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가가 롤러코스터급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큰 폭으로 하락해도 곧바로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모양새다. 문제는 진입 비용이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이재명정부 들어 ‘주식’이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올랐다. 어딜 가나 주식 이야기가 나온다. 평생 주식에 손대지 않았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정도다. 주식시장 통념상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고점’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징크스마저 깨지고 있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현재 ‘불장’ 상태다.
도박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코스피 5000’ 시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부동산에 몰려 있는 자산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도록 ‘머니 무브’를 만들어 내겠다는 취지였다. 반신반의하던 투자자들은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규제,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코스피 지수에 반응했다.
동시에 국장을 불신하던 투자자들도 움직였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오랜 시간 코스피 3000 수준의 박스권에 갇혀 있던 터라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낮았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저평가돼있다는 말은 있었지만 고점을 뚫긴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많은 투자자가 국장보다는 미장(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였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파멸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코스피 4000이라는 주식시장이 개장한 이래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지수를 찍은 이후부터 5000, 6000을 찍는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이정부 출범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가 2배 상승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지수가 오른 만큼 폭락도 크게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촉발된 중동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자를 더욱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내 주식시장이 유탄을 맞았다.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주저앉았다.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폭으로 지수가 떨어지면서 주식을 던지는 ‘패닉 셀(공포 매도)’도 이어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폭락 다음 날 주식시장이 상승장으로 돌아섰다는 점이었다. 떨어진 만큼은 아니었지만 엇비슷한 수준으로 지수를 말아 올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하는 주식을 개인이 받아먹었다. 개미가 코스피 지수를 방어한 셈이었다. ‘떨어져도 결국 오른다’는 상황을 본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진입했다.
문제는 너도나도 있는 돈, 없는 돈을 끌어모아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 금언처럼 여겨지는 ‘주식은 여윳돈으로 하라’는 조언은 먹히지 않았다. 일부 투자자는 빚을 지거나 전세보증금, 결혼자금 등으로 투자했다. 전부 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성격의 돈이다.
실제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 5일 기준 2조1488억원으로 하루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 역시 지난 1월 말 처음으로 30조원을 넘긴 뒤 약 한 달 만에 3조가 더 늘며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지난 4일 기준일 역대 최대 규모인 132조682억원을 기록했다.
폭락해도 다시 오르는 국장
빚투 33조원·반대매매 최고
결국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목소리를 냈다. 금감원은 최근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를 활용한 ‘빚투(빚내서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주요 증권사를 불러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332조80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약 0.6% 수준이다.
금감원은 현재 신용융자와 반대매매 규모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중동 긴장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레버리지 투자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가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빚투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반대매매(강제청산)이 2년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이미 경고등은 켜진 상태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보유 현금 없이 주식을 매수한 뒤 결제일인 2영업일 이내에 대금을 납부해야 하는 초단기 레버리지 거래다.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77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2200선까지 밀렸던 지난 2023년 10월24일 이후 최대 규모다. 전날인 4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12.06%나 떨어지는 기록적인 낙폭을 보이면서 투자자가 버티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을 가상자산 시장에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자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변동성인데 주식시장이 그 정도로 크게 움직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기였을 당시 20~30대 젊은 층에서 빚을 내 시장에 진입하던 모습과 현재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이들이 비슷하다는 말도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의 대장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지난달 크게 폭락했다.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안전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던 때가 무색할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심리적 저지선이라고 여겨지던 1억원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최고점 대비(약 12만6000 달러) 42%나 떨어졌다. 당시 가격은 15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중동 긴장 등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가상자산 시장에 들어가 있던 투자자들은 역대급 폭락에 큰 타격을 입었다. 유명 투자자인 닉네임 ‘워뇨띠’는 비트코인 폭락으로 2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인증하기도 했다. 이후 상승을 기록하며 현재 1억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투자인가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식시장의 변화가 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전쟁이 끝날 듯 끝나지 않으면서 유가가 요동치는 점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미는 관망보다는 공격적인 투자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개미와 시장 사이에 한판 전쟁이 시작됐다.
<jsjang@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