. 반복되는 사고와 장소의 집중성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최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5년간 투신 사고가 급증하며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대교에서 발생한 투신 사고는 60건 이상이다. 특히 2022년에는 한 달 평균 1.5명꼴로 총 15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는 총 1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대교의 구조적 특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상 교량 특성상 초속 수십미터의 강풍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난간 높이를 1.2~1.5m 수준으로 낮게 설계했다. 난간이 높고 촘촘할수록 바람이 빠져나가지 못해 상판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고 교량의 진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낮은 난간은 서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게 된 동시에 성인이 1~2초 만에 넘을 수 있는 ‘낮은 문턱’이 되어 안전 사각지대를 형성했다.

물리적 거리 또한 원인으로 꼽힌다. 갓길에 승용차를 세우는 모습을 CCTV로 발견해 곧바로 순찰팀을 현장에 급파하더라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최소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총 길이 21.38km의 길이가 골든타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최장 수상 교량
예고된 참사 그 이유가…

지난 2011년에는 차량이 교량 도로변에 정차하거나 도로에 물체가 떨어졌을 경우 상황실 알람이 울리는 자동감지시스템도 구축했지만 상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자동차 전용 도로인 인천대교는 보행자 진입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한강의 교량과는 달리 통행량이 많지 않아 차량들이 시속 100km 이상으로 질주한다. 때문에 사고 발생 전 대교 이용자에 의한 신고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까지 더해진다. 특정 장소에서의 극단적 선택이 반복적으로 보도되며, 해당 장소에 대한 정보가 강렬하게 각인되는 것이다. 2012년 9월 ‘생명의 다리’ 캠페인 이후 2년 동안 투신율이 6배가 늘었던 것과 같이, 반복적 보도가 심리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같은 장소를 선택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대교 측은 2022년 주탑 부근 갓길에 플라스틱 드럼통 1500개를 설치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갓길 본래의 기능이 제한되며 긴급 상황에 차를 갓길에 대지 못해 위험성이 더 커졌다는 논란이 일자 지난해 8월 모두 철거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4명이 투신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면서 사고 방지 시설물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자, 같은 해 11월 드럼통을 600여개를 재설치했다. 근본 대책 없이 철거와 재설치를 반복하는 모습은 일관성의 부재를 드러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더해 ‘보여주기식’ 대책이었다는 비판만 더 키운 셈이다.

뒤늦게 안전난간 설치 계획이 논의되고 있지만, 인천대교 관계자는 “실질적인 설치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와 인천대교는 인천대교 전체 구간 중 사고 위험이 높은 사장교 및 접속교 구간(약 7~8km 양방향)에 높이 2.5m 안팎의 투신 방지 안전 난간 추가 설치를 논의 중이다. 난간 설치 어려움의 원인이었던 바람 저항성 문제 또한 인천대교 측에서 재검토한 결과 허용치 이내인 것으로 밝혀졌다.

설치 비용은 80억~1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비용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에 따른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차액보전금 및 특수목적법인의 운영 수익을 활용할 예정이다. 인천대교 통행료는 지난해부터 경차는 2750원에서 1000원으로, 소형차는 5500원에서 2000원으로, 중형차는 9400원에서 3500원으로, 대형차는 1만2200원에서 4500원으로 낮아졌다.

낮은 난간·고립된 구조
‘한강 모델’ 도입 언제쯤

다만 정부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를 위해 영종대교 통행료 징수 기한을 2030년에서 2061년으로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의 민자고속도로 두 개를 통합채산제로 묶는 상황에 사실상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 중구의회는 지난해 인천대교 극단적 선택 예방을 위한 지능형 CCTV 설치를 강력히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해당 결의문을 통해 “이미 서울의 주요 교량에서는 딥러닝 방식의 지능형 CCTV를 도입해 구조 인력이 골든타임 내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식회사 인천대교는 극단적 선택 예방을 위해 지능형 CCTV 시스템을 조속히 도입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2년부터 CCTV 통합관제센터에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지능형 영상 관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리 위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고 있거나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해당 지점의 CCTV 영상이 관제요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24시간 CCTV를 모니터링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수난구조대에 전달해 현장 대원이 출동한다.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능형 CCTV를 통한 투신시도자의 구조율은 97% 이상으로 집계됐다.

특히 투신 사고가 가장 빈번했던 마포대교는 2012년 고정형 CCTV 49대와 회전형 CCTV 16대 설치를 시작으로 비상벨 방송과 경광등 각 16개 설치를 시작으로 2019년 소방재난본부에서 인공지능형 CCTV 교체 및 장력센서 설치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또 마포대교의 기존 1.5m 높이 난간 위에 난간 1m를 추가로 높이고 맨 윗부분에는 ‘롤러’를 설치해 매달리거나 붙잡지 못하도록 했다. 또 난간은 안쪽으로 구부러진 형태로 만들어 넘어가기 어렵게 했다. 20㎝ 간격으로 철제 와이어도 가로로 설치해 난간 사이를 헤집고 갈 수 없게 했다.

대응 부재

이미 한강 교량에서 효과가 입증된 안전 난간과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관제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대교의 적극적인 대응은 부재하다. ‘사고 이후 대응’이 반복되며 예방 중심의 대책은 번번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대교의 문제는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다’는 데 있지 않다.

수십명의 희생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드럼통 설치와 같은 임시방편은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죽음의 다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실질적이고도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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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