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막판 단일화 시나리오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29 14: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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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드림팀' 12월10일 이후에나 뜬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대선이 불과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수장학회, NLL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여야는 이제 본격적인 정책대결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과감한 변신을 선택했던 그들의 정책은 사실상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것으로 남은 50여 일 동안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는 '야권단일화'의 성패여부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다가오는 제18대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야권단일화 시나리오를 예측해봤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간의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자신이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정치쇄신에 대해 "(정치쇄신을 위한 방안을 나한테 묻는 것은) 자기 집 대문 수리방법을 옆집에 가서 묻는 것"이라며 까칠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난 17일 세종대 강연에서는 '대통령의 권한 축소' '정당의 공천권 포기'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구체적인 정치쇄신 방안의 윤곽을 제시했다.

문, 단일화 가속페달
안, 단일화 속도조절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후보등록 등 대선 일정과 야권 지지세력의 압력을 감안할 때 단일화 논의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소설가 황석영씨를 비롯한 문화예술·종교인 100여 명도 정치개혁과 야권단일화를 위한 '유권자 연대운동'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에 화답하듯 문 후보는 지난 22일 "국민들의 뿌리 깊은 정치불신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정치의 혁신문제이고 정당정치가 처해있는 위기의 본질"이라며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책임총리제 도입, 5대 부패 축출 등의 정치개혁 의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문 후보 측이 내놓은 정치쇄신 방안에 대해 별다른 평가를 내놓진 않았다. 문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순간 단일화 프레임에 너무 일찍 휩쓸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은 너무 일찍 단일화 프레임에 휩쓸릴 경우 지지층이 견고한 문 후보 측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단일화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단일화의 주도권은 안 후보 측이 쥐고 있다는 평가다. 대선이 하루하루 다가옴에 따라 문 후보 측은 단일화를 재차 요구하며 애를 태우고 있지만 안 후보 측은 여러차례 완주의지를 밝히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문 후보가 지난 21일 "(안 후보와) 단일화가 안 될 수도 있다. 최근 안 후보가 선대위 진용을 갖추는 것을 봐도 완주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빨라지는 야권 대선시계…문은 '조급' 안은 '느긋'
문 vs 안 승자는 누구?…단일화 신경전 본격화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안 후보와 새누리당의 물밑 교섭설까지 나돈다. 안 후보가 야권과 단일화하지 않고 완주하면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총리로 기용돼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물론 정치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안 후보로서는 대선에서 승리해도 좋고 지더라도 총리로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으니 밑질 것 없어 보이는 흥미로운 소문이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정말 야권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다자구도 1위만큼은 대선 당일까지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약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필패가 분명한 상황에서 결국은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 역시 "두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국민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엄청날 것이다. 이는 평생 두 후보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이다. 때문에 안 후보가 문 후보의 단일화 제의에 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단일화 협상의 '성립'이 아니라 단일화의 '성공' 여부라는 이야기다.

벼랑 끝 민주당
패배 승복할까?

양측이 단일화에 동의한다고 해도 단일화 작업은 결코 간단치가 않다. 단일화 승부에서 패배하는 쪽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일거에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지금은 단일화에 적극적이지만 협상 틀을 깨고 먼저 뛰쳐나올 가능성이 큰 것도 민주당이라고 분석한다.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는 만큼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 대권도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데다 이미 경기도지사,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연이어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형세이기 때문이다.

우선 단일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단일화 방법에 대한 양측의 뚜렷한 견해차다. 실제로 지난 1987년 13대 대선에서 직선제를 요구하며 민주화 투쟁을 벌이던 야권 대선주자들은 막상 직선제가 선포되자 단일화 후보선출방식을 놓고 몇 달씩이나 협상을 벌이고도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각자 대선에 출마해 패배한 경험이 있다. 또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 협상에서는 여론조사 문구 하나 때문에 협상이 결렬 위기를 맞기도 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단일화 방식으로 거론되는 것은 여론조사와 현장투표를 적절한 비율로 섞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각자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대립을 거듭하다 단일화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민주당 측에선 담판, 통큰 양보 등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대선후보를 담판으로 결정짓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거나, 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도 있다.

통합 또는 야합
엇갈리는 평가

단일화 방법에 대해 양측이 합의한다면 그 시기 또한 관전포인트다. 많은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단일화 시점을 대선후보등록일(11월25~26일) 이후, 즉 12월 10일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 당장 단일화 협상에 돌입한다 해도 시간이 촉박한데다 너무 일찍 단일화를 이룰 경우 여권의 공세에 노출되는 기간도 길어진다. 또 단일화 시기를 늦출수록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내 단일화가 진행되는 과정 동안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정적으로 대선후보에 등록한 후에는 단일화 승부에서 패배해 후보직을 사퇴하더라도 민주당은 152억원에 달하는 대선국고보조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단일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후보등록 이후 단일화에 나선다면 대선국고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노림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선거 막판까지 단일화에만 집중하다 정작 정책이 실종되고 민생 챙기기에 소홀하게 되면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김진표 후보를 꺾고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고도 패배를 맛봤던 유시민 전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후보 단일화, 대선승리 보증수표는 아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가치와 정책 공유돼야"

한편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은 안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3-24일 양일간 성인 1500명(가구전화 RDD 80%+휴대전화 RDD 2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42.5%)가 문 후보(36.3%)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더 큰 문제는 문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박 후보를 확실하게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선 오히려 문 후보(45.4%)가 박 후보(46.4%)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 후보(49.4%)는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43.6%)를 오차범위 밖으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때문에 단일화 과정에서 '당선가능성'이라는 현실적 지표가 부상하기 시작하면 문 후보 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 측은 "지지율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11월 초중순부터 나타나는 여론조사 지표가 진짜 경쟁력"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막상 판세를 뒤집을 별다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안 후보 측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무소속 후보에 대한 불안감 등이 막판에 작용할 경우 지지도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고 60년 정통을 가진 거대 야당의 조직력 또한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단일화 필승론
단일화 회의론

마지막으로 야권이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대선 승리는 확실시 되는 것일까? 정치권에선 이른바 '단일화 필승론'도 있지만 단일화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찮다. 단일화 자체가 대선승리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는 한 현행선거법상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위법이다. 그렇다고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보수성향 중도층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일화한다고해서 표심의 융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문 후보로 단일화 됐을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의 71.4%만이, 안 후보로 단일화 됐을 경우 문 후보 지지층의 75.3%만이 각각 최종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또 지난 4·11 총선에서 나타났듯 같은 야권이지만 성향이 다른 정당이 억지로 단일화에 나서다 보면 일부 정책 등이 충돌하며 혼선을 빚어 오히려 표심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전문가들은 두 후보 간의 단일화가 대선승리와 직결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다만 단일화 과정에서 두 후보 지지자들이 선뜻 동의하고 힘을 합하는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다. 단순한 단일화 넘어 통합을 이뤄야한다는 것이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전제다. 한 전문가는 두 후보 간의 단일화에 대해 "핵융합에 버금가는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결코 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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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