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2025년 을사년 10대 뉴스

대한민국 흔든 다사다난 순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간다. 우리는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일들도, 가슴 아픈 일들도 겪었다. 이미 마무리된 사건도 있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일들도 남아 있다.

불안했던 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차차 안정을 찾아가는 한 해였다. 하지만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10대 뉴스를 <일요시사>에서 선정했다.

윤석열 파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국을 격랑에 빠뜨렸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체포와 구속을 거쳐 결국 파면됐다. 수사는 계엄이 해제되자마자 속도를 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1월3일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대통령 경호처의 저지로 관저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 같은 달 15일 한남동 관저에 다시 들어가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초유의 사례를 남겼다. 검찰은 26일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구속 결정 이후에도 후폭풍은 이어졌다. 구속영장 발부 직후에는 법원 앞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난동을 부리며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헌법재판소 판단을 둘러싸고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도심 곳곳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잇따랐다.

그러나 지난 4월4일, 재판관 전원은 군과 경찰을 동원해 헌법기관의 기능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점을 중대한 위헌 행위로 보고 파면을 결정했다.

아나운서 직내괴

MBC 아나운서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망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뒤, 올해 1월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유서를 공개하며 사건이 본격화됐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으며, 5월 조사 결과 실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다만 고인이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처벌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MBC는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A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유족은 가해자 A씨를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민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첫 재판을 시작으로 지난 11월 열린 변론기일까지 A씨 측은 괴롭힘 혐의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편 MBC는 유족의 28일간 이어진 단식 투쟁 끝에 지난 10월 안형준 사장이 직접 공식 사과하고 유족과 합의했다. MBC는 재발 방지를 위해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 채용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 초등생 피살

대전의 한 초등학생 학교 내에서 피살 당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숨진 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양으로, 사건은 대전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내에서 벌어졌다. 하늘양은 방과 후 학교에서 귀가하지 않아 보호자가 실종 신고를 했고, 이후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정황과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교직원 명재완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검거했다. 명씨는 교내 시청각실 창고에서 하교하던 하늘 양을 유인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늘양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명씨는 자해로 수술을 받은 뒤 경찰에 범행을 자백했다. 검찰은 1심과 2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새 정부 출범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정치적 공백은 조기 대선이라는 방식으로 봉합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6·3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제치고 제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 후보는 49.4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1.15%를 얻은 김 후보를 앞섰다. 이 선거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두 번째 조기 대선으로, 혼란한 정국 속에서 민심의 향배가 다시 한 번 정권교체로 모아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구성 없이 곧바로 출범했다. 이재명정부는 스스로를 ‘국민 주권 정부’로 규정하며, 출범 초기부터 국정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정치·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국정 운영의 초점을 성장과 회복에 두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캄보디아 사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한 대학생의 사망 사건이었다. 지난 8월8일,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에서는 고문 흔적이 발견됐고, 박씨가 현지 범죄 단지에 감금된 채 마약을 투약 당하고 협박당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 이후 전국에서 캄보디아에 체류하던 한국인과 관련한 실종 신고가 잇따랐다. 조사 과정에서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 모집이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다수의 청년이 이를 믿고 현지로 향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관련 중개 경로와 배후 조직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 대응이 뒤늦었다는 비판이 커지자 외교부는 지난 10월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다. 이후 현지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범죄 단지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구출됐다.

정부는 11월부터 현지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경찰 협력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12월에는 시하누크빌 일대 범죄 단지에 대한 단속이 진행돼 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51명이 검거됐고, 감금과 폭행을 당하던 20대 남성도 구조됐다.

문 닫는 검찰청

검찰 조직을 해체하고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형사사법 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이에 따라 범죄 수사 역할을 해온 검찰청은 78년 만에 공식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법무부 장관 산하에 ‘공소청’을 두고 중대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사와 기소를 제도적으로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각 분야 불거진 10가지 이슈 보니…
격변의 한 해, 정치·경제·안보까지

개정안은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시행 이후 공소청은 사건을 직접 개시해 수사할 권한을 갖지 않으며,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한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수사 공백 우려에 대해 중수청이 기존 검찰의 수사 기능을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 개편에 따른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형사사법 체계 개편의 보완책을 논의 중이다.

한미 관세 협상

10월 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는 미국과 진행해 온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고, 원자력 분야 핵심 현안에서도 일정 수준의 합의를 도출했다.

양국은 앞서 7월에 합의한 방침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적용하려던 상호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고,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관세 역시 같은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은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최대 쟁점이던 현금 투자 규모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총 2000억달러를 집행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진전이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 문제를 언급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핵연료 조달 방식 등 세부 사안은 추가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의 원칙적 지지를 얻어냈다. 구체적인 권한 확대 방식이나 협정 개정 여부는 후속 협상을 통해 논의될 전망이다.

경주 APEC

올해 하반기 한국 외교 일정 가운데 가장 큰 다자외교 행사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였다.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이틀간 경북 경주에서 아시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21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회의는 한국이 2005년 부산 회의 이후 20년 만에 다시 주최한 APEC 정상회의였다.

이번 정상회의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회의에선 APEC 회원국 정상들이 무역과 투자 확대, 디지털 전환, 혁신, 포용적 성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주 선언’을 채택했다. 한국이 제안한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 프레임워크’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도 회원국들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은 정상회의를 계기로 외교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그간 주요 현안이었던 관세 협상이 정리됐고,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경제 분야에서도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 논의가 이어졌다.

APEC CEO 서밋에는 대규모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석해 투자 계획을 공유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향후 한국 시장에 대한 추가 투자 방침을 밝혔다.

코스피 4000

올해 한국 증시는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 들어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연초 이후 이어진 정치 불확실성과 대외 변수로 한때 2200선 초반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6월을 기점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반등 속도가 붙으면서 지수는 10월 말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고, 11월 초에는 종가 기준 4200선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수의 상승은 수급 변화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이후 매수세로 돌아섰다. 약달러 흐름 속에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된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개선됐다. 이 같은 흐름은 6월 이후 지수 상승을 본격화시키는 동력이 됐다.

상승 폭도 가팔랐다. 지난해 말 2400선 부근까지 내려갔던 코스피는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7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집계 기준으로도 올해 코스피는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특히 10월 들어 상승세는 더욱 가속됐다. 짧은 기간 동안 급등을 거듭한 끝에 지수는 같은 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11월 들어 외국인 매물이 대거 출회되며 조정 국면이 나타났지만, 지수는 4000선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개인정보 유출

올해는 연이은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SK텔레콤, KT, 롯데카드, 쿠팡 등 주요 기업을 겨냥한 해킹이 계속되면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확산됐다. 지난 4월에는 SKT에서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수천만명 규모의 가입자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핵심 식별 정보까지 유출됐고, 이로 인해 유심 교체를 요구하는 이용자가 몰리며 현장 혼란이 빚어졌다. 지난 8월에는 KT에서 불법 기지국 장비를 활용한 범죄로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고, 일부 이용자가 실제 금전 피해를 입은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과 유통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달 롯데카드에서도 수백만명 규모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고, 일부 이용자의 경우 결제 관련 식별 정보까지 노출됐다. 지난달 쿠팡에서는 퇴직한 직원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내부 계정 관리와 접근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사고 원인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을 계기로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기존의 사후 점검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상시 점검과 사전 예방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증 이후에도 중대한 결함이 발견될 경우, 심의를 거쳐 인증을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침해 사고를 낸 기업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일정 비율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의도 함께 진행 중이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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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