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체포 방해 5년, 내란의 기준이 되다

백대현 판결이 다음 선고와 7개 재판 움직이는 가이드라인

지난 13일 조은석 특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재판장) 결심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 구형했다. 그리고 사흘 뒤인 1월16일 형사합의35부 백대현 재판장은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구형은 10년이었고, 선고는 그 절반이었다.

이 두 장면은 서로 다른 사건의 결론처럼 보이지만, 같은 시간축 위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 사이에서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체포 방해 5년 판결은 다음달 있을 내란 우두머리 사건 선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그 영향은 이미 시작됐다.

재판은 각각 독립돼있으나 판결문은 축적되고 이동한다. 특히 하나의 사건군에서 나온 첫 판결은 이후 재판의 방향을 규정한다. 이번 체포 방해 5년 선고는 단순한 형량 판단이 아니라, 내란 우두머리죄 판단의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형량보다 중요한 판시

많은 이들이 체포 방해 5년을 두고 “가볍다” “구형의 절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다. 판결문이 무엇을 사실로 확정했는가다. 형사재판에서 진짜 무게는 형량이 아니라, 그 형량을 가능하게 만든 사실 인정의 구조에 있다.

백대현 재판부는 체포 방해 사건을 다루면서 공수처 수사권, 체포영장 집행의 적법성, 권력의 법 집행 저지 여부를 정면으로 판단했다. 이는 내란 재판에서 반복돼 온 방어 논리를 처음으로 사법적으로 정리한 판결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


이 순간부터 내란 재판의 중심은 절차 논쟁이 아니라 행위의 성격과 책임의 무게로 이동한다. 이것이 백대현 재판부 판결이 만든 가장 큰 변화다.

체포영장 적법성 판단이 만든 방어선 붕괴

윤 전 대통령 측은 줄곧 “공수처에 내란 수사권이 없다” “체포영장은 위법”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는 내란 재판에서 실체 판단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한 핵심 방어 전략이었다. 절차를 흔들면, 실체 판단은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대현 재판부는 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을 명시적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부수적 의견이 아니라, 유죄 판단의 전제가 되는 핵심 판단이다. 즉, 절차 문제는 더 이상 회피의 통로가 아니라는 선언이다.

다음달 지귀연 재판에서도 같은 주장이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주장은 이미 존재하는 백대현 재판부의 판결문을 넘어야 하는 주장이 된다. 내란 재판의 균형추는 이 지점에서 이미 움직였다.

‘사병화’라는 단어가 남긴 법적 파장

백대현 판결에서 가장 인상적인 표현은 경호 조직의 ‘사병화’다. 이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법원이 선택한 평가다. 법원은 이 단어로 권력 행사의 성격을 규정했다.


국가기관이 법 집행을 거부하거나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순간, 문제는 단순한 직무 방해를 넘어선다. 헌법 질서 자체에 대한 도전이 된다. 이 인식은 내란 우두머리죄의 핵심 구성요건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체포 방해 판결은 이미 권력 행사의 성격을 기록으로 남겼다. 다음달 내란 재판은 이 기록 위에서 고의와 책임의 범위를 판단하게 된다.

계엄 절차 하자에 대한 첫 사법 판단의 의미

이번 판결은 체포 방해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위원 심의권이 침해됐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이는 내란 본류의 핵심 쟁점이다. 계엄은 결과보다 절차가 먼저 문제 되는 행위다.

헌법상 계엄은 극단적 권한 행사다. 그래서 절차가 엄격해야 한다. 그 절차가 무너지면, 목적이 무엇이든 헌정 질서는 훼손된다. 백대현 판결은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지귀연 재판부는 이 문제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사법적으로 문제 제기된 절차는 판결의 배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체포 방해 5년이 만든 양형의 기준선

우두머리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예정된 중대 범죄다. 체포 방해 5년과 단순 비교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형에는 공통의 문법이 있다.

백대현 판결은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점” “법치주의에 끼친 중대한 해악”을 양형의 핵심 사유로 들었다. 이 문장은 내란 우두머리죄의 양형 논리와 거의 겹친다.

5년이라는 숫자는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양형의 방향과 온도는 이미 설정됐다.

다음달 지귀연 선고에 대한 예측

다음달 지귀연 재판의 선고는 세 갈래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사형이다. 이는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가장 단호한 법적 메시지다. 정치적 파장은 크지만, 법리적으로 배제된 선택은 아니다.


둘째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다. 우두머리성은 인정하되, 폭동성과 직접 지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나리오다.

셋째는 장기 유기징역으로 우두머리 판단을 일부 낮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절차 논쟁이 정리된 지금, 이 선택지는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왜 나머지 7개 재판에도 영향 미치나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8개 재판은 사건명만 다르지, 같은 법리 구조를 갖고 있다. 공수처 권한, 계엄 절차, 지휘 책임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모든 사건을 관통한다.

백대현 재판부는 이 공통 구조에 대해 첫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이후 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매번 이 판단을 넘어서야 한다. 이것은 법리 싸움 이전에 구조적 부담이다.

그래서 백대현 판결은 단일 사건을 넘어, 사건군 전체의 기준점으로 작동한다.


체포 방해 5년은 선고 아닌 경고

다음달 지귀연 재판부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선고는 1월 13일의 사형 구형과 지난 6일의 체포 방해 5년 선고를 반영해 내려진다. 그리고 이 순서는 우연이 아니다.

법원은 독립돼있으나 판결은 고립돼있지 않다. 하나의 판결은 다음 판결의 기준이 되고, 압력이 된다. 백대현 판결은 이미 그 역할을 했다.

다음달 선고는 단순히 윤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형벌 판단이 아니다. 권력이 헌법을 밀어냈을 때, 사법부가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이다. 체포 방해 5년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신호다. 그리고 그 신호를 외면한다면, 다음 판결은 선고가 아니라 사법의 후퇴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16일 체포 방해 판결과 다음달 내란 우두머리 선고는 모두 1심이다. 윤 전 대통령이 항소와 상고에 나설 경우 재판은 장기화될 수 있다. 그 사이 재판은 반복되고, 기준은 흐려지며, 사회와 국민은 피로해진다. 사법부가 이 국면을 명확한 기준으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판결이 아니라 사법의 신뢰로 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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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