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1)공약해부-①대북정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02 19: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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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끌려가지 않고 통일 초석 놓을 이는 누구?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한 번째 순서로 그들의 '대북정책'을 살펴봤다.

우리나라는 지구촌 유일무이 분단국가다. 이러한 분단상황은 우리나라의 정치·외교·안보는 물론 경제·복지·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경영하고자 하는 대선주자라면 반드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제시해야만 하는 이유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들의 대북정책을 유심히 살펴보고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박근혜 <신뢰외교>
"평화정착, 경제, 정치의 3단계 통일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북정책 핵심 키워드는 바로 '신뢰'다. 박 후보는 남북 간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사실상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박 후보는 이러한 남북 간의 신뢰구축을 위해 북한의 핵 포기,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하는 북의 태도 변화, 북한에 대한 남한의 일방적 신뢰가 아닌 쌍방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신 북한이 남한과 합의한 약속을 지키면 그에 대한 대가는 확실하게 지불하겠다는 입장이다.

북 도발 강력대응

박 후보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거나 안위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의 도발 등에는 강력히 대응하겠지만, 남북 신뢰 구축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박 후보의 대북정책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박 후보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우리 측의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가 없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아직 대북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신뢰는 대북정책을 풀어나가는 하나의 수단일 뿐 근본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따라서 박 후보 진영에서는 이 같은 지적들을 종합해 최종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해 대북공약에서 '인도적 지원'을 명문화하거나 과감한 '남북대화'를 제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묻지마 지원' 만큼은 철저히 피한다는 전략이다.

북한과의 대화채널도 언제든지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지금 (남북관계가) 대결 국면으로 계속 가고 있는데 어쨌든 대화 국면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박 후보는 원칙적으로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보수층을 대변하는 입장인 만큼 비교적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우선 박 후보 측에서는 북한군의 민간인 사살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는 북한의 사과 없이는 결코 재개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북한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수적 접근법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태에선 불안해서 교류·협력을 할 수 없다"며 안보에 방점을 찍은 보수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북한인권법과 관련해서도 통일한반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일의 대상인 북한 주민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한인권문제를 공론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의외로 최근 대선정국의 주요화두로 떠오른 NLL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킨다"면서도 "공동어로수역 지정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해 유화적인 입장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박 후보가 생각하고 있는 통일 시나리오는 이른바 '3단계 평화통일'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남북 평화정착' 단계에서 '경제통일'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치통일'에 이른다는 게 골자다. 과연 박 후보의 통일 시나리오는 실현될 수 있을까?


문재인 <남북경제연합>
"대북평화협력 통해 통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른바 NLL의혹으로 큰 곤혹을 치루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대북정책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문 후보는 자신의 대북정책에 대해 "우리 목표는 단순히 이명박 정부보다 나은 정책이 아니고 참여정부 시절로의 복귀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 표방하면서도 단점 등은 보완해 보다 완벽한 대북평화협력정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노무현 극복하기

우선 최근 논란이 된 NLL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수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NLL남북공동어로구역 조성 등 NLL을 확고하게 지키면서 동시에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특히 "취임하면 바로 서해평화협력지구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키워드로 '경제'를 꼽았다. 남북 사이에 연합체를 구성하고 자본, 물자, 인력 등의 교류를 통해 양측의 경제를 모두 활성화 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문 후보는 "대립의 이념으로 일관했던 지난 5년 동안의 대북 정책의 결과는 참혹했다"며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하루 속히 끌어들여 통일로 가는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대북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의 과거 도발 및 미래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겠다는 문 후보 측의 입장은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경우 남북 간 포괄적인 경제협약체결이 추진되고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도 추진되는 만큼 활발한 남북교류가 기대되지만 한편으론 과거 진보정권에서 되풀이 됐던 '퍼주기 논란'이 재현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 후보는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일단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약 없는 북한의 사과를 기다리며 남북대치를 이어가기보단 우선 금강산 관광을 재개 한 후 적극적인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서도 연평도 사태는 우선적인 사과를 요구하되, 천안함 폭침에 대해선 각종 의문점을 먼저 풀어본 뒤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퍼주기 논란

하지만 문 후보 측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문 후보 측은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를 축소하고 확산을 경계하는 분위기에서 북한이 핵개발에 나서는 것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문 후보의 통일비전은 남북경제연합에 있다. 문 후보는 "우선 북한과 확고한 평화협정를 맺고 남북경제연합을 구성해 남북 간 교류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정치연합도 가능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구상을 내놨다.


안철수 <북방경제>
"포용·상생의 단계적 통일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대북정책에 대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면 평화·안보·경제가 선순환되는 게 당연하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추구한 포용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이명박 정부의 상생 공영정책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 "안보가 불안하고 평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복지국가는 요원하다"며 대북정책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안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업그레이드된 대북포용정책'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외교·안보 정책을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게 연결시키는 최상위 전략 개념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간적 성향

안 후보는 과거 정부들의 대북정책에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안 후보는 "채찍만 써서 남북갈등이 심화됐다"며 현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또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교류협력으로 긴장완화의 성과를 거둔 반면 '퍼주기 논란' 등 남남 갈등을 유발했다.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후보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점이다.

안 후보는 타 후보들의 대북정책들과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중도·무당파에 기반을 둔 안 후보는 상당수 대북정책에서 의도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중간적 성향을 띠고 있다.

한편 안 후보는 남북 간 평화통일을 위해 북방경제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대륙철도 연결을 중심으로 도로와 해운이 결합하는 복합 물류망을 구축해 북방자원·에너지 실크로드를 건설하고 북의 농업을 살리는 북방 농업협력 등을 추진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남북경협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남북경협의 제도화를 실현하고 이를 논의하고 이행하기 위한 상시 조직을 개성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통과의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남·북·러 PNG(Pipeline Natural Gas) 사업과 남북 광물자원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확장해 중국 동북지역 및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자원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방향제시 미흡

이외에도 안 후보는 대북 포용정책과 안보태세 강화, 균형 외교를 대북정책의 3대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NLL문제는 확고히 지키면서 서해평화를 실현할 방법을 모색하고 금강산 관광문제는 우선 대화하되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즉시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북핵은 결코 용납할 수 없고 북 인권도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묻어두지만은 않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한 전문가는 "튼튼한 안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달성할 것인지 방향제시가 미흡하다"며 "복잡한 대북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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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