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경기도지사 후보 추미애, 유리천장 깰까?

권력의 중심 이동과 유리천장의 마지막 시험대

더 이상 서울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은 이동 중이며, 권력의 흐름 역시 이미 경기도로 옮겨갔다. 인구, 산업, 예산, 그리고 정책 실험의 무대까지 모든 축이 경기도로 집중되면서 정치의 무게중심 역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과거에는 서울이라는 상징이 권력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권력을 만든다. 그 공간이 바로 경기도다.

이제 경기도지사는 단순한 지방행정 책임자가 아니라 차기 대권으로 직행하는 가장 현실적인 정치 플랫폼이다. 정치의 출발선이 바뀌었다.

그 중심에서 새로운 변수 하나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다. 단순한 후보가 아니라 ‘첫 여성 경기도지사 후보자’라는 상징성과 함께 권력 이동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경기도가 대권의 요람이라면 이번 선거는 그 요람 위에 누가 올라설 것인가를 결정하는 싸움이다.

동시에 대한민국 정치의 마지막 유리천장을 시험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서울 시대 끝났고, 경기도 시대가 시작됐다= 서울은 여전히 상징이지만 상징은 권력을 만들지 못한다. 이미 고도 개발이 완료된 도시에서는 새로운 성과를 만들기 어렵고, 성과가 없으면 정치적 확장성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울시장이 정책으로 전국을 설득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서울은 정치의 출발점이 아닌 정치의 종착점이 되어가고 있다. 이 점에서 서울은 정치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다르다. 인구 1370만명이 넘는 거대한 정치 공간이며, 서울보다 약 440만명이 더 많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 유권자의 구조를 그대로 압축해 놓은 공간이다. 도시와 농촌, 신도시와 구도심, 산업과 주거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구조는 곧 정치의 확장성을 의미한다. 경기도에서 통하면 전국에서 통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정책도 경기도에서 만들어진다. GTX, 신도시, 산업벨트, 교통망 확장까지 국가 핵심 프로젝트가 모두 경기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정치인은 결국 성과로 평가받는다. 성과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곧 권력을 만드는 공간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로 향한다. 시대가 바뀌었고 정치의 출발점도 완전히 바뀌었다.

‘대권 무덤’이라는 낡은 공식의 붕괴= 지난 수십년 동안 경기도지사는 ‘대권의 무덤’이라 불렸다. 이인제·손학규·김문수·남경필 등 쟁쟁한 정치인들이 모두 대선 고지에서 고배를 마시며 이 공식은 더욱 굳어졌다. 심지어 수원 팔달구의 도지사 공관 터에 얽힌 괴소문까지 돌며 “경기도지사 하면 대통령은 못 된다”는 말이 정치권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은 이 낡은 공식을 단숨에 깨뜨렸다. 정치적 동력이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서 발생하고, 새 정치의 실험이 경기도에서 이뤄지며, 민심의 흐름이 경기에서 먼저 움직였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대권의 무덤이라는 평가는 더 이상 시대적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지금 경기도지사 자리는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시험하고, 국가적 프로젝트를 완수하며, 전국 단위 확장성을 구축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지방 권력 플랫폼이다. ‘대권의 무덤’이라는 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경기도는 대권의 요람, 새로운 권력의 탄생지로 부상했다.

대권 공식이 뒤집혔다= 과거에는 서울시장이 대권 0순위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 공식을 완성했다. 서울에서 성과를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구조였다. 이 공식은 오랫동안 정치권의 상식처럼 작동했다. 정치인들은 서울을 향했고, 서울을 장악하는 것이 곧 권력을 장악하는 길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등장은 이 공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경기도지사 출신 대통령의 탄생은 단순한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정치 구조의 변화였다. 권력의 중심이 이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 이상 서울을 거치지 않아도 대권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도가 서울과 격차가 컸기 때문에 중심은 늘 서울이었고 정치·경제·문화의 힘도 서울에 집중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도가 서울 생활권과 하나로 결합되면서 도시·산업·인구가 동시에 팽창했고, 더 이상 ‘서울 주변’이 아니라 ‘서울을 둘러싼 중심’으로 구조가 재편됐다.

숫자가 권력 만든다= 정치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다. 경기도는 숫자에서 이미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인구 규모에서 서울을 크게 앞서고 있으며, 이는 곧 유권자의 절대적 우위를 의미한다. 선거는 결국 표로 결정된다. 표가 많은 곳이 권력을 만든다. 이 단순한 원리가 지금의 정치 지형을 설명한다.

면적 역시 중요하다. 경기도는 서울의 약 16.8배에 달하는 넓이를 가지고 있다. 이 공간은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정책 실험의 무대다. 교통, 산업, 주거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고 검증되는 공간이다. 규모가 크면 실험도 크고, 성과도 커진다.

국회의원 수, 광역의원 수, 기초단체장 수 모두 경기도가 더 많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정치 영향력의 총량이다. 숫자가 바뀌면 권력이 바뀐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숫자는 이미 경기도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 구조는 향후 선거 판세와 권력 흐름까지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

경기도는 ‘진행형 국가’= 서울은 완성된 도시로 이미 만들어진 도시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변화가 없으면 정치적 에너지도 줄어든다. 새로운 실험이 제한된 공간에서는 정치도 점차 관리형으로 굳어진다. 서울이 상징으로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징만으로는 시대를 움직일 수 없다.

경기도는 다르다. 끊임없이 확장되고 재편되는 공간이다. 신도시가 생기고 산업이 이동하며 인구가 유입된다. 이 변화는 정치적 기회를 만든다. 정책이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와 범위도 훨씬 크다. 정치인은 변화 속에서 성장하고, 그 성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단순한 지방도 아니다. ‘진행 중인 대한민국’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정책은 곧 국가 정책으로 확장된다. 성공한 모델은 전국으로 복제되고, 실패는 즉시 교정된다. 그래서 정치의 미래는 경기도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리고 그 미래는 곧 대한민국 전체의 방향이 된다.

여성 도백, 30년의 실패와 마지막 기회= 1995년 이후 수많은 여성 정치인이 광역단체장에 도전했다. 그러나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도전은 있었지만 결과는 없었다. 정치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고, 그 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 속에서 더 단단해졌다. 제도는 열려 있었지만 실제 권력의 문은 닫혀 있었다. 그 사이에서 수많은 가능성이 출발선에서 멈춰섰다.

강금실, 한명숙, 나경원, 박영선. 모두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늘 마지막 벽을 넘지 못했다. 여성 정치인의 도전은 반복됐지만 권력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선거 막판마다 형성되는 보이지 않는 균형추가 결국 방향을 바꿨다. 유권자의 선택은 항상 마지막 순간에 기존 질서를 지켜왔다. 그래서 이 실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다.

이번 선거는 다르다. 경기도라는 정치 중심에서 다시 기회가 열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추미애가 있다. 30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문이 이번에는 열릴 수 있다.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정치적 무게를 가진 도전이기 때문이다. 시대도 변했고 유권자의 기준도 달라졌다. 이번 선택은 단순한 승패가 아니라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바꾸는 결정이 될 수 있다.

추미애, 상징을 넘어 권력으로= 추미애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이미 권력의 중심을 경험한 정치인이다. 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거친 중량감 있는 인물이다. 여야의 충돌 한복판에서 정치를 수행해 온 경험은 단순한 경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위기 국면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좌표를 유지해 온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그래서 그의 도전은 처음부터 가벼울 수 없다.

그가 경기도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치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정확히 읽었기 때문이다. 서울이 아닌 경기에서 대권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순히 출마 지역을 고른 것이 아니라 권력의 흐름을 선택한 것이다. 정치인은 공간을 선택하는 순간 미래를 선택한다. 그 점에서 경기도 선택은 전략적 판단의 결과다.

추미애의 도전은 상징이 아니라 전략이다. 여성이라는 의미를 넘어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선택이다. 이번 선거는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구조의 문제다. 누가 중심에 설 것인가에 대한 경쟁이다. 이것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결국 결과로 증명될 것이다.

유리천장은 아직 남아 있는가= 과거에는 여성 정치인이 불리했다. 공천 구조와 정치 문화가 장벽이었다. 유권자의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보이지 않는 기준과 관행이 후보 선택의 흐름을 좌우했고, 경쟁의 출발선 자체가 달랐다. 기회는 열려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도전은 반복됐지만 결과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정치 구조는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정치의 기준은 성별이 아니라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권자도 변하고 있다. 정보 접근이 확대되면서 후보의 이력과 성과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세대가 바뀌면서 정치에 대한 기대치도 달라졌다. 상징보다 실력, 이미지보다 결과를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이번 선거는 ‘유리천장이 사라졌는지, 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지’ 변화를 확인하는 시험대로, 경기도가 그 답을 보여줄 것이다. 단순한 한 지역의 결과가 아니라 전국 정치의 기준을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만약 결과가 바뀐다면 그것은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반대로 그대로라면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선택은 단순한 선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 ‘경기 프리미어리그’ 완성= 경기도는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강력한 전장이다. 그래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라 당내 권력 재편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정치적 기반과 미래가 이 한 곳에 집중됐다. 그래서 이 경쟁은 곧 차기 권력의 방향을 가르는 싸움이다. 당내 모든 흐름이 경기도로 수렴되고 있다.

그 경쟁의 끝에서 추미애가 선택됐다. 이는 단순한 후보 확정이 아니라 정치 방향의 결정이다. 당이 어떤 리더십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신호다. 상징이 아니라 경험과 무게를 택한 결정이기도 하다. 동시에 차기 대권구도의 한 축이 형성됐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 선택은 이후 정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대선 전초전이다. 여기서 승리하는 사람이 다음 권력을 준비한다. 단순한 지방 권력 확보를 넘어 전국 정치의 주도권이 걸려 있다. 이 선거 결과는 곧 차기 대선 구도를 예고하는 신호가 된다. 그래서 모든 정치 세력이 이 싸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이미 다음 권력의 출발선이 됐다.

국힘, 4인 경선 확정과 대형 카드 퇴장=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경선은 16일 현재 4명으로 압축됐다. 추가 공모와 내부 조율 끝에 양향자, 함진규, 조광한, 이성배 등 4인 구도로 정리되면서 당의 선택은 ‘확장성 실험’보다 ‘현실적 경선 관리’로 기울었다. 당내 혼선은 일단 정리됐지만, 동시에 선택의 폭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형 주자들의 이탈’이다. 안철수, 나경원, 유승민 등 전국급 인지도와 상징성을 가진 인물들은 결국 경선 무대에 서지 않았다. 국회의석 부담과 정치적 타이밍 계산 속에서 결단이 늦어졌고, 그 사이 판은 이미 닫혔다. 경선은 열렸지만, 빅매치는 사라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안정된 4인 구도’를 얻었지만, 동시에 ‘파괴력 있는 카드’를 잃었다. 경기도라는 최대 전장에서 필요한 것은 관리형 후보가 아니라 판을 흔들 수 있는 인물이다. 4인 경선 확정은 질서의 회복이지만, 동시에 기회의 축소이기도 하다. 이 선택이 전략이 될지, 한계가 될지는 결국 본선에서 드러날 것이다.

2026년, 대한민국 권력의 분수령= 2026년 경기도지사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차기 대선의 예비전이고, 정치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다. 이 선거의 결과는 곧 차기 대권구도의 윤곽을 드러내는 신호가 된다.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정치 세력의 주도권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최초 여성 도백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이는 정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다.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권력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상징을 넘어 실제 권력의 주체가 변화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정치사의 흐름을 새롭게 쓰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경기도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권력은 이동했다. 이제 남은 것은 누가 그 중심 위에 설 것인가다. 선택의 순간은 다가왔고, 결과는 곧 정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한번의 선택이 다음 권력의 구조를 결정할 수 있다. 경기도를 잡는 자가 결국 대한민국의 방향을 잡게 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이번 선거다.

<skkim5961@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