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2025년 을사년 10대 뉴스

대한민국 흔든 다사다난 순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간다. 우리는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일들도, 가슴 아픈 일들도 겪었다. 이미 마무리된 사건도 있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일들도 남아 있다.

불안했던 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차차 안정을 찾아가는 한 해였다. 하지만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10대 뉴스를 <일요시사>에서 선정했다.

윤석열 파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국을 격랑에 빠뜨렸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체포와 구속을 거쳐 결국 파면됐다. 수사는 계엄이 해제되자마자 속도를 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1월3일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대통령 경호처의 저지로 관저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 같은 달 15일 한남동 관저에 다시 들어가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초유의 사례를 남겼다. 검찰은 26일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구속 결정 이후에도 후폭풍은 이어졌다. 구속영장 발부 직후에는 법원 앞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난동을 부리며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헌법재판소 판단을 둘러싸고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도심 곳곳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잇따랐다.


그러나 지난 4월4일, 재판관 전원은 군과 경찰을 동원해 헌법기관의 기능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점을 중대한 위헌 행위로 보고 파면을 결정했다.

아나운서 직내괴

MBC 아나운서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망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뒤, 올해 1월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유서를 공개하며 사건이 본격화됐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으며, 5월 조사 결과 실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다만 고인이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처벌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MBC는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A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유족은 가해자 A씨를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민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첫 재판을 시작으로 지난 11월 열린 변론기일까지 A씨 측은 괴롭힘 혐의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편 MBC는 유족의 28일간 이어진 단식 투쟁 끝에 지난 10월 안형준 사장이 직접 공식 사과하고 유족과 합의했다. MBC는 재발 방지를 위해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 채용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 초등생 피살


대전의 한 초등학생 학교 내에서 피살 당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숨진 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양으로, 사건은 대전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내에서 벌어졌다. 하늘양은 방과 후 학교에서 귀가하지 않아 보호자가 실종 신고를 했고, 이후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정황과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교직원 명재완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검거했다. 명씨는 교내 시청각실 창고에서 하교하던 하늘 양을 유인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늘양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명씨는 자해로 수술을 받은 뒤 경찰에 범행을 자백했다. 검찰은 1심과 2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새 정부 출범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정치적 공백은 조기 대선이라는 방식으로 봉합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6·3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제치고 제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 후보는 49.4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1.15%를 얻은 김 후보를 앞섰다. 이 선거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두 번째 조기 대선으로, 혼란한 정국 속에서 민심의 향배가 다시 한 번 정권교체로 모아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구성 없이 곧바로 출범했다. 이재명정부는 스스로를 ‘국민 주권 정부’로 규정하며, 출범 초기부터 국정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정치·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국정 운영의 초점을 성장과 회복에 두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캄보디아 사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한 대학생의 사망 사건이었다. 지난 8월8일,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에서는 고문 흔적이 발견됐고, 박씨가 현지 범죄 단지에 감금된 채 마약을 투약 당하고 협박당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 이후 전국에서 캄보디아에 체류하던 한국인과 관련한 실종 신고가 잇따랐다. 조사 과정에서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 모집이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다수의 청년이 이를 믿고 현지로 향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관련 중개 경로와 배후 조직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 대응이 뒤늦었다는 비판이 커지자 외교부는 지난 10월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다. 이후 현지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범죄 단지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구출됐다.

정부는 11월부터 현지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경찰 협력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12월에는 시하누크빌 일대 범죄 단지에 대한 단속이 진행돼 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51명이 검거됐고, 감금과 폭행을 당하던 20대 남성도 구조됐다.


문 닫는 검찰청

검찰 조직을 해체하고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형사사법 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이에 따라 범죄 수사 역할을 해온 검찰청은 78년 만에 공식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법무부 장관 산하에 ‘공소청’을 두고 중대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사와 기소를 제도적으로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각 분야 불거진 10가지 이슈 보니…
격변의 한 해, 정치·경제·안보까지

개정안은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시행 이후 공소청은 사건을 직접 개시해 수사할 권한을 갖지 않으며,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한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수사 공백 우려에 대해 중수청이 기존 검찰의 수사 기능을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 개편에 따른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형사사법 체계 개편의 보완책을 논의 중이다.


한미 관세 협상

10월 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는 미국과 진행해 온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고, 원자력 분야 핵심 현안에서도 일정 수준의 합의를 도출했다.

양국은 앞서 7월에 합의한 방침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적용하려던 상호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고,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관세 역시 같은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은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최대 쟁점이던 현금 투자 규모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총 2000억달러를 집행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진전이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 문제를 언급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핵연료 조달 방식 등 세부 사안은 추가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의 원칙적 지지를 얻어냈다. 구체적인 권한 확대 방식이나 협정 개정 여부는 후속 협상을 통해 논의될 전망이다.

경주 APEC

올해 하반기 한국 외교 일정 가운데 가장 큰 다자외교 행사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였다.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이틀간 경북 경주에서 아시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21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회의는 한국이 2005년 부산 회의 이후 20년 만에 다시 주최한 APEC 정상회의였다.

이번 정상회의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회의에선 APEC 회원국 정상들이 무역과 투자 확대, 디지털 전환, 혁신, 포용적 성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주 선언’을 채택했다. 한국이 제안한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 프레임워크’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도 회원국들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은 정상회의를 계기로 외교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그간 주요 현안이었던 관세 협상이 정리됐고,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경제 분야에서도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 논의가 이어졌다.

APEC CEO 서밋에는 대규모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석해 투자 계획을 공유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향후 한국 시장에 대한 추가 투자 방침을 밝혔다.

코스피 4000

올해 한국 증시는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 들어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연초 이후 이어진 정치 불확실성과 대외 변수로 한때 2200선 초반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6월을 기점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반등 속도가 붙으면서 지수는 10월 말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고, 11월 초에는 종가 기준 4200선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수의 상승은 수급 변화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이후 매수세로 돌아섰다. 약달러 흐름 속에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된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개선됐다. 이 같은 흐름은 6월 이후 지수 상승을 본격화시키는 동력이 됐다.

상승 폭도 가팔랐다. 지난해 말 2400선 부근까지 내려갔던 코스피는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7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집계 기준으로도 올해 코스피는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특히 10월 들어 상승세는 더욱 가속됐다. 짧은 기간 동안 급등을 거듭한 끝에 지수는 같은 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11월 들어 외국인 매물이 대거 출회되며 조정 국면이 나타났지만, 지수는 4000선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개인정보 유출

올해는 연이은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SK텔레콤, KT, 롯데카드, 쿠팡 등 주요 기업을 겨냥한 해킹이 계속되면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확산됐다. 지난 4월에는 SKT에서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수천만명 규모의 가입자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핵심 식별 정보까지 유출됐고, 이로 인해 유심 교체를 요구하는 이용자가 몰리며 현장 혼란이 빚어졌다. 지난 8월에는 KT에서 불법 기지국 장비를 활용한 범죄로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고, 일부 이용자가 실제 금전 피해를 입은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과 유통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달 롯데카드에서도 수백만명 규모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고, 일부 이용자의 경우 결제 관련 식별 정보까지 노출됐다. 지난달 쿠팡에서는 퇴직한 직원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내부 계정 관리와 접근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사고 원인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을 계기로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기존의 사후 점검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상시 점검과 사전 예방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증 이후에도 중대한 결함이 발견될 경우, 심의를 거쳐 인증을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침해 사고를 낸 기업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일정 비율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의도 함께 진행 중이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