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방향 튼 늘봄학교 일파만파

“우리 아이 좀…” 학원 찾아 삼만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초등 돌봄 공백 해소를 목표로 도입된 늘봄학교가 시행 2년 만에 방향을 틀었다. 전 학년 확대를 앞두고 운영 대상이 축소되면서 맞벌이 부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아이를 맡아줄 학원을 찾아 전전하는 학부모는 속이 탄다.

늘봄학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전후와 방과후, 방학 기간까지 학교가 돌봄과 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제도다. 오전 시간대부터 방과 후까지 학생을 학교 안에서 보호하고, 놀이·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함께 돌본다’는 의미에서 ‘늘봄’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통합·확장한 형태다. 기존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이용할 수 있었고, 학교별 수용 인원이 제한돼 대기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늘봄학교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맞벌이 여부와 관계없이 희망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늘봄학교는 저출생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온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추진됐다. 맞벌이 가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초등 저학년 시기의 돌봄 공백이 부모의 경력 단절과 양육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이 정책 배경에 깔려 있었다.

교육 당국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제2의 양육 위기’로 인식하고, 학교가 돌봄을 책임지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늘봄학교는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 기반 돌봄 정책으로 설계됐다.

늘봄학교는 학교 수업 전후 시간과 방과후, 방학 기간까지 학교 공간을 활용해 돌봄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규수업 이후 일정 시간 동안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돌봄과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 운영에는 교육청, 돌봄 전담사, 늘봄 실무사, 방과후 강사 등 여러 인력이 동원된다.

늘봄학교는 크게 ‘맞춤형 프로그램’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 ‘선택형 돌봄’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맞춤형 프로그램은 주로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하는 놀이, 체육, 예술활동 등 체험 중심으로 구성됐다. 하루 2시간 안팎으로 운영되며, 학기 중에는 정규수업 이후 시간대에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무상 제공’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전 학년 확대라더니…
시행 2년 만에 축소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은 기존 방과후학교의 성격을 이어받은 형태로, 영어·수학 등 교과 중심 수업이나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모 선택에 따라 참여할 수 있고, 학교별로 개설 과목과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다.

늘봄학교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학부모와 학생의 이용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2025학년도 기준 상당수 학생이 정규수업 이후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돌봄 서비스를 이용했다. 특히 기존 돌봄교실에서 탈락하거나 이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가정까지 포괄하는 등 참여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이용자 수가 증가했다.

여러 시도교육청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늘봄학교 이용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이 다수 나타났다. 충북도교육청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90% 이상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과 돌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만족도가 집계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학부모 대상 조사에서도 늘봄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는 ‘학교에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다’ ‘돌봄 공백이 줄었다’는 항목에서 긍정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늘봄학교 도입 이전 돌봄교실 이용이 어려웠던 학부모일수록 체감 효과가 크다는 응답도 함께 나타났다.

밥 주는
학원 인기

늘봄학교의 효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돌봄 공백 완화였다.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교에 일정 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점은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일상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학기 중 평일 오후 시간대에 대한 돌봄 부담이 줄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늘봄학교의 기대효과로 언급되는 사교육비 부담과 관련해서는 체감 정도에 차이가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이용으로 학원 이용 시간을 줄였다고 응답했으며, 방과후 시간을 학교 안에서 보내게 되면서 이동 부담이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모든 사교육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응답도 함께 나타났다. 늘봄학교는 놀이·체험 중심 프로그램 비중을 높여 교과 학습을 보완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늘봄학교는 도입 초기부터 단계적 확대를 전제로 추진됐다. 2023년 시범사업 형태로 처음 도입됐고, 2024학년도에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됐으며 2025학년도에는 대상이 초등학교 1~2학년으로 확대됐다. 학년별로 점진적으로 대상을 늘려 2026년에는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2026학년도 운영 방향을 앞두고 늘봄학교의 적용 대상은 조정됐다. 교육부는 내년에도 늘봄학교를 초등학교 1~2학년까지만으로 유지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별도의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는 늘봄학교와 동일한 형태의 돌봄·맞춤형 프로그램이 아닌, 연간 일정 금액의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이 제공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교육부는 이런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학년별 수요 차이를 들었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돌봄 중심보다는 교과나 특기·적성 중심의 방과후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일한 형태의 늘봄학교를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대신, 학년 특성을 고려한 지원 방식으로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본질적
이유는?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학교 현장의 운영 부담 때문이다.

늘봄학교는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얻었지만 시행 기간 동안 잡음 또한 많았다. 늘봄학교 운영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제기된 문제 중 하나는 인력 부족이었다.

늘봄학교가 확대되면서 학교 내 돌봄·행정 업무가 증가했고, 교직원과 돌봄 인력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늘봄학교 도입 이후 돌봄 전담사, 늘봄 실무사 등 전담 인력이 학교에 배치됐지만, 학교 규모와 학생 수에 비해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초등학교 전 학년이 오후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게 될 경우, 안전 관리와 행정 운영 측면에서 추가적인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늘봄 실무사의 경우 학교당 1명씩 배치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으며, 강사 관리, 회계 처리, 민원 대응 등 행정 업무 전반을 담당했다.

여러 지역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늘봄실무사 상당수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으며,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응답이 다수 확인됐다.

늘봄학교 운영 인력 상당수가 비정규직 또는 교육공무직 형태로 고용되면서 노동 조건을 둘러싼 갈등도 발생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방학 중 생계 대책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급식, 돌봄, 늘봄학교 운영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파업 기간 동안 대체 급식이나 단축 운영이 이뤄지기까지 했다.

늘봄학교 운영과 관련해 급식과 중식 제공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급식 제공이 이뤄지는 학교에서 인력과 시설 문제로 운영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방학 중 급식 인력 확보가 어렵거나, 급식실 운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중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학교도 생겼다. 이와 함께 식재료 관리 문제와 위생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근무시간 초과, 업무량 과도해”
실무사·돌봄 전담사 인력 부족

이뿐만이 아니다. 늘봄학교의 강사 선정과 관리, 교육 내용 검증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 교육 단체가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교육 단체가 늘봄학교 강사 양성과 파견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 내용의 중립성과 관리 책임 문제가 논란이 됐다.

재정 여건 역시 늘봄학교 축소 운영 결정의 이유다. 늘봄학교는 무상 제공을 원칙으로 하는 프로그램 비중이 높아, 대상 학년이 확대될수록 예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교육부는 향후 재정 여건과 정책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상을 전 학년으로 당장 확대 시행하기보다는 단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에 늘봄학교 확대를 기대했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발생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늘봄학교 전 학년 확대를 전제로 겨울방학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돌봄 대안을 다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김모씨는 늘봄학교 축소 소식에 학원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김씨는 “그동안은 늘봄학교 덕분에 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야근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현재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방학을 앞두고 체감 변화는 더 컸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점심 제공 여부를 기준으로 학원을 찾고 있다며, 이미 방학 특강 자리가 빠르게 마감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방학 기간 동안 ‘점심 제공’을 내세운 학원이나 캠프 프로그램의 수요는 빠르게 늘어났다. 실제 서울의 한 학원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운영되는 방학 특강을 개설했고, 점심 식사를 포함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수강료도 만만치 않다. 한 달 기준 1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양육도 부담
비용도 부담

서울 강남 일대의 일부 영어학원은 방학 집중 프로그램 비용이 수백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서울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학부모 이모 씨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원을 알아보는 중인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고 호소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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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