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5박6일 ‘24시간 국회’의 민낯

‘법안 상정–필리버스터–종결–법안 표결’ 5차례

이번 2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하나의 공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법안 상정, 무제한 토론 요구, 24시간 경과, 종결 동의 표결, 본회의 가결, 그리고 곧바로 다음 법안 상정. 이 과정이 첫날부터 다섯 차례나 반복됐다.

절차는 모두 국회법 안에 있었으며 위법은 없었다. 그러나 정치의 평가는 합법 여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공간이라면, 그 법을 만드는 방식 또한 국민의 신뢰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결국 2월 임시국회는 ‘24시간 단위 입법’이라는 새로운 정치 풍경을 남겼다. 야당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으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요구했고, 여당은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으로 종결 동의를 제출했다. 그리고 24시간이 지나면 종결 표결, 통과되면 즉시 본회의 표결. 숫자는 정확했고, 절차는 기계처럼 반복됐다.

그러나 숫자의 정확함이 정치의 설득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합법의 반복이 신뢰의 축적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1차 (2월24~25일), 상법 개정안 통과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상정 직후 국민의힘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요건을 충족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회는 즉시 24시간 체제로 전환됐다.


이튿날 오후, 토론 개시 24시간이 경과하자 민주당은 곧장 종결 동의를 제출했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는 종료됐다. 이어진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가결됐다. 상정–토론–종결–표결이라는 구조가 처음 완성된 순간이었다.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취득 시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 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는 경우를 예외로 규정했다. 기업 지배구조와 시장 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이 일련의 공식 안에서 처리된 만큼 향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2차 (2월25~26일),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통과

이날 오후,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민주당이 주도한 일명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야당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선택했다. 국회는 하루 만에 두 번째 24시간 구조에 진입했다.

같은 달 26일 오후, 24시간 경과 직후 종결 동의 표결이 이뤄졌고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은 종료됐다. 곧바로 본회의 표결에서 형법 개정안은 가결됐다.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 하루 뒤 종결, 즉시 통과라는 패턴이 명확해졌다.

법왜곡죄는 판사·검사가 수사·기소·재판 과정에서 법리 왜곡이나 사실관계 조작으로 국민의 권리와 공정한 절차를 침해할 경우 처벌하도록 명문화했다. 사법 책임성 강화라는 명분은 분명했지만, 반복된 공식에 의해 법안이 통과돼 판사 위축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3차 (2월26~27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제) 통과


이날 오후, 법왜곡제가 가결된 직후 역시 민주당 주도의 재판소원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또다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됐다.

다음날 저녁, 24시간 경과 후 다시 종결 동의 표결이 이뤄졌고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은 종료됐다. 이어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가결됐다. 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법안 역시 같은 반복 구조 속에서 처리됐다.

재판소원제는 기본권 보호 확대라는 이상을 담고 있다. 동시에 사법 안정성 약화 우려도 존재한다. 제도 변화의 깊이에 비해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4차 (2월27~28일),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통과

이날 재판소원제 통과 직후, 대법관 12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민주당 주도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야당은 즉시 필리버스터를 요구했고 국회는 네 번째 24시간 구조에 진입했다.

다음날인 28일 저녁, 24시간 경과 후 종결 동의가 가결됐다. 이어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최종 통과됐다. 사법 구조 개편 법안 3건이 나흘 사이에 연속 처리됐다.

대법관 증원은 적체 해소라는 현실적 명분과 권력 균형 변화라는 구조적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처리 과정 역시 평가 대상이다. 속도는 있었지만 숙의의 밀도는 충분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5차 (2월28일~3월1일),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 외 통과

이날 저녁, 사법 패키지 처리 직후 역시 민주당 주도의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됐다. 전자투표 도입과 재외국민 참여 확대 등 제도 전반을 손보는 전면 개편안이었다. 야당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선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3월1일 오후 3시30분, 필리버스터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위해 민주당이 법사위를 열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5박6일, 약 100시간 만인 3월1일 오후 3시47분경 종료됐다.

본회의는 법안 처리를 위해 같은 날 저녁 다시 열렸고, 민주당 주도의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이어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 지방자치법 개정안, 아동수당법 개정안도 상정 직후 별도의 필리버스터 없이 곧바로 가결됐다. 당초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3월3일까지 하루에 한 건씩 처리할 계획이었다.

결국 3월1일 오후를 기점으로, ‘상정–필리버스터–24시간 경과–종결–표결’이라는 반복 공식과 이른바 ‘24시간 국회’의 구조는 깨졌다.


정족수와 24시간이 만든 입법 공식

이번 2월 임시국회는 총 다섯 차례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진 기록으로 남았다. 법안이 상정될 때마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을 요구했고, 토론은 정확히 24시간을 채운 뒤 곧바로 종결 동의 표결로 넘어갔다. 그리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은 종료됐고 이어진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가결됐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는 사법 구조 개편 법안 세 건이 연속 처리됐다. 형법 개정안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상정 다음날 즉시 가결되는 동일한 경로대로 진행됐다. 입법 속도는 전례 없이 빨랐고 정치적 공방은 24시간이라는 시간 단위 안에 압축됐다.

특히 필리버스터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과 국민투표법 전부개정안까지 더해지며 다섯개 법안이 반복된 공식으로 가결됐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국회가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운영된 것이다. 다수는 정족수로 밀어붙였고 소수는 시간으로 맞섰다. 5박6일은 숫자의 기록이자 신뢰를 시험한 시간이었다.

상법 개정-투명성 강화와 시장의 신호

지난달 25일 가결된 상법 개정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주주 권리 강화와 책임 경영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설득력이 있다. 기업과 투자자의 신뢰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개혁의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나 기업 활동은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다. 급격한 제도 변화는 투자 환경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 정책 신호가 안정적으로 전달돼야 시장은 신뢰를 유지한다. 반복된 속도전 입법은 시장에 혼선을 줄 가능성도 있다. 개혁과 안정은 함께 가야 한다.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있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기업, 노동자, 투자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법은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법은 통과됐지만 그 영향은 이제 현실에서 드러날 것이다. 제도 변화는 현장에서 평가받고, 신뢰는 결과로 축적된다.

법왜곡죄-책임 강화인가, 사법 위축의 시작인가

지난달 26일 가결된 법왜곡죄는 사법 책임성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판결의 고의적 왜곡을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사법 영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기도 하다. 사법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일정 부분 국민 정서와 맞닿아 있다. 판결이 절대 영역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점에서 개혁의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법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 축이다. 판결 판단 과정이 형사적 책임의 영역으로 들어올 경우 판사의 위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법리 해석은 본질적으로 해석의 영역인데, 그 경계를 어디까지 책임으로 볼 것인지 모호하다. 위축은 곧 소극적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책임 강화와 독립 보장은 정교한 균형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문제는 내용 못지않게 처리 과정이다. 사법 체계에 영향을 주는 형법 개정이 24시간 단위 구조 속에서 반복 처리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 논의가 더 충분히 축적됐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절차적 합법성은 확보됐지만 숙의의 밀도는 평가 대상이다. 개혁은 속도보다 설득이 먼저다.

재판소원제-권리 확대의 이상과 구조 변화의 현실

같은 달 27일 가결된 재판소원제는 기본권 보호 확대라는 이상을 담고 있다. 법원 판결도 헌법적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은 권리 구제의 폭을 넓힌다. 억울한 국민에게 또 하나의 통로를 열어주는 장치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 권리 중심 국가로의 진전을 상징한다. 이 취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사법 체계는 안정성이 핵심이다. 사실상 4심 구조가 형성될 경우 재판의 종결성이 약화될 수 있다. 판결의 확정성이 흔들리면 법적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는 사회 전반의 신뢰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권리 확대와 제도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권한 관계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권한 중첩과 해석 충돌이 발생할 경우 사법 권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중대한 제도 변화는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24시간 단위 반복 구조는 그 깊이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도 설계는 속도전이 아니다.

대법관 증원-적체 해소인가, 권력 구조 재편인가

2월28일 가결된 대법관 증원은 사법 적체 해소라는 현실적 문제에서 출발했다. 사건 처리 지연은 국민 불편으로 직결된다. 인원 확대는 즉각적 대응책처럼 보인다. 행정적 측면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실무적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증원이 곧 구조 개선은 아니다. 재판 시스템과 사건 배당 구조, 판결 방식의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인원 확대는 단기 처방일 뿐 장기 설계가 필요하다. 숫자는 늘릴 수 있지만 구조는 설계해야 한다. 제도는 총체적 접근이 요구된다.

사법 권력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대법관 수 증가는 판결 방향과 법리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권의 인사 추천 구조가 어떻게 작동할지도 중요하다. 사법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구조적 설계 위에서 유지된다. 단순 인원 확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직접민주주의의 확장과 정치 구조의 재설계

지난 1일 가결된 국민투표법 전부개정은 헌법상 직접민주주의 장치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디지털 환경 변화와 선거 제도 발전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절차의 명확성과 접근성 확대는 국민 참여를 넓히는 방향이다. 주권자의 의사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 민주주의의 형식을 현대화하려는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는 강력한 정치적 도구다. 의제 설정 방식에 따라 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질문의 설계, 투표 시기, 캠페인 규칙 등 세부 구조가 결과를 좌우한다. 직접민주주의는 참여를 확대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위험도 내포한다. 제도는 의도뿐 아니라 작동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권력 구조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대통령, 국회, 헌법기관 간 권한 배분 속에서 국민투표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명확해야 한다. 반복적 활용은 대의제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친 제한은 형식적 장치로 전락시킬 수 있다. 균형은 설계에서 나온다. 직접성과 숙의는 함께 가야 한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지역 재편인가, 국가 공간 전략 신호인가

이날 가결된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은 지방 소멸 위기와 행정 비효율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제시됐다. 인구 감소와 재정 부담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통합은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는 선택지다. 광역 행정 단위를 재설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역 차원의 생존 전략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을 가진다. 공간 재구성이 곧 정책 역량의 확대라는 논리다.

그러나 행정통합은 단순한 조직 합병이 아니다. 권한 배분, 재정 조정, 인사 구조 등 복합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지역 정체성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갈등 가능성도 높다. 통합 이후의 권력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통합은 선언보다 설계가 핵심이다.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전략과의 정합성도 따져봐야 한다. 특정 지역의 통합이 다른 권역과 어떤 파급을 낳을지 예측이 필요하다. 연쇄적 통합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간 정책은 하나로 끝나는 선택이 아니라, 다음 결정을 부르는 흐름이다. 한 지역의 선택이 국가 전체 지형을 바꿀 수 있다.

합법의 반복은 신뢰를 보장할까

이번 2월 임시국회는 국회법의 절차를 정확히 실행한 사례였다. 국회법 제106조의2는 무제한토론을 허용하면서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종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입법 과정은 이 조항이 설계한 절차가 그대로 작동한 사례였다. 상정, 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 종결 동의, 본회의 표결. 모든 과정은 합법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합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절차적 정당성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다섯차례 반복된 24시간 구조는 정치적 효율성을 보여줬지만, 국민이 목격한 것은 설득의 축적이 아니라 힘의 반복이었다.

숫자는 정확했고, 절차는 기계처럼 작동했다. 그러나 기계는 설득하지 않는다. 신뢰는 시간과 설명의 축적에서 나온다. 속도는 개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지만 공감대를 대신할 수는 없다. 사회적 합의 없이 반복되는 표결은 피로감을 남길 수 있다.

이번 임시국회가 남긴 질문은 분명하다. 합법은 지켰다. 절차도 완비됐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합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skkim5961@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